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34)
제 335화
대충 손을 휘저으며 통신을 끊었다.
그러고는 바다 너머, 지평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주 편한 자세로.
그런 내게 안토니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요람 왕성으로 안 가십니까?”
“지금은 별생각이 없네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고개를 저었다.
“우리 누나 바보 아닙니다. 타노스도 바보 아니고요.”
“…….”
“혹여, 무슨 일이 벌어져도 상관없습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했다면 그 시도가 실패했을 때의 대가도 스스로가 감내해야지요.”
그런 내가 조금 뜻밖이었는지 안토니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생각 외로 냉정하신 분이셨군요.”
슬쩍 웃고 말았다.
“여러 번 실패해 본 사람은 압니다. 실패했을 때의 결과를, 그걸 아는 두 사람이 무언가를 시작했습니다. 충분히 대비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거기다 뒤에서 지원해 주는 ‘아군’도 있는데.”
“그도 그렇네요.”
“정 걱정되시면 가 보시지요. 적색 마스터가 가세해 주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겁니다.”
안토니오는 웃었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씀드렸듯, 저는 여전히 군나르의 핏줄에 충성합니다. 그 정통한 후계자인 도련님과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저는 무엇이든 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래서요?”
“하지만 도련님께서는 누군가가 지켜야 할 정도로 약하신 분이 아니십니다.”
말없이 안토니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도련님의 몸은 하나입니다. 혹여 도련님의 적이 생긴다면 그 적은 도련님의 가까운 사람을 노리겠지요. 아주 작은 리스크, 정말 작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0.1%의 확률. 아무래도 제 역할은 그 0.1%의 확률을 대비하는 역할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게 명령해 주십시오.”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분이셨네.
물끄러미 안토니오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일, 그 누가 알겠어.
대비해서 나쁠 거 없지.
“가서 엘리자베스 발란티에를 지키세요. 어려운 거 아니죠?”
“예. 맡겨 주십시오.”
안토니오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사라졌다.
이제 선착장 항구에 남은 것은 두 명의 마스터.
작센 베이스랑…….
“넌 이름이 뭐라고 했지?”
“켄, 켄 보리스입니다.”
작센과 켄.
“너네 둘 회 칠 줄 아냐?”
작센과 켄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린다.
“지금 섬사람한테 회 칠 줄 아냐고 물으신 겁니까.”
저건 굉장히 자신 있다는 건데.
오케이.
“솜씨 좀 보자.”
켄은 기다렸다는 듯 낚싯대를 잡았고.
작센은 기다렸다는 듯 바다로 뛰어들었다.
거참.
바다에 뛰어들 줄은 몰랐는데.
옆을 보니까 켄 보리스도 나랑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작센이 특이한 놈인 듯.
그대로 웃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오늘만 같아라…….
* * *
본래 왕이 주최하는 연회 같은 경우, 참석하는 이는 무기를 불참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실제로 무기를 가지고 참여해도 그 무기를 맡기거나 그래야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토스에게 무기를 달라고 하거나 그 무기를 회수하려는 이는 없었다.
그 검이, 무려 이스마엘의 왕인 사미트가 사용하던 검이었던 것도 이유이긴 했지만 이게 전부일 리는 없다.
단순하게 안토스가 어렸기 때문이었다.
또한, 연회에 무기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이는 근위기사단에 한정되어있는데 이들은 개개인이 고서클 마나 유저였고, 그 단장인 릭스비는 무려 중급 마스터다.
그들이 무기를 들고 있는데 설마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랬는데, 실제로 벌어졌다.
누군가 말릴 새도 없었다.
정확히는 말리려는 이가 있긴 있었다.
근위기사단장 릭스비.
안토스의 행동에 적극 협조했지만 왕세자에게 검을 휘두르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일단은 막으려고 했는데, 그런 릭스비를 안토스의 곁에 있던 마스터가 막았다.
정체불명의.
대륙에 나타난 적이 없는 마스터.
릭스비는 그의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다.
여하튼 릭스비를 막은 것은 거의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고 그 찰나는 한 사람의 목숨을 가르는 순간이 되었다.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구치는 오리온 요람의 머리.
“하나.”
작게 말하는 안토스를 모두가 바라본다. 이, 미친놈.
그런데 놀랍게도 안토스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걸음을 옮겨, 한 남자를 눈에 담았다.
아베이루가 조사해서 보내 준 위원회에 속한 요람의 귀족 명단.
대공가의 적장자답게 안토스는 모든 귀족의 문양을 알고 있었고, 현직에 있는 귀족들의 얼굴 대부분을 알고 있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푸욱-!
명검 엑스텔리아가 한 귀족의 심장에 박혔다.
“둘.”
커헉 하고, 단말마가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검이 뽑혔다.
그 검은 곧바로 다음 타깃을 향해 휘둘러졌다.
서걱-!!
“셋.”
몸통이 그대로 등분이 나며 피가 흩뿌려진다.
근위기사단 중 몇몇이 나서려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연회장에 있는 도관의 마스터는 총 두 명.
한 명은 릭스비를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주변을 포진하고 있는 근위기사단을 막고 있었다.
마치 지하 콜로세움의 한 경기처럼, 안토스는 스스로가 야수가 되어 귀족들을 도륙했다.
앞서서 죽은 두 명의 귀족은 마나 유저가 아니었다.
일반인이었고, 마나 유저인 귀족들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들은 제압되어있는 근위기사단에게 다가가 무기를 빼앗았는데, 6서클 마나 유저, 아르민 백작은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그의 넓은 곡도가 뽑혀 나오는 것과 동시에 안토스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건방진 놈!”
곡도가 휘둘러지고, 안토스의 검도 휘둘러진다.
서걱-!
좌우로, 피가 뿌려진다.
마치 두 개의 신체 파편이 잘려 나갔을 때의 현상.
간단했다.
허공에는 아르민 백작의 목과 곡도를 쥔 팔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으니까.
“넷.”
핏줄이 돋은 안토스의 얼굴.
그것은 아카데미 대전에서 보여 주었던 그때의 모습과 달랐다.
강체술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린 듯한.
생명의 원천 기운을 전부 뽑아내서 쓰는 듯한.
그런 모습.
아르민 백작 다음은 7서클 마나 유저인 체이스 후작이었다.
그가 빠르게 달려들었고.
푸욱-!
근위 기사에게서 빼앗은 레이피어가 안토스의 복부를 그대로 관통했다.
승리의 미소를 짓는 체이스 후작이었지만.
후웅-!!
서걱-!!
안토스의 몸이 그대로 회전하며 체이스 후작의 목을 날렸다.
“다섯.”
붉게 물든 눈으로 고개를 돌린 안토스는, 먹이를 발견한 사자처럼 자리를 박찼다.
거구에서 나올 수 없는, 굉장히 빠른 속도.
이어서 엑스텔리아가, 7서클 마나 유저이자 안토스를 묶으려 뒤에서 마법을 시전하고 있던 프렌치 후작의 목을.
푸욱-!!
경추까지 꿰뚫었다.
“여섯.”
그런 상황이 되어서야 목표가 된 귀족들은 알아챌 수 있었다.
이놈, 아무나 노리는 게 아니구나.
위원회, 툴칸에 손을 댔던 그들만 골라서 죽이고 있구나.
도망치려는 이들이 속출했다.
“열어!! 열라고!!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이 개새끼야 열라고!”
늙은 귀족과 젊은 귀족.
그 둘은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쾅쾅 두드렸지만 열릴 리 없었다.
복부에 레이피어가 꽂힌 채로 안토스가 걸음을 옮긴다.
쿠웅. 쿠웅.
산이 움직이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좌중을 휩쓸었다.
문을 열라고 외치던 늙은 귀족과 젊은 귀족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드리워지는 그림자.
몸을 돌렸다.
붉게 물든, 키가 거의 2.5m에 달할 것 같은 거구의 괴물이 자기 덩치만 한 검을 늘어트린 채 서 있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
“오해가 있…….”
후웅-!
서걱-!
한 번의 휘두름, 날아가는 목은 둘.
안토스는 묵묵히 숫자를 셌다.
“여덟.”
그리고, 복부에 박혀 있던 레이피어를 그대로 뽑은 안토스는.
멀리서 이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그러니까 반대쪽 문을 지키는 근위기사단원 중 한 명을 향해 투포환 던지듯 집어 던졌다.
후웅-!!
“허억!”
재빨리 몸을 옆으로 틀며 레이피어를 피했지만.
콰직-!
콰앙-!!
“켁-!”
날아오는 안토스의 엑스텔리아는 막지 못했다.
뚜벅뚜벅 걸어간 안토스가 벽에 박혀 몸만 꿈틀꿈틀 떨고 있는 근위기사단원의 머리를 잡아챘다.
그 얼굴, 꿈에서도 잊지 못했던 얼굴이다.
대공가를 지우는 일에 협력했던 6명의 근위기사단원.
그중 한 명.
“오랜만입니다.”
“사…… 살려…….”
“대공가의 기사단 중, 당신한테 그렇게 말하는 이가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살려 주셨습니까?”
그 이상의 대답이 필요할까.
안토스는 잡아챈 그의 머리를 그대로 벽에 박았다.
콰앙-!
한 번 더.
콰앙-!!
부서지지 않을 듯, 깨질 것 같은 고통을 지속적으로 주는 그런 강도로.
콰앙-!!
콰앙-!!
콰아앙-!!
콰아아아앙-!!
콰앙-!!
그렇게 대여섯 번을 박자 근위기사단원의 두 눈이 풀렸다.
초점을 잃고, 바닥에는 노란색 물이 흘러내린다.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안토스는 그의 머리를 최대한의 힘으로 벽에 박았다.
콰직-!!
그대로 터지는 근위기사단원의 머리.
무감각한 어조로, 갈라진 목소리로 안토스가 말한다.
“아홉.”
고개를 돌린 안토스는 다음 목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압도적인 분위기.
도관의 두 마스터도 어느샌가 멍하니 안토스를 바라보고 있었고 릭스비도 마찬가지였으며 대공가에 충성을 맹세했었던 귀족들이, 모두 안토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걱-!
“열.”
서걱-!!
“열하나.”
서걱-!!
“열둘.”
어느새부턴가, 몇몇 귀족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대공가의 가신.
65세로 비교적 나이가 많은 미스트 후작과 동년배인 도노반 백작이 그 둘이었다.
과거 제라스 대공에게는 딱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지나치게 우유부단한 그 성격.
언제고 간에 그 성격은 대공가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실제로 그 예측은 딱 들어맞았다.
대공가의 멸문은, 더 깊게 보면 대공의 우유부단함이 원인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 제라스 대공의 약점을 완전히 보완한 후계가 나타났다.
안토스 요람.
그는 거칠 것이 없었으며 자기 한 몸도 아끼지 않았다.
선봉장처럼 그는 걸었다.
걷고, 휘둘렀다.
서걱-!
“열다섯.”
서걱-!
“열여섯.”
시간이 갈수록 무릎을 꿇는 귀족이 늘어갔다.
서걱-!
“열일곱.”
그 숫자만큼 무릎을 꿇은 이들은 안토스의 행동을 지지하고 있었다.
귀족들이 바보도 아니고, 툴칸과 붙어먹은 놈들과 아닌 놈들을 모른다?
말이 되지 않는다.
툴칸의 수작질을 요람의 귀족들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했고 지금, 툴칸과 붙어먹은 놈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그를 막는다?
막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테슬란 왕국에서 귀족들이 대거 몰살당한 그때처럼.
지금 안토스는 청소를 하고 있었다.
서걱-!
“스물다섯.”
서걱-!
“스물여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