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69
EP.469
#2-41 위기, 위기, 위기, 위기, 위기! (12)
탁, 탁, 타닥….
데굴….
울려퍼지는 총소리. 그리고 무언가 떨어져 바닥을 구르는 소리.
알파를 부축하기 위해 다가오던 마법소녀들이 우뚝 멈춰섰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한순간 이해할 수 없었고, 자신들을 향해 총을 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순간 경계했으며.
――그리고 이어서, 알파의 총구가 노린 표적이 자신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뒤를 돌아봤다.
바닥에는 지금 막 내쏘아진 비비탄 같은 까만 콩알이 굴러다니고 있다.
이렇게 보여도 여차 할 때의 살상력은 뛰어나다.
평범한 총알이 아니라, 마력을 담아 쏘기 때문에 알파 스스로 위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다만 블루 사파이어도, 에르도 맞히지 않은 총알이,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튕겨나가 이렇게 근처를 구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
아무 것도 없던 허공.
두 사람의 바로 지척, 그 등 뒤에서.
스르르륵… 마치 물감이 씻겨내려가듯이,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유, 라 언니….”
“칫…!”
깜짝 놀란 블루 사파이어를 뒤로 밀어내며, 에르가 손에 든 빛의 검을 내민 채 경계했다.
.
모습을 숨기는 마법으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채 틈을 노려 두 사람을 제압하려 했었던 유라였지만, 알파의 총알을 막으며 마법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알파는 지끈거리는 머리가 괴로운지 숨이 고르지 못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며 그런 유라를 노려보았다.
“너희 둘, 빨리 도망쳐!”
“아, 어….”
“도망치라고!!”
알파의 손에 들린 총구가 또 다시 불을 뿜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의 탄환을, 유라는 경계하듯 뛰어 물러나며 그 쇠몽둥이로 쳐냈다.
죽이지는 않도록 힘을 극단적으로 억누른 탄환은 비비탄 마냥 허무하게 가로막히고 만다.
탕! 탕! 탕! 타탕!
평범한 머스킷총으로는 불가능할 연사.
살상능력은 적더라도 수가 많아지니 경계할만한지, 유라는 조금씩 거리를 벌리며 총알을 간신히 쳐내거나 피해냈다.
냉정하게 세사람을 바라보는 눈.
유라의 몸이 가볍게 공중제비를 돌고 날아드는 총탄을 피해내면서, 그 입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어기영차. 어기여이차.】”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영창?!
“블루! 지금은 일단…!”
“아, 아아… 그래도… 어쩌지… 어떡해…!”
“난 됐으니까 둘 다 빨리 도망쳐! 제발! 제발…!”
알파가 비통하게 외치며, 공중에 기다란 머스킷총을 새로이 꺼냈다.
하나, 둘, 셋, 넷.
점차 늘어나는 기다란 총들이 알파를 호위하듯이 공중에 둥둥 뜬 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길을 잃고 찾아온 낯선 이들이여. 세상에 있을 곳이 없어 정처없이 떠도는 부랑자들이여.】”
“【환영합니다, 부디 어서 오세요, 이 환상이 가득한 도깨비의 나라에.】”
“――【환롱등롱(幻弄燈籠)】”
알파가 간신히 힘을 짜내 요격 준비를 끝낼 즈음, 유라의 영창도 끝났다.
화악, 하고 퍼져나가는 기묘한 마력의 흔적.
그리고 동시에 유라를 중심으로, 기이한 자주색 빛으로 세계가 물이 들고 기괴하게 일그러져 갔다.
벽을 타고, 바닥을 타고, 통로를 타고.
공기가 바뀌고, 주변의 풍경이 변화한다.
“!”
차츰차츰 변해가는 주변 풍경.
쇠와 광물로 만들어졌을 벽이 기묘한 식물로 뒤덮이거나, 중간중간 자그마한 목조 건물들이 솟아오르거나.
없던 곳에 길이 생기고, 있던 곳에 길이 없어졌다.
그 장식물도, 그 모습들도.
마치 옛 이야기나 구전을 통해 전해져 오던 저승, 혹은 이계(異界)의 풍경으로 보이는 모습들로 변모해간다…!
화릇, 화릇, 화릇, 화릇, 화릇…!
화르르릇…!
‘불이?!’
변해가는 풍경 속 여기저기에, 마치 등잔불처럼 파랗고 요사스러운 도깨비불이 차례차례 나타난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불꽃들. 하나하나 나타나는 불꽃들.
그 광경에, 그 모습에 눈을 빼앗긴다.
현혹된다. 시선을 뗄 수가 없다.
환상의 세계. 환혹의 이계.
사람의 영혼을 끌어당기고 정신을 홀리는 불꽃과 환상의 풍경이 블루 사파이어와 에르의 시선을 빼앗았다.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다.
환상적이다.
이대로 몸도 정신도 녹아서, 이 이계의 일부로 전락해버릴 것 같다….
‘아… 다리에서… 힘이… 빠져….’
무릎이 푹 꺾이고,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이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다.
심지어, 눈 앞의 유라는 여러명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그조차도 알 수가 없다. 오로지 유라가 지배하는 이런 세상에서, 그들이 유라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정신 차려, 바보들아.”
빠악!
“꺄웅…!” “아얏…!”
그대로 유라가 만들어 낸 도깨비의 세계에 홀려 정신을 잃을 뻔한 그 때.
알파가 손에 든 총의 손잡이로 두 사람의 머리를 가볍게 때렸다.
그 충격에 일순 정신을 차렸다.
“아… 어라…?”
“유라의 마법은 몇 번 봐서 알아. 여기는 『현혹의 세계』니까… 오래 있으면 진짜 아무 것도 못하게 되어버려. 빨리 도망쳐.”
“어, 어, 그, 언니는, 그러면.”
“도망쳐. …나도 반쯤은 유라랑 똑같은 상황이거든.”
총을 잡은 알파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알파도 유라와 똑같은 명령을 받았고, 지금도 그 머릿속에서 나노머신이 신나게 돌아다니며 알파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두 사람을 잡아라. 사로 잡아라. 무력화시켜라…하고.
간신히 유라만큼 세뇌가 진행되지 않아서 의지로 어떻게든 저항하고 있지만.
그러니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따라가도 짐만 될 뿐이고, 최악에는 중간에 배신할지도 모른다.
“그런 거니까 어서 도망쳐. …고마워, 와줘서.”
블루 사파이어가 말을 잃었다. 이런 선택은 너무 가혹하다. 이런 상황은 아무리 긍정적인 그녀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자신도 같이 붙잡히는 쪽이 낫다고, 무심코 생각해버리고 만다…!
“블루! 빨리 가야해! 이러다 길이 전부 사라져!”
그러나 뭔가 다른 생각을, 다른 방법을 생각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가혹하다. 너무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알았어!”
블루 사파이어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으로 알파와 시선을 맞춘 뒤.
그대로 그녀를 지나쳐, 에르와 함께 계속해서 이계로 변모해가는 통로 저편으로 뛰어나갔다.
굳은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면서, 뒤는 결코 돌아보지 않으면서….
* * *
“…뭐야, 왜 가만히 있어 너는?”
등 뒤로 들려오는 발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알파가 힘겹게 물었다.
이계로 변모한 환상세계 속에서, 여러 명으로 분열한 유라는 나란히 선 채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글쎄요… 왜일까요.”
확실히 그 말대로, 지금은 절호의 찬스였는데.
그대로 달려 들었으면, 저 두 명의 마법소녀를 붙잡는 것은 일도 아니었는데.
어서 안전한 곳으로, 두 사람을 데려가 줘야하는데….
“왠지, 움직이고 싶지 않아져서….”
그러나 왠지 모르게, 그냥 보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쪽의 마음은 서둘러 두 사람을 붙잡아야 된다고 호소하는데.
하나의 마음은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며 유라의 몸을 억눌렀다.
왜일까…?
“진짜, 동생들 앞에서 너도 나도 이게 무슨 꼴이냐… 언니라는 것들이.”
“으음… 솔직히 지금 머리가 뒤죽박죽이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이 되게 화가 나는 건 알 것 같아요.”
“나도 그래.”
철컥, 철컥.
우뚝 서있는 유라와 그 분신들을 향해, 알파의 손에 들린 총, 허공에 둥둥 떠있는 총 모두의 총구를 겨눴다.
“――일단, 서로 정신차릴 때까지 X나 패보자. 남자답게.”
“저도 언니도 여자인데요….”
그러나 이의는 없다는 듯이,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알 수 없는 격정에 유라 또한 쇠몽둥이를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로 꽉 쥐고는.
알파의 총구가 불을 뿜는 것과 동시에.
유라 또한 분신들과 함께 일제히 튀어나갔다.
* * *
츠즈즈즈즈즈….
“왔다! 끝이야! 저기만 넘어서면 돼!”
달려나가며 에르가 외쳤다.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유라의 마법, 이계로 변모하던 세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던 두 사람은, 간신히 그 세계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경계선과 같은 위치를 간신히 넘어서자, 공기가 뒤바뀌고 단숨에 머리가 맑아졌다.
몸도 가볍다.
조금 전의 거기는 공기 자체가 끈적하고 질척해서, 있는 것만으로 몸을 옭아매는 느낌이었는데….
“하아… 하아… 구하러 와서… 도움만 받네….”
“알파 언니… 유라 언니….”
두 사람을 내버려두고 왔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지, 블루 사파이어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에르는 유라와는 면식이 없지만, 알파와는 【단애의 성】 이후로 수 차례 함께 행동했었던 적이 있다.
그런만큼 알파를 뒤에 남겨 두고 온 것에는 마찬가지로 마음이 무겁지만….
짜악!
“께흑?!”
에르는 블루 사파이어의 양 뺨을, 손바닥으로 양쪽에서 가볍게 때렸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쪼물락거리며 억지로 표정을 바꿔보였다.
“정신 차려, 블루. 어쨌든 오늘은 무리였어. 이미 그 슬라임부터 삐끗해버렸으니까.”
“…응.”
“차라리 어떤 상황인지, 언니들의 상태도 눈으로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았으니 다른 마법소녀들을 불러올 수도 있어.”
그리고 더 철저한 계획을 짜서, 다음번에는 지지 않는 것이다.
그거면 된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렇네. 에르 말이 맞아. 여기서 늘어져 있을 시간이 없지.”
블루 사파이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당혹스러움, 두려움, 걱정, 염려.
그런 빛들이 사라지고, 다시 본래의 당돌함과 용기와 긍정으로 반짝 빛난다.
백만번 쓰러지더라도 백만번 다시 일어서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활로는 보인다.
그게 블루 사파이어의 지론이고, 그렇기에 절망하지 않을 수 있다.
“좋아! 힘낼게!”
“그래야지!”
머릿속에서 한순간에 엔돌핀이 콸콸 흘러서, 이대로 소리라도 지르면서 기분을 고양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적진 한복판에서 그럴 수는 없으니 간신히 억눌렀다.
…그건 그렇고.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지…인데….’
기운을 차린 것은 좋은데, 지금 상황이 최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알파가 유라를 막아준 것으로 간신히 최악 중의 최악은 면했지만, 아주 살짝 상황이 나아진 정도다.
어떻게 빠져나가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그 어느 것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니까.
“유라 언니의 마법이 아니었더라도, 이미 길은 한참 전에 잃어버렸으니까….”
무턱대고 움직였다가 적진의 더 깊은 곳에 들어가버리면… 그것도 큰일이다.
“그렇게 말해도….”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십자로처럼 보이는 통로. 정면 앞의 통로에는 그 앞 또 기이하게 배배 꼬인 길이 있다. 다른 길도 종횡무진 미로처럼 꼬여있을 거라 생각하니 골치가 아프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미궁 라바린토스가 떠올랐다.
새삼 생각하지만, 정말 남의 바다에 이딴 거대한 건축물을 멋대로 만들어놓다니… 마음에 안 든다.
정말 어쩌지….
일단 아무데나 가봐야 하나….
“역시 내가――”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에르가 말을 꺼내려던.
그 때였다.
“와… 진짜, 두 사람이구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블루 사파이어와 에르가 경계 태세를 취했다.
조금 전 유라와 같다. 아무 것도 없는 장소다.
아무 것도 없는 장소에――인기척만이 있다.
“와아! 잠깐만! 공격하지마! 안 돼~~~! 나야 나! 나라고~~~~!”
스륵, 하는 옷깃이 스치는 소리.
그와 동시에 덮고 있던 천이 치워지고.
아무 것도 없었을 눈 앞의 위치에, 새로운 인영이 나타났다.
“어…어머…?” “아…..”
블루 사파이어도 에르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까지 충분히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만큼은 비교도 안 될만큼 놀라버렸다.
“얘들아, 설마 나 구하러 와준 거야? 진짜 위험했는데! 와… 살았어!”
안경을 낀 수수한 분위기의 마법소녀.
【단애의 성】에서 동거동락하며, 함께 탈출했었던 동료.
그리고 두 사람에게 이 시설에 관한 을 남겨 미리 경고해주었던, 똑똑하고 분석력이 뛰어난 친구.
마법소녀 클라라가, 지금 막 를 벗어버리고 이 자리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