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4
어느새 나도 그게 당연한 일이라는 의식에 젖어 들고 말았다.
‘그토록 위험한 수렁에……’
스스로 빠져들고 있었다.
대놓고 바람을 피우고 다녔던 뻔뻔한 여자에게.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치고 있었던 것.
“하하하!”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신이 번쩍 났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시는 의기소침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계획이 연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다.
일단 ‘하급 마나 포션’을 대상으로 강화 능력을 사용했다.
뭉텅이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현기증이 와서 소파에 털썩 등을 기대었다.
테이블 중앙에 놓인 ‘하급 마나 포션’으로부터 빛이 터져 나왔다.
마나의 90퍼센트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는 힘 없이 테이블을 응시했다.
빛이 잦아들면서 본래 그 자리에 있던 포션 병이 보였다.
겉으로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심지어 병에 붙어있는 브랜드의 라벨과 성분 표시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문장이 그 내용물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 강화가 성공하여 ‘중급 마나 포션’이 완성되었습니다.
중급 마나 포션.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것이 만들어질 확률이 72퍼센트로 가장 높았으니까.
그 다음이 25퍼센트 확률로 제작될 수 있는 ‘중급 포션’이었다.
‘오케이.’
어차피 대박은 바라지 않았다.
확률이 너무 낮았으니까.
거기까지 바라는 것은 너무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것과 같았다.
강화와 연금술 능력이 생긴 것만으로도 나는 과분한 행운을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린 문제.
고민 없이 옆에 놓인 새 마나 포션을 집어들어 마개를 열었다.
꿀꺽꿀꺽 끝까지 들이켜자 몸 안에 마나가 충전된 느낌이 났다.
지쳤던 기분도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나는 눈앞의 용액을 바라보았다.
그것의 내용물은 ‘중급 마나 포션’이었다.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두 손을 뻗어 두 번째 강화를 했다.
[중급 마나 포션(순도 60.5%)]:[하급 마나 포션(순도 31.9%)]을 『강화』를 통해 72%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베이스가 된 마나 포션의 완성도가 낮아 중급이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본 적이 있는 중급 마나 포션에 대한 정보창이 나타났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 것은 이것에 대한 정보가 아니었다.
뒤이어 ‘중급 마나 포션’을 강화해서 만들 수 있는 포션의 목록이 떠올랐다.
[상급 마나 포션(순도 81.7%)]:[중급 마나 포션(순도 60.5%)]을 『강화』를 통해 70.1%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마나와 체력 회복에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급 포션(순도 85.6%)]:[중급 마나 포션(순도 60.5%)]을 『강화』를 통해 26.4%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제법 훌륭한 수준으로 체력과 상처를 회복시킨다.
[최상급 ??? 포션(순도 99.9%)]:[중급 마나 포션(순도 60.5%)]을 『강화』를 통해 3.5%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특수 효과가 랜덤으로 붙는다.
“역시……”
나는 연이어 나타난 정보창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전에 보았던 포션의 이름들이 똑같이 보이지만 그것이 만들어질 확률이 올라간다.
게다가 강화 자체에 소모되는 마나의 양도 변하지 않았다.
만약 중급 마나 포션을 대상으로 강화 능력을 발휘하는 데 더 많은 마나가 소모되었다면 아예 강화 능력 자체가 발동하지 않았을 테니까.
‘능력의 수준이 올라가면 강화 확률이 높아지는 거겠지.’
내 강화 능력의 수준이 향상될 경우 같은 마나로도 더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더 높은 확률로 만들어낼 수 있을 터였다.
지체할 필요가 없다.
나는 ‘중급 마나 포션’에 강화 능력을 사용했다.
처음처럼 밝은 빛이 터졌고, 나는 옆에 있는 마나 포션 병을 들고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그것의 마개를 열고 꿀꺽꿀꺽 들이켜는 사이 빛이 잦아들면서 메시지가 나타났다.
– 강화가 성공하여 ‘상급 포션’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마나 포션이 아닌 일반 포션이 만들어졌다.
마나 포션보다는 가격이 낮지만 그래도 70~80만 원은 하는 상품이었다.
이걸 복용하면 웬만한 상처가 낫는다.
심각한 부상이라도 힐러의 ‘힐’과 함께 처방하면 완벽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이었다.
10만 원짜리 하급 마나 포션을 강화하여 상급 포션을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사용한 마나 포션은 두 병이었다.
처음에 강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 위해 마셨던 것까지 포함하더라도 세 병이다.
70만 원에서 30만 원의 비용을 제하더라도 불과 몇 분 사이에 40만 원 이상을 번 셈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지.’
나는 눈앞의 ‘상급 포션’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계속 가보자!’
멈출 필요가 뭐 있겠는가?
지금 내 뇌에서는 도파민이 쏟아져 나왔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심장이 쿵쿵거릴 지경이었다.
며칠 잠을 자지 않고 계속 강화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체 없이 두 손을 뻗어 또 한 번 강화 능력을 발동했다.
이미 본 적 있는 상급 포션에 대한 정보창이 나타난 뒤에 그로 인해 만들어질 수 있는 포션들의 정보가 나타났다.
[상급 마나 포션(순도 81.7%)]:[상급 포션(순도 85.6%)]을 『강화』를 통해 65.8%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마나와 체력 회복에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상급 포션(순도 83.5%)]:[상급 포션(순도 85.6%)]을 『강화』를 통해 20.9%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훌륭한 수준으로 체력과 상처를 회복한다.
영구적으로 미량의 ‘체력’을 늘려줌.
[최상급 마나 포션(순도 99.9%)]:[상급 포션(순도 85.6%)]을 『강화』를 통해 10.2%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최상급 수준의 마나 회복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영구적으로 미량의 ‘마나’를 늘려준다.
[최상급 마나 ??? 포션(순도 99.9%)]:[상급 포션(순도 85.6%)]을 『강화』를 통해 3.1%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최상급 수준의 마나 회복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영구적으로 미량의 ‘마나’를 늘려준다. 추가 특수 효과가 랜덤으로 붙는다.
‘역시……’
상급 포션은 말할 것도 없고 최상급 포션을 만드는 확률도 기대해 볼만 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최상급 마나 포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포션이야말로 내가 기대하고 있었던 물건이다.
즉, 마나의 양을 영구적으로 늘려주는 포션.
정가는 900~1,000만 원 초반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대형 길드와 S급 헌터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로 실거래가가 훨씬 높았다.
그야말로 일반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걸 만들면 돈을 벌 수 있겠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내 마나양을 늘리는 것이었다.
천만 원 짜리 포션을 마셔서 늘릴 수 있는 마나의 양은 크지 않다.
당장의 내 형편만 생각하면 팔아서 돈으로 바꾸는 게 더 이익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미지의 능력 하나가 더 있었다.
『연금술』.
강화만큼 내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인지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
적어도 능력에 소모되는 마나의 양으로만 따지면 강화보다 상위 능력인 게 확실하지만.
꼭 연금술이 아니더라도 마나 양을 늘릴 동기는 충분했다.
왜냐면 지금 상태에서는 한 번의 강화만으로 크게 지치고 마니까.
포션을 마시면 금방 회복된다고 해도 계속 그렇게 작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당장의 이익만 생각한다는 건 너무 근시안적이다.
내 능력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돈을 버는 길이었다.
내 가치를 누구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높이는 것.
그것이 실패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 비결이었다.
그것을 지난 5년 동안 뼈저리게 느꼈다.
‘상급 포션’을 통해 강화할 수 있는 물건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목록의 마지막에 있는 것이었다.
‘최상급 마나 ??? 포션’.
‘추가 특수 효과라고……?’
궁극의 포션 시리즈는 각각 헌터의 능력을 영구적으로 높이는 데 쓰인다.
하지만 지금껏 두 개의 효과가 붙은 궁극의 포션이 있었던가?
내 기억으로는 없다.
적어도 궁극의 포션 두 개를 합친 것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 분명했다.
이 포션을 만들어서 제공한다는 자체로 내 이름값이 크게 올라갈 것이고.
나는 겉으로는 바뀐 것이 없지만 내용물은 ‘상급 포션’이 된 포션 병으로 두 손을 뻗었다.
가장 높은 확률로 만들어지는 것은 ‘상급 마나 포션’이었다.
다른 결과물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물건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 ‘상급 마나 포션’이 나오면 그것을 또다시 강화하면 되니까.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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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살게.
파앗-
예의 밝은 빛이 포션 병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나는 그 빛의 강도가 지금까지 보았던 것보다 한결 강하다는 것에 놀랐다.
탈력감에도 불구하고 소파에 몸을 묻지 않고 계속 테이블 위를 주시했다.
잠시 후 결과를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 강화가 성공하여 ‘최상급 마나 마나 포션’이 완성되었습니다.
‘최상급 마나 마나 포션’?
나는 이게 뭔가 하고 생각했다.
이름에 ‘마나’가 두 번 붙어있었으니까.
뭔가 정보창에 생긴 오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는 포션 병을 집어 들어 그것을 들이켰다.
강화하는 동안 마신 포션이 벌써 네 병이다.
아까 마신 물이 있기도 해서 요의가 느껴졌다.
그래도 내 관심은 방금 완성한 포션에 집중되었다.
나는 다시 한번 강화 능력을 발동하여 방금 완성된 포션의 정보를 확인했다.
[최상급 마나 마나 포션(순도 99.9%)]: [상급 포션(순도 85.6%)]을 『강화』를 통해 3.1%의 확률로 완성한 용액.
영구적으로 마나 양을 소량 늘려준다.
이 정도면 소위 대박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 아닐까 싶었다.
‘최상급 마나 포션’과 ‘최상급 마나 마나 포션’의 차이점은 마나양을 영구적으로 ‘미량’ 그리고 ‘소량’ 올려준다는 것이었다.
수치로 표현된 정확한 양이 아니라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최상급 마나 포션’에 또 한 번의 특수 효과가 붙은 것이 바로 ‘최상급 마나 마나 포션’이라는 사실이었다.
‘이 정도면……’
못 해도 5천만 원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이템이 간절한 사람에게 판다면 수억은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판다고 생각하자 그게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같은 상품이 시장에 나온 걸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돈이 많은 길드나 헌터들은 효과가 좋은 궁극의 포션을 사용하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추측일 뿐이지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었다.
더구나 나는 지금도 『가공』 능력을 가진 작업자로 알려져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궁극의 포션을 가지고 나타나면 의심을 살 수밖에.
더구나 일반적인 궁극의 포션보다 더 효과가 좋은 물건이라니.
그 과정에서 내 새로운 능력이 밝혀질지도 모르고.
그 뒤에 올 후폭풍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야지.’
내 능력을 영원히 숨길 생각은 없다.
하지만 능력을 오픈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를 충분히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뒤에 할 만한 일이었다.
아니라면 이용당하기 십상이고, 별것 아닌 이유로 위협당하기 쉬웠다.
내가 지난 6년간 겪은 헌터계는 말 그대로 야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