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43
42화.
미래호텔 첫 위기. (1)
정홍준은 프리미엄 리조트 홍보관과 부대시설을 둘러본 후 더 만족해했다.
“홍보관만 봐도 프리미엄 리조트가 어떻게 운영될지 알겠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아주 좋아할 스타일입니다.”
그는 특히 리조트 곳곳에 배치된 컨퍼런스룸과 휴게공간을 마음에 들어 했다.
기업 총수의 특성상 쉬는 게 쉬는 게 아닐 수 있다.
그래서 휴가를 와서도 회의를 할 때가 많은데 프리미엄 리조트는 즉석에서 회의할 장소는 물론이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긴 공간도 꽤 있었다.
또 여러 스포츠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부대시설은 스포츠광인 그에게는 딱 맞는 곳이었다.
정홍준은 비서에게 다음 스케줄을 조정하라는 지시를 한 후 바로 클라이밍장에 들어섰다.
성현우는 그에게 아버지를 케어했던 트레이너를 붙였다.
30분 후, 그는 하체 훈련을 해야겠다며 땀을 흘리는 모습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사격장으로 이동했다.
소총 연사부터 한발씩 장전하는 저격총까지, 정홍준은 정말 다양하게 즐겼다.
그리고 성현우에게 처음으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게 실탄이었으면……. 성 팀장, 내가 과한 걸 바란 거죠?”
“미국에 호텔을 내면 고려해보겠습니다.”
“하하하! 호텔에서 실탄이라뇨. 성 팀장 농담도 할 줄 아네요? 비비탄이라도 스트레스는 풀렸어요.”
그때 그의 비서가 다가왔다.
“회장님, 지금 이동하지 않으시면 장관님께 더 큰 결례를 드릴 수 있습니다.”
비서의 말을 들은 정홍준은 비서가 아닌 성현우를 보았다.
“오늘 성 팀장 덕분에 좋은 시간 보냈어요. 다음에 또 봅시다.”
다음날, 대한축구협회는 다음 달 FIFA 회장 일행의 숙박을 미래호텔로 변경했다는 내용을 남산호텔로 전달했다.
남산호텔 직원은 그 소식을 서건종 총지배인에게 즉시 알렸다.
“FIFA 회장 숙박을 미래호텔로 변경해? 축구협회에서 정말 그렇게 연락했단 말이지?”
[네. 정홍준 회장님의 결정이라고 했습니다.]“하!”
서건종 총지배인은 허탈한 표정을 한 채 휴대폰을 놓았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자신이 총지배인 자리에 앉은 후 남산호텔은 서울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이 되었다.
그 결과 한국을 찾는 국빈들도 여럿 모실 수 있었고 호텔의 위상은 점점 높아졌다.
몇 해 전에는 외국 유명 매거진에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로 소개되기까지 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경쟁호텔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S호텔은 S그룹의 위상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다른 체인 호텔들도 리모델링을 단행하며 남산호텔을 위협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남산호텔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귀빈들의 인터뷰 시 남산호텔의 고풍스러운 매력과 우아한 서비스에 대한 칭찬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S호텔은 회장 장녀를 호텔 상무로 발령 내는 승부수를 뒀지만 바로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이 회장 장녀는 호텔 인근 부지에 다른 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기 남산호텔에 적수가 될 만한 호텔은 없다고 봐야 했다.
그중 미래호텔은 말만 특1급이라는 그저 그런 호텔이었다.
한때는 모텔급 요금을 받기로 유명했고 협력사에 제때 결제를 하지 않아 협력사가 보이콧을 하는 등 호텔 망신 다 시키는 곳이었다.
그런 곳이 1년도 안 되어 남산호텔 VIP를 빼앗아 간 것이다.
그 생각까지 한 서건종 총지배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호텔 총지배인은 외국인이 해야 호텔 품격이 산다는 통념을 깨버린 사람이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총지배인으로 오면서 사회적 위상은 물론이고 매출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른 호텔 총지배인들도 국빈 행사는 당연히 남산호텔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건종은 전화기를 들었다.
“비서실장하고 지원팀장 불러.”
잠시 후, 지원팀장은 서건종 총지배인 오른쪽에 앉았다.
그는 서건종의 기에 눌려 양손을 가지런히 둔 채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서건종은 분노를 참는 목소리로 말했다
.
“비서실장이 오는 길이라니까 자네에게 먼저 묻지. FIFA 회장이 미래호텔로 간다는 소식 자네도 들었나?”
“조금 전에 들었습니다.”
“자네가 생각하는 대책을 말해보게.”
“……!”
“들었으면 대책을 생각했을 것 아닌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대책이라도 말하란 말이야!”
그 말에 지원팀장은 고개를 더 숙였다.
서건종은 평생 호텔리어 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아주 댄디했다.
허나 분노에 휩싸일 때는 너무 날카로워서 칼로 베일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오늘이 딱 그날인 거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아무 말도 안 하면 정말로 피를 볼 수 있다.
지원팀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재계 10위권 오너 모임이 미래호텔에서 있었습니다. 그 모임이 넘어가게 둔 것이 패착인 것 같습니다.”
“왜?”
“그때는 그 정도쯤은 우원호 회장이 주도하게 둬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예약까지 전부 미래호텔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니까 그 모임을 시발점으로 해서 FIFA 회장 숙박까지 넘어갔다는 거지? 그럼 그때 자네는 뭐 했나? 자네가 나서서 다음 모임을 가져와야지!”
“죄송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프리미엄 리조트 분양까지 미래호텔에서 맡았다는 겁니다.
“흠!”
“프리미엄 리조트에 재계 총수 대부분 회원가입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때 성현우 팀장이 직접 총수들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그때 총수들과 성현우 팀장 간에 친분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 인터뷰인가 뭔가 할 때 정홍준 회장은 스위스에 있었어! 이번 일을 지시한 게 정홍준인데 스위스에 있던 사람과 한국에 있던 사람 사이에 친분이 생겼다는 건가?”
“아마 다른 방법으로…….”
“됐고! 성현우인가 그 팀장 말이야.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성관규 회장 손자라는 건 빼고 말해봐.”
“미래호텔 지원팀장과 제가 동창인데요. 그쪽 팀장한테 들은 바로는 다른 능력도 뛰어난데 일단 연회를 치르는 솜씨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자세히 말해봐.”
“우원호 회장이 미래호텔에 호감이 보인 것도 성현우가 VIP 테이블을 담당한 후인데 L그룹 신년 연회 때 연회장 전체를 우 회장님 스타일로 맞추었고 VIP 테이블 요리는 따로 내갔답니다.”
“우 회장이 그것만 가지고 움직일 리는 없는데?”
“이건 자세하게 듣지는 못했습니다만 L그룹 귀빈이 몰래 입국했는데 그 귀빈을 L그룹에 연결시킨 것도 성 팀장이라고 합니다. 우 회장님의 따님을 케어한 것도 성 팀장이라고 하니까 우연치고는 너무 연결되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미래호텔 객실 가동률은 어때?”
서건종 총지배인은 그 말을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미래호텔이 아무리 잘 나가도 남산호텔보다는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남산호텔은 911테러 후 외국인 고객이 급감하는 다른 호텔 대비 선방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원팀장은 의외의 말을 했다.
“올 연말까지 예약된 것만 90%가 넘는다고 합니다.”
“……뭐?”
“연회장은 이미 풀로 예약이 찼고 뷔페 레스토랑 예약도 최소 보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쪽은 외국인 예약을 아예 안 받은 거야?”
“외국인은 100% 선입금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럼 가동률은 떨어져야 할 것 아니야?”
“예약 취소된 객실에 국내 대기 고객을 배정한 것 같습니다.”
“…….”
서건종은 탄성을 지르려다 참았다.
적어도 아랫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제스쳐를 보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른 건 또 없어?”
“다른 호텔들에서 퇴사하는 직원들을 미래호텔에서 흡수한다는 소문이 돌기는 합니다.”
“뭐라? 그럼 우리 호텔을 나간 놈들도 미래호텔로 간다는 거야?”
“저번 달에 객실과 조리 쪽으로 몇 명 넘어갔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서건중은 바로 옆 휴지케이스를 들었다.
“그 말을 왜 이제 해!”
그때 문이 열리며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자네는 지금까지 뭣하다 오는 거야?”
서건중의 외침에 비서실장은 사진 하나를 내놓았다.
“어제 정형준 회장이 미래호텔에 갔답니다.”
비서실장은 그 말을 하며 숨을 골랐다.
반면 서건중은 사진만 빤히 쳐다보았다.
한참 후, 서건중이 비서실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연결해.”
* * *
그날 저녁, 서건중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강북의 한 주점으로 안내했다.
차관은 그에게 학교와 고향 선배였다.
그래서 사적인 만남을 가끔 갖는 편이었는데 차관은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서건중은 바로 팩트를 얘기했다.
“선배님, 혹시 전임 장관님 뜻대로 안 되시는 게 화나시는 건가요?”
“……!”
“제가 봐도 현 장관께서 너무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전임이지만 그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 같아요.”
“자네는 FIFA 회장 숙소가 바뀐 것 때문에 그러는 건가?”
“저는 현 장관의 행태가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선배님, 선배님이 잡던 동아줄에 구더기가 생겨났는데 그 구더기를 그냥 두시겠습니까?”
그 말에 차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현직 차관이다.
그러나 그는 장관 임명 후 1년 만에 옷을 벗은 전임 장관 사람이었다.
그래서 전임 장관을 다시 정부로 불러야 한다는 신념을 굳게 갖고 있었다.
차관은 서건중에서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우리 후배님께 좋은 방안이라도 있는 건가?”
“현 장관 오만을 세상에 아주 살짝 알려주는 방안은 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아주 오붓하게 술잔을 기울였다.
* * *
며칠 후 미래호텔 메인 조리실에 아르바이트 쉐프들이 출근했다.
그러나 근무 중인 쉐프들은 그들의 존재를 특별하게 보지 않았다.
일주일에 2~3일은 아르바이트 쉐프들이 출근했는데 오늘도 1,800명 연회를 위해 아르바이트 쉐프를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부주방장은 그들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준 후 조리실에 투입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근무 모습을 관찰한 후 자리로 돌아갔다.
아르바이트라고 하지만 거의 다 호텔 조리실 출신이다.
조리실 동선과 기물 위치 등만 다를 뿐 근무하는 스타일은 비슷하다.
더구나 연회 요리는 조리실장의 오더만 따르면 된다.
단, 오늘은 조리실장이 3주 만에 얻은 휴가다.
부주방장은 조리실장 스타일을 떠올리며 지시를 시작했다.
“한식, 양식, 일식 모두 오더 확인했지? 각 담당 요리 확인 후, 식자재를 확인하도록 해. 아! 혹시 설사병 난 사람 있나? 있으면 지금 바로 조리실을 벗어나도록.”
몇 시간 후, 부주방장은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그랜드볼룸에 800명, 중연회장에 300명씩 2곳, 200명 1곳 연회가 계획 중이다.
그런데 그중 가장 신경이 쓰이는 곳은 200명 연회다.
SKK 그룹 회장이 주최하는 본부 임원 연회이기 때문이다.
부주방장은 연회장 내 테이블부터 서비스 동선, 메인 조리실과 연회장을 오가는 엘리베이터까지 점검한 후 식음팀으로 향했다.
정순정 식음팀장과도 각 연회장 서비스 순서를 상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메인조리실 쉐프들은 각자 요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다른 쉐프들의 움직임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아르바이트 쉐프 한 명이 조리실을 벗어났다.
그런데 그는 요리 중 호텔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조리실 규정을 어기며 호텔 밖으로 나갔다.
다른 직군도 그렇지만 호텔리어들은 근무시간 동안 단 1분의 외출도 출퇴근 체크기에 기록하게 되어있다.
특히 조리 쪽은 그 규정을 다른 부서보다 더 정확히 지켰다.
그들의 외부 활동 하나에 조리실 위생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텔로 돌아오는 아르바이트 쉐프의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까지 들려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1,800명 연회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 * *
드디어 연회가 시작되고 부주방장과 정순정 식음팀장은 SKK 회장 주관 만찬에 집중했다.
에피타이저와 와인 서비스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SKK회장도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연회를 즐겼고 임원들은 SKK그룹 로고색이 메인이 된 연회장 분위기와 직원들의 능숙한 서비스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잠시 후 그런 곳에서 낮지만 강한 질타성 발언이 나왔다.
“지금 회장님 테이블은 서비스 안 하는 겁니까?”
VIP 테이블 옆에 있던 남자가 식음 직원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다른 테이블에 있던 임원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뭣 하는 거야?”
“회장님께는 왜 요리를 안 드리지?”
“여기 왜 이래?”
임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던 SKK 회장의 표정도 변하기 시작했다.
정순정은 붉은 얼굴로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연회장 문이 열리며 성현우가 등장했다.
그는 황금색 웨건을 밀고 있었다.
“어?”
“저건 뭐야?”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 성현우는 그대로 VIP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리고 SKK 회장에게 말했다.
“회장님께서 맛보실 요리가 이제야 완성되었습니다.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자네, SKK에 대한 서비스를 너무 소홀히 하는 것 아닌가?”
SKK 회장은 불쾌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성현우의 대답 후 바로 풀어졌다.
“회장님께서 좋아하시는 재료를 비행기로 공수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성현우는 그 말을 한 후 웨건을 덮고 있던 것을 열었다.
안에는 음식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푸드워머와 함께 휴대용 버너가 놓여있었다.
순간 진한 국물 냄새가 연회장에 풍겼다.
일부 임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오늘 메인요리는 스테이크이기 때문이다.
그때 성현우가 푸드워머까지 열었다.
순간 SKK회장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오호!”
“회장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육개장입니다. 제주도에서 고사리를 공수하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야! 이거 냄새 죽이는데?”
“요즘 입맛을 잃으셨다고 해서 준비한 건데 마음에 드십니까?”
“그럼 그럼! 성 팀장, 밥도 준비한 거지? 요즘 맨날 칼질만 해서 속이 안 좋던 참이거든.”
SKK 회장은 그 말과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성현우를 노려보던 비서실장이 즉시 SKK 회장 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SKK 회장은 그를 밀치고 성현우를 오게 했다.
이후 성현우는 그에게 직접 육개장을 떠주고 김치를 놓아주며 서비스를 이어갔고 SKK 회장은 땀까지 흘리며 공기를 2개나 비워냈다.
그동안 임원들은 어색한 모습으로 칼질을 시작했는데 일부 임원은 VIP 테이블을 바라보며 군침을 삼켰다.
그 모습을 본 부주방장과 정순정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1시간 후, 성현우는 SKK 회장을 배웅하자마자 조리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