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3
013화
“나는 위대한 부족장 아울로이의 아들 슈넨. 우리는 너희와 싸울 생각이 없다, 리자드맨.”
“부족장 라크락이다. 우리 또한 무기를 들 생각이 없다.”
두 사람이 말을 트자 경계를 하던 두 부족 모두 편한 자세로 돌아갔다.
라크락은 자신을 슈넨이라고 밝힌 프로그맨을 살펴보았다.
무리 중 덩치가 큰 편인 데다, 붉은 염료로 염색된 화려한 끈을 목에 두르고 있었다.
‘부족장의 아들이라면 나름 예의를 갖춘 셈이군.’
물론 부족장이 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라크락으로서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무슨 일로 찾아왔나?”
“너희가 우리의 영역을 침범했기에 그것을 일러 주러 왔다.”
라크락으로선 예상한 말이었다.
저 말 자체를 전면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상대가 먼저 잘못했다고 말해야 더 유리하게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으니까.
“그런가? 이 땅 전체가 너희의 영역은 아닐텐데. 이 주변엔 주인이 있다고 할 만한 그 어떤 표식도 없었다. 우리는 몰랐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은 사과하겠다.”
“흠.”
라크락이 깔끔하게 사과를 하자 슈넨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라크락이 선수를 쳤다.
“너희의 영역이었다는 것과 별개로 우리는 아주 먼 곳에서 왔다. 이곳에 완전히 자리를 잡을지 결정하진 못했으나 당분간은 지낼 자리가 없어 이곳에 지내야 한다.”
“아 그건···”
“위대한 부족장 아울로이의 아들 슈넨, 나는 프로그맨을 처음 보지만, 그대는 강단이 있는 전사처럼 보인다. 충분히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 자격이 있지 않은가?”
슈넨은 뭔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수긍해 버렸다.
“그렇다. 나는 언젠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부족을 이끌 사람이다. 그대와 그대의 부족에게 우리 영역을 양보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결정할 수 있지.”
라크락은 슈넨 옆에 있던 덩치 큰 전사 하나와가 슈넨을 향해 힐끗거리는 걸 보았다.
마땅찮은 눈빛이었다.
‘부족장이 제 아들이 못미더워 직접 붙인 전사일 테지. 하지만 리자드맨 쪽은 아직 의아하군.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라크락이 말했다.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을에 와서 환대를 받는 게 좋겠군. 두 부족이 갈등 없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
“아, 그럼···”
슈넨이 나서려할 때 덩치 큰 전사 쪽이 슈넨의 귀에다 무어라 말했다.
슈넨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건 힘들겠군. 고마운 말이나 아직 상호 간의 신뢰가 그리 쌓이진 않았기 때문에.”
“그런가? 우리 리자드맨은 은혜를 입고 그냥 보낼 수 없는데. 그럼 우리가 가진 음식이라도 여기서 나눠 먹으면 어떨지?”
슈넨은 덩치 큰 전사를 돌아보았고, 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괜찮겠군. 우리도 가진 음식이 있으니 나눠 먹지.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봐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리자드맨을 아주 좋아한다. 그렇지 않나 오웬?”
“물론이지.”
대답한 것은 라크락이 조심스럽게 의식하고 있던 예의 회갈색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이었다.
라크락은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무슨 관계인지, 어떤 의도로 함께 왔는지 정확히 알아보려면 내가 그것에 대해 궁금해 한다는 걸 드러내서는 안 된다. 내 생각이 들통나면 상대는 그걸 이용할 것이다.’
라크락은 전사들에게 불을 지피고 음식을 준비하라 이르면서 슈넨에게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나누었다.
“이 주변의 땅이 그대 부족의 영역이라는 걸 믿겠지만, 그 근거가 궁금하군.”
“흠, 좋다. 여기 장식 끈에 매달린 깃털이 보이나?”
슈넨은 자랑스러운 듯 자신의 앞섶에 매달린 붉은 장식 털을 가리켰다.
몇 개 달리지 않았는데도 깃털은 굉장히 커서 슈넨의 가슴을 펑퍼짐하게 가릴 정도였다.
라크락이 보기에도 굉장히 컸다.
“이건 이 주변 숲에 살고 있는 코카트리스의 깃털이다.”
“코카트리스?”
“두 발로 뛰어다니는 거대한 새다. 키가… 저 나무의 두 번째 가지 정도 되지.”
대략 3미터가 넘는 정도.
꽤나 위험한 생물일 것이다.
“깃털을 좀 더 자세히 봐도 되겠나?”
“물론.”
라크락은 깃털을 자세히 살폈다.
허언이 섞였을지언정, 이 정도 깃털을 가진 새라면 그 정도 키는 가질 만했다.
게다가 라크락은 이 정도 크기의 깃털은 아니지만, 전사들이 커다란 깃털을 몇 개 발견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럼 아마 이 붉은 깃은 코카트리스의 장식털이나 화려한 부분이겠군. 적어도 코카트리스에 대한 것은 믿을 만한 정보다.’
슈넨이 말했다.
“코카트리스는 덩치가 클 뿐만 아니라 독도 가지고 있지. 위험한 녀석이다. 우리도 놈을 만나면 항상 죽이진 못하고 겨우 쫓아낼 때가 많지. 놈들은 상당히 빠르고 행동반경이 넓기 때문에 우리는 이 주변까지 정찰을 나온다.”
“그럼 우리가 아직 놈을 만나지 못한 것도 너희 덕분이군. 고맙다. 그런데 코카트리스는 어떻게 대처하지?”
“놈은 키가 커서 창이 꽤 길어도 가까이선 대적하기 힘들다. 투창을 던지려고 해도 너무 재빠르고, 돌을 던져도 깃털에 보호를 받는다. 보통 드러난 피부 위로 ‘활’과 ‘화살’을 써야 하지.”
“활과 화살?”
라크락은 새로운 무기의 이름에 관심을 가졌다.
“혹시 그 물건인가?”
“활을 처음 보나?”
“흠, 비슷하게 생긴 물건은 본 적이 있는데.”
라크락이 말하는 것은 쇠붙이 장인이 가지고 있던 활대형 풀무를 이야기한 것이었다.
장력을 이용한 활의 본격적인 사용 전에도 유사한 물건의 사용은 있었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활과 그런 물건들은 쓸모와 생김새가 달랐다.
애초에 나무의 수종과 목재의 절대량이 부족한 곳에서 자란 리자드맨들은 활을 처음 볼 수밖에 없었다.
“어떤 무기지? 투석처럼 돌을 던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라크락이 순수한 호기심을 보이자 슈넨은 으스댔다.
“어떻게 쓰는지 보여 줘야겠군. 보자… 오웬.”
“불렀나?”
“다른 이들이 바쁘니 부탁 좀 하지. 활쏘기 연습을 할 건데 적당한 나무 판을 저쪽에 세워 주겠나?”
“그렇게 하지.”
라크락은 부족장의 아들 슈넨과 리자드맨 오웬 사이의 미묘한 권력 관계를 보았다.
‘부탁을 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심부름꾼 같군. 하지만 부족장의 아들이라면 누구나 상대적으로 심부름꾼 같겠지.’
라크락은 별말 없이 오웬이 일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슈넨의 활쏘기 연습을 보았다.
슈넨이 가진 것은 나무 활로, 프로그맨의 신체 구조상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무는 충분히 장력을 만들어 낼 정도로 튼튼했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시위도 풀리지 않게 단단하게 매여 있었다.
슈넨이 먹인 화살이 통 하고 쏘아져 나가자 과녁의 가운데 명중했다.
“오호. 대단하군.”
라크락은 감탄하면서도 프로그맨과 싸웠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검토했다.
‘세기로 보아 우리 전사들의 투창이 더 강하다. 하지만 이 활은 화살을 여럿가지고 다닐 수 있고, 투창 보다 정확해 보인다. 내킨다면 더 빠르게 쏠 수도 있고. 가져야 하는 무기다.’
슈넨이 말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활쏘기를 배우지. 나는 부족 내에서 가장 활을 잘 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렇군. 나도 한번 사용해 봐도 되겠나?”
“물론이지. 처음이니 힘들겠지만.”
슈넨의 말대로였다.
힘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슈넨은 활 초보자가 겪을 문제를 알고 자신은 물론 다른 전사들도 멀찍이 물렸다.
라크락이 화살을 옆으로 튕기거나, 바닥에 화살을 떨굴 때마다 슈넨은 적당한 조언을 했고 라크락은 몇 대를 쏘고 나서야 과녁 앞에 화살 한 대를 떨굴 수 있었다.
“처음은 늘 어려운 법이지.”
라크락은 콧김을 흥 내뿜고 화살을 주우러 갔다.
그러자 슈넨이 오웬에게 말했다.
“뭐 해? 화살 어서 주워 오지 않고.”
그 말에 오웬이 달려가자 라크락이 말했다.
“아니, 내가 쐈으니 직접 주우러 가지.”
라크락은 그렇게 말하곤 바닥에 있던 화살을 하나 집었다.
슈넨은 그러라는 듯 으쓱하곤, 식사를 준비 중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라크락은 화살을 하나 더 집으며 오웬을 향해 다가갔다.
‘드디어 둘이서 대화를 할 수 있겠군.’
라크락은 과녁 앞으로 다가가서 오웬에게 말했다.
“이름이 오웬이라고 했나?”
“예? 아. 예.”
오웬은 라크락에 대한 태도를 정확히 하지 못한 듯 당황했다.
‘왜 당황하지? 이상한 태도다.’
라크락이 캐물었다.
“어째서 리자드맨이 프로그맨과 함께 있지?”
“그건 리자드맨과 프로그맨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죠. 저희는 서로 다른 종족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라크락은 그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기 때문에 의아했다.
종족이 다르면 생활 습관이 다르고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라크락의 생각에 프로그맨을 그렇게 느끼진 않았지만, 어떤 종족은 생리적인 단계에서 혐오를 느끼기도 한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공동체는 나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왜지?”
“두 종족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도움이 된다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라크락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었다.
오웬은 마치 준비한 듯 말했다.
“리자드맨은 프로그맨에게 보호를 받는 대신, 프로그맨들이 물속에서 생활할 때 불편한 일들을 대신 해 줍니다. 프로그맨들은 물 밖에서 너무 오래 생활할 수 없거든요. 과일을 따거나 나무를 오르거나 하는 일도 프로그맨보다 리자드맨이 더 잘합니다. 반면에 리자드맨은 물속에서 나는 물고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상부상조한다는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라크락에겐 이상한 부분이 밟혔다.
“음식을 나누는 건 좋다. 하지만 리자드맨에게 보호는 필요 없다. 리자드맨은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있다.”
오웬은 깜짝 놀란 것 같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코카트리스 이야기를 들으셨잖습니까? 이 숲은 위험합니다. 아울로이의 프로그맨은 큰 부족입니다. 저희는 프로그맨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라크락은 더 따져 묻고 싶었지만 슬슬 슈넨의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가지. 방금한 대화는 잊어라. 나는 활쏘기를 잘하는 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예…? …예.”
“그럼 아무 요령이나 말해 봐라.”
“…저는 활을 쏠 줄 모릅니다.”
라크락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오웬을 바라보았다.
“그럼 넌 전사가 아니군. 왜 전사 무리에 왜 전사가 아닌 이가 끼어 있는 거지?”
오웬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지 않았다.
오웬은 대신 활쏘기 요령을 말했다.
“…하, 하지만 얻어들은 이야기는 있습니다. 마지막 시위를 놓기 전엔 호흡을 참고 표적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알겠다. 고맙다.”
라크락은 오웬에게 이것저것 캐물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슈넨의 활쏘기 실력을 칭찬하며 활과 화살, 그리고 활쏘기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득의양양해진 슈넨은 활을 만드는데 어떤 종류의 나무가 들어가는지에 대해 말하다가, 결국 슈넨을 주시하던 덩치 큰 전사에게 제지당했다.
“그쯤 하시지요, 슈넨.”
“아, 오보이. 괜찮지 않나? 활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안다고 해도 금세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야. 우리 활 제작 장인들도 오래 수련했지만 좋은 활을 만들기 위해선 실패를 거듭해야 하지.”
“그래도 우리는 이들에게 충분히 베풀었습니다.”
오보이라고 불린 전사는 슈넨 다음으로 화려한 장식을 두르고 있었다.
라크락은 이 오보이라는 프로그맨 전사가 아마도 아울로이라 불리는 부족장의 심복이리라 생각했다.
‘제일 주의해야 할 대상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