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61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60화
리그 오브 게임즈의 모든 동작과 명령은 의지를 통해 이루어지며, 시간적 오차가 없다.
거의 없는 수준이 아니다. 아예 없다.
무슨 말이냐면.
두 유저가 동시에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시스템적인 오류가 생길 일이 없단 뜻이다.
[상태 이상 ‘매혹’에 빠집니다.]평소엔 프레야의 기술력을 찬양했던 미카엘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깔끔한 시스템 판정이 원망스러웠다.
‘이럴 땐 오류 좀 생겨주지, 진짜.’
챙그랑! 챙그랑!
신명 나게 휘둘러지며 HP를 깎는 일일리행의 검.
잠시 후 매혹이 풀렸지만 이제 와서 블링크를 쓰는 건 턴을 버리는 짓이다.
디지가 장전의 춤사위를 써서 바로 거리를 좁힐 테니까.
대신 미카엘은 블랙 포션을 빨며 미니언을 때렸다.
‘악몽 스택을 채워서 턴을 벌어야 살 수 있어.’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위크니스 스펠.
[스펠: 위크니스] [적 챔피언을 쇠약 상태로 만들어 이동 속도와 가하는 피해량을 감소시킵니다.]일일리행의 아바타 위에 위크니스의 이펙트가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스펠: 딜리트] [적용된 모든 방해 효과와 상태 이상을 삭제시킵니다.]미카엘은 빛의 속도로 딜리트를 사용하는 디지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하하, 자존심 상하네.’
이대로면 죽기 전에 다시 한번 우울 상태 이상을 발동시킬 수 있다.
지금 딜리트를 쓰는 건, 이후 미카엘의 스킬을 피할 자신이 있단 뜻.
가장 쿨타임이 짧은 같이 우울해지자! 스킬이 마침 시전 가능 상태가 되었다.
‘아무리 디지라도 이렇게 가까운 상태에서 스킬을 피할 순 없을 거야.’
하지만. 미카엘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근처에 빈사 상태인 미니언이 두 마리 있단 걸.
문득 미카엘은 1렙 때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심리전 2경기 시작이네!”
왼쪽, 오른쪽. 과연 어느 쪽일까.
[일반 스킬: 같이 우울해지자!] [글루머가 마나를 소모해서 지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우울의 돌풍을 생성합니다.] [우울의 돌풍에 노출된 적은 마법 피해를 입고 이동 속도가 약간 감소합니다.]글루머의 지팡이가 빛나는 순간, 거의 동시에 일일리행의 아바타가 움직였다.
[일반 스킬: 장전의 춤사위]안타깝게도 디지의 선택은 오른쪽이었다.
‘망할!’
좀전의 심리전은 순수하게 운빨이었다. 운 또한 실력의 일부라는 걸 누구보다 절절하게 알고 있는 미카엘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디지의 행운이 원망스러웠다.
[스펠: 블링크]심리전 실패로 턴이 날아갔으니 이제 남은 건 도망뿐이다.
디지가 곧바로 장전의 춤사위로 거리를 좁혔다.
‘그래도 죽진 않겠어.’
패시브 풀 스택인 일일리행의 대미지는 초반 시간대임에도 어마어마했지만.
블랙 포션 덕분에 최악의 상황에도 HP가 1% 정도는 남을 것 같다.
큰 손해를 보긴 했지만 본진에 귀환만 한다면 어떻게든 경기를 길게 끌어갈 수 있으리라.
띵! 띵! 띵!
예상대로 디지는 포탑의 공격권에 들어섰음에도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네가 먼저 죽는다?”
미카엘의 계산대로라면 아슬아슬한 차이로 디지가 먼저 데스를 당하게 된다.
‘설마 계산을 못 한 건가?’
미카엘의 가슴 속에 작은 희망이 부풀었을 때였다.
“미카엘.”
걸음을 멈춘 디지는 킬각이 무산되었음에도 즐겁게 웃고 있었다.
재밌다. 죽음을 걱정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전투를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기꺼웠다.
‘아무리 그래도 승리한 전투가 더 재밌는 법이지.’
그러니까, 이길 것이다.
[일반 스킬: 방호의 춤사위]방호의 춤사위로 미카엘에게 대미지를 가할 순 없지만.
포탑 범위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
그리고 디지에겐 마지막 대미지를 가할 한 수가 남아 있었다.
챙그랑!
일일리행의 검을 가볍게 허공으로 던졌다가 다시 받는다.
록에서는 원딜러도 화살을 쏘는 대신 잡고 휘두르거나 총으로 상대를 때려서 대미지를 가할 수 있다.
반대로, 근접 챔피언 또한 무기를 던져서 대미지를 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공격보다 대미지가 훨씬 적고 무기가 손으로 돌아오는 데 10초나 걸려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짓이지만.’
지금은 상관없잖아?
“다시 심리전이야, 미카엘.”
쐐액!
일일리행의 검이 쏜살같이 날아간다. 동시에 미카엘도 몸을 날렸다.
왼쪽. 오른쪽.
이번엔 어느 쪽일까?
“왼쪽!”
그리고 미카엘의 선택은.
디지와 마찬가지로 왼쪽이었다.
[게임 승리!]눈앞이 어두워지는 걸 느끼며, 디지는 한 번 더 씨익 웃었다.
세 번의 심리전에서 전부 패배하고 게임까지 져버렸으니 미카엘은 꽤나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이 정도면 1경기의 패배는 충분히 복수해 준 것 같네.’
* * *
“으아악, 디지 선수우!”
“디지 선수 진짜 미쳤나요! 게임 시작 5분도 안 되어서 2경기를 끝냈습니다! 무려 대천사 미카엘을 상대로요!”
“이건 진짜, 현 프로 선수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걸 다따…… 다이아몬드가!!”
-자동 완성 기능을 제공합니다. 박휘: 이걸 다딱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다딱ㅋㅋㅋㅋ진심 나왔누.
-근데 디지 쟤 하는 거 보면 절대 다딱 수준이 아닌데?
-ㄹㅇ…… 뇌지컬은 몰라도 피지컬은 극천상계임ㄷㄷㄷㄷㄷ
흘러나오는 리플레이와 해설자들의 흥분 가득한 목소리를 들으며, 디지는 대기실로 향했다.
“왔어?”
대기실 문을 여니 들리는 미카엘의 불퉁한 목소리.
“확실히 디지 네 피지컬이 엄청나긴 하다. 내가 3분 만에 질 줄은 몰랐는데. 아오, 자존심 상해.”
불만이 가득하면서도 순수한 감탄이 서려 있는 미카엘의 얼굴이 보였다.
“한 번씩 주고 받은 건데 뭐.”
“그건 그렇지만…… 3경기는 뭐할 거야?”
“흠. 전략 게임에서 적에게 전략을 말하라고?”
미카엘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너만 괜찮으면 서로 픽을 정하면 어떨까 해서.”
일종의 부정행위였지만, 미카엘의 의도는 순수했다.
“내 생각엔 무라마사랑 메이게츠로 3경기를 장식하는 게 가장 반응이 좋을 것 같거든.”
흠. 맞는 말이긴 하네.
무라마사와 메이게츠. 두 챔피언의 스토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뜨거운 호응을 보낼 수밖에 없다.
‘서로 밴한 챔피언으로 3경기를 하면 시청자들 뽕도 차오를 거고.’
화끈한 승부를 신청하는 미카엘의 태도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콜. 애초에 3경기는 근접 챔피언 전투로 가기로 약속하기도 했었으니까.”
“오케이. 무라게츠 대전이라니 재밌겠다.”
문득 디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근데 미카엘 너, 근접 전투 못할 것 같아서 아쉽다더니, 하게 됐네?”
“…….”
미카엘이 인상을 구겼다.
“아. 너무 자존심 상해. 아무리 내가 원딜러라지만, 롱지도 나한테 이런 말을 못했는데.”
롱지. 작년 록드컵 우승팀인 중국의 원딜러.
즉, 현 세체원이다.
“롱지는 못해도 디지는 할 수 있어. 꼬우면 전 경기 이겼어야지.”
“……그 말, 3경기 이기고 반드시 되돌려준다. 기대해.”
2경기의 리플레이와 해설자들의 경기 리뷰가 끝나고, 3경기의 시작을 앞뒀을 때.
디지와 미카엘은 동시에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대망의 3경기! 지그으음! 시작합니다!”
디지는 해설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캡슐안으로 발을 디뎠다.
캡슐을 닫기 전, 디지는 미카엘을 한 번 바라봤다.
때마침 미카엘도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어서,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동공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승부욕.
가슴이 두근거렸다.
“밴 없이 진행되는 3경기! 과연 두 선수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지금 공개됩니다!”
[3경기 챔피언 선택이 완료되었습니다.] [DG: 바람을 살라먹는 요도, 무라마사] [미카엘: 고요한 호수의 검, 메이게츠.]홀로그램 윈도우가 떠오르는 순간,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ㅁㅊㅁㅊ 무라마사에 메이게츠??
-개오진다 진짜 ㅁㅊ!!!
시청자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무라마사의 패배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
메이게츠의 트롤링은 ‘수학’적으로 분석되었다.
무이언스.(무라마사 + Science)와, 메쓰(메이게츠 + Math).
두 챔피언은 특유의 조건 많고 리스크 큰 스킬셋 탓에 과학과 수학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충 챔피언이었고.
동시에 서로를 증오하는 형제라는 꿀잼 컨셉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무라마사: 오만한 형, 메이게츠여. 다시 한번 죽여주마.] [메이게츠: 아둔한 동생아, 진정한 자유를 네게 선물하지.]스타디움의 스피커에서 무라마사와 메이게츠가 적으로 만났을 때 나오는 시그니처 대사가 재생되었다.
-크아악! 결승전에서 무이언스와 메스의 매치업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보려고 대장전 직관왔다!
-진심 존나 재밌겠다 미친 미친 무라게츠 브라더스의 자강두천 ㅁㅊㅁㅊㅁㅊㅁㅊ!!!!
-ㄹㅇ 어느 쪽이 이길지 너무 궁금한데? 미카엘 메이게츠도 디지 무라마사 못지 않게 치트키잖아ㅋㅋㅋㅋ
게임이 시작을 위해 잠시 대기하는 동안에도 시청자들의 채팅이 끝없이 올라왔다.
-1레벨부터 박진감 ㅈㄴ 넘치겠지?
-ㅇㅇㅇ 둘이 스킬셋도 비슷해서 걍 1렙 싸움부터 심리전, 피지컬 부각 오지게 될듯ㅋㅋㅋ
-ㄹㅇ 200 챔피언을 통틀어서 가장 재밌는 매치업아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ㄹㅇ 이걸 결승에서 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라 과학! 가라 수학!
[대전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전 판과 달리 디지는 별다른 고민 없이 시작 템을 골랐다.
레드 소드에 기본 포션 하나. 재미 부각을 위해 시작 템까지는 미카엘과 입을 맞춘 상태였다.
“디지, 평타 맛 좀 볼까?”
미드 라인으로 향하자마자 던져진 미카엘의 제안.
그러고 보니 대장전 하면서 상대가 먼저 평타 맛보기를 신청하는 건 얘가 처음인 것 같은데.
“좋지.”
챙, 챙, 채앵!
무라마사의 핏빛 요도와 메이게츠의 푸른 장검이 부딪히고 떨어졌다.
‘미숙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력이 상당하네.’
비유하자면 수년간 검을 수련한 검사와 맞먹을 정도랄까.
이 녀석, 확실히 몸 쓰는 재능을 타고났어.
아직 20대인 녀석이 이 정도 실력이라니.
하지만.
채-앵!
디지의 요도가 기묘하게 휘어지더니 메이게츠의 검을 흘려내면서 손목을 베었다.
나랑 맞먹으려면 100년은 더 수련하고 와야지.
미카엘이 뒤로 훌쩍 물러났다.
“……역시 순수 전투 능력으론 안 되겠네. 포기.”
“그래도 실력이 상당한데? 원딜러면서 검 좀 쓰네.”
“기본이지.”
칭찬을 들은 미카엘이 입꼬리를 올렸다.
원딜러인 미카엘이 메이게츠를 잘하는 이유.
원딜과 서폿이 함께 서는 바텀 라인에서 원딜 포지션은 보통 원거리 물리 공격 딜러를 채용하는 편이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비원딜 챔피언을 기용하기도 했다.
일명, 비원딜 메타.
메이게츠는 미카엘이 프로 때부터 애용하던 비원딜 조커 픽이었다.
[미니언이 소환됩니다.]“본격적으로 시작이네.”
“내가 이겨도 앙심 품기 없기다.”
“누가 할 소릴.”
라인에 도착한 미니언들이 전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디지는 막타 타이밍에 미니언과 미카엘을 동시에 관통하는 궤적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일반 스킬: 요사한 찌르기]같은 순간, 미카엘도 스킬을 사용했다.
[일반 스킬: 파문을 일으키는 검첨]무라마사의 찌르기와 메이게츠의 내지르기가 서로를 노리며 교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