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호오. 여기가 칼테르 요새란 말이오?”
내 옆에 선 카웰이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리며 요새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넓게 펼쳐진 산은 길을 막는 장벽이고, 오르는 길은 험준해 쉽게 접근하기도 어렵겠군. ······어째서 경이 강하게 주장했는지 이해가 되오. 말 그대로 천혜의 요새로군.”
“이런 때를 위해 준비해두었으니까 말이죠.”
이곳은 1회차 때도 마왕군의 진격을 막는 중요한 요충지였다.
‘그것을 좀 더 앞당기고, 더 강하게 만든 것일 뿐이지.’
나는 칼테르 요새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장벽 곳곳에 설치된 발리스타와 투석기는 예사롭지 않은 예기를 보였고, 그 아래로는 함부로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함정들이 즐비해 있었다.
‘제대로 준비해놓았나 보네.’
연합군의 창설로 출정을 나가기 전, 나는 루퍼스와 마리온에게 미리 부탁해놓았었다.
만약 브레딘 제노사이드를 막지 못하면 제국이 무너질 테고, 그 공세가 곧 마누스까지 도달하리라는 건 자명한 사실.
그때를 위해서 나는 칼테르 요새의 방비를 확증해둔 것이었다.
‘악마들의 소환은 막지 못했지만, 대학살은 막아냈어.’
당연히 마이어스의 진군 역시 1회차에 비해 느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이쪽은 한참 전부터 방비해두었다.
‘더욱 철저하게, 완벽하게 만들어 계획을 무너트려 주마.’
나는 다시금 다짐하며, 전쟁 요새로 개조된 칼테르 요새를 내려다보았다.
고오오오─
이윽고 알바트리온이 칼테르 요새의 안쪽, 터로 정박했다.
그곳에서 내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비명 같은 소리가 울리는 게 아닌가?
“이, 이게 뭐야아아─!”
그에 고개를 돌리자 망치를 든 소년이 달려 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어엿한 대장장이가 된, 마리온이었다.
“뭐야. 대장장이 꼬맹이잖아?”
“마리온─! 잘 지냈어?”
“······마리온?”
단원들도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지만, 마리온은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는 마치······
‘넋이 나간 것 같은데······?’
마리온의 시선은 알바트리온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뒤로도 1분간 알바트리온만 바라본 마리온은 고개를 휙! 돌리더니 잔뜩 흥분한 채 내게 다가왔다.
“제, 제, 제이드형! 저, 저건 대체 뭐예요─?!? 하늘을 나는 배라니! 하늘을 날아서 왔다고요! 말이 안 돼요! 배는 물에 뜨기 위해서 설계된 거라고요! 구조상 불가능한 일인데? 대체 어떻게 온 거예요! 아니, 이건 어디서 났어요? 누가 만든 거죠?! 내가 미친 게 아니죠?”
얼마나 격앙되었는지, 말하다가 혀를 씹고 피를 흘릴 지경.
그런데도 녀석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게 찰싹 달라붙어 난리를 쳤다.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아는 한 최고의 대장장이가 될 잠재력을 가진 마리온이야. 아마 초고도의 과학 기술을 목격한 기분이겠지.’
퀀텀 점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같은 것이 머릿속에서 피어오르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떻게 한 건지 몰라도 저 기술을 이용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병기들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요!”
내 짐작에 확신을 가하는 듯 마리온은 발을 동동 구르며 수첩을 꺼내들며 메모하기까지 했다.
‘기대보다도 더 큰 반응인데?’
마리온이 알바트리온을 보고 까무러칠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한 바다.
오히려 더 빨리 영감을 주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
‘뭐, 아직 선물 하나가 더 남아 있으니 말이야.’
여전히 흥분한 마리온을 보며 나는 씨익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막 헤파이토가 알바트리온에서 내린 것이다.
“음······? 이봐, 제이드. 그 녀석은······?”
“어? 제이드 형, 저분은······?”
내가 소개해 줄 필요도 없이, 둘은 저절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마치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고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는 것처럼.
“이봐 꼬맹이. 망치를 들고 있는데, 너 대장장이냐?”
“그러는 할아버지는요? 몸에서 쇠와 불 냄새가 나는데.”
아니나 다를까 둘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물꼬가 틀어졌다.
100년 전, 천재라 불린 4대 블랙 핸드.
그리고 차기 블랙 핸드라 이름을 알릴 마리온.
‘이 둘이 맞부딪히는 순간, 엄청난 시너지가 터져 나오지 않겠어?’
나는 나란히 공방으로 들어가는 둘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칼테르 요새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그간 격렬했기 때문인지, 정신적인 피로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누워서 자고 싶군.’
하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 상황이었다.
[단련의 축복이 육체의 피로를 빠르게 회복시킵니다.] [신체가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게다가 몸은 이미 완벽히 회복된 상황.
가뿐하다 못해 펄쩍 뛰어도 문제없는 몸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단련의 축복도 나한테 일하라고 알려주네.’
단련의 축복.
주신교단에게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고 받았던 축복으로 신체를 더욱 빠르게 회복하고, 스탯을 상승시켜주는 축복이었다.
몸을 일으킨 나는 편지 몇 개를 적어, 요새에 상주하는 그리핀 라이더에게 전달했다.
“루퍼스 폐하에게 부탁하지.”
“예 알겠습니다, 백작님!”
첫 번째로 한 일은 마누스의 국왕, 루퍼스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한 것이다.
마이어스의 배신, 그리고 악마들의 소환. 그로 인해 발생한 연합군의 와해까지.
위기에 처한 대륙의 상황을 전했다.
이미 예상하던 시나리오였으나 현 상황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었다.
또한, 이 일을 위해 마계로 원정에 다녀올 것이라는 걸, 그리고 칼테르 요새를 중심으로 최후의 항쟁을 준비하리란 것도 알렸다.
‘루퍼스라면 이것만 알려도 충분해. 나머지는 알아서 준비해 줄 거야.’
왈투스 사막으로도 연통 하나를 보냈다.
이제는 신흥 세력으로도 크게 떠오른 샌드윈드스.
데서툼 왕가의 후예인 라니스가 그곳의 수장이 되었고, 신기루 학회와 헥토르 등과 함께 사막 전체를 규합을 이뤄내는 중이었다.
이제는 적지 않은 군대가 되었을 그들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다.
각자 두 방향으로 나아가는 전령들을 바라보는 가운데.
대장간에 있던 마리온이 나를 불렀다.
“제이드 형. 어비스 킬러의 수리 끝냈어요. 끊어졌던 마나 회로도 다 고쳐놨어요.”
“벌써? 생각보다 빠른데?”
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아직 요새로 돌아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마리온은 멋쩍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두 번째 스승님이 도와줬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두 번째 스승은 헤파이트를 말한 것이었다.
두 천재의 시너지는 내 상상 이상이었는지, 마리온의 기술이 일취월장해진 상황이었다.
어쩌면 1회차의 마리온보다도 대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아 맞아. 형. 그보다 보여줄 게 있어요. 잠깐 와주실래요?”
“응? 보여줄 거?”
그때 생각났다는 듯 마리온 고개를 번쩍 들더니, 나를 이끌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보여줄 거라니 뭐지?’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리온에게 부탁했던 것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아, 혹시 내가 저번에 부탁했던 ‘마력석 시동 무기’ 말하는 거야?”
연합군을 향해 출정을 나가기 전, 나는 마리온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해두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중 제일 최우선으로 해달라고 했던 것이 바로 마력석 시동 무기.
앞서, 알바트리온의 하판부에 달린 거대한 두 개의 동력석.
마력을 담고 있다가 비행석에 마력을 전이시키는 연료통이나 다름없는 그것이 바로 마력석이다.
마력석은 마나를 저장하는 기능을 가지며, 동시에 저장된 힘을 방출하는 기능이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마력석에 저장할 힘은 굳이 마나가 아니어도 된다는 점이다.
마력석은 접촉하는 모든 힘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으므로, 다른 성질의 힘 역시 저장할 수 있었다.
그저 이 세계의 주 에너지원의 이름을 따라 마력석이라 이름이 붙었을 뿐.
원소의 힘이라던가, 신성력이라던가 말이다.
‘그리고 그건 마기도 예외는 아니지.’
그렇기에 나는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마력석을 이용한 무기를 이용한다면, 단원들 역시 잠재된 흑암성의 힘을 더 잘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뭐, 나름 거창한 생각이지만 마리온이 언급 안 하길래 실패한 건가 싶었는데······’
나는 슬쩍 앞서 걸어가는 마리온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신이 난다는 듯 실실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흐흐흐.”
대체 뭘까. 저 음흉해 보이는 웃음은?
“형. 정말 기대해도 좋을 거예요.”
그렇게 도착한 대장간.
대장간은 못 보던 사이에 시설이 증축된 듯 규모가 상당히 커진 상태였다.
“이쪽이에요.”
마리온은 그런 대장간의 안으로 능숙하게 발걸음을 옮기더니, 지하 창고로 내려갔다.
철컥!
창고의 문 옆에 있는 벽면 레버를 당기자, 천장의 발광석들이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차례차례 물러나는 어둠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위자드 킬러?”
현재 내 무장 중 하나인 어비스 킬러가 흑암을 흡수하며 새롭게 변화하기 전의 갑옷.
위자드 킬러.
안티 매직 스톤으로 마리온과 마법사들이 만든 갑옷.
심지어 대마법사인 살리아만을 궁지에 몰기도 했던 그 역작 아닌가?
그걸 닮은 풀 플레이트 아머 수십 개가 줄지어 서 있었다.
마치 병마용갱의 한 장면처럼!
“위자드 킬러. 그거의 레플리카들이에요.”
마리온은 코를 쓱 훑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마력석으로 무기를 만들어달라는 게, 체내의 에너지를 더 잘 응용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럴 거면 차라리 몸 전체를 두를 수 있는 갑옷 형태가 좋겠다 싶었어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마리온이 내 등을 떠밀며 재촉했다.
나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갑옷들을 살폈다.
‘레플리카라니.’
갑옷들은 어비스 킬러와 비슷한 색으로 통일한 것인지 전부 은색으로 되어 있었다.
갑옷들의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제일 커다란 것은 데릭의 갑옷일 게 뻔하고······ 투구에 외안경? 설마 로빈 건가?’
단원들의 체형과 특징과 습관까지 전부 고려한 맞춤형 갑옷이라니.
손재주만 있는 게 아니라 고객맞춤 서비스까지! 아주 섬세하다.
그리고 등에는 하나같이 록 드레이크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제이드 용병단으로 시작해, 현 세이비어 결사단의 상징인 ‘포효하는 칼라마르’였다.
“어때요? 마음에 들죠?”
“······너무 좋아.”
솔직히 감탄스럽고도 들뜬 기분을 느꼈다.
용병단을 만들고 이끄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그걸 이뤄냈고.
그런데 이 물건들은, 기사단의 모양새였다.
컨셉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그리고 가슴팍 정중앙에는 마름모 모양의 소켓이 하나씩 비어 있었다.
‘마력석을 끼우는 곳인가?’
그곳에 손을 대고 마력을 흘려 넣어 보았다.
우우우웅─
그러자 흑암성의 마력이 그대로 빨려들어 가더니 안에 새겨진 회로를 따라 갑주 전체로 일주했다.
갑옷 위로 마력회로들이 검보라빛으로 빛나며 존재감을 내뿜었다.
마기를 머금고.
그것으로 기동한다.
‘이걸 입고 마계에 간다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계단에 서서 우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리온을 바라보았다.
“어때요? 이 정도면 쓸만하겠어요? 흐흐.”
······쓸만하냐고?
아니.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