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28
127화.
명품다워야 명품이죠.
성현우는 사건을 해결 후에도 한동안 3관과 프리미엄 리조트를 오가며 업무를 보았다.
미래호텔이었던 1관은 팀장부터 시작했던 곳이다.
객실부터 레스토랑, 연회장, 부대시설 외에 회원모집, 고객관리까지 모든 것을 주도했었다.
2관은 월드컵 전용 호텔로 VIP 숙박과 월드컵 공식행사를 직접 맡았다.
반면 3관인 남산호텔은 HY컨텐츠가 그룹화가 되며 인수한 곳이어서 각 업장을 직접 챙기고 관여하지 못했다.
프리미엄 리조트도 큰 결정만 할 뿐 내부살림은 우지현이 맡고 있었다.
성현우는 이번 기회에 3관과 프리미엄 리조트를 좀 더 챙기고자 대형 연회와 골프대회를 직접 이끌었다.
3관에 새로 온 부총지배인은 성현우의 업무 스타일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총지배인이라고 해도 호텔 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데 GM은 정말 다르십니다.”
“그래요?”
“솔직히 저는 조명이나 음향 같은 시설 쪽에서 약한 편인데 GM께서는 실내 수영장 쪽 시설까지 잘 아시네요. 아무래도 제가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후 3관 부총지배인은 호텔 내 모든 시설을 직접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시설팀장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어머니 등장에 모든 일이 다 바늘방석이겠지만 호텔을 이끄는 사람이 아주 작은 곳 하나하나까지 다 아는 것만큼 호텔 운영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프리미엄 리조트도 리조트와 골프장을 다 이용할 수 있는 골프대회를 직접 이끌며 리조트 모든 곳을 챙겼다.
그동안 우지현은 성현우를 따라다니며 부족한 현장 감각을 익히느라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동안 1관과 2관 부총지배인들은 성현우에 대한 의존도를 조금씩 줄여갔다.
물론 그것도 성현우의 의도였고 그 어떤 곳에서도 단 하나의 삐걱거림 없이 잘 운영되었다.
* * *
그러나 딱 한 곳만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 속에 위태로움을 감추고 있었다.
바로 HY인터내셔널 호텔 회원들이었다.
회원대표는 성현우와의 면담에서 회원 자격이 없는 자들의 명단과 그들의 행태를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최대한 시간을 내서 회원들과 직접 만나보았고 상황을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그런 그가 HY 회원모임 총무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내 생각에는 대표께서 내린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회원은 없을 거예요. 오히려 대부분 반길 겁니다. 그러니까 마음먹은 대로 하셔도 됩니다.”
“총무께서는 그 회원이 기획한 사기 사건이 내 생각 이상이라는 건가요?”
“금융 쪽이 워낙 미래를 알 수 없는 거긴 하지만 그분이 주장하는 게 너무 그럴듯해요. 벌써 회원들 30%가 그분과 따로 만났는데……. 회원들이 투자를 최종결정하면 수백억이 그분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 회원이 한국 상황을 은밀히 정리하는 것도 미덥지 않고요.”
“알았습니다. 그 회원은 내가 정리하죠. 아마 그 회원과 뜻을 함께했던 분과 저질 매너를 보였던 분들도 함께 정리될 겁니다.”
다음날, 회원대표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회원을 제외하고 다른 회원들에게만 공지를 보냈다.
회원들이 모두 모이는 회원의 날 행사 공지였다.
다른 때는 인사말에 ‘HY인터내셔널 호텔 모든 회원께 알립니다.’로 시작했지만, 이번만큼은 ‘모든’을 뺀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예민한 회원 몇 명은 회원대표가 중요한 결정을 했음을 인지했다.
그렇다고 그것을 대놓고 물을 사람들도 아니어서 대부분은 그것에 대한 대화도 자제한 채 넘어갔다.
얼마 후, 매년 같은 시기에 온 공지를 못 받은 회원이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그에게 회원의 날 행사는 아직 투자를 결정하지 못한 회원의 사인을 받아낼 유일한 자리였다.
이미 투자를 결정한 회원을 통해 새 고객을 모집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HY 회원의 날 행사는 재계가 주목하는 행사다.
정·재계 유력인사들만 모인 만큼 회원의 날 행사에서 나온 말들이 각 기업의 의사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회원들의 발언과 결정은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신뢰성을 갖고 있었고 HY 회원들의 참여만큼 좋은 홍보 수단도 없었다.
그런 모임의 초청장이 도착하지 않은 것이었다.
블랙리스트의 가장 중심점에 있는 회원이 회원대표를 찾아갔다.
그는 아주 여유 있는 표정으로 여러 말을 하다가 슬쩍 본론을 꺼냈다.
“대표님 사업이 번창하신 만큼 대표님도 바쁘셨던 것 같네요. 대표님, 제게는 회원의 날 초청장을 직접 주시겠습니까? 대표님 직원이 실수를 했는지 제게는 도착하지 않았더군요.”
그 말에 회원대표는 더 여유 있게 말했다.
“회원님께는 일부러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회원의 날 행사 때는 참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엄연한 HY 회원인 제가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의 날 행사도 있단 말인가요?”
“올해부터는 회원 명예를 실추시킨 회원들을 배제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이번 행사 때는 다른 일정을 잡으시죠.”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내가 회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건가요?”
그 말에 회원대표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서류 하나를 내놓았다.
그가 회원들의 투자를 유치했을 때 내놓았던 자료와 미국 금융권이 만들어놓은 자료였다.
원래 사기는 가장 믿는 사람에게 당하는 법.
나중에 알고 보면 왜 그렇게 바보스러웠을까 하며 후회하지만 사기를 당할 때는 다른 때 보였던 영민함이 사라지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희한하게 인생 내내 성공 가도를 달렸던 사람들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경우가 많았다.
회원대표는 목소리를 낮추며 입을 열었다.
“회원께서는 미국에서 만들어놓은 자료에서 마이너스 부분을 교묘히 빼놓으셨더군요.”
“원래 투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법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건 맞지만 어떤 투자든 위험성을 고지할 의무는 있습니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조작된 보고서는 특히 더!”
회원대표는 파일 하나를 더 내놓았다.
회원들의 투자 내역을 밝히며 다른 투자자를 모집한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HY회원들의 이름을 팔아서 더 큰 사기를 치려는 증거인 셈이었다.
블랙리스트 회원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눈빛은 이미 뱀의 그것처럼 교활하게 바뀌어 있었다.
“당신 맘대로 근거를 만들어서 나를 모함하려는 것 같은데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고 지금 까부는 거야?”
그 말에 회원대표는 장관을 역임한 국회의원 명함을 내놓았다.
“이 사람을 믿고 까부는 모양인데 이것 하나만 알았으면 좋겠군요. 호텔 오너인 성현우가 이번 회원의 날 행사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입니다.”
“아무리 호텔 오너라고 해도 회원들 개인적인 투자까지 상관할 권리는 없어!”
“얼마 전 역대급 망신을 당한 자가 성현우 GM의 전화 한 통에 날아간 건 회원께서도 들었을 텐데요?”
“……!”
“지금 성 GM은 HY를 전 세계 유력인사들이 이용하는 명품 호텔로 만들고 있어요. 그런 곳에 사기나 치는 당신 같은 사람이 어울리기나 할까요?”
“사…사기?”
“두 달 후 당신이 한 행동이 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나면 오늘 내가 한 발언과 행동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죠. 단, 당신이 우리 회원들에게 사기를 친 게 드러나면 당신을 지구 끝까지 쫓아갈 사람이 꽤 된다는 것만 알았으면 합니다.”
회원대표는 그 말과 함께 회원들의 투자를 모두 취소처리 하겠다는 각서를 내놓았다.
바로 사인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기꾼은 아무 말 없이 회원대표 방을 벗어났다.
* * *
얼마 후, 회원의 날 행사가 열렸다.
연회장 주변에는 호텔 보안직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회원대표가 요청한 직원들이었는데 초청장을 받은 회원들은 왜 보안직원들이 배치되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연회를 즐기는데 한 회원이 연회장 앞에서 가로막혔다.
그는 초청장을 제시 못 한 회원이자 호텔에서 개매너로 유명한 자였다.
그가 막 큰소리를 내려 하자 또 한 명의 회원이 보안직원들에게 제재당했다.
그는 회원명부의 부인이 들어갈 자리에 내연녀를 올려놓고 뻔뻔히 부부행세를 한 중견기업 오너였다.
약 5분 후, 두 명이 보안요원에게 가로막혔다.
그중 한 명은 회원들에게 돈 거래 요구에 이어 자기 기업과의 거래를 무조건 밀어붙였던 자였다.
나머지 한 명은 자기 자식이 폭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야구 방망이를 들고 직접 폭력사태를 일으킨 자였다.
이후 몇 명이 보안요원에게 제재당한 채 그대로 돌아갔다.
그런 그들이 호텔 밖 레스토랑에 모였다.
그들은 쓰디쓴 커피를 마시며 자조적인 말투로 말했다.
“전부 다 성현우가 기획한 거겠죠?”
“그러겠지요. 이제는 호텔이 회원들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회원이 호텔 오너의 눈치를 봐야 하나 봅니다.”
“상대가 성현우요. 전직 국회의원도 날리는 거 봤잖소. 우리가 우리한테 어울리지 않는 곳을 욕심낸 거요.”
이후 그들은 스스로 회원 탈퇴를 선언했다.
단, 회원들에게 대규모 사기를 치려던 자는 강제 탈퇴 조치를 받았다.
회원의 날 행사 일주일 후 회원대표가 성현우를 찾아왔다.
성현우는 탈퇴명단을 보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 자리 다른 회원으로 채우지 말고 그냥 비워두는 게 어떨까요?”
얼마 후, 성현우의 말이 전 회원들에게 전해졌고 회원들의 충성도는 더 높아졌다.
그때 한 언론에서 ‘명품 호텔, 명품 고객’이란 타이틀로 HY인터내셔널 호텔을 취재했다.
그들은 HY 회원들이 호텔과 다른 회원, 직원까지 존중하는 태도를 두고 진정한 명품 매너라고 했다.
성현우는 비서실장이 보고한 기사를 들으며 입을 열었다.
“김 실장, 명품 호텔이면 전 세계 호텔 업계를 리드해 나가야겠죠?”
“혹시 다른 계획이 있으십니까?”
“사람들이 보고 신기해할 걸 내놓고 싶네요. 아마 한 달쯤 후면 김 실장도 볼 수 있을 거예요.”
이후 그는 S전자 사장에게 전화했다.
“사장님, 내일 저녁에는 시제품을 볼 수 있겠죠?”
S전자 사장 정도면 웬만한 정계 사람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성현우에게 꼼짝없이 대답했다.
[내일 저녁 회장님과의 식사 때 볼 수 있을 겁니다. 덕분에 우리 연구원들은 10년 연구할 걸 단 1년 만에 끝냈네요.]“연구원들을 위한 선물은 따로 준비했습니다. 사장님 선물은 회장님께서 준비하실 겁니다.”
성현우는 전화를 끊은 후 이건호와 통화했다.
그의 앞에는 S전자 사장이 있는 모양이었다.
[전자 사장 선물은 내가 준비할 거라고 했다지?]“승진이라는 선물처럼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요?”
[자네는 이번에 개발한 게 전자 사장을 승진까지 하게 할 정도라고 생각하나?]“그건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 * *
다음날, 두 사람은 S그룹 회장실 내 다이닝룸에서 마주했다.
그들 앞에는 최상급 스테이크가 놓여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새로 개발한 것에 쏠려있었다.
한참 동안 그것을 보던 이건호가 입을 열었다.
“저걸 호텔에만 둘 것으로 개발하라고 했던 건 아닐 테지?”
“회장님, 저게 상용화가 되면 호텔 외에 래미인 프레스티지 아파트부터 배치할 겁니다.”
“…….”
“그 전에 S의료원이나 반도체 공장을 비롯한 각 사업장에 배치되지 않을까요?”
“그게 끝인가?”
“추후 선보일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저 기기의 행동을 더 자연스럽게 컨트롤하게 될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이건호가 그것을 더 바라보았다.
이후 그는 S전자 사장을 내보낸 후 입을 열었다.
“우 회장 둘째 아들 딸이 대학생만 되었어도 저건 L그룹으로 갔겠지?”
“……!”
“자네 솔직히 말해보게. 우리 쪽에 저걸 만들라고 한 건 순전히 윤희 때문 아닌가? 자네 윤희랑 사귄 게 언제부턴가? 1년이 아니라 그 이상일 것 같은데?”
그 말에 성현우는 얼굴도 붉히지 않은 채 말했다.
“회장님께서 HY루이비통 호텔 공동 투자자셔서 제안한 겁니다.”
“그 외에 다른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우리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 때 제2의 숙소로 HY 프랑스관을 잡아주세요. 아무래도 프랑스놈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아르노 회장이 궁지에 몰렸나?”
“루이비통 호텔에 HY를 붙인 걸 가지고 그룹 내 브랜드들이 쿠데타를 일으킬 모양입니다.”
성현우의 말을 들은 이건호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르노를 도와준 후 얻어낼 게 뭔가? 설마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반장 도와주고 선행상 정도에 만족할 속셈은 아니겠지?”
“루이비통이 HY를 선택한 게 아니라 HY가 루이비통을 선택하는 것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HY뿐만 아니라 S그룹도 명품반열 이상으로 올라가게 될 겁니다.”
“단순히 아르노 회장 기 좀 꺾었다고 그게 가능할까?”
그 말을 하는 이건호의 눈빛에는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할지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었다.
성현우는 더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10년 후 LVMH그룹 주식 가치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상승할 겁니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질 거라는 말이군. 자네는 호텔을 명품 이상으로 만들어서 단순한 호텔그룹 그 이상을 가지려는 것이고.”
“S그룹도 그 덕을 볼 겁니다. 제가 투자자에 대한 예우는 아주 잘하거든요.”
성현우는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이건호는 그런 상대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재계에서는 S그룹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역대 회장들의 자신만만함과 과감한 투자가 그룹을 이만큼 이끌었다고.
그런데 지금 눈앞의 사내는 전성기 시절 자신이 가졌던 것 이상의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이건호는 그런 사내를 사로잡은 막내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포크를 들었다.
성현우는 그런 그를 더 기쁘게 할 말을 했다.
“아버님, 다 식은 걸 드시려고요? 그러지 마시고 저와 와인 한잔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