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of an actor of a former idol RAW novel - chapter 25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연기 연습을 하던 중 태선에게 온 문자를 받고 나는 다시 머리를 쥐어뜯었다.
* * *
[짤방] 정(색)소년 짤 진짜 찰떡이지 않아?1.정색하는_정소년.gif
2.정소년_정색1.jpg
3.정소년_정색2.jpg
첨에는 윙크하는 것만 보였는데 순간 정색이 진짜 킬포 ㅋㅋㅋㅋ 그래서 정색 짤 진짜 찰떡이야 ㅋㅋㅋㅋㅋ
∟ ㅇㄱㄹㅇ (정색.jpg)
∟ 어쩜 순식간에 저런 표정을지었을깤ㅋㅋㅋㅋㅋ
∟∟ 찐으로 당황하고 정색하는 게 한장에서 다 보여
∟ 윙크남보다 정소년도 조아 ㅋㅋㅋㅋㅋㅋ
∟어서 데뷔해
∟∟ 데뷔해 젭알
∟ 정색에서 진심이 느껴져 지금까지 봐온 어떤 정색짤보다더 내정색을 표현할수 있어
* * *
그러니까 걱정했던 윙크보다 그다음 순식간에 굳었던 내 표정이 유행 짤방이 되어 있었다.
정(색)소년이라니.
정소년이라니.
이건 또 뭐야.
낡은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소리
갑작스럽게 약속 장소가 변경되었다.
원래는 얼굴만 좀 보고 이야기를 하자던 캐스팅 디렉터가 KBC 별관 근처로 와 주면 좋겠다고 연락을 해 왔다.
이건 매우 좋은 신호였다. 캐스팅 디렉터가 방송국 근처에서 만나자 하는 데 나쁘게 생각할 연기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내 표정이 조금 가라앉았을까. 운전 중이신 한 대표님이 가볍게 말씀하셨다.
“긴장했어? 괜찮아, 괜찮아. 아저씨가 있는데 뭐 그렇게 긴장을 하고 그래.”
그랬나? 내가 지금 긴장하고 있었나?
장난스러운 한 대표님의 말씀에 정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걸 보니 긴장을 했었나 보다.
“네. 대표님만 믿을게요.”
“고럼, 고럼. 아저씨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이런 미팅은 흔한 거야.”
신호에 걸려 차를 세우며, 한 대표님이 말씀을 이어 나가셨다.
“앞으로는 오디션도 많이 봐야 할 거고. 처음이라 그런 거지. 업계 사람들 만나는 일 계속 있을 거야. 그때마다 긴장 잔뜩 하고 나가면 보여 줄 것도 제대로 못 보여 준다. 편하게 생각해. 얼굴 한번 보여 준다고. 네 얼굴은 비싸질 거야. 기죽을 필요 없어. 당당하게. 자신감 있게 보여 주자고.”
자못 비장하게까지 들렸다. 내 얼굴이 비싸지지 않는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비싸게 만들어 주실 것 같은 느낌?
언제부터 이렇게 내 마음이 열렸을까.
살짝 웃음이 날 것 같은 기분을 참으며 답했다.
“네. 당당하게. 그렇게 할게요.”
어쩐지 차 안의 에어컨 바람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인지 상대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싶었다.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한 대표님이 물으셨다.
“커피 좀 줄여야 하는데, 그래도 한 잔 마셔야겠다. 뭐 마실래?”
“아이스 코코아 휘핑 올려서요.”
습관적으로 대답하다가 일어났다.
“아니, 제가 다녀올게요.”
한 대표님이 내 어깨를 눌러 나를 자리에 앉히면서 말씀하셨다.
“아니야. 오늘은 일하러 온 거잖아. 나는 내 연기자들 이런 거 안 시켜. 그냥 앉아 있어. 아이스 코코아 휘핑 많이 오케이.”
그러곤 몸을 돌려 주문을 위해 카운터로 향하셨다. 대표님의 뒷모습을 보니 과거의 수많은 순간이 떠올랐다.
연예인이 되면, 아니 연예인으로 성공하면 수많은 스태프가 따라붙는다. 그리고 연예인은 본업을 제외하고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게 된다. 한 대표님의 말씀처럼 아무도 연예인이 직접 일을 하게 두지도 않는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무대에서, 카메라 앞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연예인에겐 가장 중요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다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일을 할 때는 매니저나 스태프들의 도움이야 받겠지만, 다시 정말 아무것도 혼자 못 하는 바보가 되는 것은 사양이었다.
“정연진 군?”
고개를 들자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과 남성이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누군가 이렇게 가까이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자책하며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정연진입니다.”
여성 쪽이 밝게 웃으며 먼저 인사했다.
“반가워요. 우리 통화했었죠? 박민혜예요. 이쪽은 여기 KBC PD, 임정욱 PD님. 오늘 꼭 같이 오고 싶다고 하셔서요. 괜찮죠?”
밝게 인사를 하면서도 눈은 빠르게 나를 훑어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쪽을 전혀 모른다면 눈치채지 못할 만큼 빠르게.
그리고 임정욱 PD는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이르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당황을 감추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정연진입니다.”
“흐음… 임정욱입니다.”
이 사람은 그냥 대놓고 봤다. 얼굴에 구멍 나겠네.
이런 사람인 줄 알고는 있었는데 이때도 그냥 거침이 없었구나. 슬쩍 웃음이 나려고 하지만 참았다.
임정욱 PD.
지금은 KBC 소속이구나. 회귀 전에는 Ntv의 간판 연출이었다. 아이돌이던 시절 이 사람이 연출한 드라마의 조연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연기 때문에 매일 욕을 얻어먹었지. 다시는 나와 일할 일 없다는 말도 했었고 그는 그 말을 지켰다.
이번엔 그때와는 다르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원규 대표님은요? 함께 오신다고 들었는데.”
그때 음료가 담긴 트레이를 든 한 대표님이 다가오셨다.
“어. 박 캐디, 왔어요? 음료 그냥 커피로 사 왔는데 괜찮죠?”
이미 아는 사이였구나. 하긴 이 좁은 바닥에서 일하는 캐스팅 디렉터와 연예 기획사 대표인데.
“네. 괜찮아요. 여기 인사하세요. 이분은 바다 엔터 한원규 대표님, 그리고 KBC 임정욱 PD님.”
명함을 꺼낸 한 대표님과 임 PD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명함이 나오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프로 매니저였다.
박 캐디와 한 대표님이 날씨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역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답게 아이스 브레이킹 솜씨가 장난 아니었다.
그런 대화가 오가는 중에도 나는 좀 불편한 상황이었다. 자리에 앉은 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임정욱 PD가 나를 계속해서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시선을 받는 거야 익숙한데 이 정도면 좀 심하다고요. 인사를 할 때보다 더 노골적으로, 마치 노려보듯이 보고 있으면 어쩌라는 건지.
임 PD의 그런 시선을 눈치챈 박 캐디가 임정욱 PD에게 말했다.
“어우, 임 PD님 연진 군 얼굴에 구멍 나겠어요. 그만 좀 쳐다봐요.”
그제야 임 PD가 내게서 시선을 거두며 능청스레 답했다.
“PD가 배우 얼굴 쳐다보는 거야 당연한 건데, 뭘 그래요.”
그렇게 말하는 임 PD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그렇죠. 그리고 우리 연진이가 자꾸 보고 싶은 얼굴이잖습니까. 하하.”
우리 한 대표님도 점점 팔불출이 되어 가셨고.
“프로필 받아 보고 눈에 확 띄더라고요. 잘생겨서 깜짝 놀랐다니까. 꼭 얼굴 한번 봐야지 했는데 황금종에 나오더라고요. 춤도 잘 춰서 바다 엔터로 갔다기에 아이돌 준비할 줄 알았죠. 근데 연기한다고 해서 좋더라고요. 우린 좋은 배우들 많은 게 좋으니까.”
속내는 모르지만, 박 캐디의 말은 진심처럼 들렸다.
“아이돌 쪽도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닌데, 본인이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니까 회사가 뭐 어쩌겠어요. 하고 싶은 거 밀어줘야지. 좋은 배역 있으면 우리 연진이 꼭 먼저 캐스팅해 줘요. 연기도 잘해요. 단역도 좋으니까 자주 연락해요.”
한 대표님이 대답하는 중에도 임 PD의 시선은 아직도 내게로 향했다.
“네, 그럴게요. 연기 영상 봤는데, 좋더라고요.”
한 대표님의 말에 가볍게 답을 한 박 캐디가 고개를 돌려 임 PD에게 물었다.
“결정했어요?”
“네.”
짧게 답한 임 PD가 가져온 서류 봉투에서 대본을 한 권 꺼내 내 쪽으로 밀어 주며 말했다.
“준비 중인 단막극 책이에요. 아직 방영 일정은 정해지진 않았는데 10월이나 11월이 될 거 같습니다.”
그러곤 이번엔 내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