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44
43화.
미래호텔 첫 위기. (2)
조리실에는 휴무인 조만식도 나와 있었다.
그의 얼굴은 미소를 띠며 농담을 하던 평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각 잡힌 자세, 성현우와 시선을 못 맞추는 모습에서는 그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조리실과 식음 직원의 퇴근을 막아놓은 것으로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성현우는 조만식을 향해 말했다.
“이번 사태는 제가 해결했으면 하는데요. 실장님, 어떠십니까?”
“그렇게 하시죠.”
“그럼 제 옆에 서세요.”
성현우는 조만식이 옆에 선후 모두를 바라보았다.
쉐프와 식음직원들까지 하면 150명이 넘는다.
지금 그중 절반이 모여 있었다.
나머지는 뷔페 레스토랑과 연회장 정리 중이다.
단, 연회장에 제공된 요리와 서비스를 담당했던 직원은 모두 있는 상태다.
성현우는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늘 SKK 회장께서 주최하신 연회가 우리 호텔에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메인요리가 서비스되기 전 VIP 테이블로 나갈 스테이크가 오염된 고기로 조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상황은 모두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성현우의 말에 모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표정이 같은 건 아니었다.
절반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없음과 허탈함을, 나머지는 주위를 보며 분노를 나타냈다.
몇 명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성현우는 모두를 바라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사장님께 보고했고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와 징계에 관한 권한까지 위임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첫 번째 절차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후우!”
“죽었다!”
몇 명의 직원이 한탄을 쏟아냈지만 그건 분위기상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나는 이 자리에 오기 전 지원팀장께 식자재 입고현황과 식자재 업체의 위생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식자재 업체의 부주의 때문에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결과가 나오면 그 업체에 대한 고발과 함께 우리 호텔 이미지 실추와 SKK 임원과 우리 직원들에 대한 심리적 위축과 긴장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겁니다.”
성현우의 말에 모두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호텔에서 식중독이나 조리상 실수가 아예 안 일어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호텔은 이미지 싸움이다.
특히 식음은 호텔 이미지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그래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최대한 쉬쉬하며 일을 처리한다.
직원에 대한 징계도 사직서로 마무리하고 피해자에 대해 보상금 지급도 비밀누설을 차단을 가장 우선으로 진행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이번 일도 그렇게 처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성현우는 정식고발과 함께 손해배상 절차까지 원칙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거다.
그것을 깨달은 직원들이 더 크게 웅성거렸다.
그런데 성현우의 다음 말은 그들의 웅성거림을 바로 멈추게 했다.
“나는 오늘 일을 여러분의 실수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텔 규정상 상한 음식이 발견되면 조리실과 쉐프의 위생, 식자재 유통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출근한 쉐프와 식음 직원들의 피검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피검사?”
“설마?”
직원들이 서로를 보며 수군거렸다.
아르바이트 쉐프들은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텔에서 식음 관련 사고 발생 시 쉐프와 식음 직원들의 피검사를 시행한 일은 없었다.
식자재와 기물 위생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가끔은 직원들 유니폼과 이동 동선을 조사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직원들 피검사는 처음 들어본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조리실장 조만식과 식음팀장 정순정도 성현우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직원들 피검사는 용의자를 호텔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시간벌기 수단이었다.
즉, 직원들이 반발한다고 해도 철회할 생각이 없었다.
성현우는 더 힘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울러 여러분의 출퇴근과 외출 기록도 조사할 겁니다. 조사 중 기분 나쁜 느낌을 받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쉐프 한 명의 머리가 툭 떨어졌다.
성현우는 그를 짧게 주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서로를 보며 수군거리느라 그 쉐프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 * *
그 시각, 감사팀 직원들은 CCTV를 통해 직원 동선을 살피고 있었다.
미래호텔의 직원 동선은 한곳으로 집중된다.
그런데 쉐프들은 다르다.
식자재 트럭이 들어오는 별도 출입구부터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 뷔페 레스토랑과 직원식당, 연회장, Bar까지.
호텔 전반을 누비게 된다.
가끔은 룸서비스에 동행하기도 한다.
그래서 호텔 모든 CCTV를 뒤지는데 황선호가 의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박 대리님, 식자재 창고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곳 있잖아요? 거기 2시 반부터 3시까지 영상이 없는데요?”
“뭐어?”
이후 박진성은 CCTV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성현우에게 문자를 남긴 후 바로 프로그래머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CCTV는 원래 한곳에서 영상을 보관한다.
하지만 그가 감사팀으로 이동 후 호텔 전체 CCTV 파일을 바로 복구하도록 만들어 놓았고 따로 백업까지 받아놓도록 했다.
물론 그것은 성현우의 지시였다.
잠시 후, 박진성은 황선호와 함께 시설팀 내 CCTV 관리 사무실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감사팀과 지원팀장, 시설팀장만 하는 비밀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당연히 이것도 성현우의 지시였다.
약 10분 후, 박진성은 성현우에게 문자와 사진을 보냈다.
-범인은 그쪽에 있습니다. 파일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성현우는 그 문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인근 병원 간호사가 호텔에 도착했다.
간호사는 지원팀이 따로 마련한 공간에서 주사기를 빼 들었고 대기하던 직원들은 하나둘 팔을 걷기 시작했다.
성현우는 그중 한 명을 주시했다.
그리고 바로 그의 이력서를 체크, 차량으로 향했다.
* * *
남산호텔 지원팀장은 성현우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동종업계라고 하지만 다른 호텔의 팀장이 미리 연락도 없이 사무실을 쳐들어오는 건 아주 큰 결례다.
그런데 남산호텔 지원팀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계속 지을 수 없었다.
성현우가 내놓은 이력서가 아무래도 수상했기 때문이다.
“성 팀장님, 제게 이걸 왜 보여주시는 겁니까?”
“이 직원 남산호텔 소속 맞습니까?”
“맞긴 한데요. 저희 호텔 쉐프 이력서를 왜 미래호텔 팀장이 들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이 쉐프가 그쪽에 입사 지원이라도 했나요? 그러면 채용하든 떨어뜨리든 미래호텔이 알아서 할 일인 것 같은데요?”
“입사 지원한 이력서면 그냥 찢어버리고 말지 이렇게 들고 오진 않았겠죠.”
“……!”
“하나만 더 확인하죠. 오늘 이 쉐프, 근무일인가요?”
“잠깐만요.”
잠시 후 남산호텔 지원팀장은 오늘 그가 휴가를 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은 더 묘해졌다.
아무래도 이 쉐프와 관련된 사건이 미래호텔에서 벌어졌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그래서 슬며시 휴대폰을 들려는데 성현우가 입을 열었다.
“이 쉐프가 우리 호텔에 아르바이트를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남산호텔은 재직 중인 직원들의 아르바이트를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맞나요?”
“……네, 그렇긴 합니다만. 성 팀장님, 이제 그만 용건을 말씀하시겠습니까? 혹시 이 쉐프가 그쪽에서 사고를 쳤나요? 그래서 항의차…….”
“총지배인님을 불러주시죠.”
“……!”
“이 문제는 팀장님이 아니라 총지배인과 얘기할 사안입니다. 연락해주시죠.”
그런데 성현우가 한 번 더 말해도 지원팀장은 그대로 있었다.
아마도 자기가 해결하고 싶었으리라.
그게 아니면 팀장 주제에 총지배인을 불러달라는 성현우의 요구가 불쾌했을 수 있다.
성현우는 휴대폰을 들었다.
상대는 남산호텔 서건중 총지배인이었다.
“총지배인님, 오늘 SKK 회장님 식사 총지배인님 덕에 아주 잘 치러졌습니다. 그 보답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요? 제가 직접 경찰서에 전화를 할까요? 아니면 SKK 회장님댁에 찾아뵐까요?”
그 말에 지원팀장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약 5분 후, 서건중 총지배인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는 성현우의 설명을 끝까지 모른 척했다.
“이봐요! 성 팀장, 들어보니 그쪽에 대형사건이 터진 것 같은데 그건 그쪽에서 해결해야 할 일 아닌가요? 성 팀장이 호텔 생활이 얼마 안 돼서 모르는 모양인데 호텔에서 이런 일은 한 번씩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호텔로 돌아가서 사태 해결에 힘쓰세요. 조금 전에 내게 말했던 것처럼 SKK 회장댁에 직접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 같네요.”
그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은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 그의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우리 쉐프가 우리 호텔 규정을 어기고 그쪽에 간 걸 왜 우리에게 말하는 겁니까? 성 팀장님, 아무리 우리 쉐프가 실수했다고 해도 일개 쉐프의 잘못을 어떻게 총지배인까지 알겠어요? 그만하면 되었으니 어서 돌아가세요.”
“계속 이렇게 나오실 겁니까?”
“하아! 이분 정말 말이 안 통하네. 여보세요, 성 팀장. 그럼, 사람을 잘 보고 뽑지 왜 아무나 뽑았습니까?”
비서실장의 말이 끝나자 총지배인과 지원팀장이 고소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때 성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팀장님이 지목하신 아르바이트 쉐프가 장염 증세가 있다고 합니다.]“그렇군요. 그럼 지금 바로 고발 조치하세요. 그에게 준 우리 호텔 규정과 그 사람 사인이 있으면 될 겁니다.”
성현우의 말이 끝나자 앞의 세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
성현우는 서건중에게 CD 하나를 내놓았다.
“이것까지는 내놓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요. 총지배인님께서 직접 확인해보시죠.”
“이게 뭐요?”
“확인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아니면 바로 경찰서로 넘길까요? 아! 기자들도 아주 좋아할 것 같네요.”
성현우의 말이 끝나자 남산호텔 지원팀장이 움직였다.
잠시 후, 남산호텔 총지배인과 비서실장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지원팀장은 총지배인을 쳐다본 후 머리를 떨어뜨렸다.
그 파일은 아르바이트 쉐프가 외출했을 당시의 동선이 담긴 것이었다.
그런데 CCTV가 화질이 너무 좋은 나머지 그의 아르바이트 복장 속에 입은 흰색 티의 남산호텔 로고와 그가 손에 든 검은 비닐 속 정체를 아주 잘 유추할 수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가 접근한 자동차 번호판은 더 선명히 보였다.
“이 차량 번호판 조사해볼까요?”
성현우의 말에 서건중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그런데 그의 표정에는 미안함보다 애송이에게 재수 없게 걸렸다는 분노가 들어있었다.
성현우는 더 여유 있게 말했다.
“총지배인님, 원칙대로 할까요? 아니면 저와 미래호텔에 정식으로 사과하시겠습니까?”
“…….”
성현우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기다렸다.
한참 후, 서건중이 입을 열었다.
“내 사과를 받아주겠소? 정말 미안하오.”
“아니요. 제가 아니라 미래호텔 조리실 전 직원에게 사과하세요.”
그 말에 비서실장이 발끈했다.
하지만 서건중은 그러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제의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총지배인님의 사과는 최대한 비밀에 부치죠.”
1시간 후, 서건중은 조만식과 마주했다.
모든 쉐프 앞에서 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하는 사과로 족하다는 조만식의 의견이었다.
“조리실장과 쉐프들에게 미안하오. 우리 쉐프가 잘못된 생각을 한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어쨌든 그런 사람을 데리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하오.”
서건중은 끝까지 발뺌하려고 했고 조만식은 성현우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서건중이 돌아간 후 조만식이 입을 열었다.
“성 팀장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난 이 정도로 끝냈으면 좋겠어.”
“분하지도 않으세요?”
“내 조리실에서 일어난 일인데 왜 분하지 않겠어?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사과까지 했잖아. 성 팀장도 SKK 회장에게 깨진 것 아니니까 우리 그냥 이렇게 넘어가세.”
그는 그 말을 하며 성현우의 팔을 잡았다.
성현우도 일단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그러나 그 소문은 몇 시간도 안 되어 서울 모든 호텔에 퍼졌다.
* * *
다음 날, 성현우는 스위트룸에 올라갔다.
그곳에는 우원호가 앉아있었다.
우원호는 성현우에게 바로 용건을 꺼냈다.
“서건중 코를 납작하게 했다지?”
“잘못을 인정했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나도 뭐, 남산호텔이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야. 홍 실장 말 들으니까 전임 장관 믿고 설치는 모습이 꼴사나웠다고 하더군. 총수들에게는 안 그런데 임원들도 우습게 보고 그랬나 봐. 하여튼 비싼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사람들은 자기 자체가 비싼 것처럼 착각을 해.”
우원호는 성현우에게 더 이상 비싸게 굴지 말라는 말을 돌려서 했다.
그러나 성현우는 그를 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저를 걱정해주시는 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와 제 호텔을 이상한 방법으로 다루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우원호는 차를 한 모금한 후 입을 열었다.
“성 팀장, 서건중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아나?”
“남산호텔 위상을 지키고 싶었겠지요.”
“그래. 그래도 방법은 한참 잘못되었지. 그런데 그게 서건중 그릇이야. 만약 자네가 나서지 않았어도 서건중은 퇴출되었을 걸세.”
“제게 적을 만들지 말라는 말씀이십니까?”
“이번 일은 이렇게 끝내.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은 피하는 게 좋아.”
성현우는 그 말을 하는 우원호의 눈빛을 보았다.
따뜻했다.
마치 손자에게 조언하는 품 넓은 할아버지 같았다.
지금 우원호는 자신이 호텔 업계의 이단아가 되는 것을 막고 싶은 것이었다.
실제로 여러 사람이 잘난 사람 한 명을 바보 만드는 건 쉽다.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일 때 통용되는 거다.
자신처럼 미래를 알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현우는 우원호에게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저를 생각해주시는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회장님께서 해주신 조언도 깊이 새기겠습니다.”
그런데 성현우는 들었다.
우원호의 진짜 속내를.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