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6
45. 별똥별 수집
시간이 되었다. DP가 사라진 이유를 희에게 설명하고 상자에서 얻은 물건들도 정리해야 했다. 태주는 금 숟가락을 챙기고 태산이를 안은 채 정원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얼레. 그러고 보니 이 금 숟가락 현실이랑 정원 양쪽에서 쓸 수 있는 거였네.’
두 곳에서 쓸 수 있는 물건은 구하기 쉽지 않다. 태양의 조각이 깃든 기타도 두 곳에서 모두 쓸 수 있는 물건이라 꽤 귀했다.
금 숟가락은 아주 효과가 없진 않았다. 게임 아이템은 실패였지만, 마지막에 산 즉석 복권이 10만 원에 당첨되었다. 어디서 복권을 교환해야 할지 몰라 그냥 책상에 두었지만, 그래도 복권이 당첨되자 기분은 좋았다.
정원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희가 날아왔다.
“태주, 괜찮아?”
“응?”
“태주 대답 없어서, 걱정했어.”
“아. 미안, 희.”
양심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태주는 고개를 돌려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스름한 상태였다. 멀리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희, 미안해. 어제 내가 DP로 붉은 상자를 열었어.”
“응, 태주. 재밌었어?”
“응? 응, 재밌었어.”
“히히. 그럼 좋아.”
언제나 정원의 빈 곳을 예쁘게 꾸미려고 DP를 모으자고 하는 희였지만, 태주가 DP를 쓰면서 재밌었다고 하자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아. 양심이. 이제 상자는 정말 열지 말아야겠다.’
태주는 맑게 웃는 희에게 마주 웃어주며 다짐했다. 얼마나 갈지 모르는 다짐이었지만.
정원 텃밭에 약초와 꽃을 심으려는 태주를 희가 말렸다. 빠르게 수확할 수 있는 텃밭에는 과일이나 채소를 심는 게 낫다며, 온실에 꽃과 약초를 심자고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온실은 거의 사용한 적이 없네.”
태주는 온실 앞에 핀 야생화를 채집한 적은 많지만, 온실에서 무언갈 키운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실은 원목 창틀을 사용해서 따뜻한 느낌이었다. 주변에 야생화도 많이 피어있어서 마치 꽃밭에 지어진 것처럼 보였다.
“안도 꽤 넓네. 여기에 테이블 옮겨서 차 마셔도 되겠다.”
“응응. 희는 딸기 차.”
“하하. 알았어.”
온실에는 빈 화분과 화분대가 곳곳에 놓여있었다. 화분은 색도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식물의 크기에 맞춰 심으면 될 것 같았다.
온실은 지금까지 이곳을 비워두고 쓰지 않은 것이 아까울 정도로 밝고 편한 분위기였다.
“그럼 어떤 약초를 심어야 할까?”
“으음, 꿈결초? 백향초도 좋아.”
희가 얘기한 꿈결초는 자는 동안 좋은 꿈을 꾸게 만드는 약초다. 몇 가지 허브랑 과일 말린 것과 섞어서 차로 만들 수 있었다. 백향초는 그 자체로는 다른 효과가 없지만, 향이 진한 꽃과 같이 쓰면 그 향을 더 진하게 더 오래가게 도와주는 효과가 있었다.
둘 다 태주가 만드는 허브 티에 추가해도 되는 약초였다. 특히 백향초는 소량만 첨가해도 차 향이 오래 남게 만들 수 있었다.
“꿈결초랑 백향초라면 자주 쓰는 거니까 괜찮겠다. 그거랑 나비 사탕 나무 심을까?”
“나비 사탕 나무? 좋아!”
사탕을 제일 좋아하는 희의 기쁜 대답이 들려왔다. 나비 사탕 나무는 태주도 그림으로만 봤었다. 가슴까지 오는 나무에 색색의 화려한 모양을 한 나비들이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모두 사탕으로 된 나비였다.
달 사탕 나무처럼 씨앗도 구하기 힘든 나무는 아니어서, 다행히 씨앗을 상점에서 살 수 있었다. 상점에서 원목 테이블과 의자 레시피도 사고, 온실에서 쓸 모종삽과 물뿌리개도 샀다.
“사탕 나무는 여기 붉은색 화분에 심자.”
한 시간가량 들여 약초 씨앗과 사탕 나무 씨앗을 화분에 심었다. 태주는 온실 화분대 위에 색색의 약초화분을 줄 맞춰 올려두었다. 빛이 잘 드는 창 밑, 화분대에 올려진 약초화분을 보자 뿌듯했다.
단단한 나무 화분대는 태산이가 올라가서 놀기 정말 좋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활동량이 많았던 태산이는 한 살이 다되어 가는 요즘 폭발적으로 체력이 늘어났다. 장난도 심해지고, 말을 듣지 않는 일도 많아졌다.
태산이가 이곳을 알게 되면 온실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게 분명했다. 도자기로 만든 화분이 가득한 이곳에 태산이가 드나들지 못하게 주의해야 할 것 같았다.
*
오늘 밤에는 별똥별 잡기를 해볼 생각이다. 희도 바라고, 태주도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오늘은 희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물론 그 전에 제피르에게 안전 운전에 대한 교육을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제피르, 열기구를 운전할 때···, 제피르 좀 들어주면 안 될까. 에효.”
제피르는 머리도 좋고, 눈치도 좋아 보였다. 태주의 잔소리가 시작될 것처럼 보이자 다각 소리를 내면서 날아가 버렸다. 태주를 한 번 흘깃 보고, 희의 집 방향으로 날아가더니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래. 희랑 할 얘기가 있었나 보구나···.”
민망함을 감추지 못한 태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태주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며 창고로 향했다. 비료 소비가 늘어나 슬라임 진액을 자주 채취해야 했다. 밤이 되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여야 할 이유를 찾은 태주는 양동이를 챙겨서 슬라임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여기가 제일 평화로워.’
슬라임들은 여전히 퐁퐁,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색색의 슬라임이 뛰는 것을 보면 기분이 풀어지곤 했다. 슬라임킹이 다시 생기는 게 두려워 합치지는 못하지만, 보고 있으면 즐거웠다.
태주가 한참 슬라임 동굴에서 놀고 있는 동안, 희와 제피르는 오늘 저녁에 있을 별똥별 수집 계획을 짜고 있었다. 지난번엔 움직이는 별 무리를 쫓느라 얼마 잡지 못했다.
이번에는 별 무리가 움직이는 방향에 미리 자리를 잡고 수집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물론 열기구 운전은 제피르가 하기로 했다.
“응응. 별똥별 많이 잡자.”
“히히잉.”
“히히. 고마워, 제피르. 태주 보호해줘서.”
제피르의 보호막 기술 덕분에 태산이와 단단도 무사히 비행할 수 있었다. 다만 오늘은 둘을 태우지 않을 생각이었다. 둘은 별똥별을 잡을 수 없으니, 정원을 지키게 두기로 했다.
밤이 되었다. 초승달이 하늘 한쪽에 걸려있었다. 지난 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별 무리는 보름달이 뜬 날보다, 초승달이 뜬 날에 더 많이 이동했다.
태주와 희, 제피르는 슬슬 열기구를 타고 올라갈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채집 도구도 챙겼다. 희는 마법 그물 총, 태주는 채집 채를 챙겼다.
“출발하자.”
“출발.”
운전은 제피르가 맡았다. 아니, 제피르는 열기구의 운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태주는 열기구에 타기 전에 제피르가 홍차 와인을 마시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열기구라도 음주 운전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제피르는 상식 있는 유니콘 같았다.
‘아니지. 상식 있는 유니콘이 주인을 발로 차나. 난폭한 제피르!’
혹시 술 마시고 운전하는 건 아닌지 물었다가 등을 차인 태주였다.
밤하늘을 가르며 비행하는 것은 즐거웠다. 게다가 오늘은 속도도 많이 내지 않아서 태주도 하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제피르가 걸어준 보호막을 믿고 있어서 더 여유가 있었다.
“희, 제피르. 좀 더 높이 올라가자.”
“높이?”
“응, 열기구 아래쪽으로 별 무리가 지나가는 높이로 올라가자.”
태주는 열기구 아래로 별 무리가 지나갈 때 채집 채로 건져 올릴 생각이었다. 별 무리의 옆을 이동하면서 잡는 것 보다, 위쪽에서 건져 올리는 모양새가 더 나을 것 같았다.
“좋아. 제피르.”
“히이잉.”
별 무리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나타났다. 수많은 별이 어두운 하늘을 가르고 다가오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반짝반짝하는 게 왜 희가 그렇게 별똥별을 잡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제피르가 열기구를 별 무리의 이동 방향 앞으로 움직였다. 고도를 살짝 높여, 태주의 채집 채가 별 무리에 닿을 수 있는 정도였다.
“잘했어, 제피르. 희, 이제 잡을 준비 하자.”
“응.”
태주는 채집 채를 두 손에 꼭 쥐고 별 무리를 노려봤다. 별 무리의 이동 속도는 생각보다 빨라서 채집 채를 느리게 내리면 잡지 못할 것 같았다. 별 무리가 오기 전에 몇 번 건져 올리는 연습을 한 태주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별 무리가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휘익.
“읏차. 잡았다.”
태주의 채집 채 안에 별 무리가 세 개나 들어왔다. 사실 별똥별 수집에 나서긴 했지만, 재미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한 번에 세 개를 낚아 올리자, 낚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손맛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슈웅.
촤르르륵.
희도 열심히 마법 총의 그물을 날렸다. 그물 안에 별똥별이 가득 잡혀 있었다. 희는 그물을 회수하기 무섭게 재장전한 후, 다시 총을 쐈다. 곤돌라 안에 희가 잡은 별똥별이 빠른 속도로 쌓였다.
한 차례 별 무리가 지나간 뒤, 희와 태주는 곤돌라의 적재함에 별똥별을 챙겨 넣었다. 적재함에는 마법이 걸려있어서, 크기보다 더 많은 양의 별똥별을 넣었는데도 아무 문제 없었다. 괜히 열기구제작 재료가 비쌌던 게 아닌 것 같았다.
“희, 제피르. 한 번만 더 잡고 내려가자.”
“으응.”
희는 아쉬운 것 같았지만, 태주의 말을 거스르지 않았다. 태주가 좀 추워하는 것 같아서였다.
항상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정원과 다르게 하늘은 기온이 낮았다. 별 무리가 움직이는 길은 더 차가웠다.
태주가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손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코도 빨갛게 물들어 있고 몸도 조금 떠는 것 같았다.
그걸 본 희는 태주의 머리 위로 날아가 반짝이는 가루를 뿌려 주었다.
“하하. 고마워, 희. 내일은 따뜻하게 입고 올라오자.”
“응.”
별 무리를 한 번 더 잡고 정원으로 내려왔다. 태주는 꽁꽁 언 손을 살살 비벼 열을 낸 후, 곤돌라에서 적재함을 떼어냈다.
오두막 거실로 적재함을 들고 들어오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태산이와 단단이 다가왔다. 둘 다 적재함에 든 물건이 궁금한 기색이었다.
태주가 소파 앞의 테이블을 한쪽으로 밀고 적재함을 뒤집었다. 적재함에서 반짝이는 별똥별이 거실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와아. 태주, 봤어? 우리가 이만큼 잡았어.”
“하하. 정말 많이 잡았다.”
두 무리의 별 무리를 잡았을 뿐인데, 거실에 작은 산을 이룰 정도로 많이 잡았다. 만약 희가 바랐던 대로 마법 그물 대포도 사용했다면 이보다 훨씬 많이 잡았을 것 같았다. 물론 살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거 여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리겠다.”
“히히. 희가 도와줄게.”
태주는 카펫 위에 주저앉아 별똥별을 열기 시작했다. 별똥별은 두 손으로 쥐고 비틀자 쉽게 열렸다. 핸드볼 공만 한 별을 비틀면 동그란 공간이 나온다. 그 안에 여러 가지 간식거리가 들어있었다.
‘젤리, 사탕, 캐러멜, 초콜릿에 땅콩도 있네.’
간식거리를 나눠 담을 유리병을 사와야 할 것 같았다. 별똥별 숫자가 꽤 되다 보니 그 안에서 나온 간식도 아주 많았다.
태주가 병을 몇 개나 사와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희는 벌써 커다란 젤리를 먹고 있었다. 날개 가루가 사르르 퍼지는 게 젤리가 아주 마음에 든 것 같았다.
태주는 그 모습을 보고 웃다, ‘와드득’ 소리에 깜짝 놀랐다. 태산이가 어느새 별똥별 껍질을 깨물고 있었다. 태주가 알맹이를 빼낸 별똥별 껍질을 앞발로 붙잡고 신나게 물고 있었다.
“헉. 태산아. 지지야, 먹지 마.”
“괜찮아, 태주. 별똥별 껍데기도 먹어도 돼.”
“응? 이렇게 단단한걸?”
별똥별 껍질은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희의 설명이었다. 별똥별이 떨어진 땅은 비옥하게 변한다며, 알맹이를 꺼낸 별똥별을 정원 곳곳에 묻어주자는 얘기를 꺼냈다.
“그럼 태산이가 좋아하니 몇 개만 남겨두고 정원에 묻자.”
유리병에 간식을 종류별로 담았다. 알록달록한 병을 오두막 주방의 찬장에 잘 챙겨 넣었다. 희는 찬장 가득 간식 병이 채워지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주방을 여러 바퀴 날아다녔다. 그런 희를 태주는 웃으면서 지켜보았다.
태주는 슬슬 잠이 오는 걸 느꼈다. 오늘은 아침부터 밤까지 정원에서 많은 일을 했다. 온실에서 씨앗도 심고, 텃밭에서 작물도 재배했다. 비료 재료도 모아놓고, 열매도 수확했다. 게다가 추운 하늘에서 별똥별도 건져 올렸다. 거실에 쌓인 별똥별 껍질은 내일 정원에 묻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희, 난 이만 잘게. 내일 보자.”
“응, 태주 잘자.”
오두막 침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던 태주가 멈칫했다. 그리고 슬쩍 뒤를 돌아봤다. 희와 다른 녀석들은 여전히 별똥별에 관심이 쏠려있었다. 그 모습을 본 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걸 잊고 있었네. 진짜 많다.’
침실 안은 태주가 연 상자에서 나온 물건으로 엉망이었다. 인형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현금이 침대 위에 상자째 놓여있었다. 우산, 앞치마, 털 잠옷은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었다.
제일 부피가 큰 것은 중세의 성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형의 집이었다. 침실 바닥의 반을 차지한 물건으로, 왕과 기사, 병사에 말까지 있었다.
인형 놀이 같은 것엔 취미가 없는 태주였지만, 섬세한 장식과 구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왕이 앉아있는 홀 천장의 샹들리에도, 갑옷 모형도 하나같이 훌륭했다.
문제는 덕분에 침실이 발 디딜 곳 없이 좁아졌다는 점이었다.
‘좁아. 침대 위 물건만 내려놓고 자야겠다.’
물건이 너무 많아서 잠잘 곳이 부족했다. 내일 별똥별 껍질을 묻기 전에 오두막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