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75)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75화
백경의 함내는 비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안, 재장전까지 20초!] [결계 표면 전방위 충격파, 크라켄들을 떨궈내지 못했습니다……!] [거품폭뢰 30%가 무력화되었습니다! 나머지는… 버텨내고 있습니다!]심해를 누비는 백경을 몇 번이나 가로막았던 최악의 적, 크라켄족.
그들이 백경을 다시금 위기로 몰아넣고 있었다.
쿠궁… 콰과광……!
크라켄족은 페세이타에 의해 심해의 수호자로 창조된 종족.
크고 강해질수록 심해에 더욱 강하게 속박되는 그들은, 그러한 제약 때문에 자연재해에 가까운 강대함을 지니게 된다.
심해에서 활동하는 개체 수는 저보다 훨씬 더 많음에도 10명만 올라온 것 또한 그런 제약 때문이리라.
“…….”
리케인은 심각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백경의 표면에 달라붙은 거대한 촉수를 올려다보았다.
[선장님! 지시를 부탁드립니다!]그 모습이 불안해 보였는지 골파가 외쳤다.
“…후우, 여기까지 몰리게 될 줄이야. 이긴다 해도 그리 큰 이득은 아니겠는데 이거.”
한숨을 쉰 리케인의 표정은 여전히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성을 잃을 정도로 격렬한 분노가 아니라 날카롭게 정제된 분노였다.
“지원군 도착까지 남은 시간은?”
[제1파 도착까지 아직 6분은 더 걸립니다!]본래 리케인은 자신이 담당하는 해역에 퍼져 있는 전군을 무질서하게 집결시켰다.
그러나 기습을 당한 순간, 방침을 바꾸었다. 바다군주를 중심으로 일정 규모 이상 뭉쳐서 합류하는 것으로.
그렇지 않으면 오는 족족 적들에게 희생양으로 던져주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린 지시에 따라 뭉친 지원군 제1파가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6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이대로 두들겨 맞으면서 버티는 건 무리겠지…….”
리케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순간에도 그는 군세의 움직임을 조율하고 있었다.
기습으로 다수가 쓸려 나가긴 했지만, 나머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패닉에서 벗어났다. 방어에 전념하면서 태세를 정비해간다.
그럼에도 피해가 눈덩이 굴러가듯 커지고 있었다.
로텐다르와 깊은고래족, 그중에서도 대마법사 헤르수아 때문이었다.
“희생을 감수하는 수밖에. 놈들에게 죽어서 빼앗길 바에는…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이겠다.”
리케인은 결단을 내렸다.
“백경, 제3형태로 이행.”
골파는 이번에는 이의를 제시하지 않았다.
“축복의 폭뢰군단, 출진.”
제3형태로 이행한다는 것은 한 차례 더 덩치를 줄인다는 뜻이다.
그렇게 해서 버려지는 부분을 구성하는 저주의 힘은 고스란히 공격을 위해 쓰일 것이다. 청새치형의 저주폭뢰 ‘축복의 폭뢰군단’은 그 일부였다.
“단죄포, 전방위 발사 준비.”
[…알겠습니다.]골파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죄포는 한 방향으로만 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방위로 폭발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아군도 휘말려 버린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물론 그것은 한 방향으로 쏠 때도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백경 주변에서 어지럽게 뒤엉켜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 전방위로 쏜다면 피해의 단위 수가 달라질 것이다.
“신성 공유, 비라스.”
그 사실을 분명하게 알면서도 리케인은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격류의 시간!
비라스의 신성이 영혼 없는 단죄자들에게 공유되며 상대시간을 가속시키기 시작했다…….
[적들 사이에서 이상 반응!]그때 선원의 보고가 날아들었다.
[적들의 마력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습니다!]모르드가 발동한 ‘대지의 맹우’에 의해 이 전장에 있는 모든 바다의 백성들의 힘이 증폭되고 있었다.
“신의 축복인가? 이런 터무니없는 짓이 가능하다고?”
리케인도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경의 탐지 시스템에 따르면 적 전 병력의 마력이 2할 가까이 상승했다.
누군가는 고작 2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특히 동대륙으로 넘어오기 전의 모르드 입장에선, 대지 여신의 영향력이 단절되면서 효과가 너무 초라하게 줄어든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적 입장에서 보면 4만 5천 명 대군 전원의 마력이 2할이나 상승한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게다가 백경의 탐지 시스템이 잡아낼 수 있는 변화가 마력이었을 뿐, ‘대지의 맹우’는 마력만을 향상시키는 권능이 아니다. 육체 능력은 물론이고 마력 제어능력이나 인지능력까지 포함해서 모든 능력을 향상시킨다.
인간의 컨디션이 2할 달라질 경우 종합적인 전투능력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감안하면, 지금 이 순간 바다의 백성들은 거의 두 배는 강해졌다고 봐도 좋았다.
쿠구구구궁……!
무엇보다 크라켄족처럼 강대한 존재들은 이 권능으로 인한 전투능력 향상이 극적으로 나타났다.
잘 버티고 있던 백경의 방어막 일부가 깨져 나가면서 선체에 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투사의 활력!
모르드와 파르웰이, 투신의 성자에게 내려진 권능을 발했다.
그것은 동쪽으로 오면서 대지 여신의 권능보다 더욱 약화되어 있었다. 투신 베르나스는 동대륙에서는 인지도가 매우 떨어지는 신이기에, 세계가 분단된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것은 지금의 전장에서 충분한 의미를 가졌다.
[몸이… 굉장히 단단해진 기분이 들어!] [힘도 더 세졌다!]다수에게 베르나스의 혈손들이 갖는 강건함 일부를 부여하며, 또한 투지를 잃지 않는 한 계속해서 활력이 샘솟아 싸울 수 있게 해주는 권능이었으니까.
“빌어먹을 것들, 정말 뭘 아껴둘 수 없게 만드는군!”
수은이 찰랑거리는 것 같은 리케인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타올랐다.
-영원의 병기함(兵器艦)!
세레스 신족의 권능이 발동했다.
그러자 백경의 위쪽에 빛이 집결하며 배 한 척이 나타났다.
전장 100미터에 달하는, 이 터무니없이 신화적인 전장에서도 눈에 띄는 덩치를 자랑하는 배였다.
그것은 세레스 신족에게 허락되는 아티팩트.
신화에 바다와 천공, 양쪽에서 활약했던 세레스의 전투 지원함을 권능으로 구현한다.
단죄자가 된 지금도 리케인이 지닌 세레스 신족으로서의, 그리고 세레스의 성자로서의 권능은 여전했다. 그렇기에 가장 신성모독적인 존재이면서도 가장 신성한 힘을 거침없이 쓸 수 있었다.
콰과과과광……!
영원의 병기함으로부터 적들에게 공격이 쏟아진다.
그것은 하나하나가 강력한 마법의 힘이 깃든 창과 검, 도끼였다. 마치 함포에서 쏘아진 포탄처럼 날아가서 적들을 덮쳐 폭발하니, 백경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함대의 용맹!
뒤이어 세레스의 성자에게 주어진 권능이 발동한다.
백경과 이제는 10척 남은 전투함, 그리고 그 외에 ‘배’로 규정될 수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축복의 힘이 깃든다.
배의 해저 기동 능력, 그리고 그것을 조종하는 모든 선원들의 전투능력이 급상승하며 적들을 위협한다.
그러나…….
-바다의 왕!
그 순간 바다가 거세게 요동치며, 가장 위대한 신의 권능이 그 자리에 임했다.
심해의 전장에서, 신화적인 권능의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한 권능은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자들의 심리를 뒤흔들었다. 리케인의 권능은 그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고, 모르드의 권능은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었다.
-바다의 왕!
그리고 지금, 가장 위대한 세 신 중 하나로 불리는 바다의 여신 페세이타가 자신이 총애하는 성자에게 내린 권능이 눈을 떴다.
이 순간, 전장에 있는 모든 바다의 백성들은 벼락에 맞은 듯 몸을 떨었다.
여신의 의지가 그들을 보듬어 안고 있었다.
광활한 바다에 퍼져 있는 그 의지가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힘을 준다.
지쳐가던 몸에 다시금 활력이 차오르는 가운데, 그들은 그 힘이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왕이여.’
신화부터 왕권이란 곧 신에게 인정받아 부여받는 것이었다. 신은 인간에게 운명을 부여하고, 이끌어주는 위대한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한정된 시간 동안이나마 위대한 바다의 여신으로부터 왕으로 인정받은 존재가 있었다.
그는 놀랍게도 육지로부터 온 인간이었다.
‘우리들의 왕이여.’
바다의 백성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불만스러워하지 않았다.
‘여신이 부여하신 사명을 이루어, 희망을 보여주소서.’
그들은 왕의 권위를 받들어 모시며, 그에게 희망을 맡겼다.
그러자 전장에 있는 모든 바다의 백성들로부터 신성한 은색의 불빛이 일어나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것은 마치 무수한 반딧불이 모여드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오오오오오오……!
수만 개의 불빛을 받은 로텐다르가 포효했다.
그 거대한 입이 벌려지자 안쪽에서 은색의 불길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까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기세로!
로텐다르의 입속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바깥까지 뻗쳐 나와 타오르는 은색의 불길을 본 리케인은 기겁했다.
이 순간, 단죄포의 출력은 88%.
‘전방위로 발사하면… 무조건 뚫린다.’
바다의 왕.
온갖 모험을 겪은 리케인조차 본 적 없는 경이로운 권능이었다.
일시적으로 모든 적의 마력이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그중 1할에 달하는 힘이 로텐다르에게 집중되었다.
“단죄포, 긴급 설정 변경!”
그렇기에 리케인은 단죄포의 발사 설정을 긴급히 변경했다.
전방위가 아니라 한 점을 노리고 쏘는 방식으로.
“발사!”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설정 변경이 완료되자마자 발사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이번에도 거의 동시에, 로텐다르 또한 최대 출력에 도달한 결전병기를 발사했다.
“해신의 진노, 발사!”
바다의 악몽과 바다의 왕이 서로를 향해 흉포한 이빨을 드러내었다.
거대한 잿빛의 선과 해일 같은 은색의 불길이 충돌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
함포끼리의 격돌 지점에서 일어난 충격파가 전장을 휩쓸었다.
적군도, 아군도 가리지 않고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크라켄들조차 일부는 버티지 못하고 밀려나는 가운데, 세상이 잿빛과 은빛을 오가며 명멸한다.
제3형태로 이행하며 700미터까지 줄어든 백경과 130미터의 로텐다르.
당연하게도 이 장대한 함포 공격에 동원할 수 있는 출력은 백경 쪽이 우위였다. 그랬어야 정상이었으며,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러나 이 순간, 로텐다르는 그 현실을 뛰어넘고 있었다.
[미, 밀립니다!] [말도 안 돼!]골파와 선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88%까지 충전된 단죄포의 출력은, 그야말로 마왕조차 일격에 죽여 버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현세에서 만들어졌다고는 믿을 수 없는, 신화에도 통용되고도 남을 위력이었으니까!
그런데 로텐다르가 쏘아내는 은색의 불길이, 잿빛의 단죄포를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 기세는 강하지 않다. 야금야금 밀리는 수준이다.
[단죄포 방사 한계 시간까지 앞으로 12초!]하지만 만약 12초 이상 계속된다면, 그 후에는 저 막강한 공격이 그대로 백경을 덮칠 것이다!
리케인은 이를 악물었다.
연달아 대규모 권능을 발했기에 신성에 부하가 걸린 상태였지만, 여기서 몸을 사린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함혼(艦魂)의 포효!
다시금 세레스의 권능이 발동한다.
본래 리케인은 선장으로서 탑승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의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었다.
이 권능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일시적으로 배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내고, 모든 기능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고 ‘모든 기능’에는 단죄포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서서히 약해져 가던 단죄포의 출력이 다시금 급상승하며, 점점 가까워져 오던 해신의 진노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모르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놀라운 놈이로군.”
과연 세레스에게 총애받았던 남자답다. 그런 감탄이 들었다.
“세레스의 것은 세레스에게로.”
모르드는 지구의 격언을 떠올리며 읊조렸다.
-함혼(艦魂)의 포효!
그리고 세레스의 성자로서 부여받은, 리케인이 발한 것과 동일한 권능이 발동했다!
그 사실을 감지한 리케인은 경악했다.
“뭣……?!”
설마 페세이타의 성자이며 또한 세레스의 성자인 존재가 느닷없이 적으로 출현할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다시금 해신의 진노가 단죄포를 밀어내며 백경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양측 다 방사 시간의 끝이 닥쳐오고 있었다.
“더 이상 결판을 미룰 생각은 없다.”
그 사실을 뚜렷이 인지하고 있는 모르드가 차가운 살기를 발했다.
“결판을 내주지. 가자, 리온!”
“그래!”
두 베르나스의 자손들의 의식이 로텐다르의 시스템 위로 겹쳐졌다.
-투신의 불!
해신의 진노에 베르나스의 권능이 더해졌다.
그것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것이라면 마법도, 저주도, 그리고 적을 이롭게 하는 축복조차도 모조리 불태우는 힘!
“아, 이런……!”
리케인은 절망적인 결과를 예감했다.
위력으로도 밀리는 상황에서 질적 향상까지 더해지자 단죄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눈부신 은색 불길이 해저를 가로지르는 잿빛의 선을 집어삼키며 백경을 꿰뚫었다.
콰아아아아아……!
그 궤적을 따라 대폭발이 일었다.
미친 듯이 열기와 기포가 끓어오르는 가운데, 모르드는 만족하지 않았다. 더욱 투지를 불태웠다.
“돌진!”
최대 출력으로 해신의 진노를 쏘아낸 반동으로 밀려나던 로텐다르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뿔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내어 칼날의 형상으로 빚어내고 해저의 천재지변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꽈아아앙!
해신의 진노에 관통당해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린 백경의 몸에, 그 거대한 빛의 칼날이 깊숙이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