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0)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20화
같은 시각.
장보기 팀을 따라간 매니저, 조태욱은….
“아오, 씨발. 애새끼들 주제에 존나 튕기기는.”
차량 음악 볼륨을 최대로 키워 놓고, 홀로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세상 물정도 모르는 것들이 왜 이렇게 나대지? 여자들이 좀 좋아해 준다고 벌써 스타라도 된 줄 아나.”
누가 들으면 눈살 찌푸리고 지나갈 말들을 마구 내뱉은 그는, 핸들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씨근덕거렸다.
“…짜증나 죽겠네.”
원래라면 멤버들과 함께 마트에 들어가서 케어에 신경써야 할 그가, 지금 벤에 홀로 남아 이렇게 화를 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를 향한 장보기 팀 멤버들의 반응이, 별로 긍정적이지 않아서.
“아, 그러니까 우리 시우 씨가 장시원 씨 동생인 거잖슴까? 이야. 저는 형이 그런 사람이면 그냥 드러누워서 돈만 쓰고 살 거 같은데요!”
“…형, 돈은 형 거고… 저는 굳이, 그러고 싶지가 않아서요.”
“에헤이, 가족끼리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니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니 돈이지. 시우 씨, 그러면 분명 시원 씨가 서운해합니다? 제가 알기로, 시우 씨가 시원 씨 덕에 CF도 찍은….”
“…….”
“어어? 어디 가요!”
사람이 좋게좋게 친해지려고 하는데, 별안간 무시하더니 앞으로 걸어가질 않나.
“근데, 로건 씨. 리버풀은 영어 사투리가 심한 동네 아닙니다? 근데 로건 씨는 그런 거 같지가 않네요.”
“Oh, 그래도 가끔 들리긴 할 텐데요? 아니면… maybe, 저희 할머니가 리버풀 사투리를 별로 안 쓰는 분이라 그럴지도요!”
“아, 또 교육을 되게 잘 받으셨나 봅니다? 헤에… 그럼 로건 씨도 그렇겠네요.”
“Um… 굳이 따지면 그런, 편이겠죠?”
“이거 참, 궁금하네요! 학력이 어떻게 됩니까? 뭐, 아주 비싼 대학 같은 거 준비했나? 캠브릿지나, 뭐 그런거? 영국은 또 한국이랑 대학 가는 방법이 되게 다르다고….”
“―Sorry. 너무 어려운 한국말이라서, 이해가 잘 안 돼요.”
그 전까진 실실 잘만 처웃고 다녀 놓고선, 갑자기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척하질 않나!
“아, 매니저 형. 여기서부터는 그냥 저희끼리만 다닐게요. 카메라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그게 좋을 거 같다더라고요.”
“…하하! 화성 씨, 그래도 제가 여러분 매니저이지 않습니까. 제가 쫓아다니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도 해야 하고, 뭐. 아시죠?”
“엥. 여기 사람이 워낙 없어서 괜찮을 거 같은데요? 카감님도 계시는데요 뭐. 그냥 벤에 가서 쉬세요. 오늘 촬영도 바빠서, 이따 할 일 되게 많으실걸요?”
“크흠….”
그리고 이런 타이밍에는 은근슬쩍 카메라에 드러나 ‘일 잘하는 매니저’로 입소문을 타려던 계획을 방해하기까지.
“후….”
핸들 쥔 손에 핏줄이 돋을 정도로 힘을 빡, 준 태욱은 수런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아냐, 마음에 안 들어도 당장은 참아야 해.’
태욱은 아직 AG와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한 상태가 아니었다.
일단 당장에 이동이 급한 티오제의 스케줄을 하나 먼저 따라가고, 이번 스케줄에서 복귀한 후 도장을 찍어야만 ‘진짜’ 매니저가 되는 상황.
‘…일단 계약서에 도장부터 찍고 시작하자고.’
태욱은 카메라맨과 함께 다가오는 티오제 동생 라인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철컥―
“…오! 오셨네요. 하하, 촬영은 잘하셨나 모르겠슴다.”
태욱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껏 일그러져 있던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며, 자연스럽게 멤버들을 맞이했다.
벤이 떠나가라 울리던 음악은 어느새 꺼졌고, 은근히 나던 담배 냄새 역시 태욱이 마구 뿌린 탈취제에 가려진 채였다.
“아, 괜… 찮았어요. 장 보는 거, 전에 한 번 해 봐서.”
“Right. 유찬 형, 춘용 형이랑 한 번 다녀왔죠. 저희는 이미 경험자라고요. 화성, Understand? 같은 가격이면 신선한 걸 사는 게 맞아요.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요.”
“아니, 지금 뭐라는 거예요? 입이 6개면, 양이 많아야지! 와, 나 억울하네. 그리고 짐도 다 내가 들었거든요? 어디 한 번 변명해 보시죠.”
“하하, 화성. loser가 말이 많아요.”
“형아가… 가위바위보, 져서 그런 거잖아요.”
“와, 장시우. 너까지 그러기냐?”
“하하! 좋슴다, 이제 출발할게요. 다들 안전 벨트 착용하시죠!”
왁자지껄한 멤버들의 목소리는 들은 척도 안 하며, 태욱은 부드럽게 벤을 출발시켰다.
“…….”
그러면서, 백미러 너머로 멤버들을 한 명 한 명 주의 깊게 보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근데, 형들이… 이게, 무슨 음식인지 알까요? 저희가 쪼끔, 중구난방으로 산 거 같은데….”
장시우의 선 곱고 예쁘장한 얼굴, 그리고 사근사근하고 얌전한 말투.
“What?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겠어요? 딱 적절하게 골랐잖아요. 저는 분명 알 거라고 생각해요.”
로건의 물 흐르는 것처럼 부드러운 영어 발음과, 착한 강아지가 떠오르는 둥글고 섬세한 이목구비.
“아니, 그것보다도 형들 요리 솜씨를 의심해야 해요. 재하 형은 나쁘지 않은데, 유찬 형이랑 춘용 형은 요리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요. 괜찮나, 이거….”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흔들리는 지화성의 금발과, 그 아래 새하얀 피부.
더 나아가서는, 길쭉하고 비율 좋은 몸까지도.
“그러엄, 전 일단 메로나부터… 먹고 있을게요. 아침 굶을지도 모르니까….”
“Agree. 저도 하나 주세요, 시우.”
“아앗, 나도.”
그런 와중에 대화까지 위트 있어, 서바이벌로 이미 인지도도 많아.
“…흐흥.”
태욱은 차선을 변경하며 들리지 않게 코웃음을 쳤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티오제는 정말이지….
태욱의 원대한 야망에 딱 맞는 아이돌이었다.
‘너희 덕 좀 보면서, 이 형이 이번에는 반드시 꿀을 빨아야겠다.’
태욱은 언제나 노는 걸 좋아했다.
그건 타고난 천성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입시 공부보다는 축구나 연애. 아슬아슬하게 대학을 들어가서도 학점보다는 술이나 클럽, 그리고 연애.
남들은 자격증이니, 토익이니, 취준이니 숨 가쁘게 살아가도, 태욱의 머리에는 그런 생각뿐이었다.
더 자극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
적당히 설렁설렁 일하면서, 꿀 빨고 술 마실 수 있는 방법.
그런 태욱이 활로를 찾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제 삶에서 가장 부지런하게 지내야 했던 군대 시절이었다.
“…그래? 연예인은 아니더라도, 연예인만큼 예쁜 애들이랑 놀 수 있단 말이지. 담당 연예인이랑 친해지면 일은 또 설렁설렁해도 되고?”
“넵! 저희 형이 지금 작은 소속사 매니저 팀장인데, 로드 시절에 인맥 뚫은 후에는 다들 그렇게 논다고 합니다!”
“운 좋으면, 연예인이랑도 놀고? 술게임도 하고?”
“넵, 맞습니다. 물론, 운이 정말 좋아야겠지만. 가끔은 연예인이랑도….”
“야, 야. 됐어. 닥쳐 봐. 너 이름이 뭐랬지?”
“넵! 충, 성! 이병, 최, 학, 준! 입니다!”
“…너 남은 군 생활 편하게 해 볼 생각 없냐?”
“죄송합니다! 누나나 여동생은 없습니다! 여자친구도 없습니다! 여자친구 친구의 친구도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씨발. 지랄하지 말고.”
‘너네 형이랑 좀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 이 새끼야!’
이렇다 할 학점도, 포트폴리오도, 경력도 없는 태욱이 매니저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그런 까닭에서였다.
학점도, 포트폴리오도, 경력도 없었지만 태욱은 술을 잘 말았다.
술게임은 더 잘했고, 자기가 잘 보여야 하는 사람에게 아부는 그 배로 잘했다.
‘운이 좋았지,’
그러나 그런 불순한 동기에서 시작한 걸 결국에는 눈치챘는지, 그 여배우는 1년 하고 6개월 만에 태욱을 손절.
‘그렇게 연예계 줄이 영영 끊기나 했는데… 혹시나 싶어서 넣었던 AG에서 연락이 오다니.’
태욱은 천천히 캠핑장 인근의 주차장으로 벤을 밀어 넣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차례대로 정리했다.
‘애새끼들은 날 껄끄러워하는 게 너무 티가 나니까, 성인인 놈들부터 공략해야겠어. 내가 자기들보다 형이고, 재밌게 놀아 줄 수 있다는 걸 강조하면 된다고.’
그러면서, 태욱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김춘용이었다.
‘눈빛이 좀 꼽긴 했지만, 생긴 거랑 다르게 착한 거 같았지. 딱 안성맞춤이야.’
술자리에 가면 분명히 환호받을 날티 나지만 잘생긴 얼굴, 그리고 멤버들과 이미 굉장히 친해 보이는 모습까지도.
‘한 놈이랑 가까워지면 다른 멤버들도 순식간이니까.’
김춘용이 렉스로 활동했던 때도, 조태욱은 이런 식이었다.
“어후, 재하 씨. 그런 일은 제가 하면 됨다! 이리 주시죠, 이리.”
“아, 매니저님. 제가 해도 되는데요.”
“아뇨, 아뇨. 제가 하는 게 맞아요. 그리고… 편하게 부르시죠? 와하하, 야라고만 안 부르시면 돼요! 태욱 형이 제일 좋겠네요. 제가 많이 도와드릴게요.”
“으음, 감… 사합니다.”
한 명씩 아주 사소한 요소로 가까워진 후, 자기 말에 거부하지 못 하게 만드는 것.
“시우야. 진짜 미안한데, 오늘은 형아가 스케줄 같이 못 갈 거 같아…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아앗… 괜찮으세요? 그럼 회사에 말씀드려서, 오늘만 다른 분 와 달라고 말씀, 드릴….”
“잠깐, 잠깐! 그것도 좋지만, 크흠. 그럼 형 자리가 앞으로 위험할 수도 있거드은… 혹시, 그런 걸 바라는 건 아니지?”
“어, 어….”
“하루만 재하한테 부탁할래? 형이 다시는 이런 일 없게, 쿨럭!”
“쉬, 쉬세요 형! 제가, 재하 형한테 말씀드릴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에 말할 수 없게.
사람이 변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했다. 아주 작은 거라도 말이다.
그러나, 생전 그런 걸 받을 생각도, 줄 사람도 없는 태욱은 또 잘못된 선택을 반복할 뿐이었다.
‘연습생이니까 다 곱게 자랐을 거 아냐. 나이 제일 많은 놈이라고 해 봤자 아직 군대도 안 가 본 대학생이고. 그럼 씨발, 존나 껌이지.’
“…푸하하!”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린 태욱은, 앞서나간 멤버들의 뒤를 쫓아 천천히 캠핑장 쪽으로 이동했다.
쉬는 시간을 틈타, 김춘용에게 슬쩍 접근할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나.
“어어?”
캠핑장에 발걸음을 들인 태욱은,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렇습니까?”
“아, 네. 저도 모르게 그게 갑자기 떠올라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지만, 꼭 신경써 주실 필요는 없어요.”
“…하하. 아닙니다. 도와드릴게요.”
김춘용 옆에 붙어있는 유호빈의,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고 있는 얼굴을 보며 말이다.
“허어….”
순간적으로 표정 관리를 못 한 태욱은, 팔짱을 척 끼며 기막히다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술자리와 연애로 단련된 눈치가 빠르게 돌아갔다.
둘 사이에 무슨 대화가 있었을 거란 것.
그리고, 호빈이 티오제에게 정을 붙이면 자기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것.
“…이럼 안 되지. 안 된다고요, 선배님.”
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갑작스럽게 자기 자리를 탐내는, 욕심 많은 선배에게 손을 쓰기 위해서 말이다.
* * *
“…후.”
유호빈과 ‘누나에게 최가온 싸인을 받아다 줘야 하는데 통 얼굴 볼 일이 없어 문제다’라는 대화 후 캠핑카에 들어온 김춘용은, 옅은 한숨과 함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무음이 됐으니 참지도 않겠다는 듯, 엑스에게서 온 메시지는 화면을 온통 점령 중인 상태였다.
– X: 야 효과 쩔었다 ㅁㅊ 이건 우리 회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이야
– X: 나 방금 개깨질 각오하고 보고하고 왔거든? 근데 웬걸
– X: 존나 좋아하더라 그동안 깝죽거리기만 한다고 털리기만 하는 일상이었는데 ㄹㅇ 상여금 각임
– X: 아!!!! 진심 개신나
– X: 야아앙 추뇽 추뇽 추뇽♡ 나 상여금 받으면 너한테 스킬 하나나 스탯 업 쏠게 ㅎㅎ
– X: 우우우웅 (⌒▽⌒)☆ 우리 렉쓰레기가 나에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ㅠ
“…푸핫.”
평소 같으면 징그러운 짓 말라는 답장을 보냈겠지만, 오늘만큼은 김춘용도 별말 없이 [ㄱㅅ]라는 짧은 답장으로 대거리를 마무리했다.
뭐,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이번에 엑스와 작당해서 얻어 낸 스킬은 생각보다 훨씬 도움이 되었으니까.
[오버랩 (F): 스킬 시전자가 피시전자의 트리거가 될 만한 행동을 할 시, 당시 기억이 떠오르며 매력 보정 (디매리트 가능)효과: 피시전자에게 매력 –10% ~ +10%]
그 기억이 안 좋은 기억일 때는 안 하느니만 못 하고, 스킬 두 개를 한꺼번에 잃은 게 약간 아쉽긴 하지만.
당장에 소정의 목적을 이루었으니, 김춘용에게도 아주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
이어지는 촬영을 위해 옷 위로 앞치마를 걸치며, 김춘용은 다음 일들에 대해 찬찬히 고민했다.
‘일단, 호감 사는 건 성공했어. 운이 좋다면 딱히 다음에 무슨 일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고쳐먹을지도 몰라.’
그러나, 언제나 긴장을 늦추지 말고 모든 일에 대비해야 하는 법.
이미 [타겟팅 스타> 당시 별별 일을 다 겪으며 그걸 몸소 체험한 김춘용은, 혹시 생길지 모를 변수들을 고려할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주의 깊게 봐야 할 건….’
똑똑―
– 춘용아? 준비 다 했어? 우리 이제 요리해야 할 거 같은데!
“아, 넵! 금방 나갈게요, 형!”
물론, 당장은.
눈앞에 닥친 리얼리티 촬영 요리라는 산부터 넘어야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