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59)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59화
처음에 대군주 백경은 수백의 괴물들에게 에워싸인 채로 홀로 떠오르고 있었다.
서서히 해수면을 향해 상승하고 있는 그것을 감싸는 것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기포뿐.
그런 백경을 향해 일곱 산호 연합이 포위망을 좁혀가다가 공격을 개시한 것은 해저 1,500미터 지점.
수중 전투, 아니, 해저 전투에 최적화된 마법과 정령술이 어마어마한 기세로 쏟아졌다.
백경을 호위하는 괴물들이 막아섰지만 소용없었다. 첫 번째 일제 공격에는 워낙 막강한 힘이 담겨 있어서 괴물들을 단번에 찢어발기고 백경을 두들겨댔다.
‘훌륭하다.’
이 국면에서 파르웰은 감탄했다.
저들의 마법은 확실히 해저에서 파괴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었다.
파르웰도 수중전투를 어느 정도 연구했지만, 다양성이나 효율 면에서는 저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인어족 마법사들과 토론하면서 어느 정도 지식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앞으로를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좋군. 참고자료가 넘쳐나.’
그리고 파르웰에게 공부와 연구는 뒤로 미룰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그는 실시간으로 바다의 백성들이 쓰는 마법을 보고, 분석하고, 습득했으며, 연구 과제를 설정했다.
‘저 사람들이 바다 엘프인가? 실력이 꽤 좋은데?’
케엘도 저들이 정령을 다루는 방식에 감탄하고 있었다.
해저는 다른 무엇보다도 물의 정령이 압도적으로 강해지는 환경이다.
그러나 바다 엘프 정령술사들은 물의 정령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바람정령, 어둠정령, 얼음정령 등을 잘 활용해서 마법과의 상승효과를 내고 있었다.
어쨌든 첫 번째 일제 공격은 적들에게 꽤 큰 타격을 입혔지만,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바다군주들이 살아남아서 반격을 가해왔다.
물론 일곱 산호 연합은 그들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도 다 해둔 상태였다.
이 수심까지 올라올 수 있는 바다의 백성 중에는 가장 거대한 고래족들과 고래상어족이 무리 지어 그들에게 맞섰다.
그들은 바다의 축복을 받아서 지성과 마력을 갖게 된, 각종 고래와 고래상어의 모습을 한 이능의 종족들이었다.
평범한 고래, 고래상어보다 적어도 두 배, 크게는 대여섯 배까지 거대한 그들이 무리 지어 달려들자 바다군주들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막은 다음 전사들이 그 등 뒤로 올라가서 공격을 가한다.
시간은 걸렸지만 워낙 많은 병력이 모여 있었기에 바다군주들을 하나둘씩 처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병력은 백경을 향해 공세를 퍼붓는다.
백경의 표면에는 그 덩치만큼이나 거대하고 단단한 방어결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신관들을 중심으로 방어결계의 한 점을 노리고 계속 공격을 퍼부어대자 결국 구멍을 뚫을 수 있었다.
‘7만 대군이 공격을 퍼부으면 저런 결계라도 어쩔 수 없지.’
놀랍게도 집결한 일곱 산호 연합은 7만에 이르는 대군이었다.
인간에 비해 인구대비 전투원의 비중이 높기에, 심해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종족이 빠졌음에도 이만한 숫자가 모인 것이다.
그만한 숫자가 일점 집중 공격을 퍼붓자 강대한 백경의 결계도 구멍이 뚫려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결계 안으로 파고든 이들이 백경의 표면에 달라붙어서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백경이 반응한 것은 그 시점이었다.
그 거대한 입이 벌어졌다.
꽤 빠르게 벌어졌음에도 워낙 거대해서 느릿느릿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쏟아져 나온 거대한 충격파가 일곱 산호 연합을 덮쳤다.
‘끔찍한 위력이다.’
파르웰은 전율했다.
수중이라 공기 중에서보다 몇 배 빠르게 퍼져 나가는 충격파를 피할 길은 없었다. 가까이서 직격당한 이들은 갈가리 찢겨나갔고, 어떻게든 버텨낸 이들도 그대로 충격파에 휩쓸려 멀리 밀려났다.
쿠르르르르……!
기포가 끓어오른다.
섬뜩한 느낌이 찾아들었다.
‘저주!’
이제는 슬슬 익숙해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단죄자의 저주.
그 저주의 힘이 농밀하게 주변을 뒤덮어가고 있었다.
치직… 치지지지직…….
감각에 잡음이 끼어드는 듯한 감각.
수없이 많은 목소리가 기분 나쁘게 속삭이는 것 같은 감각.
‘저주의 영역을 전개할 수 있었는데 여태까지 미루고 있었던 거였나?’
파르웰은 이를 악물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이유는 없어. 육지처럼 단죄자가 정복하지 않은 영역에서 이런 영역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준비가 필요한 거겠지.’
그는 최대한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백경에게는 저주 영역을 형성하는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기능을 쓰기 위해서는 준비 시간과, 그리고 충분한 대가가 필요할 것이다.
우우우, 우우우우우…….
어둠이 지배하는 해저에 불길한 흐느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물리적인 소리가 아닌 정신파였다.
‘언데드!’
파르웰은 죽은 바다의 백성들이 저주에 오염되어 언데드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그리고 또다시 백경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무수한 공기 방울이었다.
꽈광… 꽈과과과광……!
그 공기 방울에 닿는 순간, 충격이 폭발한다.
해저 전투에 최적화된 거품폭뢰.
겨우 충격파에서 살아남은 일곱 산호 연합의 주력이 거품폭뢰가 일으키는 연쇄 폭발에 죽어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 나간 이들이 빠르게 언데드로 변한다.
‘맙소사. 너무 빨라.’
파르웰은 경악했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인간이 단죄자로 재생하는 과정은 결코 빠르지 않다.
하지만 해저에서 죽은 바다의 백성들이 언데드로 변하는 과정은 빨랐다. 강대한 사령술사가 시체를 일으켜 세우는 것보다도 훨씬 더.
실시간으로 아군이 줄어들면서 적군이 늘어난다.
오오, 오오오오오오……!
그리고 백경이 울부짖는다.
거대한 첨탑 같은 뿔이 불길한 잿빛 기류를 발했고…….
‘안 돼!’
끔찍할 정도로 엄청난 마력이 집중되는 것을 본 파르웰은 기겁했다.
“케엘!”
“솔테티!”
케엘이 외쳤다.
심해의 어둠을 사르며 눈부신 빛이 퍼져 나갔다.
[아……!] [아악! 눈이……!]심해의 어둠에 적응한 이들에게 솔테티가 발하는 태양 같은 빛은 오히려 독이었다. 이들은 육지의 백성들처럼 전투 중에 일정 광량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령화!
하지만 그들을 배려할 여유는 없었다.
-정령 융합!
급히 정령화한 케엘이 솔테티와 융합한다.
우우우우우우우!
그리고 케엘의 모든 장비한 모든 무구와 아이템이 일제히 가동되며 그의 마력이 마왕급의 영역으로 솟구친다.
-극성증폭!
그렇게 증폭된 마력이 극성증폭으로 한 번 더 폭증하고…….
-권능 융합!
권능의 빛과 오러가 융합하여 눈부신 빛을 발한다.
-정령 융합!
무수한 정령들이 몰려들어 그 힘과 융합하고…….
“비틀어 때려요!”
그리고 그새 신혈을 개방하여 3단계까지 변신한 파르웰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섬전이 보는 풍경!
그가 상대시간을 가속시키는 신화주문을 자신과 케엘에게 걸었다.
-주문 융합!
그리고 케엘에게 궁극주문과 신화주문을 더해주었다.
쿠구구구구구구!
케엘의 손에 들린 빛의 검이 눈부시게 타올랐다. 배 밖으로 뛰쳐나간 그의 손에서 타오르는 그 검의 길이는 한껏 응축시켰음에도 100미터를 넘고 있었다.
[윌로타!]빛의 신화정령 윌로타가 나타나 그 검과 융합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일순간 심해의 어둠이 불타오르며 모든 것이 순백으로 변했다.
-태양정령의 투검(投劍)!
권능, 정령, 오러, 마법이 융합된 빛의 검이 해저를 관통했다.
백경의 뿔에 맺힌 힘이 쏘아져 나가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빛이 폭발했다.
거대한 잿빛의 선이 그어졌다.
……!
어느 쪽이 먼저였을까?
그런 것은 전혀 의미가 없었다.
그 직후에 발생한 거대한 힘의 파랑이 모두를 휩쓸었으니까.
콰과과과과과과……!
해저임에도 해일에 휩쓸린 듯 모두가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날아가며 비명을 질렀다.
“비껴, 냈, 다……!”
가까스로 그 거대한 격류에서 탈출하며, 파르웰은 이를 악물었다.
배는 이미 박살 나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 그는 바닷속에서 전투를 벌이기 위해 급히 준비한 주문들로 스스로를 보호한 채 밖으로 나왔다.
[크윽, 젠장. 윌로타가 없었으면 뒈질 뻔했네.]정령화한 케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발의 차였다.
케엘 쪽이 빨랐다.
애당초 파르웰과 케엘은 백경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칠 생각이 없었다. 전혀 승산이 안 보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의도한 것은, 백경의 고개를 돌려서 공격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했다.
평소처럼 쏘아냈다면 늦었을 것이다. 하지만 케엘은 발사 직전에 빛의 신화정령 윌로타의 힘을 이용, 공격을 광화(光化)시켜서 공간을 뛰어넘게 만들었다.
그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백경의 측면을 후려갈기면서 저 뿔에서 쏘아져 나오는 공격이 위로 향하게 만들었다.
‘크게 빗나갔는데도 그 여파만으로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직격당했다면 우리도 죽었어.’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파르웰도, 케엘도 저런 공격에 직격당하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그그그그……!
케엘의 공격을 맞아서 돌아갔던 백경의 고개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볼에 크게 찢어진 상처가 나서 저주의 재가 흩날리고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이 상처를 봉합하고 재생시키기 시작한다.
워낙 거대하기에 재생은 느릿느릿하게 보인다. 하지만 재생되는 면적은, 인간 크기를 기준으로 보면 초재생이라고 불러야 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백경의 몸 곳곳이 열리면서 병력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파르웰은 결정을 내렸다.
“…더 싸워봐야 무의미합니다. 하나라도 더 퇴각시켜야겠습니다.”
[동감이야.]케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통신기를 쓰면 지금도 모르드에게 연락할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시도해 보는 게…….]“아닙니다. 지금 모르드에게 연락하면 안 됩니다.”
[왜?]“모르드는 이대로 페세이타께 도달해야 해요. 그래야만 저걸 상대할 승산이 생길 겁니다.”
이 순간에도 파르웰은 칠감으로, 그리고 마법으로 백경의 정보를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답이 안 보인다.
저것은 이 심해에서 맞붙어서는 손쓸 도리가 없는 대재해였다.
“…저도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었군요. 해저전용 주문을 연구해야겠어요.”
파르웰은 입술을 깨물었다.
수중전투를 위한 주문은 어느 정도 개발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심해의 전투는 차원이 다르다.
육지에서는 막강한 화력을 발휘하는 궁극주문만 봐도 이 심해에서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철저하게 해저 전투를 상정한 마법이 필요했다.
‘반성은 나중이다.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해.’
파르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갑시다, 케엘.”
[그래!]곧 강대한 마법의 힘과 정령의 군세가 심해의 어둠을 밝히며 격렬한 전투를 시작했다.
* * *
푸른 지느러미 왕국의 왕자, 브린탄은 해류에 휩쓸려 너덜너덜해진 채로 추락하고 있었다.
‘아…….’
그가 살아남은 것은 선두에 나서지 않고 어중간한 지점에 있었던 덕분이다.
그는 선두에 나서고 싶었지만, 모두가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만류했다. 몇 명이나 왕위 계승자를 잃은 푸른 지느러미 왕국은 브린탄을 절대로 잃을 수 없다는 의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브린탄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를 만류하며 선두에 나섰던 이들은 모두 죽었다.
‘아아아아아…….’
눈물이 방울져 떠오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다음 기회를 노렸어야 했다.’
처음 계획대로 깊고 깊은 심해에서 맞붙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바다의 백성들 중에서도 원초의 힘을 간직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이들의 힘으로 승산을 점칠 수 있었으리라.
일곱 산호 연합이 준비한 가장 강력한 전력이 싸울 수 없는 영역에서 결전에 나선 순간, 패배는 확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들 조바심을 이기지 못했다.
‘백경이 왜 부상하는지 모른다. 만약 부상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면?’
불안과 공포가 선택지를 앗아갔다.
[오, 브린탄, 가여운 브린탄…….]눈물을 흩뿌리며 가라앉아가던 브린탄의 귀에,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단죄자들에게서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첫째 왕녀의 목소리였다.
[그래. 나란다.] [아아, 아……!]자신의 앞에 거꾸로 나타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브린탄은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이미 죽은 자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생명이 남아 있지 않은, 생전의 얼굴이 반쯤 부서져 떨어져 나가고 그 안쪽의 해골이 드러난 언데드의 얼굴이었다.
[가여운 브린탄.]단죄자의 저주에 의해 언데드가 된 첫째 왕녀가 손을 들어 브린탄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 손 또한 살점이 없이 뼈만 남아 있었으며 그 위로 생전의 모습이 환영처럼 어른거렸다.
[누님……! 그 저주를 치워드리겠습니다!]브린탄은 이를 악물었다.
[저주? 저런,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첫째 왕녀는 빙글 돌아서 자세를 바로 했다.
후우우우우우!
그 앞에서 브린탄이 신혈을 개방하여 변신했다. 푸른 머리칼이 은빛으로 물들며 신성한 은색의 빛이 주변을 물들었다.
[자, 보렴.]본래 언데드는 불완전하고, 불리한 존재다.
이 세계에는 아직 신화의 흔적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 존재하는 신혈은 신성한 존재이기에, 그들은 그 어떤 성직자보다도 언데드의 천적이었다.
이렇게 신혈을 개방하여 쏟아지는 빛을 접하기만 해도 저급한 언데드는 불타버린다.
그러나 첫째 왕녀는 뼈만 남은 손을 뻗어 그 빛을 직접 만졌다.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는 신이라 칭하는 죄악의 상징들이 물려준 원죄를 씻어내고, 올바른 진리를 섬길 것을 허락받은 것뿐이란다. 이것이야말로 축복이지.] [웃기지 마!]브린탄은 악을 쓰며 손을 들어 올렸다. 난리 통에 무기는 놓쳐 버렸다.
하지만 푸른 지느러미 왕국의 왕족은 소용돌이의 신 소르아의 자손들.
이 바닷속에서도 격렬한 나선형의 압력을 발생시켜 적을 찢어발길 수 있었다.
[저런, 동생아. 경애하는 누님에게 무슨 짓을 할 셈이냐?]하지만 브린탄의 권능이 제대로 형태를 갖추기 전에 누군가 그를 뒤에서 붙잡았다.
[혀, 형님까지?]첫째 왕녀의 뒤를 이어 왕위 계승자의 자리를 받았던 둘째 왕자였다.
그 역시 끔찍한 몰골의 언데드가 되어 브린탄을 붙잡고 있었다.
브린탄은 공포에 질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부상당한 몸으로 기습을 당해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죽음이 다가온다.
[이, 이런 건 싫어……!]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그보다 더 두려운 절망이었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미소 지으며 다가오던 첫째 왕녀가 멈칫했다.
꽈광!
그리고 그대로 터져 나갔다.
빛이 번뜩인다.
[정령?]첫째 왕녀와 둘째 왕자가 놀란다.
그들의 앞에 햇살 같은 빛으로 이루어진 하프 엘프의 실루엣이 있었다.
[오답! 이라고 하기에는 의외로 정답에 가까운가?]정령화한 케엘이었다.
물 속이었기에 케엘은 실체의 검을 휘두르는 대신 오러 블레이드만을 뻗어내어 휘둘렀다.
콰아아앙! 콰광!
첫째 왕녀와 둘째 왕자가 팔 하나씩을 잃고 물러난다.
[감히 우리 일을 방해하다니……!]그들이 격노하여 마법의 힘을 발한다.
그러나 케엘이 더 빨랐다.
꽈광! 꽈아아아앙……!
빛이 그들을 스쳐 가며 폭발한다.
정령화한 케엘은 이 바닷속에서도 바다의 백성들로서의 능력을 가진 채로 언데드가 된 그들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까 전에 백경의 공격을 막느라 워낙 한 번에 힘을 쏟아내기도 했고, 또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다 보니 힘을 쓸 때마다 빠르게 지쳐가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도 이런데 더 깊은 곳으로 가면… 솔테티 없으면 제대로 싸우는 게 불가능하겠어.’
그런 케엘에게 브린탄이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빨리 이탈하세요. 일단은 저 백경의 사정거리 밖으로 도망치는 게 최우선입니다.] [케엘 님, 당신은 어쩌실 겁니까?] [저와 파르웰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서 퇴각시켜 볼 겁니다.]이번 전투는 참패로 끝났다.
하지만 모르드가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전력을 최대한 온존시켜야 했다. 바다를 잘 아는 바다의 백성들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백경과 일전을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저도 돕겠습니다.]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요. 그런 몸으로는 방해만 돼요.]케엘은 냉정하게 말했다.
때로는 차가운 말이 따뜻한 말보다 더 상대방을 위하는 말이 될 때도 있었다.
브린탄은 상처받은 것 같았지만, 이내 그 현실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퇴각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집결시켜 주세요.] [예.]브린탄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후우, 진짜 죽어나겠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케엘은 스스로의 빛을 줄여 심해의 어둠 속에 녹아든 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