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54
054화
봉건제는 왕이 제후를 정하고 땅을 내려 준다는 말이다.
너무 넓은 땅은 왕이 혼자서 관리할 수 없다.
따라서 소수의 사람들에게 그 땅에서 나오는 세금을 거둘 권리를 주는 동시에 지킬 의무도 부과하는 것이다.
그렇게 왕에 의해 임명되거나 혈족으로서 승계된 제후들은 필요하다면 왕의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계약 관계에 있었다.
“봉건제는 중세 유럽이나 초기 중국, 그리고 일본이 이와 비슷한 국가 형태를 갖추었었지.”
“전부 다 한데 묶어서 설명하긴 너무 광의의 개념 정리지만, 아무튼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엘다르, 엘프가 지구의 나라 이름을 아는 건 이상하지 않아?”
“저는 차원을 넘나드는 엘프이옵니다.”
“…그런 설정이었나.”
봉건제의 장점은 왕의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었다.
우선 왕에게 받은 땅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지만, 제후들에겐 왕의 땅이 아닌 자신의 땅이었다.
그런 만큼 제후들은 땅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각 장원들은 제후들이 지어 올린 성벽으로 단단하게 지켜졌고, 축성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반면에 눈에 띄는 단점이라면…’
봉건제를 도입하는 시기에는 괜찮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신들이나 혈족으로 뽑힌 제후들과 왕과의 관계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그나마 왕과의 관계는 계약으로 묶여 있다한들, 제후들끼리의 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다른 제후나 왕이 중재하지 않으면 각각의 제후들은 서로를 다른 나라처럼 취급했다. 실제로 같은 나라이면서도 많은 제후들은 서로 전쟁을 했기에, 왕의 입장에서 보자면 국력을 소모시키는 셈이었다.
‘물론 공성 전략도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지. 사실상 전투력이 유지되기도 하고. 잦은 전쟁은 기술 발전을 부채질한다.’
일장일단이 있어 보이지만, 성운은 로스트 월드에서 봉건제를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개판이야.’
강력한 제후들은 여러 왕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었다.
필요하다면 서로 다른 왕에게 제후로 지지를 받고 봉토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거대해진 제후는 왕보다도 강한 권력을 휘둘렀고, 국제 관계와 외교에서 큰 힘을 썼다.
힘의 균형을 줄타기하고 다른 제후와 왕들을 견제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제후 입장에서야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선 아니지.”
“그렇사옵니다.”
엘다르는 과거의 게임이 생각나는지 눈을 좁게 떴다.
“중세 시대에 거대한 도시 국가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제사장이 왕으로 있는 나라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그 도시 국가는 주변국들의 왕들에게 모두 봉토를 받더니, 결국 저에 대한 신앙을 잃어버렸지요.”
성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스트 월드에선 신정 일치 사회가 가장 컨트롤하기 쉬웠다.
반면에 신앙과 정치가 멀어지기 시작하면, 해당 국가가 전체적으로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도한 결과를 내기 힘들어졌다. 플레이어의 컨트롤에서 점점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컨트롤할 방법이 없지는 않지만, 굳이 고생할 필요는 없지.’
봉건제가 나쁜 건 아니었다.
도시 국가는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에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게다가 주변 나라들이 봉건제를 실시하고 있다면, 똑같이 봉건제를 따라가는 쪽이 이득이기도 했다.
영향력을 넓히며 제후들을 돌려세워 자신의 나라에 속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나라의 종교가 파고들어서 문제지, 왕과 제후들 사이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으니 종교가 파고들 여지도 커.’
그럼에도 성운이 생각하는 것은 다른 한쪽인 군주제였다.
봉건제 또한 왕이 있긴 하지만, 로스트월드의 플레이어들이 부르는 군주제는 정확히 하자면 전제 군주제, 다른 말로 중앙 집권식 관료제를 말했다.
성운이 말했다.
“군주제에 대해 설명해 봐.”
“수도에 왕이 있고, 왕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관료를 정한 다음 지방에 내려 보내 행정을 보게 하는 것이지요.”
봉건제에겐 각 제후들에게 그 땅에 모든 권력을 쥐여 주는 것이지만, 관료는 전혀 달랐다
여러 행정 업무에 따라 일이 나뉘어져 있었으며, 서로 견제했다.
또한 직무의 기한이 정해져 있었고 다른 직무로 옮겨가기도 했다.
이런 행정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비용이 소모되지만 그럼에도 많은 전근대 국가들은 전제 군주제였다.
‘일관된 국가 기조 덕분에 혼란이 덜하고, 분업을 하니 행정 업무가 전문성을 띄고, 중앙의 힘이 강하니 군사를 동원하기 쉽다.’
성운은 마지막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신정 일치에 전제 군주제면 왕의 말 한 마디로 나라를 움직일 수 있다.’
물론 군주제에도 군주의 권력을 제한하는 여러 힘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봉건제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군주제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잘 닦인 길과 항구 같은 여러 사회 시설망이 준비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어떤 방식으로 관료를 뽑을 것이며 왕의 정통성은 어떻게 확보하고 여러 종족들이 각자가 하나의 나라에 속해 있다는 정체감까지 필요했다.
“엘다르,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엘다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왜 성운 당신은 답을 정해 놓고 물어보느냐는 뜻이었다.
─┼
반도 전체를 완전히 점령한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라크락은 부족을 데리고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에 대해 유르가 말했다.
“우리는 또 황야로 떠나는 겁니까?”
“아니.”
라크락은 부족의 주요 인물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거대한 그림을 그렸다.
많은 이들이 곧장 알아보진 못했지만, 그건 지도였다.
지도를 그리며 라크락이 말했다.
“어제 꿈을 꾸었다.”
이 말에 리자드맨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라크락은 진중한 회의 시간에도 신에게 계시를 받은 척 꿈을 꿨다고 해 놓고 다 듣고 보니 계시도 예지몽도 아닌 그냥 개꿈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늘어놓곤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개꿈 이야기는 다른 리자드맨들을 웃기는 데에는 쓸 만했다.
라크락이 말했다.
“나는 내 육신에서 벗어나 허공에 떠올랐다. 떠오르는가 싶더니 내 의지와 무관하게 빠르게 날았다. 발아래 땅들이 쏜살처럼 지나가는데, 드문드문 내가 알고 있는 땅들이 보였다. 드워프에게서, 오크에게서, 고블린에게서, 엘프에게서 빼앗은 마을들도 보였다. 우리가 힘을 합쳐 몰아낸 그 마을에 우리와 같은 검은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황야를 가로질러 저 북해안까지.”
자올은 라크락이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우리가 쟁취한 땅이로군요.”
“그래.”
라크락은 바닥에 그림 그리기를 멈추었다.
라크락은 그림의 끄트머리에 가서 서더니 점을 찍었다.
“여기에 우리가 있다.”
“그렇군요.”
“여기를 뭐라고 부르지?”
라크락이 질문하며 주변을 돌아보자, 전사 하나가 말했다.
“드워프들은 이 땅을 마가넨이라고 불렀습니다.”
‘끝의 땅’이라는 뜻이었다.
라크락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금 찍은 점 옆에 마가넨이라고 썼다.
그 모습을 보고 자올은 심부름꾼을 시켜 비단과 목탄으로 베껴 그리라 일렀다.
라크락은 한 걸음 걸어가서 또 점 하나를 찍었다.
“여기는 우리가 붉은 피부 오크들을 몰아낸 곳이다. 여길 뭐라고 부르는지 기억하는 자 있나?”
“부족장님, 오크들은 그곳을 사몬이라고 불렀습니다.”
‘깊은 숲’이란 뜻이었다.
라크락이 말했다.
“사몬이라는 이름은 많다. 다른 사몬과 구분할 수 있나?”
또 다른 전사가 말했다.
“그럼 남쪽의 사몬으로 하지요.”
라크락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 이름을 썼다.
그런 식으로 라크락은 자신이 정복했던 땅에 이름을 호명하며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반도는 많은 종족들이 부대끼며 살고 있었고, 검은 비늘 부족은 많은 마을을 정복했으므로 라크락이 황야 끝까지 올라오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라크락이 프로그맨들이 살았던 땅이자 ‘넓은 호수’라는 뜻의 카마이루를 지났다.
리자드맨들은 이제 라크락이 황야로 나설 거라고 생각했는데, 라크락은 그러지 않았다.
라크락은 반도의 위쪽이면서 황야의 아래, 바다가 접하는 곳에 점을 찍었다.
“여기는 이름이 뭐지?”
리자드맨들은 조용해졌다.
라크락이 말했다.
“아무도 모르나?”
“부족장님, 죄송하지만 저희 중 이름을 아는 이가 없는 듯합니다.”
라크락은 주변을 한번 돌아봤다.
“기억하는 이는?”
“제 기억에, 그곳에선 저희가 어느 종족도 물리치지 않았습니다.”
라크락은 그림을 그리던 나뭇가지로 바닥을 탁탁 때렸다.
“알고 있는 이도 없나?”
“산지라서 그쪽으로 길이 닦이지 않았습니다. 코카트리스들이 살고 있어 다른 종족들이 접근하길 꺼리는 땅입니다.
라크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자드맨 대부분은 라크락의 의중이 무엇일지 생각했고, 몇몇은 이게 거대한 농담의 도입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웃을 준비를 하고 있기도 했다.
라크락이 말했다.
“난 이곳을 안다. 산지지만 넝쿨과 잔나무들이라 길을 개척하기 어렵지 않다. 이미 이어진 길 몇 개만 정비하면 모두 이곳으로 갈 수 있다. 숲이 우거져 길을 잃을 염려가 있지만 신께서 길을 안내해 주실 거다. 산세 깊이 들어가면 계곡 깊은 곳에서 흐르는 강을 볼 수 있고, 그 강을 따라 내려가면 산이 낮아진다. 강이 하류에 이르면 넓어지는데 바로 옆에 평탄하고 넓은 땅이 있다. 강은 바다와 만나고 해는 동쪽 산 위로 떠올랐다 서쪽 바다로 진다.”
자올이 물었다.
“꿈속에서 보신 땅입니까?”
“그래.”
라크락이 덧붙였다.
“그 땅의 이름은 오라즌이다.”
이름을 듣고 리자드맨들이 웅성거렸다.
신이 서 있는 땅이란 뜻이었다.
“나는 오라즌에서 왕이 될 것이다.”
그 말에 리자드맨들이 함성을 질렀다.
라크락은 이제 대족장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다른 족장들과 비교되는 존재라 할 수 없었다.
명성이 드높은 이들은 그에 걸맞은 칭호를 가져야만 했다.
“우리는 오라즌으로 간다. 짐을 챙겨라.”
흥분과 기대로 가득한 리자드맨들이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라크락은 무리 사이를 지나쳐 자신의 움막으로 들어갔다.
자올이 따라갔다.
“그게 신께서 하신 결정입니까?”
“그렇겠지.”
“길을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바보들을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말이군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것들을 그냥 놔둬야 합니까?”
“아니.”
“하지만 각 부족들을 그대로 놔두면 다른 종족들 중 세를 키우는 놈들이 나올 겁니다. 다른 종족에서 나온다면 차라리 낫지요. 리자드맨들 중에서도 라크락 당신의 힘을 잊은 자들, 보지 못한 이들이 힘을 의심해 올지도 모릅니다.”
“안다.”
라크락은 오라즌에 가는 것으로 꿈이 끝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방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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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락은 길을 닦고 토지를 닦을 이들을 먼저 오라즌으로 보냈다.
그다음 지도를 그리며 점을 찍었던 마을을 돌면서 다시금 자신의 힘과 권력이 건재하다는 걸 증명했다.
다행히 리자드맨들 중에는 감히 대항하는 이들이 없었다. 모두가 자신의 부족장을 라크락이라고 생각했다.
라크락은 오라즌에 대한 이야기를 퍼트렸고, 원하는 이들은 따르라고 일렀다. 많은 이들은 그저 자신이 살던 방식 그대로 살아가길 원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라크락을 따랐다.
라크락은 새롭게 무리를 부풀리며 오라즌으로 향했다.
라크락은 오라즌에 새로운 마을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황야와 북해안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리자드맨들에게도 오라즌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해가 지나기 전에 자동성의 동쪽에 있는 모든 리자드맨이 라크락이 왕이 되었으며, 수도가 오라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3년이 지나기 전에 자동성 동쪽에 있는 대부분의 부족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라즌은 발견되자마자 새로운 교통 요충지로 작동했고 넓은 길이 닦였다.
라크락은 모든 리자드맨 마을에 ‘전사장’을 파견했다.
전사장들은 리자드맨 마을의 일반적인 부족장을 대신하는 역할을 했다. 마을의 대소사에 관여하고 죄인을 심판하며, 외부의 위협에 대응해 전사들을 소집할 권한이 있었다.
이 전사장들은 라크락 아래에서 전사로 활약한 정예들이며, 라크락이 석판 위에 직접 새긴 법전을 지니고 있었다. 돌로 된 법전은 그 자체로 권력의 상징으로, 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희귀하고 눈에 띄는 금속인 금으로 장식되었다.
한 손에는 강철 검,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지닌 것이 이들의 특징이었다.
전사장은 휘하에 다른 전사들을 데리고 다녔으며 서로 다른 출신으로 무리를 이루고, 되도록 자신의 출신 마을에서 전사장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편, 라크락은 자신의 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전사장이 파견되지 않는 땅도 있었다.
바로 자동성과 북해안 끄트머리의 녹안 엘프의 마을이었다.
이곳엔 성주와 부족장이 제후로서 여전히 남아 있었다.
라크락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자동성주 휘경에게는 국경을 지키는 변경백의 직위를, 녹안 엘프의 부족장 리오나르에게는 엘프 마립간의 직위를 내려 주었다.
휘경은 위급하면 라크락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운 마음으로 직위를 받아들였다.
리오나르는 다소 복잡한 심경이었으나 받아들이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오라즌에서 외무관이란 직위를 가진 리자드맨들이 변경백과 마립간에게 파견되었다.
이들은 각 제후와 왕인 라크락 사이에 의견을 수월하게 주고받기 위함인 동시에, 변경백과 마립간을 감시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지니고 있었다.
전사장과 외무관 모두 원시적인 관료로 개인이 맡기엔 너무 많은 직무를 띄고 있었지만 그만큼 다뤄야 할 문제가 적기도 했다.
느린 데다 어설픈 부분도 있었지만 라크락의 말과 뜻은 변경백과 마립간에게, 그리고 반도 끝의 마가넨의 전사장에게까지 정확히 전달되었고, 그 반대도 확실히 작동했다.
「알림: 당신의 나라 중 하나가 ‘초기 군주제’에 돌입했습니다.」
봉건제와 군주제의 절충안이긴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군주제의 비중이 더 컸으므로 알림은 ‘초기 군주제’로 떠 있었다.
성운은 알림창을 껐다.
엘다르가 성운에게 말했다.
“…결국엔 ‘둘 다’였던 겁니까?”
“그렇지. 장단점을 적당히 절충하고 현재 상황에 맞는 걸 선택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거야.”
엘다르가 말했다.
“근데 저는 왜…?”
“어? 거기도 원래 내 땅이잖아.”
엘다르는 더 따져 묻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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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뒤, 반도의 끝자락, 마가넨.
라크락이 밟고 서서 자신의 나라를 구상하던 그 자리에, 어떤 존재들이 딛고 섰다.
바닥을 딛는 다리는 모두 네 개였고, 구부정하게 선 가슴에는 네 개의 팔이 달려 있었다.
그중 두 개의 팔은 큰 집게였고, 다른 두 개의 팔은 어설프게 손을 흉내 낸 것 같았다.
얼굴이라고 할 만한 곳에는 툭 튀어나온 한 쌍의 눈, 눈 위로는 또 한 쌍의 더듬이가 흔들거렸다.
가장 특이한 점은 몸 전체를 뒤덮은 딱딱한 껍데기였다.
청록색의 껍데기는 윤기 나게 빛나고 있었다.
이들 중 몇몇은 금속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고, 허리끈에는 돌로 만든 몽둥이를 묶어두기도 했다. 지성이 있는 존재라는 건 확실했다.
마침 성운은 그 부근을 정찰중이어서, 이들이 리자드맨들과 접촉하기 전에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을 발견한 성운이 중얼거렸다.
“…랍스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