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306
306화
헤게모니아는 다음 천공성으로 올라서기 전에 상황을 파악하고자, 잠시 숨을 돌렸다.
-둘 다 지금 경험치는 어때?
-음.
수 백 미터 옆, 외달리 떨어진 치스트카가 후퇴하면 주포로 달려드는 천사의 몸을 박살낸 다음 답했다.
-난 아직 모자르다. 현신도 간신히 했으니까. 게다가 이 천사들은 경험치를 너무 적게 준다. 그나마 네뷸라가 내 신도들을 완전히 박멸하지 않은 덕에 현신이 가능했고, 지금 현신을 유지하는 것도…설마 이것도 계산에 들어간건가?
또 보다 멀리 떨어진 천공성.
볼트는 가스 수류탄을 허리춤에서 뽑아들며 말했다.
-그런 것 같다. 최소한 현신을 해내지 못하면 옛신들에 대항할 수는 없을테니까. 아주 치밀한 계획이…
헤게모니아가 발을 굴러 볼트의 말을 끊었다.
-아니, 그 새끼 칭찬 좀 그만 하면 안돼냐? 지금 제일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건 난데?
볼트는 다음 자신이 올라갈 천공성을 확인한다.
현재 완전히 백지로 밀어버린 천공성은 일곱이다.
마지막 천공성까지 앞으로 열 넷이 남았으니 1/3을 처리한 셈이다.
볼트는 수 백미터 거리의 천공성으로 가스 수류탄을 오버핸드 스로로 내던진다.
샛노란 연기가 폭발하고, 볼트는 삼단 뛰기로 그 가스 속으로 뛰어든다.
천사 몇 마리가 허공에서 볼트를 공격하려 들지만, 오히려 볼트의 양 손아귀에 붙잡혔다.
볼트는 착지하며 천사를 천공성 지반에 메다꽂는다.
볼트가 지나온 궤적이 노란 가스 무리로 남아있다.
볼트는 손을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는 아직 무리다.
한편 치스트카 또한 다음 천공성으로 올라가야한다.
치스트카는 도약을 위한 최적의 포인트를 확인하고, 무한궤도를 바삐 움직인다.
치스트카가 부수고 박살낸 옛신과 천사들의 시체가 무한궤도 아래 깔려 흔적도 없이 으깨진다.
치스트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55도 경사가 만들어지는 도약대로 달린다.
현신체의 엄청난 무게 때문에 경사는 무너져내리지만, 치스트카는 멈추지 않는다. 이정도 무너짐은 계산 안쪽이다.
도약대의 끝에 달하기 직전, 치스트카는 자신의 주포를 후방으로 휙 돌린다.
그리고 무한궤도가 허공에 뜬 순간, 주포를 발사한다.
중력을 무시하는 포흔과 함께 치스트카가 허공을 난다.
그리고 다음 천공성을 뒤흔들며, 추락한다.
암습을 위해 숨어있던 천사들이 흔들림 때문에 모습을 드러낸다.
치스트카가 말했다.
-우린 느긋하게 올라가겠다. 먼저가라, 헤게모니아.
헤게모니아는 뿔투구 안에서 입술을 비죽댄다.
-아, 그러셔.
헤게모니아는 현재 동료들의 능력 부족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다.
네뷸라라면 아니었을 것이다.
게임 로스트 월드에서, 단 한 번이지만 네뷸라와 동맹 승리를 이룬 적이 있었다.
헤게모니아 또한 레이팅 점수를 올린다는 목표 때문에 동맹 플레이를 꺼리는 편이지만, 그 판은 운이 상당히 나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두 약소 국가로 시작한 네뷸라와 헤게모니아는 승리를 위해 힘을 합쳤고, 어째서인지 초기 예상보다 심심하게 이겼다.
-어쩔 수 없지.
헤게모니아 또한 다음 천공성으로 뛰어든다.
순간 헤게모니아를 바닥에 떨구기 위해 수 많은 천사들이 달려든다.
헤게모니아가 하나의 이름을 불렀다.
-카자하!
과거에 죽은 자신의 네 번째 사도이자, 자신의 애마, 신수 가이트래시의 이름이었다.
-죽음 따위가 너의 의무를 져버릴 수는 없다.
그 말에 이미 죽은 사도가 부름에 응한다.
목 잘린 검정 말이 천사들을 들이박으며 나타난다.
헤게모니아는 카자하의 갈기를 부여잡으며 목을 휘감아 등에 올라탔다.
-하, 목은 어디다 두고 온 거지?
-….
-됐다. 그런 건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카자하는 동의하듯 가볍게 허공에서 앞발을 박찬다.
투레질이라도 하는지, 잘린 목의 단면에서 피도 울컥 튀어나온다.
헤게모니아는 뭐가 재밌는지 웃는다.
신성 레벨을 복구하면서 헤게모니아는 이전의 능력들도 회복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킬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신앙을 꽤나 많이 채웠다는 것이다.
악운을 부르는 가이트래시의 존재가 천사들의 날개짓을 방해했다.
헤게모니아는 카자하에 올라타 천사들을 능란하게 베어죽이고선, 허공을 내달린다.
다음 천공성에 내려서자, 백색의 석조로 만들어진 골렘들이 몸을 일으킨다.
그리 약한 골렘은 아니지만, 아무렇게나 돌로만 만들어서 그런지 그 형상이 엉성하다.
-급하게 만들어낸 건가?
헤게모니아는 이 천공성의 주인인 옛신을 찾아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도망갔거나, 천공성의 내부에서 골렘을 제작중인 것 같았다.
-시간을 끌겠다는거군.
헤게모니아는 이해했다.
자신과 볼트, 치스트카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네뷸라마저도 피하지 못한 타천을 자신이 피할 수 있을리가 없다.
시스템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헤게모니아는 아직 완전히 이해를 못했다.
‘네뷸라는 네뷸라의 방법으로 하라고 하고.’
헤게모니아는 자신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헤게모니아는 시스템창을 확인한다.
신앙은 충분했다.
-살카잇.
헤게모니아는 자신의 첫 번째 사도를 호명했다.
-전쟁이 그대를 부른다.
천공성 위로 무언가 후려쳐진다.
그 충격으로 천공성이 크게 흔들린다.
…콰앙!
그리고 폭음이 터져나오더니, 천공성의 가장자리가 무너졌다.
그 위에 있던 골렘들이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헤게모니아는 공격자를 바라보았다.
쇠망치를 든 놀, 헤게모니아의 첫 번째 사도, 잘린귀의 살카잇이었다.
살카잇은 헤게모니아와 마주치자마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거세게 찧었다.
“분노하는 자여!”
카자하가 골렘들을 발굽으로 쳐부수고, 헤게모니아가 검을 휘둘러 길을 연다.
-화가 났구나.
“패배의 울분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훌륭하다.
살카잇이 고개를 든다.
-그 마음이 그대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분노하는 자여!”
-단지, 난 그대의 울분이 얼마나 큰지 궁금하구나.
헤게모니아는 고개를 살짝 치켜든다.
헤게모니아는 자신의 사도를 위로할 생각은 없다.
둘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내게 보여 증명하라.
살카잇이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낸다.
“존명.”
살카잇은 천공성의 가운데를 향해 몸을 튼다.
자신의 분노를 신에게 보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커다란 제물을 잡아야할 것이다.
살카잇은 길게 하울링한다.
자신의 분노에 공명하는 과거의 전사들이, 살카잇이 이미 부숴놓은 폐허의 그림자 아래에서 몸을 일으킨다.
“움직여라. 분노하는 자께서 전쟁을 명하셨다.”
─┼
“아르고! 아르고 차룰 도메!”
옛신, 아르고는 자신을 부르는 비프넨의 목소리를 들었다.
천공성의 두 번째 위치에서 아래를 조망하던 아르고는, 비프넨이 자신의 천공성에 발을 내딛은 것을 보고 퍽 놀랐다.
비프넨은 어지간해선 자신의 천공성 밖으로 나서지 않는다.
결벽증이 있어 다른 천공성은 더럽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르고로선 의문이었다.
아르고가 보기에, 비프넨은 단지 한 번이라도 남을 모욕할 기회를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핑계를 대는 것 같았다.
진실이 어떻든간에 비프넨이 다른 천공성 위에 올라오는 것은 드문일이었다.
“아버지, 어쩐일로…”
비프넨이 말했다.
“만마(萬魔)를 풀어라.”
그 말에 비프넨은 얼어붙는다.
비프넨은 가볍게 가로젓는다.
“그건 안 될 일입니다.”
“저 아래의 모습을 봐라. 저 잡것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보란 말이다.”
아르고는 한참 전부터 보고 있었던 풍경을 다시 눈에 담는다.
세 명의 새로운 신이 옛신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천공성들을 부수고 있다.
게다가 그 중 뿔투구를 뒤집어 쓴 신은 이제 자신을 따르던 사도와 군대를 불러오기까지 했다.
저들이 강하다는 사실은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 알딘이 마계로 가지 않았습니까?”
“일을 이 사단으로 만든 그 멍청한 것을 말하는 거냐?”
“…알딘이 실수가 잦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그 직전까지만 타천을 해낸다면 상관 없을 겁니다. 저들이 올라온다고해도 만마를 풀라니요, 과하지 않습니까?”
아르고는 저들이 턱 밑까지 올라와, 심지어 자신을 죽이더라도 끝내 타천에만 성공한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시스템은 자신들을 되살려낼 것이니까.
그리고 천공성 또한 말끔하게 고쳐낼 것이다.
그 다음엔 타천된 저 새로운 신들을 가지고 놀 수 있을 것이다.
복수의 쾌감을 생각하면, 아르고는 당장의 고통스런 죽음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악신들은 저들보다는 못하지만 집요하다는 점에서는 더했다.
악신들은 드물게 옛신들을 상대로 승리하기도 했다.
옛신들 중 일부는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복수란 즐거운 일이다. 아르고는 그것에 대해 조금 페티시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비프넨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이 일을 제대로 해낼리가 없지. 또 실패할 게다. 저 잡것들이 내 천공성을 밟아오르는 상상만 해도 치욕적이구나.”
비프넨은 심판관으로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패배를 당할뻔한 기억이 트라우마로 존재했다.
도래자의 기억은 비프넨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얼마 없는 주제였다.
하지만 그런 비프넨을 이해한들, 아르고는 문지기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있었다.
“만마를 풀면, 누가 그것을 거둡니까?”
“한 번 더 잠을 자면 되겠지.”
아르고는 인상을 쓴다.
비프넨이 잠을 자면 된다는 말은, 인과율을 무시하는 마법으로 만마를 휩쓸어버린 뒤, 다시 한 번 마계에서 잠들어 인과율의 폭풍을 피해가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4만년만 해도 너무 오래 잠들었다.
그런데 깨어나자마자 또 다시 잠들라는 말에, 아르고는 기분이 좋지 않다.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겁니다. 알딘이…”
“이 문제를 만든게 바로 그 알딘이다!”
“예, 그렇죠.”
아르고는 한숨을 쉬고 어떻게 비프넨을 설득해야할지 고민한다.
‘만마’라는 것은 침식 그 자체거나, 침식을 통해서 기어들어온 마를 총칭하는 말이다.
침식은 오랜시간 마계에 데미지를 주고 있었고, 옛신들은 침식을 해결한 뒤의 부산물들을 한 곳에 모아두었다.
문제는 그 마의 부산물들이 마법의 근원에 너무 근접했다는 것이다.
마가 쌓이기 시작하면 서로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면서 그 힘이 커졌다.
도래자라고 불리는 관리인이 있던 시기와 달리, 옛신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서 잘 몰랐다.
만마가 서로를 새끼쳤고, 봉인지 안에서 숫자를 끝없이 키워나갔다.
더 나쁜 가능성도 있었다.
아직 옛신들 조차도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지만, 만마의 봉인지는 이미 또 다른 세계의, 더 큰 마의 공간과 이어졌을지도 몰랐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만마를 풀어내는 건 단순히 무기로서의 사용이 아니라 아르바틴의 진정한 종말을 야기하는 걸지도 몰랐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옛신들은 마치 필멸자였던 시절처럼 겁에 질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필요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다.
그것을 없엔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을지언정, 만마는 시스템이 관리하는 봉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프넨이 말했다.
“답을 해라, 아르고. 만마를 풀 것이냐, 말 것이냐?”
아르고는 답할 것도 없이 반대였다.
‘아버지는 겁에 질렸어.’
만마를 푸는 것은 간단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만들수도 있었다.
악신들과의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만마를 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비프넨이 말하는 것처럼 인과율을 속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르고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필요하다면 제가 알딘을 따라 마계로 내려가 일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해볼…”
말을 하던 아르고는, 어째서인지 자신의 시야가 의지와 상관없이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걸 알아차렸다.
아르고는 의식을 잃기 전에야 자신의 목이 잘렸음을 알았다.
비프넨은 시스템창에서 고개를 들고, 자신이 해낸 작업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했다.
「아르고 차룰 도메: 상태 변경 – 죽음」
시스템의 최고 권한자인 비프넨으로서는 다른 옛신들 조차도 개미와 다름 없어 보였다.
물론 오랜시간 함께 했으니 정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과율이라는 약간의 제약만 넘어서면 마음대로 죽였다 살렸다를 반복할 수 있었다.
이런 능력을 비프넨이 가지고 있는 한, 비프넨은 시스템에 관리되는 모든 존재들을 동등하게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비프넨은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진 않는다.
비프넨은 궁시렁거리고 혀를 찼다.
“풀라고 할 때 그냥 풀 것이지.”
비프넨은 아르고의 시체를 넘어서서 아르고의 천공성 중심부로 향했다.
그리고 능숙하게 봉인지로 들어서고 간단한 봉인 해제의 작업에 들어선다.
시스템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비프넨에겐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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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아가 두 번째 천공성의 변화를 감지한다.
천공성의 상부가 시커먼 무언가들로 가득 차더니, 아직 헤게모니아와 동료들이 점령하지도 않은 천공성으로 훌쩍훌쩍 뛰어내리는 것을 본다.
-저기 이상한 게 나왔는데?
치스트카와 볼트가 헤게모니아의 말에 잠시 틈을 내어 두 번째 천공성을 관측했다.
치스트카가 흥미롭다는듯 포구를 향하고 있다.
-저것들은 꼭…
볼트가 자신의 감상을 간결히 말했다.
-악마 같이 생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