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108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108화
수도에 도착하고 대략 1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의 예상과는 다르게 조금 수도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나쁘진 않다.
「여긴 괜찮습니다, 도련님.」
집사가 그렇게 말하며, 뒤의 풍경을 보여 주었다.
통신 마도구 너머의 풍경.
당장 보기에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 사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꿈나무가 꽤 많이 자랐네?”
「예, 생명력이 넘치던데요.」
하긴, 수명이 짧은 만큼 그 성장력은 폭발적이니.
“그렇다면 슬슬 땅의 독기가 정화되긴 하겠네. 아마 계속 더 자랄 거야. 그냥 놔두면 알아서 독기들 정화시킬 테니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고.”
「알겠습니다.」
집사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가 말한 근력 훈련은 꾸준히 하고 있어? 집사야 뭘 해도 오래 살긴 했겠지만, 높은 경지에 오르려면 건강관리는 일단 필수란 말이지.”
「도련님.」
“어, 말해. 집사.”
「제가 대충 이번에 본격적으로 근력을 단련하며 깨달은 사실입니다만…….」
“어.”
「근력이라는 게 그렇게 하루아침에 길러지고 그런 게 아닙니다. 특히 저 같은 노인네에게는 더더욱 말이지요.」
집사는 침착한 목소리로 내게 팩트를 꽂아 넣었다.
「바랄 걸 바라셔야지.」
“아니, ‘어스름의 마법사’께서 그런 것도 힘들다 하시면.”
「어스름인지 부스름인지 마법사도 사람입니다, 사람!」
집사가 비통하게 소리쳤다.
「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좀 끄십쇼! 거, 한창 날릴 적에는 제가 마법사들 사이에서…….」
“어, 그래, 대단했다 치자.”
뭐, 사실은 사실일 것이다.
‘어스름의 마법사’는 8서클에 근접했다 알려진 대마도사.
소싯적의 집사는 아버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수준의 실력자였겠지.
그게 미래를 저당 잡혀 얻은 힘임을 제한다면.
“뭐, 그럼 집사는 그렇다 치고 리안은 어때?”
「리안 공자야, 뭐.」
잠시 집사가 얼굴을 찡그렸다.
「늘 그렇듯, 자기 자신과 싸운다고 해야 하나? 대충 그런 느낌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흠.”
「성장 속도가 무시무시합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1년 안에 마스터에 도달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럴 수도 있겠지.”
회귀 전에도 지크프리트를 제외하면, 가장 빠르게 마스터에 도달한 천재가 리안이다.
모든 조건이 갖춰진 지금이라면…… 확실히, 1년 안에 마스터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지.
‘녀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 미래와 겨루고 있을 터.’
그랜드 마스터에는 오르지 못했을지라도, 그 지척까지 도달했던 미래.
마스터라고 다 같은 마스터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검술의 마스터를 마법의 8서클로 비유하는 사람이 있지만, 좀 다르다.
마스터는 하나의 ‘초월점’.
마스터라 불린다 하여, 다 같은 마스터는 아닌 것이다.
리안은 마스터의 정점이었다.
“그 녀석이 필요하다는 게 있으면 전적으로 지원해 줘. 투자해서 나쁠 건 없는 놈이니.”
「예, 알겠습니다.」
집사는 내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사와의 이야기는 딱 거기까지.
난 통신 마도구를 끄고는 몸을 돌렸다.
창문 너머, 슬슬 해가 지고 있었다.
슬슬 준비를 할 때였다.
‘지금쯤이면 오고 있겠지.’
아버지는 어제 가문으로 복귀하셨다.
즉, 수도에 있는 발푸르기스는 나뿐이라는 소리.
후작은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동시에 부담스러워 한다.
아버지는 대가문의 주인 이전에 그 자신이 마법사의 정점에 가까운 대마도사였으니까.
그렇기에 아버지가 없는 지금을 노릴 것이다.
‘때마침, 아버지가 가문에 복귀하신 이유도 뭔가 일이 생겨서였지.’
과연 그게 우연일까.
아니, 그 졸렬한 작자라면 얼마든지 그러고도 남는다.
그런 생각과 함께 몸을 일으켰을 즈음.
“용사님.”
허공에서 갑작스레 헤도스가 나타났다.
“방금 전, 후작이 수도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냐.”
“어떻게 할까요?”
난 그런 헤도스의 물음에 피식 웃었다.
“뭘 어떻게 해. 놔둬.”
후작이 당장 어디로 향할지는 정해져 있다.
마이룬.
그자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지금 아들이 하는 건 명백히 선을 넘는 행위였을 터.
하지만 대놓고 그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을 테지. 자신이 아들에게서 그토록 숨기려는 치부니까.
“단란한 부자간의 대화를 방해할 필요는 없잖아?”
“……아.”
마이룬에게는 납득할 이유가 필요하다.
어째서 수도 암흑가를 수사해서는 안 되는지, 또 어째서 그 뒤에 있는 배후를 캐서는 안 되는 건지.
현 시점에서 마이룬은 아직 깊게 의심하는 단계는 아니다.
아주 작은 의문.
그 작은 의문이 그냥 사그라들지 아니면 선명한 의심으로 발전할지는 지금부터 봐야겠지.
“용사님께서는 그 켈리보스의 차남이 가문에 반하는 일을 할 거라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확신만 있다면.”
“……그리고 이번 그 부자간의 대화가 그 기폭제가 되리라 여기시는 거고요.”
난 헤도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봤으니까.
이미 난 켈리보스 후작이 제 아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어떻게 설득하는지 아니까.
“한번 잘 봐.”
난 씨익 웃으며 말했다.
“꽤 재밌는 결과가 나올 테니.”
* * *
“아버지.”
마이룬은 수도까지 찾아온 제 아버지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설마 자신을 믿지 못해 이렇게까지 하신단 말인가.
“여기는 갑자기 왜…….”
“네가 내 말을 진정 들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 때문만에 온 것은 아니다만.”
‘수도를 방문한 목적.’
길게 생각할 것은 없었다.
굳이 수도에 올 이유라고 한다면 생각나는 이유는 하나뿐.
용사.
그는 조용히 들어왔지만, 그 소식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 없다.
그때, 후작이 입을 열었다.
“내가 네 수도 조사를 막은 것이 그리도 불만이더냐.”
“가문의 명예를 높이는 일이었습니다.”
“하나,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 네 명예란 폐하를 지킴으로서 이뤄지는 것이다.”
후작은 검지로 탁자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다른 것을 원했다면, 굳이 널 황실 기사로 추천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네가 황실 기사에서 더 높이 가도록 손을 쓰지도 않았겠지. 난 네가 폐하를 통해 명예를 얻기를 원했다.”
“명예란 그것에만 있는 게…….”
“그 명예가 오롯이 네 명예만인 줄 아느냐. 네 명예는 우리 가문을 대표하는 것이다.”
“이미…… 가문은 명예롭지 않습니까, 아버지.”
“…….”
그 말에 후작은 잠시 침묵했다.
제 아들을 보는 그의 눈이 조금 매서워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얌전히 꼭두각시처럼 황실 기사 일에만 전념했다면 이렇게 신경을 쓸 일도 없었을 것을.
하지만 대놓고 밝힐 순 없다.
“대가문으로서의 위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황실의 도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나, 이건 폐하께서도 허락하신 황실 기사로서의…….”
“허락만 하셨을 뿐.”
후작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나, 그게 명예와 직결된다는 말씀도 하시지 않으셨지.”
후작 자신도 알고 있다.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이 웃기지도 않는 궤변이며, 기만에 불과하다는 사실 정도는.
하지만 상관없다.
궤변이건 뭐건 그럴듯해 보이는 구실이면 된다.
제 아들은 순진하다.
진정 이 가문이 온전히 명예만으로 쌓아 올려진 줄 착각하고 있을 정도로 멍청한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이 정도면.
“아버지.”
하나.
“전 명예가 그런 것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가문의 명예를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네놈.”
“폐하의 허락 하에, 황실 기사로서 남을 돕고 정의를 쫓는 것 또한 명예임을 믿을 뿐이지요. 이건, 제 방식입니다.”
“마이룬!”
쾅!
탁자를 치며 후작이 일어섰다.
“내가 말했다. 더 이상, 수도의 뒷일을 파헤치는 일은 하지 말라고! 가주의 명이라 했다!”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마이룬은 자신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면 쩔쩔매며 수긍하곤 했으니.
하지만.
“어째서입니까.”
“……!”
이번에는 달랐다.
마이룬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여태까지 늘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말에 따르는 입장이었던 아들이, 지금 똑바로 자신을 보고 있다.
“네가…….”
아들을 멈출 방법.
빌어먹게도 지금 아들을 멈춰 세울 그럴듯한 명분이 없다.
황제의 허락도 받았고.
심지어 제 3자의 눈으로 봤을 때 그 행위가 그릇되지도 않았다.
여전히 황실 기사라는 직책 또한 유지한 상태.
마이룬이 말했다.
“아버지의 명이 있었기에, 그 후로 필요 이상으로 암흑가를 들쑤시진 않았습니다. 대신 남은 시간 동안 생각을 했지요.”
그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어째서 제가 암흑가를 조사하는 것을 막으시는지. 혹여, 가문에서 암흑가에 무언가 약점이 잡힌 것이 있는지…….”
쓴 감정이 입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위대한 제 가문이 한낱 무뢰배들에게 약점을 작힐 일은 없다 여겼습니다.”
“지금, 넌 우리 가문이 그리 나약하다 말할 셈인 게냐.”
“그건…….”
마이룬의 입가가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아닙니다.”
고개를 숙였다.
“하나, 알고 싶은 겁니다. 아버지께서 왜 제 암흑가 조사를 막고 계시는지. 명예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다른 이유 같은 건 없다.”
후작은 단호히 대답했다.
그런 아버지의 대답에 마이룬은 잠시 머뭇거렸다.
아버지의 장담에는 정말 다른 이유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 하지만.”
“하지만?”
“암흑가를 뒤지던 와중 가문의 상징이 그려진 손수건을 보았습니다. 혹시라도…….”
그 순간.
“……뭐?”
마이룬의 시선이 잠시 멈칫한 제 아버지를 훑고 지나갔다.
그는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순진하지만 눈치까지 없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빠른 편이었다.
순간 아버지가 보인 반응이 어떤 의미인지, 마이룬은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졌다.
애써 수면 밑으로 가라앉혀 두었던 의심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아버지, 그건.”
“놈들의 농간일 것이다.”
후작은 빠르게 표정을 정리했다.
그러고는 얼굴을 찡그리며, 오히려 제 아들을 타박했다.
“놈들의 얕은 수작이지. 괜히 대가문과 엮어, 제 웃기지도 않는 뱃속을 채우려는 음모. 하찮은 것들이 좋아하는 방법이다.”
“……그렇습니까.”
“네가 그런 의심에 빠져들 것이라 여긴 것이다. 적어도, 넌 아직 그런 일을 할 정도로 준비가 되지 않았어. 설령 하더라도 네가 준비된 뒤에…….”
“그렇다면, 괜찮습니다.”
마이룬은 후작의 말을 끊었다.
잠시 후작의 표정에 불쾌감이 깃들었으나 빠르게 사라졌다.
“……무슨 말이더냐.”
“제 부족함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믿을 만한 분에게 따로 협력을 구했으니…….”
“협력?”
“예, 용사님께 부탁드렸지요.”
그 말대로였다.
며칠 전, 후작의 말을 들은 후 그는 용사, 미하일에게 암흑가의 진상 조사를 부탁했다.
황제의 명에 따라, ‘황실 기사’의 의무를 부탁한 것이다.
마이룬의 눈이 제 아버지를 살폈다.
후작 본인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히.
하지만 후작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후작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용사라면 미하일 발푸르기스 말이구나. 하필, 발푸르기스에게 손을 내민 게냐.”
후작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황한 기색 따위는 전혀 없다.
그저 그런 소식을 들었다는 것 정도의 반응.
하지만 마이룬은 알았다.
제아무리 아버지라도 눈만큼은 숨길 수 없다.
어지간해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아버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주 찰나.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 사실에 조금 탄식하면서도, 마이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리 가문이 발푸르기스와 그리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런 일을 독단으로 저질렀다…….”
“발푸르기스가 아닌 용사님께 이번 일을 부탁드린 겁니다.”
“그 둘이 다른 것처럼 말하는구나. 결코 다르지 않거늘.”
“다르지요. 발푸르기스는 몰라도, 용사는 신용할 수 있으니.”
불쾌하다.
동시에 조금은 조급해졌다.
후작은 미하일이 암흑가를 조사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적지 않게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드러내진 않았지만.
어쨌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다.
다른 건 몰라도 그 발푸르기스가 가문과의 단서를 찾게 둘 수는 없으니.
‘설마 놈이…….’
미하일은 무언가 알고 있다.
놈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
어쩌면 자신이 제 발로 놈이 짜놓은 함정에 걸어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미하일 발푸르기스.’
보이지 않는 후작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너무 거슬리는군. 정말로.’
그때 즈음.
한창 생각에 빠져 있던 그는 제 아들의 눈을 보지 못했다.
보았다면, 좀 더 그럴듯하게 행동했을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자신에게만 들릴, 자그만 목소리로 마이룬이 중얼거렸다.
의심 가득한 눈으로 제 아버지를 바라보며, 그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 * *
그리고 그 시각.
“재밌네.”
그 모든 상황을 헤도스로부터 전해 들은 미하일이 웃었다.
“하긴, 아무리 후작이라 해도 아들까지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는 법이니.”
하긴, 뭐 어쩌겠어.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미하일은 키득댔다.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슬슬 움직일 때인가.”
그래.
부자 사이에 깊어진 골에 추가로 소금을 뿌릴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