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02)
제 303화
* * *
메이슨과 함께 걷던 나는 먼저 운을 뗐다.
“갑자기 그게 떠오르네요.”
“어떤 게 말입니까?”
“대장장이들이 무기를 만들 때 담금질을 꽤 여러 번 한다고 하더군요. 들어 보신 적 있으십니까?”
메이슨이 웃는다.
“들어 보다 뿐일까요. 직접 만들어 본 적도 있습니다.”
나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담금질하다 보면 명검이 탄생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간에 부러집니다.”
내 시선을 메이슨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마, 좋게 받아들인 것 같다.
“저는 제 아들을 압니다. 쉽게 부러질 녀석이었다면 진작에 부러졌겠지요.”
말없이 걸었다.
“시어런 가문이 어떤 가문이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자세히는 모습니다. 그저 남들 아는 만큼, 딱 그 정도만 압니다.”
어릴 때부터 시어런 가문의 자제들은 가문이 아닌 밖을 돌아다닌다.
신분을 숨긴 채 용병으로 다니기도 하고, 헌터가 되기도 하며, 농부가 되기도 하는, 그러다 마지막 종착역은 결국 군인의 길로 접어든다.
분대장,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군단장.
최종적으로는 총사령관까지.
그렇게 밖을 돌아다닌 시어런 가문의 자제들 중 적장자가 아닌 이들은 쭉 그렇게 살아가고 적장자는 은퇴 이후에 영지로 돌아와 영주가 된다.
그렇게 세상에서 겪은 모든 경험을 이용해 영지를 다스리는데, 그런 영지가 망가질 확률은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었다.
왜냐면 영지의 주인인 영주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겪은 일종의 베테랑이기 때문인데.
내가 아는 시어런 가문에 대한 것은 이게 전부였다.
“제 아들이지만 많이 부족합니다.”
성벽 위로 올라와 해 질 녘의 노을을 바라보며 메이슨이 꺼낸 말이다.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녀석이지만 빙 돌아와서 그런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대장장이 이야기를 하셨었지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담금질해야 합니다. 중간에 부러진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부러지면 다시 붙이면 되니까. 명검은 그렇게 탄생하지요. 저는 녀석을 압니다. 녀석은 분명 명검이 될 겁니다.”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메이슨은 좋은 사람이었다.
정말 매우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아버지.
“그레이에게 총사령관직을 맡길 생각입니다.”
“…….”
“곧 있으면 다섯 개의 왕국이 하나로 묶일 겁니다.”
“하나로 묶인다는 그 말씀은……?”
“연합의 대표를 뽑을 거고, 그 자리에 제가 취임할 겁니다. 반발은 없을 겁니다. 반발하면 전부 죽일 거니까. 그리고 저는 다섯 왕국의 국군 통수권을 단 한 사람에게 맡기려 합니다.”
메이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설마.
“앞서 말한 그 총사령관직…… 그러니까, 그 한 사람이 혹시 그레이입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제가 모든 것을 통솔할 겁니다. 군대의 지휘권부터 운용권, 배치 등등, 하지만 아시다시피 제가 군대에 대해 자세히는 모릅니다. 이런 건 전문가한테 맡겨야지요.”
잠시 말을 멈추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석양이 지는 모습이 꽤 보기 좋네.
“틀린 말씀은 아니셨습니다. 예. 그레이한테 맡길 겁니다. 뒤에는 제가 서 줄 거고 군대에 관련해서는 그레이에게 전권을 위임할 겁니다.”
메이슨이 결국 한숨을 푹 터트린다.
“저 못난 녀석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부러져도 다시 붙이면 된다면서요? 명검은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말씀하신 게 고작 1분 전입니다.”
노년에 접어든 메이슨이 멋쩍게 웃었다.
“그거랑 아들 걱정은 다른 거 아니겠습니까.”
잠시 동안, 우리는 석양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다 깜빡했다는 듯, 나는 물었다.
“누구인지 짐작 가는 사람 있습니까?”
지성인답지 않게 많은 것을 생략했지만 메이슨은 알아들은 듯했다.
누가 흑마법을 걸었는지 기억하냐고, 그렇게 물은 내 질문에 메이슨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정말 많은 귀족들이 왔었고 정말 많은 이들이 왔었습니다. 명단을 작성하긴 했지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제 당한 건지…… 정말 모릅니다.”
솔직히 기대는 안 했다.
왜냐면 메이슨에게 흑마법을 건 이는 중급 마스터.
최소 그 정도 급에 달하는 이가 마법을 건 건데, 메이슨의 경지는 8서클이다.
나이가 60에서 70 사이인 걸로 아는데 꽤 정정해 보였던 이유가 바로 그거 때문이지.
그런 메이슨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중급의 마스터 정도면 그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여러 가지 마법을 걸 수가 있다.
쉽게 말하면 강자와 약자가 극명하게 나눠진다는 뜻인데, 이래서 사람들이 서클을 올리고 싶어 하는 거다.
“스승님은 어렴풋이 느끼고 계시죠?”
[무엇이 말이냐?]“그놈들이 하루 이틀 준비한 게 아니라는 거요.”
스승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신다.
왜.
대체 왜 메이슨일까.
“가장 위치가 애매했습니다.”
“새로 만든 귀족 연합의 귀족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저랑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그레이랑 관계가 되어 있는. 일종의 사다리 걸치기가 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더 발각되지 않을 확률이 높은. 메이슨 님. 당신은 이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됩니다.”
메이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실이니까.
잠시 말을 멈췄다.
왜냐면 아까부터 느낌이 이상했거든.
무언가 조잡하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고 무언가 갑작스럽게 벌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전생에서 이 대륙을 전부 찢어발기던 나조차도 모르던 조직이다.
그런데 그런 조직이 이렇게 허술하다고?
이렇게 조잡하게 일을 벌인다고?
전생이랑 많은 게 바뀌긴 했지만 이런 흐름은 너무 이상하잖아.
메이슨을 조급하게 만들어서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싶었던 걸까.
나를 자극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어떤 일을 꾸미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걸까.
퍼즐이 너무 어설프다.
어설퍼서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그런 내게 메이슨이 묻는다.
“어찌, 하실 겁니까?”
“글쎄요.”
“도관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신 걸로 보아 어느 곳인지 짐작은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3일이면 그들이 ‘도망’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 중 메이슨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난 별로 숨길 생각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숨겨 주고 입을 꾹 닫고 있으니 퍼지지가 않았던 건데.
음. 지금 그냥 말해 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나중에 말해 줘야 할 듯.
“이 대륙, 굉장히 커 보이지만 실제를 아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
“모르고 있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이제는 아니죠. 꼬리를 잡았고 단서도 많습니다. 도망, 칠 수 있으면 쳐 보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석양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제가 생각 외로 ‘상식적인’ 선에서 움직이는 일이 많아져서 오해를 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죽여야 할 놈을 단 한 번도 놓쳐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대륙 어디에 숨건 어디를 쫓아가건 제 타깃이 되었던 놈들은 무조건 죽었습니다.”
명단을 작성하라고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수백 명의 이름을 나열할 수 있다.
“아마 이제 알게 될 겁니다.”
“…….”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놈을 건드렸다는 걸, 놈들이 건드린 놈이 얼마나 미친 놈인지 알게 되는 시간이 이제.”
그대로 뒷짐을 졌다.
“3일 남았네요.”
메이슨은 작게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내게 물었다.
“저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하셔야 할 일이요. 그레이를 몇 주 더 맡길 테니, 조금만 더 담금질해 주십시오. 인재들도 가능하면 붙여 주시구요. 가능하시겠습니까?”
“늙은이를 많이도 부려 먹으시는군요.”
메이슨이 웃었다.
그건 긍정의 웃음.
그리고 확실히 사람을 잘못 보지는 않았다는 그런 웃음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제 아들놈 잘 부탁드립니다.”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3일.
3일을 기다리기 전에 일단 발란티에 영지 좀 들러야 할 듯.
우리 론이랑 해야 할 대화가 조금 있을 것 같거든.
어쩌면 많이.
* * *
메이슨과 이야기가 끝나고, 나와 스승님은 곧바로 발란티에 영지로 텔레포트했다.
오랜만에 보는 발란티에 후작령은 분명 전과는 달랐다.
새로 올라가고 있는 건축물이나 그런 것들은 차치하고, 분위기.
분위기가 정말 밝았다.
영지민들은 행복하다는 듯 웃었으며 도시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인위적으로 연출한 것이 아닌 진심.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변한 발란티에 영지의 모습에 나와 스승님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본관에 도착했다.
도시에서 몇몇 이들이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 적은 있었지만 이곳 본관만큼은 달랐다.
“공…… 공자님?”
“도련님?”
“잭 공자님이시다!”
“공자님이 돌아오셨다!”
그렇게 잠시 환호를 받고 있자, 머지않아 세 명의 남녀가 나타났다.
우리 누나, 그리고 아베이루. 그리고…… 론.
잠시 우리 누나를 안아 주고, 아베이루의 어깨를 두드려 준 뒤 론에게 다가갔다.
론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낀 것 같았다.
그 근원지는 내가 아니라 우리 스승님이다.
후작가에 도착하고 본관까지 걸어오면서, 우리 스승님은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으셨거든.
이건 스승님과 내가 처음 어센블에 도착했을 때, 그때까지 침묵하던 그때의 분위기와 흡사했다.
우리 스승님도 나름 생각할 게 많으신 듯.
그럴 만도 한 게 흑마법이, 등장했으니까.
이어서 론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본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음.
당연히 괜찮지.
그보다.
“잘 있었지?”
“……예, 잘 있었죠. 그런데 제가 혹시 무슨 실수라도?”
고개를 저었다.
론이 실수한 것은 없다.
오히려 내가 실수했지.
론은 전생이나 현생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살아 있거나 죽어 있거나 그런 것에 무관한 채 쭉 내 편이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이것저것 신경 써 주지 못한 것.
그게 내 실수지.
그대로 론을 끌어안아 주었다.
“고마워.”
“……제가 뭘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된 게 볼 때마다 도련님은 색다르신 것 같습니다.”
론이 특유의 작은 미소를 짓는다.
“키도 크시고, 얼굴도 더 잘생기셨으니 이제 슬슬 혼처를 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론의 장난기 어린 말에 나도 웃으며 대꾸했다.
“혼처는 론부터 알아봐야지. 언제까지 독신으로 살 건데?”
“글쎄요.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제가 비혼주의자일 수도.”
거참.
“내가 살면서 들은 소리 중에 일곱 번째로 웃긴 소리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