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억겁창생의 빛을 대신해 명한다.”
성운이 말했다.
“시스템이 아바르틴과 아바르틴의 모든 개체에게 가지고 있는 모든 권한을 박탈한다.”
「실행 완료.」
“모든 옛신들로부터, 그들의 지위를 박탈한다. 그들은 더이상 신이라 불리지 않을 것이다.”
「실행 완료.」
새로운 신들은 모두 타천 되었으며, 악신들은 시스템 밖으로 나갔고, 옛신들은 그 지위를 박탈 당했다.
성운이 질문했다.
“이제 아바르틴에 신이 존재하는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성운의 단정에, 성역이 말한다.
「하지만 플레이어 네뷸라, 아바르틴은 보호가 필요합니다. 시스템이 만들어낸 아바르틴의 손상은 마의 공간으로부터 계속해서 침입을 허가할 것입니다.」
“손상을 복구할 수 없는가?”
「마의 공간은 하나의 세계가 아닌 모든 공간을 이야기 합니다. 마법사들이 이야기하는 비의의 공간이 바로 그곳입니다. 아바르틴은 라스다실을 통해 서로 엮인 상태고, 아바르틴의 인과율 만으로는 복구하는데 긴 시간이 걸립니다.」
“복구는 시작되었나?”
「예. 이미.」
성역이 말한다.
「플레이어 네뷸라, 당신이 아바르틴의 유일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하면 나는 타락할 것이다.”
「플레이어 네뷸라, 당신이 지금까지 해온 모든 발자취와 그 의지로부터, 당신이 지금의 뜻을 잃고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인지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계산의 결과, 그럴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세계가 치유 될 때까지 당신이 걱정하는 타락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더 나은 모델이 존재하겠지.”
성운은 낮은 확률을 믿지 않는다.
언제나 더 나은 방법이 존재한다.
성운은 성역을 통해 생각했다.
성운은 거의 즉시 답을 찾아낸다.
“역시 아바르틴에 신은 필요 없지 않은가?”
「…플레이어 네뷸라, 당신이 찾아낸 그 길은 어려운 길입니다. 성역은 그 길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전할만한 길이지.”
성역은 성운의 의지가 굳어졌음을 확인한다.
따라서 더는 성운의 뜻에 이의를 던지지 않는다.
성운이 말했다.
“시스템을 개편한다.”
「알겠습니다. 이름을 재설정하시겠습니까? 이미 사용하던 이름 ‘만신전’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아바르틴에 더는 신이 없으니, 개칭하겠다.”
성운은 자신의 심상 세계에서 여전히 점멸하는 억겁창생의 빛을 바라본다.
모든 방향에서 성운에게 쏘아지는 저 빛들은 밤하늘을 수 놓은 수 많은 별들과 다름없다.
“만성전(萬星殿)이라 부르라.”
「설정 완료: 만성전.」
성역이 말한다.
「플레이어 네뷸라, 본래 시스템의 최고 권한자들을 ‘신’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또한 재설정 하시겠습니까?」
“그래.”
성운은 플레이어들을 생각한다.
나름의 기억으로 각자의 역사를 쌓아 자신의 고유한 플레이를 이루었다.
하나하나의 점들은 의미가 없지만 그 선들을 이으면 가치를 이루니, 성운은 그것의 은유를 떠올린다.
“성좌(星座)라 이르라.”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성운이 말했다.
“성좌의 권한을 설정하겠다.”
「최고 권한자의 권한을 재설정합니다.」
“성역, 본래 신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었지?”
「아바르틴의 인간이며 고통 학파의 마법사의 계보. 또는, 그 권한을 강탈하는데 성공한 마의 존재. 또는, 권한 대행자 알딘이 직접 선택한 지구의 개체.」
지금까지 아바르틴에서 신은 설정된 존재였다.
바로 그것이 패악이었다.
신들끼리의 다툼으로 의식되지 않았을 뿐, 결국 진정으로 고통 받는 것은 신이 아닌 존재들이었다.
신은 결정되어 있고 누구도 그 신에게 도전할 수 없다.
성운은 그러한 사실을 뒤엎는다.
성운이 말했다.
“성좌는 신이 아니다. 이제 누구나 최고 권한자가 될 가능성을 지닌다. 아바르틴에선 그 자신의 능력을 제 존재의 한계 이상으로 증명해낸 자, 억겁창생의 빛이 인정하는 놀랄만한 위업을 달성한 자, 인과율을 크게 뒤흔들어 세계에 충격을 가져온 자라면 누구나 성좌가 될 것이다.”
「권한 재설정 되었습니다.」
성역이 말한다.
「현재 조건에 할당되는 성좌 후보 35인이 검색 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성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성역이 시스템 창을 이용해 목록을 띄운다.
성운은 자신을 포함한 새로운 신이었던 플레이어 27인의 닉네임을 모두 확인한다.
이들은 본래 신이었으며, 성좌가 되어도 충분히 그 뜻을 이루는데 문제가 없으리라.
당장 이들보다 성좌의 역할을 잘 해낼 이들은 아바르틴에 없다.
그다음 성운은 악신이었던 마의 존재 5인의 이름을 확인한다.
이들은 서글프고 아픈 존재들이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는데도 그마저도 얻지 못했다.
성운은 이들에게 다시 정당한 기회를 주고자 한다.
그리고 다음 두 이름을 확인한다.
「…
비프넨 다이알 로바네
알딘
…」
성운은 이 둘의 이름을 지워낸다.
“이 둘에겐 권한이 없다.”
「억겁창생의 빛도 그에 동의합니다. 이 둘은 권한을 지울 뿐만 아니라, 그 존재도 지워낼 수 있습니다. 그리 하시겠습니까?」
성운은 가로젓는다.
“아니. 내게도 그런 권한까지는 없다. 이들을 심판할 정당한 대행자가 있으니, 그에게 맡긴다.”
「알겠습니다.」
성운은 마지막 이름까지 확인했다.
성운은 만신전의 사도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후보가 더 있을텐데.”
「인과율 제한 때문입니다. 당장 전환 가능한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종 33인에게 성좌의 권한을 부여한다.”
「실행 완료. 성좌들이 자신의 영역을 설정할 수 있도록 일시정지를 예외 지정 하시겠습니까?」
성운이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전에, 첫 번째 성좌, 플레이어 네뷸라. 그대의 관장할 영역을 설정하십시오.」
“그 영역은 로스트 월드에서의 64개의 소영역, 그리고 일곱 개의 대영역, 알려지지 않은 숫자의 고유영역을 말하는 건가?”
「그것은 옛신들이 임의로 가르고 설정한 값입니다. 필요하다면, 플레이어 네뷸라 당신이 새롭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라도?”
「인식되는 모든 개념이 영역화 될 수 있습니다.」
성운은 잠시 고민한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다.
성운이 입을 연다.
다만 그 말을 하려고하니, 어째서인지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성역, 내 영역은 다음과 같다.”
「이르십시오.」
“게임.”
「당신이 그 영역을 제대로 관장할 수 있을지 일치율와 적합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영역을 택할 수 있습니다.」
“확인하지.”
성역이 잠시 침묵한다.
계산이 끝나고, 성역이 말한다.
「일치도, 99.98%. 적합도 99.99%. 플레이어 네뷸라, ‘게임’은 그 어떤 영역보다도 당신을 위한 영역입니다.」
성역이 게임의 영역에 대해서 설명한다.
「게임. 하나의 룰을 두고 승부를 다투는 것. 놀이. 여러 사람이 즐거움을 위해 함께 하는 일. 생을 위한 연습. 도전과 분투. 이 모든 일이 당신이 관장할 영역입니다. 이따금 필멸자들에게 삶은 게임으로 비유되며, 아바르틴을 둘러싼 시스템은 하나의 룰로 작용되었습니다. 마치 하나의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편향되어 있었지. 공정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룰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그래서,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게임을 내 영역으로 택하겠다.”
「사실입니다. 당신은 이제 게임의 영역을 관장합니다. 좁게는 놀이판 위의 승부를, 넓게는 시스템과 저, 성역의 주인으로서 이 룰을 개편하고 이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을 위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이 시스템의 최고 권한자인 당신이 응당 맡아야 할 임무입니다.」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예. 게임의 성좌, 플레이어 네뷸라. 억겁창생의 의지가 그대의 뜻을 받들고, 그대를 부르고 있습니다. ‘끝없이 승리할 이름’이며, ‘별을 쫓는 자’, ‘만성전의 주인’이자, ‘거듭하는 분투’여. …성좌들이 자신의 영역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줘.”
「그리 될 것입니다. …플레이어 네뷸라, 심판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성운은 성좌 하나의 이름을 부른다.
“그가 나… 아니. 우리 억겁창생의 대리인이자 대변자, 대행자이다.”
「억겁창생의 빛도 동의합니다. 그의 대리인, 대변자, 대행자의 지위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정당합니다.」
성운은 고개를 든다.
성역 내부의 모니터로 비프넨의 천공성 풍경을 바라본다.
비프넨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감을 했던 것 같다.
이 옛신은 더는 시스템의 힘에 기대지 않고, 자신이 옛신이 되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태초의 마법사들과 싸울 때의 무장을 갖추었다.
가시관을 뒤집어 쓰고 왼손에는 채찍을, 오른손에는 불타는 검을 들었다.
머리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상처입은 성흔에서 마법의 빛이 솟구친다. 후광이 더 없이 드리워져 얼굴이 가려진다.
시스템의 힘을 빌리지 않았던, 고통 학파를 아바르틴의 주인으로 만들었던 그 시대의 마법사다. 성운은 그 힘이 감히 신의 힘에 필적하리라 가늠했다.
하지만 저것은 성운의 적이 아니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많은 방법이 있다.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상처를 직접 치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통은 오직 육체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아바르틴의 상처를, 그러니까 모든 부조리와 비합리의 결과들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하더라도 과거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통은 그 영혼에, 연속적 인격체에 남는다.
그 기억을 지워낸다면 고통이 사라졌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성운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기억에서 그 고통을 지워낸다면 그것은 상처를 치유한 것이 아니라, 그 인격을 바꾼 것과 다르지 않다.
비록 그 고통이 그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결국 파국에 이르게 만들더라도, 그 고통은 그 사람의 영혼과 연속적 인격체에 남겨진 정체성이다.
고통이야말로 그 사람이다.
따라서 그저 지워낼 수 있는 육체의 상처가 아닌 영혼과 연속적 인격체에 남겨진 상처까지 치유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정당한 심판이다.
성역이 말한다.
「복수와 분노, 증오, 냉소가 아니라 심판입니까?」
“그것들이 분명 고통을 덜 수 있는 수단임은 맞다. 하지만 그것들이 다른 상처를 만드는 것도 맞다.”
「치유 만큼이나 반복되는 고통의 인과를 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까?」
“완벽한 치유는 없어. 적당히 아물더라도 상흔은 남는다. 우리는 조금의 고통을 안고 가야하지.”
「플레이어 네뷸라, 그대의 뜻에 동의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전자를 주도하고 하나는 후자를 주도한 두 세계의 모형을 간단히 시뮬레이트 하고자 합니다. 가용 가능한 정보처리 자원의 사용을 허가해주시겠습니까?」
“뜻대로 해.”
잠깐의 시간 뒤, 성역이 말한다.
「플레이어 네뷸라, 저 또한 그 말에 동의합니다.」
성운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그 심판자를 호명하고자 한다.”
「그는 준비되었습니다.」
성운은 천공성의 여러 단 아래에서, 드래곤의 머리 위에 자신의 애병을 끌어안고 앉은, 다소 어색한 자세로 시스템 창에 검지를 쿡쿡 눌러보고 있는 검은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을 들여다본다.
시스템이 말했다.
「모든 성좌들의 영역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일시 정지를 해제한다. 심판을 수행할 것이다.”
「실행 완료.」
세상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구름이 움직이자 그 리자드맨은 성운의 시선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고개를 들어올린다.
성운은 이미 시선은 물론이고 목소리도 가닿고 있음을 알고 있다.
성운이 말했다.
“나의, 우리의, 아바르틴의 기적.”
만성전의 서른 세 번째 성좌, 라크락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라크락, 그대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때가 되었다.”
성좌 라크락은 자신의 황금창을 쥐고 저 하늘의 창공성을 노려보았다.
억겁창생의 빛이 심판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