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84)
“지, 지강백이라고? 네가······?”
역시 완전히 믿지 않는 모습이다. 지강백은 미소를 거두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천년빙옥의 존재와 위치를 알았으며, 어떻게 천공루의 위치를 알고 있었겠나? 전부 네가 가르쳐준 것이지.”
“그럴 리가······환생이라니, 그게 가능하단 말이야?”
“그건 나도 모르지. 중요한 건, 내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네놈들을 지옥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허나 걱정하지 마라. 지옥에 떨어져도 남궁천과 청파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지강백이 그녀를 향해 차갑게 눈을 빛냈다. 홍화린은 그 눈빛을 보고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저 눈빛, 지강백과 똑같은 눈빛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손이 부르르 떨려오기 시작했다. 상대가 지강백이라는 것을 알자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생의 그를 직접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두려움이었다.
“내게 복수하기 위해······이 짓을 꾸민 거냐, 네가?”
“그래. 그냥 죽여버릴까 생각도 했었지만, 그래서는 내 성이 안 풀리겠더군. 그래서 생각했지. 너희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뭐가 좋을까. 답은 간단하더군. 너희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짓밟아버리자고. 남궁천은 가문을, 청파는 명성을, 그리고 네년은 부족을. 그게 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다.”
지강백은 비명 소리가 가득 퍼지는 밖을 가리켰다.
“자, 봐라. 네년이 그렇게 아끼던 부족과 빙궁은 오늘부로 사라진다. 이걸로 네년도 내가 느낀 아픔을 그대로 느껴보는 거야. 그게 내가 너희들에게 내리는 벌이다.”
“이 개새끼야!”
홍화린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전신에서 차가운 냉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네가 잘못해서 네 세력이 다 죽은거지, 그게 왜 내 탓이야! 나도 살아남기 위해 그런 거라고! 그러게 누가 중원이랑 평화를 맺으래? 당한 놈이 등신이지!”
“큭큭.”
지강백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곧 그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로 옆에 서 있던 병사의 검을 붙잡은 지강백이 손쉽게 검을 빼앗아들었다. 그리고 홍화린을 향해 겨누었다.
“끝까지 너다워서 다행이구나. 청파처럼 비참하게 구걸했다면 역겨워서 토가 나왔을 텐데.”
홍화린 역시 자세를 취했다. 그녀는 이를 부득 갈며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복수? 흥. 좋아. 그런데 어떻게 복수하게? 그따위 허접한 몸으로 환생해서는 날 절대 이기지 못할텐데? 한 번 죽었다 깨어나니 그 잘난 전투 감각도 전부 잊어버리셨나?”
“확실히 그래. 전생이었으면 네년 따위, 굳이 검을 들 필요도 없이 손 하나만으로 박살냈을 텐데 말이다.”
지강백이 수긍하자 홍화린은 금세 의기양양해졌다.
“멍청한 새끼. 복수를 할 거면 적어도 날 확실히 깨부술 비기 하나쯤은 가져왔어야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넌 내 손으로 죽여야겠다. 저승길 동무로 삼을 겸.”
지강백의 표정은 한없이 고요했지만, 속에서는 천불이 들끓고 있었다.
두 번이나 겪었지만, 홍화린 또한 한때 친우였던 여자였다. 그녀의 입으로 직접 진심을 전해듣자, 지강백의 분노는 배가 되어 타올랐다.
“할 수 있으면 어디 해봐라.”
직후, 지강백과 홍화린의 내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주변을 휩쓸었다.
쩌저정! 먼저 달려든 쪽은 지강백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월인대신검의 절초를 펼쳐 사정없이 밀어붙였다. 이번에는 남궁천이나 청파 진인처럼 상대할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쇄애애애액! 한 차례 무시무시한 검격이 쏘아져 나갔다.
채채채채챙! 창을 휘둘러 검격을 쳐낸 홍화린이 반대쪽 창을 내질렀다.
후웅! 지강백은 검을 등 뒤로 돌리며 자세를 낮췄다. 창은 지강백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검을 반대쪽 손으로 넘겨쥠과 동시에, 내력을 끌어모아 길게 휘둘렀다.
쿠오오! 검을 타고 푸른 용의 형상이 터져 나오며 홍화린을 덮쳐갔다.
청룡신공, 비룡재천 초식이었다.
홍화린은 눈을 부릅뜨며 다급히 쌍창을 휘둘렀다. 곧 그녀의 앞에 얼음 장벽이 생성되었다.
콰과과과광!
푸른 용은 얼음 장벽을 부수고도 힘이 남아 그대로 홍화린을 집어삼켰다.
그때, 홍화린의 전신에서 얼음 송곳이 솟아나며 용의 형상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비룡재천 초식으로는 힘이 부족한가. 그렇다면······.’
바닥을 박차고 위로 솟아오른 지강백은 천장을 디딤 삼아 홍화린에게 쇄도했다.
동시에 청룡신공의 일룡일사 초식을 펼쳤다.
쇄애애애액! 마치 하나의 유성이 떨어지는 듯했다.
고개를 치켜든 홍화린이 부득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그래봐야 결국 예전처럼 아수라의 힘을 사용할 수 없어서 그 대책으로 익힌 무공이잖아! 건방진 새끼, 언제까지 네가 최강일 것 같아!”
홍화린은 품에서 한빙단을 꺼내 삼킨 뒤, 더 큰 내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창을 옆구리로 최대한 끌어당김과 동시에, 일직선으로 내쏘았다.
번쩍! 하고 푸른 섬광이 지강백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설화무영창술, 빙탄 초식이었다.
“웃!”
지강백은 날아오는 섬광을 반으로 쪼갰다. 그러나 자신도 충격을 받아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홍화린은 무방비로 허공에 뜬 지강백을 향해 연달아 빙탄을 발사했다.
쩡! 쩌저정! 지강백의 몸이 천장을 뚫고 솟구쳤다. 지강백은 눈발이 휘날리는 천공루 지붕에 간신히 안착했다.
뜨뜻한 액체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머리를 만져보니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검 또한 빙탄을 막던 도중 산산히 부서져버렸다.
후웅! 홍화린이 부서진 천장을 통해 지붕으로 올라섰다. 지강백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피를 본 홍화린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하하하! 봤지? 그 몸으로는 내 상대가 못 된다니까!”
타다탓! 홍화린은 그 기세를 몰아 지강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지강백의 전신에서 푸른 벼락이 터져 나왔다.
“헉!”
깜짝 놀란 홍화린이 주춤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품으로 파고든 지강백이 뇌기가 가득 담긴 주먹을 휘둘렀다.
“뇌성붕권(雷聲硼拳).”
콰르릉! 한 차례 벼락 줄기가 사방을 뒤덮었다.
다급히 창을 교차시켜 주먹을 막은 홍화린이 컥, 하고 비명을 토했다. 마치 박격포와도 같은 충격이었다.
콰드드득! 홍화린은 창 하나를 놓친 채 지붕에 처박혔다. 그러나 금세 몸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났다. 어찌나 충격이 컸던지, 물러난 뒤에도 휘청거렸다.
제대로 대비도 하지 못한 채 치명타를 입었다. 홍화린은 끊어지는 정신을 억지로 붙잡았다.
“컥······커헉.”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지강백의 주변에서 흐르는 전류를 응시했다. 저런 힘, 전생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저 힘에서는 희미하지만 마공의 기운이 느껴졌다.
주먹을 편 지강백은 천천히 홍화린을 향해 다가왔다. 그 모습이 마치 사신과도 같았다. 그러자 홍화린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 안돼······여기서 질 수는 없단 말이다!’
홍화린은 남은 내력을 모조리 끌어모아 창에 집중시켰다.
단 일 격. 한 번의 격돌로 끝을 볼 생각이었다.
‘천유성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홍화린은 지강백을 정확히 조준한 다음, 냉기를 한데 모은 창을 던졌다.
일전에 천유성에게 쓴 비장의 기술, 설화무영창술의 빙정옥결 초식이었다.
심지어 천유성에게 썼던 때보다 더 강력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설령 놈을 죽이지는 못해도 최소 팔이나 다리 한 쪽은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콰아앙!
홍화린이 날린 최후의 일격이 작렬했다. 이 일격으로 천공루의 절반 가량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동시에 그녀 역시 기력이 다했다.
‘됐다. 놈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
지강백이 죽었다고 생각한 홍화린이 이죽거렸다. 그때.
푸슉!
직후, 그녀의 등을 뚫고 명치 어림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경악한 홍화린이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지강백이 알몸으로 등 뒤에 서 있었다. 홍화린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어, 어떻게······?”
“귀은무명공은 상대방보다 경지가 높으면 완벽히 눈을 속일 수 있다. 비록 내 경지가 너보다 압도적으로 위는 아니지만, 잠시 감각을 흐리게 하는 데는 성공한 모양이군.”
“크윽······쿨럭!”
홍화린의 입에서 울컥, 하고 새빨간 선혈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눈에 핏발이 선 채 지강백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나 지강백이 먼저 찔러넣었던 손을 빼자, 그녀의 몸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털썩.
지강백은 무릎을 꿇은 그녀를 응시하다, 수도를 세웠다. 단칼에 목을 칠 셈이었다.
“안 돼! 빙후님의 곁에서 떨어져라!”
그때, 소용이 검을 빼들고 매섭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한 발 먼저 그의 앞을 막아서는 자가 있었다. 바로 조금 전 천공루에 도착한 호야였다.
“어딜!”
카카캉! 호야는 두 팔을 교차해 소용의 검을 막아냈다.
소용의 검은 단단한 갑주를 가볍게 베었지만, 호야의 팔은 자르지 못했다. 호야가 철괴만파공의 금강 초식을 펼쳐 몸을 단단히 보호했기 때문이었다.
직후, 소용의 등 뒤로 접근한 남궁미향이 두 손으로 검을 쥐고 사선으로 길게 휘둘렀다.
촤악!
소용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홍화린을 향해 손을 뻗다가 숨을 거두었다.
지강백은 홍화린을 향해 마지막으로 물었다.
“남길 유언이 있다면 들어주마.”
홍화린은 퍼렇게 죽은 입술을 달싹였다.
“미안하다······. 배신해서······.”
“남길 말은 그게 끝이냐?”
지강백은 이를 악물었다. 배신자의 사과 따위, 들을 가치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 한 마디에 감정이 격양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희들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냔 말이다! 어떻게!”
지강백은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격하게 드러냈다. 흥분했는지 호야와 남궁미향이 근처에 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둘은 눈을 껌뻑이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저 대화는 뭐야, 혹시 빙후랑 두목님이 예전부터 아는 사이인가?’
‘꼭 예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보여······.’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했으나, 지강백이 저렇게 격양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지라 둘 다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홍화린은 불규칙적으로 숨을 내쉬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용서를 바라지는 않는다······. 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어차피 똑같은 선택을 할 테니까······. 허나 한때 널 친우라고 생각했음에는 변함이 없었어. 그것만큼은 진심이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으냐?”
“마지막으로······할 말이 있다.”
홍화린은 죽음이 닥치기 전에 다급히 말했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 황실에서······. 죽은 적들을 수습했다. 그런데 그 당시······이상한 소문을 하나 들었다. 그 중에 살아있는 사람이 몇 존재했었다고······.”
“······뭐라고?”
지강백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의 손과 눈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정마대전에, 살아남은 교인이 있었다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