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3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높은 포텐셜을 지닌 능력이라고 해도 사용할 수 없다면 말짱 헛것 아니겠는가?
나는 누운 채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새 능력을 각성했다는 것은 헌터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어제 김태훈에게 들은 이야기.
아내가 나와 결혼생활을 하던 때부터 이미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것.
‘최동수 개새끼……’
사람을 비웃듯이 히죽거리는 습관을 가진 놈이었다.
그놈이 내 아내를 만나면서 줄곧 나를 농락해왔다고 생각하니까 가슴 속에 불길이 일었다.
“씨발!”
이런 계산들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가공』 특능을 가진 헌터로 잘나가던 시절은 그야말로 반짝이었다.
점점 내리막길로 몰려 언제든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처지였다.
새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내게 인생을 역전할 기회란 다시 없을 것이다.
나를 좌절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인간들에게 복수할 수 없다!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저벅저벅 걸어서 포션 냉장고로 갔다.
문을 열자 그 안에 가지런히 정렬된 스무 개 가량의 포션이 보였다.
습관처럼 그 정도 양을 보관해두었지만, 가장 오래된 것은 구입한 지 일 년은 되었다.
어차피 사용하지도 않을 포션.
새로 각성한 능력을 시험하는 데 쓰기로 했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순간이었지만 당장은 이것저것 계산할 처지가 아니었다.
일단 포션을 90퍼센트 이상, 완벽하게 채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포션 한 병을 꺼내어 마개를 열고 그것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특유의 상쾌한 느낌이 목구멍을 통해 위에 안착하여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잠시 눈을 감고 그 느낌을 만끽했다.
좋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일감이 쉴 새 없이 밀려들어 포션을 물처럼 마시던 시절.
그때는 모든 것이 잘 풀렸다.
아무리 피곤해도 포션 한 병 마시면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었으니까.
돈 버는 게 쉬워도 그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나는 돈을 찍어내는 기계였으며 그로 인한 자신감이 충만했다.
전 아내 정미희가 내게 끌려들었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돈 냄새는 귀신같이 맡는 여자였으니까.
– 마나가 100% 충전되었습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가장 싼, 개 당 10만 원짜리 포션 한 병을 마시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충전할 수 있는 것이 지금 내 마나 수준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빈 포션 병을 손에 들고 있자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그것을 쓰레기통에 넣으려고 몸을 움직였을 때였다.
– 하급 마나 포션(순도 31.9%)은 『강화』가 가능한 용액입니다.
– 하급 마나 포션(순도 31.9%)은 다른 재료와 합성하여 『연금』이 가능한 용액입니다.
“뭐?”
나도 모르게 육성이 터져 나왔다.
빈 포션 병을 멍하게 내려다보았다.
‘포션 강화라고……?’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방어원석을 강화하면 그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부피가 줄어든 만큼 실제 판매가격에 큰 메리트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포션 값을 비용으로 제하면 더욱 수입이 낮아진다.
하지만 포션이라면……
시장에는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포션이 있었다.
그 궁극에는 가진 마나양을 영구적으로 늘려주는 포션이 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가슴 속에 미지의 수준이었던 희망이 부상했다.
내가 새로 얻은 능력은 두 가지였다.
『강화』와 『연금술』.
그중 강화 능력을 사용하려면 지금 내가 가진 총 마나의 90퍼센트 이상을 소모해야 했다.
그것이 최소 조건이었다.
연금술은 시도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잘못했다가는 두통 때문에 바닥에 미끄러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영원히 몸이 망가질 수도 있었다.
헌터는 신체의 손상에 대해서는 회복이 빠른 편이지만, 마나로 인한 뇌 손상이 일어날 경우 치명적 상태에 빠지기 쉬웠다.
매우 복잡한 치료 과정이 필요하고, 높은 치료비와 완치된 뒤에도 예전처럼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위험부담을 져야 했다.
그러니까 확신이 없다면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다.
한 번 사용에 90퍼센트의 마나를 소모하는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포션을 쌓아두고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한 병씩 마신다면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 비용이 대체 얼마란 말인가?
그 실험으로 확실히 메리트 있는 결론을 내지 못하면 무조건 손해를 보는 일이었다.
‘포션이라면 가능성이 있어.’
포션을 강화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포션 중에서도 궁극의 포션 시리즈가 있다.
그것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헌터의 특정 능력을 영구적으로 향상시킨다는 데 있었다.
공격력, 방어력, 특수능력, 그리고 마나양까지.
극소량을 올려주는 포션도 가격이 극도로 높았다.
재료가 귀하고 만들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그나마도 최상위 길드와 헌터들이 물량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
그런 물건을 내가 만들 수 있다면……
아니,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야 내 마나양을 늘리고 연금술을 쓸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냉장고에서 포션을 꺼내어 전부 소파 앞의 테이블로 옮겼다.
전부 옮기고 보니 열여덟 개였다.
방금 마신 것까지 열아홉 개가 냉장고에 있었던 것.
그것들을 한쪽에 정렬해 두고 하나만 테이블의 중앙으로 옮겼다.
빈 병을 든 채로도 메시지가 나타났으니 딱히 용액을 컵에 옮길 필요는 없을 듯했다.
나는 그것의 마개만 열었다.
즉시 특유의 상쾌한 향이 올라왔다.
특수 포션을 제외한 일반 포션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체력과 상처를 회복시키는 통칭 ‘포션’, 소모된 마나를 충전시키는 ‘마나 포션’.
‘포션’보다 ‘마나 포션’의 가격이 두 배쯤 비싸다.
그리고 ‘마나 포션’은 ‘포션’의 효과를 웬만큼 포함하고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포션을 마셔서 숙취가 완전히 사라졌고, 컨디션도 나아졌다.
다만 한 번 사용에 마나 90퍼센트를 소모시키는 능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런 능력을 사용해본 적이 지금껏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마음을 다잡고 『강화』 능력을 발동했다.
그런 의식을 하고 두 손바닥을 ‘마나 포션’ 쪽으로 펼쳤다.
잠시 후, 약간의 탈력감과 함께 정보창이 나타났다.
[하급 마나 포션(순도 31.9%)]: 회복석(힐링스톤) 추출물을 정제수와 섞어 마나 성분을 포함한 공정을 통해 완성한 용액.
회복석 추출물의 순도가 낮고 불순물 함량이 높아 효과가 낮은 편.
‘기본적으로 감정도 되는구나.’
『강화』 능력에 『감정』 능력도 포함되어 강화 대상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마나 포션 중에 가장 가격이 싼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정보창의 평가가 박한 편이었다.
정보를 확인하고 계속 강화를 진행하려고 했을 때 또 다른 정보창 여러 개가 연속으로 나타났다.
[중급 마나 포션(순도 60.5%)]:[하급 마나 포션(순도 31.9%)]을 『강화』를 통해 72%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베이스가 된 마나 포션의 완성도가 낮아 중급이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급 포션(순도 70.1%)]:[하급 마나 포션(순도 31.9%)]을 『강화』를 통해 25%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체력과 상처 회복에 나쁘지 않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급 마나 포션(순도 31.9%)]을 『강화』를 통해 2.9%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베이스가 된 마나 포션의 완성도가 낮지만 이 정도면 마나와 체력 회복에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상급 ??? 포션(순도 99.9%)]:[하급 마나 포션(순도 31.9%)]을 『강화』를 통해 0.1%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베이스가 된 마나 포션의 완성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만들어졌다. 특수 효과가 랜덤으로 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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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 수밖에 없는 능력
– 이대로 『강화』를 진행하겠습니까?
눈앞을 꽉 채운 정보창에 깜짝 놀랐다.
하나하나 읽어보니 내가 ‘하급 마나 포션’을 강화하여 얻을 수 있는 포션들의 정보인 듯했다.
‘역시 가장 확률이 높은 게 ‘중급 마나 포션’……’
‘하급 마나 포션’을 토대로 강화하는 것이니만큼 7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중급 마나 포션’이 만들어졌다.
그 다음 높은 확률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중급 포션’.
마나 회복 효과 없이 체력과 상처만 회복시킬 수 있는 포션이었다.
약 3퍼센트의 확률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상급 마나 포션’.
확률이 낮더라도 이것만 나온다면 대박이라고 할 만했다.
그 다음은……
‘최상급 포션이라고?’
가운데가 물음표인 것을 보니 설명에 나온 대로 랜덤으로 효과가 붙는 모양이었다.
그것이 무엇일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영구적으로 능력을 올려주는 특수 효과가 아닐까 싶었다.
‘아예 안 나온다고 봐야겠네.’
‘하급 마나 포션’을 ‘최상급 포션’으로 강화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단순히 천 번 강화한다고 한 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리라.
아예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보았다.
‘‘하급 마나 포션’으로 0.1퍼센트면 ‘중급 포션’이나 ‘상급 포션’을 이용하면 확률이 더 올라가겠지.’
‘상급 포션’의 경우에는 아마도 ‘최상급 포션’이 나올 확률이 시도해볼 만한 수준이지 않을까?
더구나 나는 『강화』, 『연금술』 능력을 이제 막 얻었다.
모든 헌터의 능력은 사용 빈도에 따라 성장한다.
그러니까 내가 『강화』 능력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최상급 포션’을 만들 확률도 높아질 것이었다.
이는 경험으로도 확신할 수 있다.
내가 초기에 가공했던 광석들은 거의 쓸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할 만해.’
처음에는 강화 능력이 과연 내게 메리트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능력을 발동한 뒤에 나타난 정보창을 보자니 내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조건 이익이 되는 장사!’
내 마나를 전부 충전하기 위해서는 10만 원짜리 마나 포션이 필요했다.
하지만 ‘중급 마나 포션’은 가장 가격이 낮은 것도 35만 원 수준이었다.
‘상급 마나 포션’은 120만 원 선.
‘최상급 포션’의 경우 천만 원 대로 가격이 뛰었다.
그러니까 마나 포션을 물처럼 마시면서 강화를 계속해도 돈을 벌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길드나 상점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소매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전혀 손해를 볼 구조가 아니었다.
‘처음에도 이랬지.’
일감이 많고 수입이 높아 포션을 물처럼 마시며 작업했을 때처럼 무한정 돈을 벌 수 있었다.
포션을 계속 마시니 컨디션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가끔 대박이 터진다면 지금 기준으로 몇 달은 일을 해야 벌 수 있는 돈을 한 번에 버는 것도 가능할 터!
헌터의 능력은 사용할수록 강해지는 것이니 그렇게 얻는 성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됐어!’
마음의 체증이 쑥 내려간 기분이었다.
작업을 할 때 마지막으로 활력을 느꼈던 것은 이미 수년 전의 일이다.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났다.
‘이혼하길 잘했어……’
만약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 능력들을 얻었다면 이 사실을 즉시 아내에게 말했을 것이고, 앞으로 얻게 될 높은 수입에 함께 흥분했을 것이다.
그렇게 내가 번 돈이 또다시 아내에게 들어갔겠지.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갖지 않아도 될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내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무능력한 남편이라는 딱지를 달고 끝없이 움츠러들기만 했다.
아내는 소득 활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심지어는 가사 노동이라고 할 만한 것을 하지 않으면서 내게 많은 것들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