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74
EP.274
#2-(막간) 케이 IF – 민달팽이 BAD END(4)
이번에 변신한 코스튬은 예의 .
새빨간 원단이나 몸에 착 달라붙는 노출도 높은 의상은, 의 루비의 모습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은 듯 똑 닮았다.
나로서는 펄쩍 뛰어오를 만큼 기쁜 코스튬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을 이용해 간신히 변신한 것은 좋았지만, 배터리의 잔량이 거의 남지 않은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1~2분 정도였기 때문이다.
‘바람보다 빠르게 적을 처리한다! 할 수 있어! 나는 마법소녀니까!’
위치걸 루비의 명대사를 속으로 외치며, 나는 호수 중앙에 있는 타오란을 향해 단숨에 도약했다.
마법소녀의 강화된 각력으로, 나는 동굴 천장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높이까지 도약해, 그대로 천장을 박차고 혜성처럼 발을 내려꽂았다.
“죽어라 괴무우우우우우우울!!!”
“?!”
콰아아앙!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앗!
어이없을 정도로.
도끼처럼 내리꽂은 내 발은, 타오란의 가슴을 단숨에 꿰뚫고 수면에 처박혔다.
기세가 지나쳐 나를 중심으로 수면이 크게 퍼져나갔다, 금방 다시 수렴하듯 밀려들어와 내 몸을 흠뻑 적셨다.
“콜록! 콜록! 쓰읍… 뭐야, 별것도 아니네.”
타오란의 시체는 내 발밑에 깔려, 물 아래에서 흐느적흐느적 흔들리고 있다.
죽어버린 걸까?
심장을 꿰뚫리고서 살아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죽었다고 봐야 옳으리라.
다만 발 밑에 느껴지는 감각이, 너무나도 사람의 그것과 똑같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하아… 도대체 뭐였던 거지.’
왜 갑자기 타오란이 그렇게 변했던 건지, 애초에 괴물의 정체는 뭐였는지.
이제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
“그보다 그 두 사람은 어떻게 됐으려나?”
조금 전 내 킥의 여파로 이 녀석들도 산산조각 난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미안해지는데.
“야아~ 살아있어~?”
첨벙첨벙 수면을 가르면서 둘을 찾았지만, 아무래도 지금 내 머리 위에 떠다니는 자그마한 구체에서 나는 빛으로는 도저히 수면 아래까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나는 엎드리다시피 하며 수면 아래를 휙휙 휘저어봤다.
그래도 역시 용병 두 사람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갔냐…?”
애초에 그 둘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나?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그냥 무시하고 가버리는 것도 왠지 매정한 느낌이 들고…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도 협박 비슷한 것 때문이니, 죄책감 느낄 필요도 없으려나…?
어쩔 수 없다.
포기하자.
“안쪽에 있다는 여자들을 구출하고, 바로 도망쳐야지.”
그대로 깔끔하게 버리기로 결정하고, 그대로 호수 건너편으로 도약하기 위해 도움닫기 하듯 물 속에서 몸을 살짝 굽혔다.
그러나 그 순간.
“!”
촤아아아앗!
마치 그 때를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수면 아래에서 튀어나온 촉수 같은 무언가가 내 몸에 처덕처덕 달라붙었다.
“이, 이건…!”
꽈악 달라붙는 촉수를 단숨에 뜯어내려 했다. 그러나 하나를 뜯어내도 새로운 촉수가 달라붙고, 이어서 미끈한 살덩어리가 나를 내리누르려는 듯 등 뒤로 잔뜩 겹쳐 붙었다.
“우, 움직이기 불편해…!”
안 그래도 도움닫기를 위해 불편한 자세였던 데다, 무게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 물 속에 가슴까지 잠겨 있고, 거기다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기이한 점액질의 살덩어리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오니… 도저히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이이이이잇…! 그만…!”
몸이 물을 먹은 솜처럼 무겁다.
상태라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그럼에도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사지며 이곳저곳을 빈틈없이 옭아매져 있었다.
아, 안 돼….
이대로면, 의 배터리가….
“으… 크읏…! 안 돼…!”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다시금 빛에 휩싸이고 본래 입고 있던 타이트한 가죽옷으로 되돌아왔다.
동시에 무시무시한 중압감이 온 몸을 덮쳐, 나는 견디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첨버덩! 쓰러지고 말았다.
『후후, 마법소녀도 별거 아니네~♪』
그대로 숨을 쉬지 못해 정신을 잃기 직전.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채, 물속에서 떠오른 타오란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뚫어놓은 구멍은, 보기에도 역겨워 보이는 살덩어리가 뭉쳐오며 금방 다시 메꾸어졌다.
내가 한 짓은 소용이 없었구나… 하고, 나는 마지막으로 절망하며 의식을 놓고 말았다.
* * *
“잡았다~ 잡았어~♪”
마력을 다루는 여자들은 성가시다. 경험이 많은 전사들도 성가시다.
‘괴물’은 지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그들의 성가심을 아주 잘 알고, 또 회피하기 위해 머리를 썼다.
괴물의 생김새보다는 인간 본연의 생김새가 훨씬 꾀어내기 쉽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자신도 모르는 인간들의 기술이 많으니, 좀 더 많은 장비와 기술을 보고 학습할 필요가 있음도 알았다.
마법을 쓰는 여자들은 성가신 자들이니, 그만큼 더 세심하게 주의하고 가능하면 허를 찌르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았다.
결과, 이번에도 그녀의 사냥은 성공했다.
오늘의 성과는 남자 둘과 여자 하나.
동굴 바깥의 남자들은 저항이 거세 포획이 아니라 전부 녹여버렸지만, 괜찮다. 충분하다.
남자 둘은 살덩어리에 가둬 천천히 녹여가며 붙잡은 여자들을 연명시키기 위한 영양분으로 바꿔버릴 것이다.
여자… 귀하디 귀한 마법소녀는, 그 튼튼한 몸을 모판으로 이용해 자신의 세력을 더욱 늘리는 데 사용할 것이다.
자식을 늘리면 늘릴수록, ‘괴물’은 본인이 가진 비원에 더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어라?”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생각하며 즐거워하던 타오란은, 귀중한 먹잇감인 케이의 몸을 살펴보다 얼굴을 크게 찡그렸다.
“…? 이게 뭐지? 저주 같은 건가?”
마법소녀의 몸은 임신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손 끝을 통해 전해져 오는 정보로 깨닫고 말았다.
“이래선 안 되는데… 음?”
초조해하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금방 얼굴을 활짝 폈다.
다행히 그녀의 모체가 된 이 타오란이라는 여자는, 주술이나 마법 등에 대해 해박했다.
“좋아, 좋아♪”
그래, 이 정도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괴물은 콧노래를 부르며 곧바로 준비에 착수했다.
* * *
또옥, 똑.
근처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물방울 소리에, 내 의식이 천천히 각성했다.
아무래도 기절해버렸던 모양이다. 머리가 약간 지끈거려 얼굴을 찌푸리면서,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봤다.
타오란을 도우러 갔던 용병들이 물에 빠지고, 타오란이 사실 괴물이었고, 가슴을 뻥 뚫려도 죽지 않고….
마지막 순간 눈 앞에서 보였던 타오란의 새카만 눈자위를 떠올리고, 등골을 바늘처럼 내달리는 오한에 무심코 몸을 떨었다.
“어… 여긴….”
일단 첫 인상은 어둡다는 것.
마법소녀로서 강화된 시각으로도, 빛이 거의 없는 이곳은 어두워서 무엇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마 조금 전에 있던 곳과 같은 공동(空洞)일까?
이어서 두 번째로 깨달은 사실은, 내 두 손이 구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게 뭐야…!”
나는 두 팔을 앞으로 내민 채, 기이한 살덩어리 같은 기둥에 두 손이 파묻혀있었다.
민달팽이들의 점액질 몸뚱아리와는 다른, 그래, 공동의 천장에 달라붙어 있던 것과 비슷한 역겨운 살덩어리.
두 손 너머에 살아있는 것과 비슷한 체온 같은게 느껴져서, 혐오감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으읏…! 안 빠져…!”
낑낑거리며 두 팔을 당겨봤지만, 살덩어리에 파묻힌 팔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발로 쾅쾅 차봤지만 마찬가지다.
“으그그그그그그극…! 하후우… 안 빠져….”
결국 오래 지나지 않아 포기했다.
도대체 뭐지? 왜 나를 이런 식으로 방치해 둔 거지?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 기울이는데,
어느 순간 찰박, 찰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순간,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들려오는 소리는 단순히 조금 전의 물소리만이 아니었다.
스멀스멀, 스멀스멀, 하고.
질척거리는 뭔가가 여기저기서 기어오는 것도 느껴졌다.
이거, 설마….
민달팽이?!
차닥!
“히야악?!”
어둠 속에서 가까이 다가오던 무언가가, 내 발목에 닿자 섬뜩했다.
축축하고, 차갑다.
거기다 끈적한 점액을 흘리면서, 이 놈들은 천천히, 천천히 내 다리를 타고 기어오른는 게 아닌가!
“오, 오지 마…! 떨어져!”
말해봐야 씨알이라도 먹힐 리가 없다.
엉덩이를 흔들고, 다리를 비비면서 어떻게든 하나라도 떨어뜨려보려 했지만, 튼튼하게 내 다리에 달라붙은 민달팽이들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지금까지 보았던 사람 크기의 민달팽이들은 아니야… 그럼 설마, 새끼?’
이 자그마한, 그래봐야 손바닥 크기의 민달팽이들이 점점 커져서 그 커다란 민달팽이가 되는 걸까?
“서, 설마… 나를 먹고 크려는 거야?! 안 돼! 싫어~~~~! 달팽이의 먹이가 되다니, 싫다구우우우우~~~~!!!!”
아무리 애처롭게 애원해봐야 소용없었다.
달팽이들은 더욱 집요하게 내 몸 여기저기에 달라붙어, 마치 흡판을 이용하는 것마냥 흡입력있게 내 피부를 잡아당겼다.
“흐으으윽…!”
이상하게도, 그렇게 자극받을 때마다 차츰차츰 몸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전기가 타닥,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아, 아아… 잠시만… 그만… 히이?! 오, 옷이!”
이내 내가 입은 가죽 바지며 상의에까지 달라붙은 달팽이들은, 내 옷을 치이이이익! 녹여버리기 시작했다.
내 피부도 녹아버리는 거 아니야?! 하고 겁을 먹었지만, 피부에는 아픔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툭, 투둑.
일부가 녹아버린 옷이, 바닥에 떨어져내렸다.
나는 순식간에 알몸이 되고, 그런 내 탱탱한 피부에 점액질의 민달팽이들이 스륵스륵 기어다녔다.
‘으, 아아아아….’
그 섬뜩한 감각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데,
“일어났구나, 마법소녀?”
별안간 눈 앞에 희미한 빛이 떠오르더니, 우리를 속여먹었던 사람 형태의 괴물――검은 눈의 타오란이, 짙은 미소를 지으며 내 지척에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