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2화
* * *
몸이 무거웠다.
나는 흐릿한 두 눈을 끔뻑거리면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맞다.
클럽에서 미친 듯이 술을 마시다, 길바닥에서 공황장애약 입에 때려 박고 기어 다녀서… 현장 체포됐었지.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을래! 죽을 거라고!”
술에 취해 평소보다 약을 더 복용하는 바람에, 별짓을 다 하고 느꼈었다.
횡설수설, 환청, 환각 모든 것을 말이다.
그러니 누가 봐도 약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겠지.
안 그래도 악성 멤버라는 멸칭이 함께하는 나에게 이런 긴급 체포와 함께 남은 건 연예계 매장뿐이었다.
안 그래도 날 향한 멤버들의 감정이 좋지 않은데… 이번에는 죽이려 들 수도 있지 않을까?
아….
…기왕 이렇게 된 거, 죽어 주는 게 더 나을지도.
“야, 김춘용. 일어나.”
그나저나, 희한하게도 취했었다. 이상하리만치 바라는 걸 떠올리기까지 하고 말이다.
– 나랑 계약하자.
그날, 그 사건이 있던 날부터 바라 왔던 단 한 가지,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는 게 가당키나 한가. 진짜로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게 아닌 이상.
“하하….”
순간 헛웃음이 절로 흘렀다.
“너 웃어? 근데 왜 안 나와, 이 새끼야.”
근데 이상하네, 왜 진짜로….
“김춘용! 엄마가 밥 먹으라잖아!”
사고 나기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지지?
술독에 빠져서 살아온 이후로는 늘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굉장히 또렷하게 느껴졌다.
뺨에 닿는 베개가 푹신했다. 살결에 닿는 이불이 보드라웠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숨을 들이쉬다가, 순간 느껴진 위화감에 몸이 굳어졌다.
“…잠깐.”
이거 3년 전에 처분한 본가 침대인데.
경찰서에 이게 왜 있지?
“꿈? 아니면 연예계 매장 전 마지막 선물?”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어젖혔다.
곱창 밴드로 대충 머리를 올려 묶고 뿔테 안경을 쓴 익숙한 엄마 딸, 그러니깐 누나가 험악한 표정으로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미친, 나오라고 한 지가 언젠데, 결국 내가 움직이게 만드냐?”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봐도 나의 누나, 김보미였다.
“누, 누나. 진짜 누나야?”
“뭐야. 너 꿈꿨냐? 아니면 대가리 총 맞았어? 이 미친놈 왜 이래, 이거.”
모든 문장에 욕이 섞여 있는 걸 보니, 분명 누나가 확실했다.
“누, 누나?”
나는 비틀비틀 걸어 누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날 사고 이후, 부모님이나 여동생과는 다르게 누나는 꿈에도 안 나왔다.
나는 그게 가족들을 모두 죽게 만든 나를 혼내기 위한 누나의 마지막 가르침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누나니깐, 내가 한 잘못에 대한 벌을 내리는 거라고.
모두 다 용서만 해 줄 수는 없을 테니깐 말이다.
“와, 씨! 징그럽게 왜 이래? 야. 저리 안 꺼져? 꺼져, 좀!”
“헐, 뭐야? 언니랑 김춘용 왜 끌어안고 있어?”
옆에서 또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여동생, 김나리였다.
나는 허공에 대고 팔을 허우적거리며 김나리도 함께 끌어안기 위해 애썼다.
“야아, 김나리. 너도 이리 와….”
“돌았냐? 싫어! 엄마, 아빠! 이리 와 봐. 김춘용이 미쳤어!”
“나리야! 너 엄마가 오빠한테 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그랬지!”
“무슨 애들이 아침 댓바람부터….”
“어, 엄마. 아빠… 나 안아 줘, 빨리. 보고 싶었어….”
인생 최악의 저점을 찍기 직전에 이런 행복한 꿈이라니. 죽을 땐 죽어도 만끽하고 죽고 싶었다.
부엌에서 나온 엄마와 아빠는 엉거주춤 다가와 내 어깨를 토닥이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춘용아. 괜찮니? 여보, 애 머리 좀 짚어 봐. 혹시 열 있나?”
“글쎄, 열은 안 나는… 뭐야. 아들. 왜 울어!”
내가 왜 우냐고?
“미친, 내 오빠가 신인상 받은 아이돌이라니. 실화냐….”
“응? 가족 다 같이 세부 여행을 가자고? 아니, 지금 당장 표 사려면 많이 비쌀 텐데?”
“…벌써 표를 예매했어? 어머! 어머! 여보, 이거 좀 봐요!”
애로우즈의 신인상 수상 이튿날.
나는 호기롭게 가족들에게 해외여행을 제안했었다. 전부 다 내가 준비할 테니, 다들 몸만 챙기라고.
우리 가족들은 그럴 자격이 있었으니까. 꼴에 아이돌 하겠다고 나대던 천방지축 둘째 아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해 준 소중한 사람들이었으니까.
“아, 안 돼! 엄마, 아빠!”
“김춘용, 나리 챙겨!”
“누나! 아아, 안 돼! 안 돼! 제발!”
출국 당일, 한적한 새벽. 우리 가족만이 타고 있던 리무진 버스가 뒤집힐 줄 알았다면 말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 혼자만, 오로지 나 혼자만 살아남을 줄 알았다면, 절대로.
유채색으로 빛나던 내 세상은 그날 이후로 온통 새카맣게 물들었다.
우울해하는 날 보며 처음엔 걱정하던 멤버들과 팬들도 어느 순간부터 멀어졌다.
…그날부터였지, 아마.
비명 같은 환청을 듣지 않으려 술에 취한 채, 팬 미팅을 나갔던 날.
“죄송, 죄송합니다… 잠깐만, 밖을 좀,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렉스, 렉스야!”
난 이런 환호성을 들을 자격이 없어.
숨길 수 없는 자괴감에 팬 미팅 현장을 뛰쳐나간 이후로, 돌이킬 수 없었다. 내가 나를 망칠수록,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더욱 환호했다.
그렇게 내게 남은 건 ‘불우한 가정사의 아이돌’이 아니라 ‘멘탈 터진 악성 멤버’라는 수식어뿐이었다.
그러니 꿈에 나온 당신들은 왜 내가 우는지 절대로 알 수 없다. 알려 줄 생각도 없다.
당신들의 피붙이는 더럽게 비겁하니까.
그저 이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흐으으….”
나는 찌질하게 눈물을 질질 흘리며 그냥 입을 꾹 다무는 걸 택했다.
영문을 모르는 가족들은 저들끼리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기 시작했다.
“김춘용 봐줄 거라고는 얼굴밖에 없는데, 우는 바람에 개못생겨졌어. 어떡해….”
“데뷔조 잘린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거 같아. 애 멘탈이 완전 나갔는데?”
“어제는 괜찮았잖아.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돼?”
“그거야,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니까 다 알 수 없는 거지….”
“빨리 달래서 눕히자, 그냥. 더 늦으면 우리 다 지각이야.”
영문을 몰라 하는 중에도 가족들은 따뜻하게도 나를 슬슬 침대로 몰아넣더니 이불까지 덮어 줬다.
이것까지 예전이랑 똑같네.
정말 실감 나는 꿈이었다.
나갈 준비를 마친 누나는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을러댔다.
“야, 김춘용. 일단 너 좀 더 자고. 오늘 연습실 가는 건 쉬든가 해. 그렇게 나사 빠진 상태론 아무것도 못하겠다”
오랜만에 듣는 누나의 날카롭지만 따뜻한 조언.
나는 누나의 따끔한 눈빛에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여, 연습실? 무슨 연습?”
“어떡해… 진짜 미쳤나 봐. 네가 나랑 나리한테 애원해서 개인 연습실 일주일권 겨우 예약했잖아. 어떻게 그걸 잊어 버려? 너 돈이 남아도냐?”
“보미야, 춘용이 그만 괴롭히고 출근해라! 버스 놓치겠다!”
“아, 알았어! 어쨌든… 잘 좀 해, 연습생 동생. 어? 데뷔조 잘리고 서바이벌 나가는 거면 더 잘해야지.”
쾅-
“…하.”
나의 네 가족이 모두 집 밖으로 나가고, 추억의 집에 혼자 남게 되었다. 나는 축축한 얼굴을 벅벅 문질러 닦고는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됐다.
이제 진짜 참지 못한 소속사 관계자들이 나를 탈퇴시켜도, 약물 과다 복용으로 감방을 가도 이 기억으로 계속 버틸 수 있다.
나는 꿈에서 깨길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술 때문에 꾸던 이 얕은 잠은, 항상 이렇게 버티다 보면 깼으니까.
집안의 백색 소음 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던 그 순간.
뿅!
귀 옆에서 해괴할 만큼 깜찍한 알림음이 울렸다.
뿅! 뿅!
그것도 연달아서 세 번.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당황한 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알림의 근원지는 내가 7년 전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이었다.
반들반들하고 깨끗한 스마트폰의 화면에는 출처 모를 어플에서 온 메시지가 미리 보기로 띄워져 있었다.
– X: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네 ㅋㅋ
– X: 그럴 수 있지! 처음에는 전부 다 그러더라 🙂
– X: 가족들을 다시 만난 소감은 어때? 열심히 해 볼 의욕이 생김? 푸하하핰ㅋㅋ
“이, 이게 뭐야?”
그리고 내 당황스러운 혼잣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메시지가 한 번 더 날아왔다.
– X: 오잉? 뭐긴 뭐야. 우리 계약했잖아 김춘용 ㅡㅡ 이건 현실이란 말야
– X: 계속 꿈이라고 생각하면 안 됨!!
현실이라고? 대체 이런 꿈 같은 현실이 어디 있단 말인가.
– X: 안 믿기면 휴대폰으로 검색이라도 해 보면 어때? 네 이름이나, 그룹명이라도 말야. 네가 욕먹던 기사를 보는 것도 괜찮겠네 ㅋㅋㅋㅋ ;-D
나는 메시지가 시키는 대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이것저것 검색해 보았다.
우리 그룹 이름, 내 이름, 내 욕, 나의 체포 사실들.
“…어, 없잖아.”
그 많던 기사가 하나도 없었다.
단 하나도.
게다가, 지금 연예란에서 나와 관련된 기사는 딱 한 가지 이야기뿐이었다.
8년 전,.
아이돌 소속사 ‘퀸스’의 남자 아이돌 데뷔조에서 잘렸던 나를 데뷔 시켜 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타겟팅 스타>의 런칭 알림 기사들.
나는 홀린 듯 휴대폰 상단바를 내려 날짜를 확인했다.
202X년 5월 3일
날짜마저 첫 촬영 일주일 전이었다.
하마터면 휴대폰을 놓칠 뻔했다. 살면서 이런 당혹감은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그럼 그때 그 경찰서에서 술 때문에 봤던 환청과 환각이 전부….”
뿅!
– X: ㅇㅇ 진짜임!! 네가 그대로 기절하는 바람에 내가 특별히 네가 좋아할 시간대로 보내 줬지 ㅋㅋ
– X: 자자 그럼 이제 계약 이행 ㄱㄱ 지금 이럴 시간이 없거든?
– X: 메뉴 탭에 목표창 확인하고 파이팅!! 아 모르는 거 있으면 문자 하궁 ㅎㅎ
[어플이 자동 업데이트 됩니다.]정체불명의 메시지가 멎고, 그 이상한 어플은 자기 혼자 업데이트되더니 정말로 메뉴 탭이 생겼다.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중 제일 가운데에 있는 ‘목표창’을 눌렀다.
[목표창현재 목표: 서바이벌 프로그램 [타겟팅 스타> 최종 6인 (진행도 2%)
최종 목표: 케이팝 역사상 최고의 아이돌 (진행도 1%)
실패 시: 계약 전 상황으로 귀환]
“우리 그룹으로 다시 데뷔하고, 케이팝 역사상 최고의 아이돌이 되고….”
눈에 잘 안 들어오는 글자들을 억지로 읽다 보니, 어렴풋이 그때 그 파란 창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봤던 게 기억났다.
그리고 제일 밑에 있는 ‘실패 시’의 부분도.
…계약 전 상황으로 귀환.
긴급 체포당했을 때로 돌아간다는 소리였다.
솔직히, 그때로 다시 돌아가서 나 하나의 죗값을 다시 치르는 건 상관없었다.
나는 그래도 싼 인간이니까. 그래야만 했으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나 혼자 앉아 있던 장례식장. 그 앞에 포진한 수많은 기자들.
나를 안쓰러워하는 멤버들의 표정, 그리고 목구멍을 달구는 술, 술.
완전히 망가진 삶.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입에서 목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무조건 해야지.”
반드시 해야 한다.
내가 죄를 지은 다른 사람들에게 속죄하기 위해서, 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케이팝 역사상 최고의 아이돌이 되어야만 한다.
나는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드러누워서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렇게 돌아오게 된 1분 1초가 소중했다.
* * *
“흐아아아….”
한마음 개인 연습실의 아르바이트생 김지은은 극도의 지루함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3개월째.
토익 공부 안 할 거면 아르바이트라도 하라는 엄마의 호통에 시작한 아르바이트지만, 남의 돈 받아먹는 일이 이렇게나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한마음 개인 연습실은.
“사람 너무 없어, 시발!”
망하기 직전의 개인 연습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일을 아예 안 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일을 하는 8시간 중 4시간은 카운터에서 꼿꼿하게 앉아 있다가, 남은 4시간은 아무도 쓰지 않은 연습실을 문지르고 닦고 털어야 했다.
이 무슨 끔찍한 밸런스란 말인가?
[방민지: 그래도 가끔 오는 사람들 중에서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 있지 않아?] [방민지: 왜 연습생 같은 애들 말이야 ㅋㅋㅋㅋ]지은은 제 친구의 뭘 모르는 메시지에 콧웃음을 치며 답장했다.
[김지은: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은 무슨;; 중학교 오케스트라 합주단이 제일 단골이다….] [김지은: 아 맞다 그래도 오늘은 처음 오는 사람 몇 명 예약 있긴 함] [김지은: 근데 그중 한 명 이름이 엄청 특이해 ㅋㅋ 나 처음에 보고 진짠가? 하고 3번 확인했잖아] [방민지: 오 이름이 뭐길래?]“일주일권 예약했는데요.”
“아, 네. 성함이….”
지은은 방금전까지 신나게 주고받던 메시지 창을 아래로 내리며 카운터 앞에 선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미, 미친.”
절로 욕이 나오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예?”
지은은 무심코 마음의 소리를 꺼낸 자기 입을 한 번 후려치고는 더듬더듬 다시 말을 꺼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자, 잘못 말했어요. 그러니까, 성함이요?”
남자는 뺨을 긁적이며 어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렉, 크흠. 아니. 김… 김춘용이요.”
“춘용… 춘용 님. 네. 8, 8번 연습실로 들어가시면 돼요. 네. 8번이요.”
“어? 저는 3번 연습실로 예약했는데요.”
“3번 연습실이, 지금! 음향 기기 고장이라서요. 8번이 훨씬 좋아요. 저희 연습실에서 8번 시설이 제일 좋아요. 추가금 안 내셔도 돼요. 일주일 내내 그냥 쓰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지은은 한마음 개인 연습실에서 제일 비싼 8번 방으로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황급히 친구와의 채팅창을 다시 켜서 순식간에 타이핑했다.
지은의 느슨했던 아르바이트 생활에 화끈한 자극을 준 줄도 모르고, 김춘용은 넓디넓은 8번 연습실에 발을 들이며 쭈욱 기지개를 켰다.
그러곤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그래도 아이돌 7년 차 짬바가 있지.”
악성 멤버라도 아이돌은 아이돌이었다.
술 마시고 토하는 한이 있어도, 멤버들한테 미안해서 무대는 섰었다.
그런데 이미 해 본 데뷔 서바이벌?
찢어야지,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