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37
EP.337
#2-32 마법소녀 상품화 조교 – 단비(6)
“그러면, 이제 식당으로 가자. 해줄 얘기는 남았는데, 너무 늦으면 정말로 쫄쫄 굶을 것 같으니.”
안에 주입된 나노머신으로 식당에 출입했는지 안 했는지도 전부 추적된다. 만약 식사시간을 멋대로 건너뛰었다간 준비 된 징벌방으로 끌려가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칼로리가 엄청 높은 음식을 억지로 먹여지게 돼… 혹은 온갖 재료가 들어간 끔찍하게 맛없는 영양드링크를 원샷 시키거나.”
“…왜 그렇게 하는 거야?”
“영양 밸런스가 무너지면 안 된다나. 어디가 아프지는 않은지 메디컬 체크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고. 지방 수치가 위험수준을 넘어가면 억지로 다이어트와 운동까지 시켜줘.”
“노예 취급할 거면 제대로 취급하라 그래.”
“왜. 노예도 재산이야. 노예를 상전처럼 극진히 대했던 역사도 있는걸.”
이 별에도 그런 역사가 있었나… 아니면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했던 걸까.
아무튼 식사를 하고 안 하고도 빠짐 없이 체크 된다고 하면 늦을 수는 없다.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눈에 띄지 않고 모난 곳 없이 지내야 할테니.
두 사람은 바로 복도로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 * *
“아까 전에 그 약을 먹긴 했지만, 그래도 완벽히 나노머신의 침식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냐.”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야?”
“…어떻게 알게 되었더라? 그리고 그런 느낌이 오잖아. 위화감이라고 해야하나….”
아직도 몸과 뇌를 점령한 나노머신으로부터의 위화감.
말도 안 되는 생각, 어이없는 상식. 그렇게 위화감 투성이의 사고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던 과거의 자신이 이상하다.
지금도, 자신의 생각이 전부 ‘올바른’ 상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이따금씩 위화감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나노머신이 남아있다는 뜻이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뇌가 정말 맛이 갔다거나… 매커니즘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위화감을 눈치챌 수 있다는 점에선 다행이다.
거기다 머릿속에서도 차츰차츰 상식에서 벗어난, ‘개조된’ 기억들도 차츰차츰 떨어져나가는 것 같다. 자신이 이 되기 위해 이곳에 있다던가, 그 외에 추접스럽고 외설스런 거짓 상식과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일 뿐이다.
가만히 내버려준다면 가능한 정도다.
정기적으로 커리큘럼에 새겨져 있는, 에 의한 세뇌 나노머신의 주입과 활성화.
약을 먹었다곤 해도 그 침식을 완전히 막을 수 없는 이상, 안심하고 세뇌가 풀리길 기다릴 수는 없다.
“이해했지? 느긋하게 있을 수는 없고, 커리큘럼의 은 강도가 꽤 세. 가능하면 일주일 이내에 여기서 도망쳐야 돼.”
“일주일? 그 약의 효과가 그것 밖에 안 돼?”
“나는 이미 이 상태로 일주일을 버텨버렸다고. 내가 리타이어하면 너 혼자 남을 텐데, 가능하겠어?”
“……..”
“가능할 것 같다는 표정 짓지 마. 날 버리지 마~~~~!”
“알겠어, 알겠어. 그러니까 떨어져. 다 와 가는데… 근데 좀 늦게 말하긴 했는데, 넌 그 복장으로 괜찮아?”
“응? 왜?”
단비는 미리의 복장을 위아래로 훑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얇은 셔츠, 그리고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반바지. 발에는 펌프스 같은 운동화.
셔츠의 단추는 목까지 잠근 데다, 여전히 장갑도 끼고 있다.
색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성희롱하기 쉬운 복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옷을 몽땅 벗겨지고 와이셔츠 하나만 걸쳐지게 된 단비로서는 좀 복잡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아, 그 웃기는 룰 있지. 말도 안 되잖아, 성희롱하기 좋은 복장이라니.”
“벗겨지지 않아?”
“뭐… 이 정도면 아슬아슬할 걸? 허벅지도 보이고. 그리고 속옷을 안 입었다고 뻥치면 대강 넘어가 줘.”
“…직접 볼 텐데?”
“바지인데 뭘 봐. 속옷도 흰색이라 셔츠에 비쳐도 잘 안 보이지롱♪ 그리고 커리큘럼을 잘 보고 ‘아, 이건 들킬 것 같다’ 싶을 때만 몰래 벗거나 하는 거야. 그럼 돼.”
“교활하네.”
“지혜롭다고 해줘. 어딘가의 멍청이 씨처럼 대놓고 반항하다 그런 부끄러운 치녀 같은 꼴이 되고 싶지는 않거든.”
노골적으로 비웃는 시선을 보내며, 미리는 단비의 차림새를 위아래로 훑었다. 단비는 분한 듯 이를 갈았다.
앞을 조금 여미기는 했지만, 목 부근의 단추 하나만 잠근 와이셔츠의 틈새로 단비의 성숙한 흉부가, 그리고 흔들거리는 셔츠의 아랫자락 너머로는 그녀의 잘 익은 국부가 슬쩍슬쩍 내비치고 있다.
“흥….”
단비는 됐다는 듯이 식당으로 가는 마지막 코너를 꺾으려 했다. 그런 그녀를 미리의 손이 붙잡았다.
얼굴을 가까이 대고, 비밀이야기를 하듯 소곤소곤 말했다.
“아,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식당에서는 이런 얘기하기 어려울 테니까.”
“뭔데… 한 번에 말해.”
“진짜 밉상이네. 해체해주고 싶어라♪ …아무 것도 널 위해서 가르쳐주는 거니까 고맙게 받아들여. 아직도 말할 게 산더미니까.”
“빨리 말해. 시간 없어 보이니까.”
“주의해야 할게 있어. 엄청 조심해야 하는 거.”
……?
솔직히 이 신뢰가 안 가는 여자의 말은 반만 듣고 반은 흘려버리고 싶지만, 이것만큼은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단비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아마도 교관이란 녀석들은, 우리를 제어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거야.”
“그게 뭔데.”
“나도 몰라. 하지만 언젠가 훔쳐본 자료로 대강 짐작은 하고 있어.”
미리는 몰래 연구실 쪽에 숨어들어 그 에 대해 어느 정도 자료를 입수했다는 모양이다. 사실이라면 그 언행에 어울리게 유능한 여자라는 뜻이겠지.
그래봐야 동료 삼고 싶은 사람이냐고 말하자면, 대답은 ‘아니오’겠지만.
그 망할년인 단애만큼이나 믿어선 안 되는 년이 분명하다. 단비는 대략 80% 정도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보다, 대화로 돌아가서.
“제어?”
“응. 제어. 우리 머리에는 세세하게 뇌를 주무르는 미세한 나노머신 말고도, 『핵(核)』 같은 무언가도 같이 심겨져 있거든. 섬세한 나노머신은 마력을 발해서 어느 정도 타서 사라져버렸겠지만, 그 핵이 되는 부분은 어떻게 건드리려 해봐도 안 닿더라고. 아마 너도 남아있을 거야.”
“…다시 머리에 돌질해볼까?”
“진짜. 하지 말랬잖아 이 저능한 여자야. 거기다 핵은 정말 안쪽에 있어서, 뇌가 함몰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손댈 수도 없어.”
최악에는 핵에 손대는 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못하도록, 다른 섬세한 세뇌와는 다르게 굳건한 프로텍트를 뇌에 심어놨을지도 모른다.
이 경우, 뇌를 통째로 박살 내려 해도 세뇌의 핵이 되는 부분만은 결코 손대지 못하도록 이라도 걸어두었을지도…
“말하자면 세뇌의 근원인 셈이지. 너와 내 몸에 주입된 나노머신을 통괄하고, 뇌의 중추를 장학한 ‘무언가’야. 체내의 마력을 돌려서 거기에 있다는 것만은 알아냈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했어.”
“포기했다면서 왜 말하는 건데 망할 년아. 이렇게 시간낭비 할래?”
“아니, 사람 말하는데 왜 그렇게 험악해? 그리고 말귀 못 알아들어? 조금 전까지 『핵』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잖아!”
그 머릿속에 들었다는, 머리의 전체적인 세뇌 상태를 통괄하는 중심 『핵』.
미리의 요점은, 상품이 될 여자들 각각에게 배정된 교관들이, 그 『핵』을 제어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뜻이다.
“그 핵을 조작당하면, 처음에는 의식을 잃고 트랜스 상태에 빠져. 그리고 언어등으로 이루어지는 간단한 세뇌가 덧씌워질 수도 있어. 이건 약으로도 못 막아.”
“아하…..”
단비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미리는 이제 이해했냐는 듯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이구, 저 기고만장한 얼굴 하고는. 오똑한 코 끝을 손가락으로 꼬집어주고 싶다.
“네네, 알겠습니다. 근데 그게 뭔지는 모르니까, 일단 조심하자? 그 말이야? 거 도움도 안 되는 정보 더럽게 고맙습니다?”
“…아까부터 너 진짜. 그리고 누가 모른대?”
“네가 모른다며 씹년아.”
“자꾸 말 그렇게 할래?! 안다고!”
“알면 빨랑 까. 아까부터 X나게 뜸들이시네.”
단비의 신랄한 말투에 미리가 조금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녀도 엘리트, 이런 데서 감정싸움으로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할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안경을 고쳐쓰면서, 상세한 내용으로 넘어간다.
“……실물 같은 것도 못 봤고, 확실하게 지정된 보고서나 레포트도 찾지 못했어. 하지만 대략적인 설계도나 작동 매커니즘은 봤어.”
――아마도 ‘소리’를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해.
미리가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말했다.
“소리?”
“소리야. 아마도 뇌에 들어가는 거니까, 혼선 같은 걸 염려해서 전파 같은게 차단되어 있는 게 아닐까? 그 정교한 의 설비도 이해가 돼. 그러니까 전자파를 이용한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을 책정했다… 그런 느낌이었어, 보고서에는.”
“하지만, 소리라니. 어떤 식으로….”
“일단 그 도구의 형상은 자그마한 스위치일 거야. 이렇게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정도로. 그러면 스위치를 눌렀을 때 『특수한 기계』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소리』가 나고, 그게 우리 귀에 들어오는 거야.”
귀는 뇌와 연결되어 있다. 자그마한 소리라도, 확실하게 뇌에 전달되기만 한다면… 뇌에 심겨져 있는 『핵』이 작동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간단하네. 소리가 들릴만한 위치에 있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그래. 간단해. 피하는 방법도 간단하지. 네가 말한 대로 소리가 들릴만한 위치가 아니면 안전해.”
하지만 괴인들이 교관이란 입장에 있는 이상, 늘 거리를 두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까이 있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도 간단해. 마력을 이용해 귓구멍을 순간적으로 막으면 돼. 아예 소리를 막으란 것도 아니야. 살짝만 마력으로 벽을 치는 느낌? 그러면 상대의 말도 어느 정도는 들릴 테고.”
항상 그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의심 받는 상황 정도는 알 것이다.
그런 경우 재빠르게 눈치를 까고, 방비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귓구멍에 마력으로 희미한 장벽을 까는 섬세한 조작은 어렵지만, 그래도 단비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게 바로, 그 대책이다.
에 대해서는 조금 전에 먹은 약으로 어느 정도 대비를 했고.
이것으로 세뇌에는 완전 방비가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좋아. 이것으로 당장 급한 건 정말 끝이야. 빨리 들어가자.”
“좀 더 짧게 설명할 수는 없었냐?”
“…진짜, 내가 부탁해서 맺은 팀업이지만, 당장에라도 내치고 싶다.”
서로들 으르렁거리면서, 두 사람은 당당하게 식당으로 걸어들어갔다.
* * *
이미 식사시간의 끝 무렵에 접해서인지, 사람은 많이 빠져 있었다. 그래도 아직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적당히 있다.
식당 안쪽에 뷔페식으로 안치된 음식들을 찬찬히 훑어본다. 아직 많이 남았다.
‘으에, 근데 저거.’
아침에 마셨던 특제 드링크도 한쪽 구석에 비치되어 있는데, 성분을 보고 질린 표정을 짓고 말았다. 세뇌에 걸려있었던 아침에는 이걸 한컵 통째로 남김없이 마셨었지…. 후회가 밀려온다.
약간 메쓱거리는 기분으로 그걸 쳐다보는데, 문득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인영이 있었다.
“늦었잖아, 번.”
“늦었네, 번.”
““……………………….””
단비의 넘버는 번, 미리의 넘버는 . 둘을 부르는 말인게 분명하다.
두 사람은 입을 다문 채 돌아봤다. 커다란 몸집에, 두 사람보다 머리 두 개는 커 보이는 인물이, 두 명.
머리스타일만 조금 다르고 비슷해보이는 쫄쫄이 슈츠를 입고 있는 두 괴인은, 이 두 명의 교관들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미리였다.
“어… 교관님, 아직 식사 안 하셨나요?”
“오늘은 들을 위한 깜짝 특별식이 준비되어 있거든. 그래서 교관과 이 함께 식사를 하기로 되어있어서… 계~속 기다렸지.”
“저런!”
호들갑스럽게, 미리가 실감있는 연기로 놀란 듯이 외쳤다.
“교관님을 기다리시게 하다니, 이 천박한 노예년이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친구를 사귀게 되어서, 얘기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버렸어요….”
그 생생한 연기에 단비는 혀를 내둘렀다. 역시, 이 년은 단애과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저런 거짓말을. 거기다 일부러 약간 모자란 느낌을 연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능숙하게 남자를 농락한다.
“과연, 친구? 무슨 대화를 했어?”
“네! 서로 어떻게 자위하는지 공유하거나, 나중에 기회되면 가위치기를 하고 싶다던가, 그런 알찬 대화를 꽃 피웠습니다!”
“그렇구나. 번도 유익한 시간을 보내긴 했어?”
“…네.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미리가 ‘제대로 좀 하라고!’라는 느낌으로 눈을 흘기며 눈치를 줬지만, 단비로서는 이게 최대였다. 이런 놈들에게 아양을 떨고 싶지도 않고, 괜히 연기하려들면 더 어색할 것 같다.
뭐… 괜찮겠지. 아침에도 대강 이런 느낌이었고.
그리고 교관들도 별 말 없는 것 같았다. 사람좋게 웃으면서, 흐뭇하게 웃으며 어서 밥먹자고 재촉했다.
미리는 생글생글 웃으며, 단비는 이런 놈들과 겸상해야한다는 생각에 약간 썩어드는 표정으로 접시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아, 번. 여기 좀 봐줄래?”
“번, 이것 좀 봐봐.”
“네?” “응?”
교관들의 부름에 아무 생각없이 돌아본 두 사람의 시야에, 덩치 큰 괴인들 각자의 손에 들린 구슬 같은 것이 보였다.
안 쪽에서, 뭔가 기묘한 빛이 기묘한 패턴으로 반짝이는 묘한 구슬.
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손에 들렸던 접시가 툭, 떨어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