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라민 솔로스트는 눈 앞의 불가사의한 인물을 노려보았다.
‘진짜 이빨인가?’
이빨이라고 불리는 이 조직이 생겨난 시기는 거슬러 올라가자면 흑린과 단리가 자동성을 두고 다투었던 때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질 정도로 오래된 조직이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흑린의 곳곳에서 활동을 하며 연합왕국을 전쟁에서 승리 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 중에는 당연히 ‘회유’라는 술책도 존재했다.
많은 유명인사는 물론이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도 그 술책에 넘어가 흑린을 배신했다.
고유한 기술이나 연구 자료를 껴안고, 아니면 자신의 똑똑한 머리를 믿고, 단리로 넘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이 단리의 주장이었다.
물론 며칠이 지나지 않으면 흑린의 신문 기사에는 배신자가 ‘안타까운 사고’로 사망했다고 뜨긴 했지만.
‘이빨이 아닐지도 모르지.’
그런만큼 또 다른 소문도 돌았다.
제국에선 이른바 ‘불순분자’, 즉 회유에 넘어가면 극히 위험하거나, 회유책에 민감하게 반응할만한 사람들을 시험하곤 한다는 것이다. 물론 라민으로서는 그 모든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잘 알 수 없었다.
연합왕국의 이빨 요원들은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것 치곤 과시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제국의 첩보국 요원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바세니올은 전장에서부터 멀리 떨어져있어 평화롭게 보이긴 하지만, 그 내부에서도 전쟁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고르고타 씨 같지는 않은데.’
뱀파이어인 라민에게도 감독관이 하나 붙어 있었지만, 라민이 보기에는 평범한 관료처럼 보였다. 눈 앞의 이빨 요원을 자칭하는 이에 비하면 훨씬 두리뭉실하다.
‘애초에 종족이 다른 것 같고.’
라민의 감독관인 고르고타 팔루는 프로그맨이었다.
반면에 눈 앞의 이빨 요원은, 가면을 쓰고 있긴 하지만, 프로그맨 치고는 머리가 작았고, 그 가면이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히 하늘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나 엘프가 아니라 뭔가 입이 튀어나온 종족일 거란 예측이 섰다.
“고민이 길군.”
요원은 라민의 목에 댄 칼날을 살짝 움직였다.
라민이 말했다.
“…바세니올을 날려버릴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당연히… 지역치안국에 가서 신고하겠지. 내가 왜 잘살고 있는 도시를 날려버리겠어?”
“흐음. ‘잘살고 있는 도시’라….”
요원이 말했다.
“날 의심하고 있군.”
“….”
“뭐, 아직 시간은 남아있으니… 선물을 주지. 차후에 다시 질문을 하겠다. 그때는 좀더 제대로 답할 수 있겠지.”
“선물?”
“서문 밖 3호 집하지 열두 번째 창고로 가라.”
요원이 검을 치우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라민의 발치에 떨구었다.
쇠가 맑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
라민은 반사적으로 그 선물을 주워들었다.
“…열쇠?”
라민이 고개를 들자 요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만신전은 필요에 따라 층과 방, 구획이 나뉘고 그 주인이 만들어졌다.
성운에겐 유별난 심미적인 취향이 없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성운은 자신이 만든 간결한, 간접 조명으로 빛나는 넓은 밝은 회색 복도를 지나서, RD의 방으로 들어섰을 때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벽면과 바닥, 천장 모두 백색 대리석으로 이루어지고 천장은 샹들리에가 몇 개나 달려 있다.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서른 여섯 개의 계단식 욕탕은 수 십 명이 동시에 헤엄쳐도 좋을 그 넓이나 깊이로 봐서는 수영장이나 다름없다.
욕탕마다 증기가 나오는 뜨거운 물을 콸콸 뱉어내는 오리석상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어김없이 아르누보 양식의 황금 장식들로 화려했다.
“욕탕이 또 늘어난 거 같은데.”
성운이 말하자, 가장 큰 가운데 욕탕 한가운데에서 둥둥 떠있던 RD가 다리를 휘적이며 몸을 회전시켰다.
RD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쉴 때는 확실히 쉬자는 주의라서 말이지. 무슨 일이야?”
“휴식 중에 찾아와서 미안한데, 물어볼게 있어서 말이지. 동부전선 건이야.”
현재 제국의 전쟁은 모두 네 방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중 남부와 북부, 서부는 모두 단리와의 전쟁이고, 동부는 로난데-오로반 동맹이라는 제1 대륙과의 전쟁이었다.
전쟁이 일어난 이후, 서부의 경우 제3 대륙에 남아있던 단리의 연합왕국 중 하나를 그대로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고, 북부와 서부의 경우 지루한 해상전, 소규모 부대를 이용한 침투가 간혹 있을 뿐이었다.
단리와의 전쟁 대부분은 전선이 길게 늘어지는 제4 대륙의 남쪽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약 20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흑린이 제4 대륙을 완전히 점령할뻔 했지만, 제1 대륙의 로난데-오로반 동맹까지 끼어들면서 주도권을 놓치게 되었다.
로난데-오로반 동맹은 제4 대륙의 동부 방면, 흑린의 파비랑 제국령을 공격해댔다.
성운은 RD에게 이 동부 방면 전투를 일임한 상태였다.
그 배경에는 로난데-오로반 동맹이 그리 강하지 않은 세력이란 점도 있긴 했지만, 러버펑크라는 엉뚱한 전략을 보여준 RD가 다른 플레이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한 사람 몫을 해내는 괜찮은 플레이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냥 이상한 고집이 있을 뿐이지.’
성운은 RD와 흑린이 운용하는 전력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했다.
“…아, 그럼 사도 3석은 동부 전선에서 빠져도 당장 전력에 누가 없다는 말이지?”
“응. 고르디우스랑 폴푸라 정도면 충분해.”
대답한 RD가 말했다.
“혹시 남쪽의 전황이 안 좋나?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였는데.”
성운은 가로저었다.
“아니, 그런 문제 때문은 아니야.”
“그럼?”
“‘누수 문제’가 해결될지도 몰라.”
“오.”
로스트 월드에선 쉽게 이해되지 않은 현상들이 몇 가지 있었다.
‘누수 문제’는 그 중 하나였다.
여기서 말하는 ‘누수’라는 건, 플레이어의 신앙 자원이 새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것이 문제시 되는 이유는 ‘어디서 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신앙 자원은 신자의 숫자와 신자의 기도, 그리고 신앙물, 사원 등으로 계속해서 생성이 되지만, 동시에 기적이나 계시 따위로 계속 소비 되기도 한다.
그중에는 창조물을 땅 위에 소환해내는 것과 같이 지속적으로 신앙을 소비하는 종류의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비를 모두 계산해내면 소비되는 신앙의 양이 맞아떨어져야 하는데도, 어디에선가 알 수 없이 소비되는 신앙 자원이 존재했다.
이것이 누수 문제였다.
과거 로스트 월드의 게임에서 이런 누수 문제는 플레이어가 알지 못하는 임의의 값이 있기 때문이라거나, 단순 버그로 취급되었다.
그리고 이런 누수량이 많지도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그리 신경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성운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어 있었다.
성운의 제국이 상대하고 있는 연합왕국, 그 뒤에 있는 헤게모니아는 충분히 강했다.
위즈덤의 경우, 제국에 맞먹는 크기에 한 때 네 개 대륙에 모두 자신의 영토를 가졌던 거대 국가를 상대하면서 길항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헤게모니아는 ‘전쟁의 고유영역’도 가지고 있었다.
헤게모니아가 신앙을 조금만 소모해도 특정 지역에 갈등과 분란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전쟁으로 격화된다. 이빨로 통칭되는 특수부대는 그런 일을 부채질해댄다.
그것만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해서도 특화된 능력이다.
전쟁 중 부대가 2할이 무너지면 그 부대는 사실상 전멸이나 다름없을텐데도, 헤게모니아의 기적이 닿는 부대는 그보다 더 높은 손실에도 지속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다.
때문에 헤게모니아의 군대를 대적하는 전쟁 교리는 성운이 다시 손을 봐야만 했다.
흑린이 세계의 주도권을 단리와 뺏고 빼앗기는 과정에서 누수 문제는 상당히 중요했다.
신앙은 중요한 전쟁 물자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대치를 깨고 흑린이 단리를 압도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있었다.
특히나 현재 만신전의 신앙 누수량은 고민이 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RD가 말했다.
“확실히 실마리를 잡은 건가?”
“확실하다고 말하긴 일러.”
“그래?”
“지금은 뱀파이어랑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단 정도지.”
“뱀파이어? 그 악신이 만들어낸 종족?”
“만들어냈다기보단… 뭐, 그런 걸로 해두지. 쉬고 있어.”
RD가 말했다.
“너도 몸 좀 녹이지 그래.”
성운은 돌아서며 손을 내저었다.
RD의 방을 나선 성운은 시스템 창을 켰다.
그 창에는 도시 바세니올에 있는 새의 시야가 공유되었다.
새가 보고 있는 것은 한 뱀파이어였다.
“라민 솔로스트.”
그 옆으로 상태창이 떠 있었는데, 많은 게임을 거쳐온 성운이 봐도 기괴했다.
개체의 히스토리에는 성운이 믿기 힘든 내용도 적혀 있었다.
성운이 중얼거렸다.
“그렇게 오래해도 알 수 없는 게 많단 말이지.”
─┼
라민은 건물 옥상 난간에 앉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앵무새를 힐끗 바라보았다가 계속해서 걸어갔다. 바세니올에서 앵무새는 흔한 새였다.
‘3호 집하지 열두 번째 창고라고 했지.’
바세니올에 집하지는 크게 두 곳이었다.
하나는 북문에 위치해, 이동성이 올 때마다 물건을 내리는 장소다.
오늘은 이동성이 오는 곳이니 바세니올의 대부분의 상인과 일꾼들이 그곳에 있을 곳이다.
다른 한 곳은 서문에 위치한 비행선 집하지였다.
요뵌은 높은 고원이기 때문에 북쪽으로부터의 철로가 발달하지 못했다. 때문에 군수품을 대량으로 집적하기 위한 군수기지도 서문에 있었는데, 그 외에도 상인들이나 사람을 실어나르기 위해 비행장이 제법 넓은 편이었다. 이동성은 빨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바세니올에 들리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3호 집하지는 군수 창고가 아닌 일반 창고로 출입구를 제외하면 별다른 경비가 없었다.
‘그래도 담은 넘어야겠지.’
라민은 경비를 서고 있는 라크샤사들을 지나쳐 다른 차량이나 고무동력 마차 따위가 없는 인적이 없는 곳까지 담을 끼고 걷다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담을 넘었다.
‘여긴가?’
건물마다 큼지막한 번호가 붙어있었기에 찾기 쉬웠다.
큼지막한 자물쇠가 걸려있었는데, 요원에게 받은 열쇠가 정확히 맞아들어가 찰칵 소리를 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은 어두컴컴했다.
평범한 창고처럼 보였다.
나무 박스가 가득 쌓여 있었는데 그것말곤 별달리 이상한 점이 없었다.
‘이게 뭐 어쨌다는 거지?’
이제와서는 이빨 요원이 목에 칼을 들이댔던 것 조차 그냥 멍청한 장난처럼 느껴졌다.
대학교의 누군가 자신에게 불쾌한 장난을 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 것이다.
라민은 이대로 돌아갈까 생각했다가, 문 한편에 쇠지렛대가 있는 걸 발견했다.
‘뭐, 확인해보라고 준 열쇠니까. 조금 열어본다고 문제가 되진 않겠지.’
라민은 무거운 박스 하나를 끌어내선, 쇠지렛대로 못박힌 뚜껑을 열어젖혔다.
그 안에는 라민이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유리병…? 안에 뭔가 있는데?’
정확히는 원통형의 유리관 모양에, 위아래가 황동판으로 막혀져 있었다.
‘잠깐, 이거…’
라민은 병을 들고 빛이 잘드는 입구 쪽으로 들고가 햇볕에 비췄다.
그리곤 깜짝 놀라 병을 떨굴뻔했다.
병 안에는 붉은색 연기가 가득 차있었다.
흑린과 단리의 전쟁은 많은 발명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중 최고의 발명은 역시 무기에서 나왔다.
흑린과 단리의 학자들은 어떻게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지 궁리했고, 과거의 사람들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효율적인 대량살상 무기가 많이 탄생했다.
그 중에는 고대에 사용되었다고 알려진 무기를 다시 재현해낸 것도 있었다.
‘좀비 역병.’
병 안에 든 붉은 연기는 좀비 역병의 상징이었다.
라민은 얼떨떨하게 창고 내부를 들여다봤다.
모두 같은 모양의 상자다.
‘저 안에 있는 게 모두… 아니지.’
라민은 자신이 방금 열어젖힌 상자를 들여다봤다.
그 안에 있는 상자만 바세니올의 장소 곳곳에서 깨트려도 도시를 완전히 무너트릴 수 있을 것이다.
좀비는 저절로 전염되니까.
라민은 더듬더듬 병을 자리에 넣은 다음 상자를 엉성하게 닫고 창고의 문을 잠근 뒤 다시 담을 넘어 걸어나왔다.
‘진짜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라민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바세니올로 돌아와 집으로 가던 라민은 목소리를 들었다.
“라민 솔로스트?”
익숙한 목소리에 라민은 고개를 돌아보았다.
정장 차림의 프로그맨이다.
피부는 청록색.
본래 익숙하지 않은 다른 종족의 얼굴을 알아보는 건 쉽지 않지만, 눈 위의 짙은 무늬 덕분에 라민은 곧장 얼굴을 알아보았다.
“어, 고르고타 씨?”
“예. 찾고 있었습니다. 이동성이 예외적으로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정기 감독 일정을 당겨야했거든요.”
“아, 네.”
“집에 안 계시더군요.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실줄 알았는데.”
라민의 머리가 팽팽 돌았다.
고르고타 팔루는 라민의 감독관이었다.
라민에게 감독관이 붙는 이유는, 흑린의 기준으로 라민이 충분한 감시가 필요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제국은 뱀파이어를 죽이진 않지만, 열심히 들여다보고는 있었다.
“오늘 날이 좋아서 비행장 쪽으로 산책을 좀 했죠.”
“뱀파이어인데 말입니까?”
“옛 습관이 쉽게 버려지진 않으니까요. 인간은 햇볕이 쨍쨍한걸 좋아하거든요.”
“흐음.”
고르고타가 미심쩍어하자 라민이 손을 내저었다.
“사실은 이동성 때문에 그랬어요.”
“이동성 때문에요?”
“제 다락방은 거리의 소음이 그대로 들어오니까요. 좀 흥분이 잦아들면 집으로 돌아갈까했죠. 보아하니 별로 소용은 없는 것 같지만.”
한 무리의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두 사람 옆을 지나갔다.
이어 맞은편에서 증기자동차 한대가 연기를 내뿜으며 굴렀다.
고르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형국에서 라민 씨에게 더 좋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숙 비용을 내주시는 것만해도 감사하죠.”
“괜찮으시면 방으로 갈까요?”
“그러죠.”
라민은 앞서가면서 속으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눈치챈 건 아니겠지?’
평행국은 각 종족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거나 종족이 가진 유별난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관이었다.
이를테면, 프로그맨들에게는 ‘델루바 연고’라는 연고가 매달 지급되었다.
이 델루바 연고는 프로그맨들의 피부 수분을 유지시켜서 프로그맨들이 강이나 호수 밖에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따금 흑린 밖에서 흑린으로 들어온, 야천의 축복을 받지 못한 종족들에게 폭력성을 제어하거나 사회적 기능을 올려주는 약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종족에게는 배려라기 보다 일종의 감시에 가까운 업무를 수행했는데, 바로 뱀파이어에게 그랬다.
‘정기 감독’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 고르고타는 서류철을 꺼내들고 집 안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이미 자주 해보셨으니, 편하게 답해주세요.”
“네.”
“검이나 도끼 등 무기가 될 수 있는 날붙이를 소지하고 계신가요?”
“아뇨.”
“이번엔 총기 소지에 대한 질문인데요. 차례대로 하죠. …화약을 사용하는 총기를 소지하고 계신가요?”
“아뇨.”
“고무로 구동되는 총기를 가지고 계신가요?”
“아뇨.”
“마법으로 구동되는 총기를 가지고 계신가요?”
“아뇨.”
고르고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씩 체크해나갔다.
라민이 질문이 끝났다고 생각한 찰나, 고르고타가 하나 더 질문했다.
“라민 씨, 마지막 질문입니다. 정체를 숨긴 수상한 사람을 만나신적은 없습니까?”
라민이 말했다.
“어, 그건 없던 질문이네요.”
“최근에 추가했습니다. 지시가 내려와서.”
고르고타는 서류철을 보여주며 인쇄된 문장을 보여주었다.
“아무튼, 있으신가요?”
라민이 답했다.
“…아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