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64
“……동족?”
[그렇다.]“동족이라니……? 네 동족은 신인류 아니냐?”
[신인류가 내 동족이라니…… 너는 벌레도 같은 종이라고 취급하느냐?]그러면서 흑색의 관리자의 눈이 번뜩이자.
지이이잉…….
사방에 화면이 떠올랐다.
[보아라.]현재 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특히 성지한의 지인 위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전이라면 그들을 보고 반가운 감정이 들었을 텐데.
‘……또, 저렇게 보이네.’
흑색의 관리자가 보여 준 화면 속 지인들의 얼굴이 숫자와 문자가 섞인 코드로 뒤바뀌고 있었다.
“그건…… 당연하지. 그들이나 나나, 똑같은 인류다.”
[그래. 지금은 애써 부정하는구나.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고도 그리 생각할까?]“…….”
성지한은 그 말에, 쉽게 아니라고 대꾸할 수가 없었다.
흑색의 관리자를 만나기 전 보았던 누나 성지아의 모습은.
비록 코드의 길이가 다르긴 했다만 집을 구성하는 구조물과 마찬가지로 보였으니까.
지금이야 그렇다 쳐도 이런 눈으로 세상을 계속 바라본다면.
확실히 성지한 안에서 현 인류에 대한 개념이 뒤바뀔 건 확실했다.
“……대체 네가 말하는 대업은 뭐냐?”
[일차적으로는 미트라 신족의 번창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초월체를 완전히 제어할 것이다.]“미트라 신족?”
[그래. 너와 나 같은 이들을 일컫지.]성지한은 자기를 이미 그 신족에 추가해 둔 흑색의 관리자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지만.
“……뭐?”
이어지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식을 낳자고? 나랑 네가?”
[그렇다. 미트라 신족의 모신母神이 되도록 하라.]모신이라니…….
그러니까 나보고 미트라 신족을 낳으라 이거잖아.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어처구니없어하다가.
[원래는 울드에게 시킬 예정이었지만, 네가 승리했으니 그 역할을 넘기겠다.]“아니…… 울드는 네 딸 아니었냐?”
[……? 그게 뭐가 문제지?]“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더 놀라운데.”
성지한의 말에 흑색의 관리자는 진심으로 의아해하더니.
[아. 아직 인간이었을 때의 사고를 바꾸지 못했구나. 진정한 동족이 되기를 기다리지.]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는 걸 ‘동족’이 안 되어서라고 인식하고는.
그를 기다려주겠노라고 말했다.
“……아니, 전지전능한 네가 혼자서 미트라 신족을 낳으면 되는 거 아니냐? 왜 나한테 모신이 되라고 하는 거지?”
[이미 그래 보았다. 하나 나로서는 최선이 울드였지. 수만의 아이를 폐기한 후. 나는 새로운 미트라 신족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지이이잉…….
그러면서 투구 속에서 음성이 음험하게 들려왔다.
[이제 나의 짝이 생겨났으니 신족은 번거로운 작업을 거치치 않아도 생겨나리라. 짝이여……]흑색의 관리자가 말을 이어 나가려 할때.
푹!
성지한의 청홍이 그의 투구 안을 깊게 찔렀다.
“짝은 무슨…… 닥쳐라 좀. 소름 돋으니까.”
[앙칼지구나…… 이 일도, 네가 완전히 동족이 된다면 하나의 추억이 되리라.]“……하.”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청홍을 비틀었다.
화르르륵……!
그러자 투구 안에서 강하게 타오르는 청염.
불꽃은 금방 세를 확장하더니 금방 투구를 집어삼켰다.
그러자 그 안에서 공허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지만.
[뭐, 좋다…… 잠시 방황할 시간을 주마. 짝이여. 결국 너는 나와 같이 서게 될 테니까.]흑색의 관리자의 눈이 새하얗게 반짝이자.
스스스스…….
퍼져 나갔던 공허가 한 점으로 모이더니 사라지고.
투구 안에 있던 공허마저도 급격히 소멸해 나갔다.
[방황이 끝나면 나를 되살려라. 그때를 기다리겠다.]그러더니.
둥둥…….
보랏빛 투구 속에 있던 강렬했던 존재감은 사라지고.
투구는 그저 허공에 떠 있었다.
‘……뭐야. 진짜 죽었어?’
강상마저도 제압했던 우주 최강의 존재인 흑색의 관리자.
그는 성지한의 검에 전혀 저항하지 않고는 오히려 퍼져 나가던 공허까지 자신이 수거한 채 담담히 사라졌다.
그가 완벽하게 ‘동족화’되고 나면.
결국 자신을 되살릴 거라고 생각한 건가.
‘저놈이 저렇게 확신하는 걸 보니 기분이 더 나쁜데.’
성지한은 얼굴을 찌푸리곤 허공에 뜬 투구를 집었다.
마음 같아서야 박살을 내 버리고 싶었지만.
‘마음 가는 대로 부수기엔 범상치 않은 물건인 거 같으니…… 한번 분석을 좀 해 봐야겠어.’
막대한 공허는 물론이거니와 미트라의 빛까지 동시에 공존해 있던 투구.
여기서 바로 부숴 버리기엔 뭔가 아까웠다.
그가 그렇게 투구를 챙기자.
스스스스…….
흑색의 관리자의 투구는 성지한의 머리 크기에 맞게 축소되더니 그의 손에 들어왔다.
‘그럼…….’
성지한은 그 투구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제 어찌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세아가 저녁 먹자고 했던가.’
언제 귀가하냐고 알려 달라고 했었지.
흑색의 관리자와의 일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 알았으면.
약속을 잡을 걸 그랬나.
하지만.
‘……코드, 지금은 보고 싶지 않은데.’
윤세아는 정상으로 보여도.
누나를 비롯한 세상 전체가 코드로 뒤범벅이 된 세상을 보다 보면.
미트라의 의도대로 ‘동족화’가 가속화될지도 모른다.
헌데 이러면, 서버 4212에선 돌아갈 곳이 없어지네.
‘일단은…… 아크로 가야겠군.’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서버 관리기기를 꺼내들었다.
지금 당장 갈 곳은 여기밖에 없었으니까.
삑. 삑.
그가 관리기기를 조작하자.
파아아앗……!
그의 몸이 빛에 잠기더니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
관리기기를 통해 아크에 돌아가려던 성지한은.
‘이거. 평소와는…… 뭔가 좀 다른데?’
아크에 되돌아가는 자신의 육신을 관조하며.
그간의 접속 중 처음으로 이상을 느꼈다.
‘가상세계에서 현실로 되돌아오는 게 아니라, 마치 공간 이동을 하는 듯한…….’
그러고 보면.
강상도 흑색의 관리자와 전투를 할 당시.
자신의 세계에서 아크에 도달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분명 거대한 백색의 구체였다 했지…….’
성지한은 강상이 보여 줬던 심상을 떠올리며 감각을 최대한으로 일으켰다.
그러자 시야가 다시 되돌아오며.
빛으로 잠긴 몸이 공허의 영역을 그대로 꿰뚫는 것이 감지되었다.
‘여긴…… 아까 흑색의 관리자가 있던 장소잖아?’
짙은 공허가 가득했던 흑색의 관리자의 영역.
성지한의 몸은 이곳을 눈 깜짝할 사이에 통과하고 있었다.
그렇게 파고든 그의 육신은 곧.
번쩍이는 거대한 빛의 구체와 마주했다.
‘아크…… 공허 속에 숨겨져 있었군.’
슈우우우…….
아크와 닿자 금방 흡수되는 성지한의 몸.
성지한은 그제서야 서버 안에 아크가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이이잉……!
성지한의 육신이 완전히 들어서는 듯싶자.
아크의 표면이 새하얀 빛을 내뿜었다.
‘……이건.’
아크에서 나타난 빛.
이를 감지하고 성지한은 두 눈을 부릅떴다.
빛에서 느껴지는 권능은 분명 그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시간 역행을…… 아크에서 쓴다고?’
그는 더 자세히 이를 보고 싶었지만.
슈우우우…….
어느새 그의 몸은 아크로 되돌아와 서버 접속기기 안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일단 나가야겠군.’
치이이익……!
성지한은 잠시 자신의 몸을 바라보다가 접속기기 안에서 나왔다.
밖에선 강상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는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군.”
“시간은 짧았지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줄 수 있겠는가?”
“알겠습니다.”
성지한은 천천히.
서버에 접속하고 나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 * *
“동족이라…… 미트라의 의도가 그런 것이었다고?”
“그렇습니다.”
“흠. 하마터면 사위의 정조를 빼앗길 뻔했구만…… 아니면 혹시 미트라 신족의 모신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던 건 아니겠지?”
“끔찍한 소리 마십시오. 무슨 모신입니까?”
성지한이 단호하게 답하자.
강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행이군. 사위와 싸울 일은 없을 테니 말이네.”
“모신이 되면 베려고 하셨습니까?”
“당연하지 않나. 진정한 원수의 의도에 따른다는 데, 그걸 두고 볼 수야 없지.”
“절대로 되면 안 되겠군요.”
“그 마음, 끝까지 잃지 말게.”
강상은 그러면서, 아크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역시 아크는…… 서버 내에 있던 게 맞았군.”
“예. 흑색의 관리자가 있던 공허 영역 안에 있었습니다.”
“거기에, 들어왔을 때 시간 역행이 발동했다니…… 뭔가, 수상쩍구만.”
강상은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서버가 정말 만들어진 세계가 맞는가?”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또 꺼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성지한은 자신이 ‘분석’을 통해 보았던 풍경을 이야기해 주었다.
누나 성지아나, 건물의 구조물이나 똑같이 ‘코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윤세아만 아소카의 ‘예토혼세’와 비슷한 ‘융합기’를 지녀서 그런지.
분석이 안 되고 사람처럼 보였단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걸 곰곰이 듣던 강상은.
스윽.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럼 나는 자네의 눈에 어떻게 보이나? 나도 결국은 서버에서 발원한 존재. 나도 코드로 보이는가?”
“황제께선…….”
성지한은 그 말에 강상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멀쩡한 사람처럼 보였다.
“분석안으로 분석이 되지 않습니다. 코드가 전혀 보이지 않는군요.”
“이상하군. 나도 서버의 존재건만.”
“아크 내부라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곳은 현실이니까요. 가상세계처럼 코드로 보이지가 않겠지요.”
“흠…… 현실이라. 그럼 우리 한번 밖으로 가 보겠는가?”
“밖이요?”
성지한의 반문에 강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현실이고 서버가 가상의 세계라면. 벽 너머는 가상의 세계 아니겠는가?”
“어…….”
아크는 현실인데.
벽 너머는 가상의 세계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게 말이 되나?
단순히 벽 하나로 현실과 가상이 갈린다고?
‘……이거, 뭔가 좀 이상한데.’
성지한이 강상이 꺼낸 이야기를 듣곤 잠시 혼란에 빠졌을 때.
“자. 밖에서는 내가 코드로 보이나 봐 보세. 말 나온 김에 바로 가 보지.”
휙!
강상이 검을 천장에 휘두르자.
벽이 몇 겹이고 두부처럼 썰리나 싶더니.
치이이익……!
마지막 단계에서 푸른빛이 튀어나오며 그의 검격을 소멸시켰다.
“저게 무효화의 권능이군. 자네가 한번 뚫어보겠나?”
“……알겠습니다.”
성지한은 아크의 마지막 벽.
푸른빛을 띤 새하얀 금속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다가서자 서서히 약해지는 푸른색의 빛.
저항이 없는 벽의 반응이 마치.
성지한은 반쯤 ‘주인’으로 인정하는 모양새였다.
‘미트라 신족…… 동족에겐 허용이라 이건가?’
벽도 기분을 나쁘게 하네.
퍽!
성지한이 청홍을 꽂아 넣자.
천장의 일부에 균열이 생겨나며 짙은 공허 지대가 드러났다.
“나가지.”
슉!
무극검이 공허를 꿰뚫고 강상이 밖으로 나가자.
성지한이 그 뒤를 따랐다.
슈우욱……!
그리고 공허의 영역마저 돌파하고 나자.
강상이 뒤를 돌아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자네 말대로라면, 이 벽 너머는 가상의 세계…… 특히 공허의 영역에서 나왔으니. 이곳은 서버겠군 그래.”
“그렇죠.”
“자. 그럼. 여기선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
성지한은 그 말에 ‘분석’을 발동해 보았지만.
지이이잉…….
그의 눈이 번뜩였음에도.
강상의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코드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고.
그저 무의 정점에 오른, 최강의 무인.
성지한의 눈에 강상은 여전히 그렇게 보였다.
“……평소처럼 보입니다.”
“그런가?”
성지한의 대답을 들은 강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버의 존재에 불과한 내가 왜 여기서도 코드로 안 보이는 것인가?”
“그건…….”
스으으윽……
그러면서 강상은 그가 뚫고 나온 공허의 영역을 바라보았다.
“혹여 우리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