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70
데이먼은 자기 앞에 놓여 있던 커피잔을 들어 냅다 그 안의 커피를 강성권에게 부어버렸다.
“앗, 뜨, 뜨!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손님이 오면 커피 좀 맛있는 걸로 대접하시오. 우리 회사 자판기 커피도 이것보다 열 배는 더 맛있으니까.”
당당하게 응접실을 나가는 데이먼의 뒷모습을 강성권이 넋을 빼고 바라보았다.
강성권은 패닉에 빠졌다.
‘이게 뭐야?’
이 나이를 먹고, 그것도 대한민국 최대 기업 중 한 곳의 회장인 자신이 커피를 뒤집어쓰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런 수모감보다 절망감에 가까웠다.
‘어떡해야 하지?’
설마하니 김태수와 ‘엘리트헌터즈’의 데이먼이 그토록 가까운 사이일 줄은 몰랐다.
그 이유는 데이먼이 직접 말해주었다.
자신의 목숨과 자기 딸의 목숨을 김태수가 구해주었다지 않은가?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처음에 궁극의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장인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특이한 일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것을 제조할 수 있다고 해도 개인이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며, 공장처럼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기업의 관점에서 큰 이익을 창출한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의 최초의 던전이 부활했고, 그 일에 김태수가 관련되어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진심으로 놀랐다.
이때도 포커스는 김태수 개인이 아니라 최초의 던전 쪽이었다.
던전을 차지할 수 있다면 김태수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차라리 죽여버리는 편이 이 일을 조용히 덮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했었다.
친족이 둘이나 죽은 걸 떠나 오롯이 사업적으로 내린 판단이었다.
그때 했던 오판이 이 참사를 만든 것이었다.
‘내가 품을 수 없는 그릇이 있다니……’
DW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덩치를 키워왔다.
그 결과 적어도 헌터 쪽 사업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1위 기업이 되었다.
일단 그렇게 되니 S급 헌터를 제외하고 잘나가는 길드와 헌터, 모두 DW의 그늘 아래 둘 수 있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어떤 헌터도 DW에 이만한 타격을 준 적이 없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엘리트헌터즈가 막는다면……’
국내에서는 그 덩치를 키울 만큼 키웠다.
남은 건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그 일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엘리트헌터즈, 즉 데이먼이 앞을 가로막는다면 힘들어질 것이었다.
아니, 불가능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한참 멍하게 앉아있던 강성권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핸드폰을 꺼내어 아들에게 연락했다.
– 네, 아버지. 아까는 왜 갑자기 전화를 끊으셨습니까?
“데이먼이 찾아왔었다.”
– 데이먼? 누구…… 아! 엘리트헌터즈 회장 말입니까? 그가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온 겁니까?
“그게 아니라 인마!”
– 네?
“너는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김태수 뒤에 데이먼이 있다는 건 왜 몰랐어? 일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몰라? 데이먼이 그놈을 도왔다더구나. 나한테 으름장을 놓고 갔어! 앞으로 김태수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 네에……?
“됐고 김태수 그놈 연락처나 넘겨라. 내가 직접 전화할 테니.”
– 전화해서 뭐라고 하시려고…… 차라리 제가 접촉하겠습니다. 파격적인 계약 조건과 선물까지……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니까!”
– 아, 알겠습니다!
강성권은 아들에게서 김태수의 연락처를 건네받았다.
그걸 핸드폰 화면에 띄우고 멍하게 내려다보았다.
회장 자리에 오른 뒤로 이런 모멸감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운이 좋아 각성한 한낮 헌터 나부랭이한테 이렇게 숙이고 들어간 적이 과연……
강성권은 커피 쩐내가 나는 자켓을 벗었다.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다가 김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참 간 뒤에야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세요?
“안녕하시오.”
– 강성권 회장님이십니까?
“어? 그건 어떻게 아셨소?”
전화를 건 번호는 회장 개인 번호였다.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가족과 친척, 그리고 기업의 수뇌부, 중요한 거래처 회장들뿐이었다.
– 데이먼 회장님이 알려주셨습니다. 회장님이 이 번호로 전화할 거라고 하더군요.
“네? 데이먼 회장님이요?”
–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아, 그게……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은 미안하게 됐소. 길순이 그 애가 자식을 잃고 나서 눈이 돌아간 모양이야. 어렸을 때부터 다혈질이라 성질이 불같은 면이 있었지. 이번 일은 나나 DW가 무관하게 그 애 혼자 저지른 일이오. 어쨌든 선생께 피해를 입혔으니 사과하고 싶어 연락했소.”
– 그렇습니까? 회장님은 모르고 한 일이라……
“나도 사업하는 사람이오. 설마 일을 그런 식으로 진행했겠소? 나는 김태수 선생을 DW에 꼭 모시고 싶다고 했을 뿐입니다.”
– 글쎄요, 제가 거짓말을 계속 듣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아서요. 연락하신 김에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는데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오! 무슨 부탁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성심껏 돕도록 하겠소!”
– 이미 아셨겠지만 태양, 바이올렛, 강동, 건일까지. 모두 길드장이 죽고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래서 구심점을 잃은 그 길드들을 하나로 합치려고 합니다. 회장님이 그 공증인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오? 그 길드들은 하나같이 대형 길드인데 그걸 하나로 합친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소?”
– 태성의 정동기 길드장이 건재합니다. 그리고 강동의 정민철 부길드장님도요. 그분들을 중심으로 새 길드를 만들려고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쉽지 않은 일이니 회장님 정도 되시는 분이 공증을 해주시면 일을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으음……”
강성권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잠시 생각한 그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역시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온 천민이라서일까?
자기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갖다 바쳤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선생,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떻겠소?”
– 말씀하십시오.
“선생은 이 일을 정동기, 정민철이 나서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길드 간 합병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오. 기업 간 합병보다 더 어려운 게 사실이지. 게다가 그곳들은 전부 길드장을 잃었지 않소? 길드 안에서 복수심이 뜨거울 거란 말이지. 우리 DW가 그들의 마음을 돌려보겠소. 그리고 합병 건도 직접 진행하도록 하지. 밥상을 차려놓을 테니 나중에 김태수 선생이 명예 길드장이 되는 게 어떻겠소?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게 해주겠소.”
강성권은 김태수가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거라고 보았다.
대형 길드를 집어삼킨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정동기, 정민철이 어떤 바람을 집어넣었는지 몰라도 헌터 몇 명이 나서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가공 일이나 하던 천민 헌터로서는 생각만으로 숨이 막힐 만한 일이겠지.
명예 길드장.
말 그대로 직함을 주고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귀찮은 일을 DW가 대신해주고 이익을 보게 해주겠다는 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 딱 데이먼 회장님 말씀대로군요.
“응?”
– 이 말을 하면 DW가 머리가 사라진 대형 길드들을 직접 먹어 치우려고 할 거라고 하더군요. 저한테 직함 하나 제안하고 바지사장보다 못한 대우를 할 거라고요.
“데이먼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 괜찮습니다. DW가 공증을 안 해도 SH 최수일 회장님과 엘리트헌터즈 데이먼 회장님이 있으니까요. 그쪽 길드 사람들도 앞으로 판도가 어떻게 될 거라는 것 정도는 알아야죠. DW가 업계를 장악하던 시기는 이미 끝났다는 걸요.
“뭐, 뭐라고……?”
– 부탁을 드리겠다고 했지만 실은 제가 회장님께 기회를 드린 겁니다. 방금 회장님이 직접 그 기회를 차버리셨고요. 앞으로 어떻게 되나 지켜보죠.
“아, 아니. 김태수 씨! 김태수 선생님!”
뚝,
매정하게 전화가 끊겼다.
굴욕감에도 불구하고 바로 전화를 다시 걸었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제기랄……”
김태수의 말 대로였다.
그는 자신에게 부탁한 게 아니라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것은 데이먼이 준 기회이기도 했다.
‘알고 있었겠지.’
데이먼은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도 탐욕스러운 기업의 오너이니 누구보다 잘 알겠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은 정말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하지만 본성은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쥐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겠는가?
그는 자신에게 굴욕감을 안겨준 김태수를 어떻게 하면 무릎 꿇릴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의 마음 안에서 김태수는 여전히 운 좋게 능력을 얻은 천민일 뿐이었다.
#
제주도와 이석규의 집에서 치른 싸움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그 뒤에도 꽤 복잡한 문제들이 따라붙지 않을까 했지만 조용히 시간만 흘러갈 뿐이었다.
김지유, 김지은은 제주도에 일시적으로 내려간 상태였다.
이곳에서 치른 큰일이 마무리되었으므로 이제 완전히 제주도로 가도 되지 않을까 했지만 ‘돌아온다’고 했으니 곧 다시 올라올 모양이었다.
제주도 쪽은 뒤처리가 잘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딱 하나 다시 중국인 헌터들이 말썽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걸 보면 확실히 길드를 운영하는 것은 피를 보는 싸움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나도 이제부터 그 길드 운영에 발을 담그게 될 것 같은데, 그 같은 일이 계속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해도 대형길드 연합과 싸우는 것 같은 큰일은 어지간해서 일어나지 않겠지만.
데이먼은 여전히 한국에 남아있었다.
굉장히 바쁠 줄 알았더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었다.
어차피 복잡한 일은 직원들에게 맡겨두고 자신은 결재만 하면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가 여기 있었으므로 리엄을 비롯한 용병들도 여전히 한국에 있었다.
일주일간 거의 매일 메건을 만났다.
그녀 쪽에서 먼저 연락해서 일정을 묻고 같이 밥을 먹거나 쇼핑을 하고 가까운 곳에 바람을 쐬러 가는 식이었다.
한 마디로 데이트.
그녀가 워낙 눈에 띄는 미녀라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라면 수준급인 셀럽일 게 분명한데 이러다 나까지 얼굴이 팔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모든 걸 떠나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무척 즐거웠다.
기본적으로 배려심이 많고 같이 있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여자였다.
결혼 생활을 할 때는 물론이고 정미희와 연애를 할 때에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내게 이런 날이 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다시 며칠이 지난 뒤 데이먼에게 연락이 왔다.
– 선생님, 럭키스톤이 도착했습니다!
럭키스톤.
일련의 작업을 위해 쓰인 것 말고 비축된 분량이 있다고 했었다.
그것이 한국에 도착한 모양.
나는 가슴이 뛰었다.
파워스톤과 블랙스톤.
그것들이 가진 힘을 이미 경험한 나로서는 럭키스톤이 가진 포텐셜이 무엇일지 자연스럽게 기대되었다.
#
“이게 럭키스톤이군요.”
데이먼은 이미 그 상자를 방 한쪽에 쌓아두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럭키스톤은 200개 정도였고, 그것들 전부 한국으로 가져왔다.
상자 하나에 대략 열다섯 개 정도가 들어있었고, 그것 중 하나는 미리 개봉하여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상태였다.
나는 이미 럭키스톤을 알고 있었다.
번역된 말로 표현하면 ‘행운의 돌’.
바로 데이먼이 상용화한 럭키박스에 들어있던 돌이었다.
보통은 알려진 바와 달리 그것으로 절대 스킬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강화 능력을 통해 이미 여러 개의 스킬을 얻었다.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 모양과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럭키스톤은 확연히 달랐다.
돌의 크기는 비슷했지만, 이쪽이 훨씬 무겁고 기묘한 빛을 띠고 있다.
상용화된 행운의 돌은 전부 이걸 버려진 던전에 이식하여 생긴 부산물이었다.
오리지널보다 품고 있는 에너지와 효과가 훨씬 작을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품질 낮은 모조품이었던 셈.
내 말만 듣고 남은 럭키스톤을 전부 가지고 온 데이먼은 확실히 미국의 최초의 던전과 관련하여 영향력이 가장 큰 사람이었다.
“어떤 것 같소?”
나는 럭키스톤 하나를 감정해보았다.
즉시 빛이 발산하며 정보가 떠올랐다.
[최상급 행운의 돌(Lv 1)]
: 2.5%의 확률로 중급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다.
감정 결과는 놀라웠다.
일반 ‘행운의 돌’을 감정했을 때 그것은 여러 번 강화를 거쳐야 ‘최상급 행운의 돌’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처음부터 그 상태였다.
더구나 이름 옆에 레벨 표시가 붙어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했다.
레벨을 올리면 행운의 돌의 가치가 올라갈 거라는 뜻.
나는 ‘연속 강화’로 최초의 던전에서 직접 채굴된 럭키스톤을 강화했다.
번쩍!
번쩍!
번쩍!
여러 번 연속해서 빛이 터진 뒤 이것으로 만들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이 탄생했다.
[최상급 행운의 돌(Lv Max)]
: 100%의 확률로 상급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다.
결과는 심플했다.
그리고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럭키박스에 들어있던 ‘행운의 돌’은 최대로 강화해도 2.5퍼센트 확률로 중급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걸 사용했을 때 무조건 상급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데이먼은 아이처럼 조바심 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에게 결과를 말해주었다.
“제가 강화한 럭키스톤으로는 무조건 스킬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상급 스킬을요.”
“그게 정말이오??”
데이먼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왜 안 그렇겠는가?
내가 방금 한 말은 현실로 받아들이기에 너무 꿈같은 이야기였다.
“제가 감정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세상에……”
데이먼이 이마에 손을 얹고 털썩 의자에 등을 붙였다.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800개나 낭비하지 않는 건데. 뭐 하러 버려진 던전에 그걸 이식하는 실험을 했는지 몰라.”
“꼭 그렇게 보실 일도 아닙니다. 그것 덕분에 회장님과 제 인연이 이어진 것이니까요. 최초의 던전이 부활하면 이것과 같은 럭키스톤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테니 아까워할 일도 아닙니다.”
“이런이런……”
데이먼은 그 가치를 머릿속에 굴려보는 것 같았다.
“내가 가진 모든 던전을 팔아도 이 던전만큼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군. 헌터의 능력은 스킬을 통해 온전히 발휘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이 럭키스톤을 가질 수 있다면 모두 목숨을 걸고 달려들 거야. 얼마를 부르든 아까워하지 않을 테지.”
내 생각도 같았다.
다만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상급 스킬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여기서 어떤 스킬이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헌터의 클래스는 저마다 다르고, 마나의 특질도 각양각색이었다.
한 명의 헌터가 모든 종류의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는 일.
거기다 상급 스킬이라면 저항이 더 심할지도 몰랐다.
말 그대로 비싼 값을 치르고 사는 랜덤박스였다.
“저기……”
데이먼이 손바닥을 싹싹 비비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하나 사용해봐도 되나……?”
눈을 빛내면서 내게 물었다.
그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뻔했다.
얼마 전까지 마나중독증으로 고생했지만, 그도 어쨌거나 헌터였다.
헌터라면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새 스킬을 욕심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음……”
나는 데이먼이 과연 이 럭키스톤을 사용해도 될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앞서 떠올린 이유들 때문에 아주 위험한 일이 될 것 같았다.
“제발! 내 평생 부탁이네. 나도 각성했지만 헌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본 적이 없어. 등급도 등급이지만 스킬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지. 오늘을 위해 그토록 최초의 던전에 매달렸던 게 아닐까 싶네. 어떻게 안 될까?”
“회장님은 마나중독증에 걸렸었어요. 그만큼 마나 수용 능력이 낮다는 뜻입니다. 회장님이 다루기에 럭키스톤은 너무 상급 아이템이에요. 잘못하면 진짜 큰일이 날 수 있습니다.”
“끄으응……”
데이먼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팔걸이를 두드렸다.
나는 이 양반이 내 말만 듣고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자기 나름대로 방법을 구상하는 거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방법이 있을 리 없다는 입장이었다.
아무리 스킬이 욕심나더라도 그것을 목숨과 맞바꾼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한참 고민하던 데이먼이 갑자기 팔걸이를 탕! 내리쳤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떻게요?”
“자네 궁극의 포션을 만들 수 있지?”
“네.”
“그걸로 내 마나를 늘려주게. 파워스톤을 흡수하면 힘이 더 강해질 테지. 그러면 나도 럭키스톤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음……”
과연, 그렇게 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할 일이지만 새 스킬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어떤 헌터라도 무릅쓸 일이기도 했다.
“말린다고 회장님이 제 말을 들으실 것 같지 않네요. 다만 궁극의 포션도 상급 아이템인 만큼 회장님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메건을 옆에 두고 아이템을 사용하기로 하죠. 만약 궁극의 포션을 받아들이지 못하신다면 이 일은 깨끗이 포기하는 게 낫습니다. 약속하신다는 조건으로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인가??”
왠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절대 포기할 것 같지 않지만.
이미 모든 걸 가진 사람인데, 헌터로 강해지는 일에 이렇게까지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나도 헌터인 만큼 그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럭키스톤을 더 조사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