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33
136화〉
길드
“프하하하하하!”
강여화는 소파를 탁탁 두들기며 박장대소를 했다.
【오롱이? 오롱이··· 오롱이라고 하니까 낙지 호롱이가 먹고 싶다!】
“오롱, 오롱이히히히··· 프흐흐흐··· 아, 예전부터 시준이가 그, 그렇게 부르긴 했··· 프하하하하!”
“···사매. 부탁이니 좀 닥쳐 주겠나.”
루안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친히 부탁했다.
사실 구분하자면 샤오가 성, 이름이 롱이었으나, 한국에서는 뒤에 두 글자가 이름이라 ‘오롱’이라 부르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시준이는 샤오롱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오롱이 형’이라 불러 온 탓에 고칠 수도 없었다.
“프흐흡··· 아, 알겠습니다··· 오롱 사형··· 프흐흐.”
루안은 턱을 부르르 떨었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해 놓은 짓이 있어서 차마 더 강하게 나가거나 하진 못했다.
“이게 대체 몇 년 만이야···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감옥에 들어간 거 아니었어?”
소식통을 통해 샤오롱이 시우에게 대패했다는 것은 익히 들었다.
그리고 여러 혐의가 겹쳐 최소 50년 이상 교도소에 갇혀 지낼 것이라는 뉴스 또한 들었다.
형이 어째서 샤오롱을 때려눕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걸로 관계가 끝난 줄 알았는데.
“한동안 내 밑에서 일할 거야.”
시우가 루안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를 약 올리듯 히죽 웃었다.
“음··· 오롱이 형 표정은 그게 아닌데?”
“시준아. 내 뜻이 중요하겠니, 오롱이 뜻이 중요하겠니.”
“그야 물론··· 둘다 중요한 거 아닐까?”
“여화야, 네가 대신 대답 좀 해 줄래.”
“넵! 오롱이 사형의 뜻보다는 스승님 뜻이 무조건 더 중요합니다!”
“들었지?”
시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들의 얼굴을 쳐다봤다.
조금 전까지 분노로 굳어져 있던 루안의 표정은 체념한 듯 반쯤 죽은 눈빛이었다.
***
고급 레스토랑의 VIP 룸.
시준이 예약한 곳으로 이동한 일행은 먹고 싶은 음식을 시킨 뒤 그간 묵혀 뒀던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질문은 주로 시준이나 여화가 했고, 루안은 대답만 짤막하게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롱··· 아니, 루안 형은 혼자서 어떻게 수련했길래 S++급까지 갔어?”
시준은 루안의 날카로운 눈빛에 흠칫하고는 이름을 정정했다.
“별거 없다. 너희들이 길드 놀이하고 있을 때 나는 강자들을 찾아가 이길 때까지 붙었을 뿐이다.”
“길드 놀이라니! 너는 지하에서 애들 데리고 조폭 놀이나 했잖아!”
“사매, 나는 놀이가 아니라 진짜 조직폭···.”
“왜? 놀이 맞드만. 다들 너한테 굽신거리고 무릎 꿇으니까 좋았냐?”
루안은 대꾸하려다 말고 도로 입을 다물었다.
당분간은 강여화와 말싸움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시준이 너는 무슨 일이라도 있어? 얼굴이 죽상이네.”
시우의 질문에 시준은 잊고 있었던 일을 다시 들춰낸 것처럼 한숨을 푹 내쉬었다.
“류지환이 싸질러 놓은 똥이지 뭐. 속했던 길드원이나, 던전, 아이템, 세금, 월급 등등···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야.”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일단 헵타그램에 속한 길드들이 일정 부분 나누기로 했어. 정부에서도 조금 도와주기로 했고.”
시우는 적당히 익은 스테이크를 입으로 가져가다 질문을 이었다.
“나누는 건 어떻게 나누는데?”
“가장 단순하게 많이 책임지는 쪽에서 많이 가져가기로? 그런데 다들 S급 게이트 때 출혈이 많이 생겨서 그런지 선뜻 나서는 곳이 없네.”
“그럼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게 없는 거네?”
민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이렇게 길드 정세에 관해 관심이 많은 줄은 몰랐다.
요즘 HMCS 일로 전 세계를 다니더니 생각이 조금 트이기라도 한 것일까.
“흐음.”
“스승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시우가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하자 강여화가 걱정스러운 듯 시우의 안색을 살폈다.
“아니, 문제는 없지.”
“그런데 형이 웬일로 길드 일에 관심이 많네?”
“이제 슬슬 관심을 가져야 하니까.”
시준은 형의 대답이 의외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형이 웬일이야?”
“뭐가 웬일이야?”
“원래 이런 거 안 좋아했잖아.”
“지금도 딱히 좋아하진 않아.”
“그런데 왜 물어봐?”
“내가 [금강] 사려고.”
그 한마디에 음식을 먹던 모든 손길이 멈췄다.
일순간의 정적.
심지어 무표정으로 내내 일관하던 루안조차 입으로 가져가던 포크를 멈춘 채 시우를 바라봤다.
강여화가 눈을 몇 번 깜빡거리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저기 스승님··· 저희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요. 금을 사신다고 하신 거죠?”
그녀를 비롯한 다른 제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시우가 귀찮은 일을 싫어한다는 것을.
오죽 싫어했으면 최대수나 도경후가 한창 세를 불리고 조직을 키워 나갔을 때도 시우만 소수의 제자들을 데리고 다녔을까.
만약 시우가 길드라든지 조직 운영에 관심이 있었다면, 시준은 형이 이계에서 귀환했을 당시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 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고양이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말지.’
시우에게 길드장을 하라고 했다면, 시우는 알았다고 함과 동시에 그날부로 길드를 해체하고도 남았을 터.
그런 사람이 이제 와 길드를 사들인다니, 모든 사람의 말문이 막히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형이 잘못 말했겠지··· 그치, 형?”
민시준마저도 시우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이라 확신했다.
그의 형이 그럴 리 없었다.
“왜 다들 그렇게 쳐다봐? 내가 뭐 잘못 말했어?”
【나는 왜 그런지 안다. 그건 네가 오늘따라 너무 못생겼기 때문이다, 좁밥.】
“넌 닥쳐.”
“스승님··· 갑자기 웬 길드예요? 사람이 필요하면 저희 [청화]나 시준이네 [제국] 길드원 쓰셔도 돼요.”
“아니.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조직이 필요해서 그래.”
“그러면··· 정말 길드를 사시려고요?”
“응.”
시우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길드는 얼마면 되냐?”
***
그건 일종의 오물이었다.
료타는 하굣길에 종종 편의점에서 고양이 밥을 사 가고는 했다.
집 근처 공터에 사는 길고양이와 친해진 그는, 오늘도 캔 푸드를 하나 산 뒤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해 질 녘이라 공터엔 가로등 불빛이 켜져 있었다.
“쿠로ㅡ 나왔어! 네가 좋아하는 간식도 사 왔어!”
료타는 자전거를 세워 놓기 전부터 반갑게 소리쳤다.
– 야ㅡ옹.
“쿠로! 얼른 나와, 밥 먹고 간식도 먹자! 쿠로ㅡ!”
평소 같으면 잽싸게 나와 머리부터 다리에 비볐을 녀석인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 야옹.
울음소리는 들리는데··· 어디 숨었나?
료타는 가로등 불빛이 번진 곳을 두리번거렸다.
“안 보이는데. 쿠로ㅡ 오늘 밥 안 준다?!”
– 야옹.
“왜 그러지? 어디 아픈가?”
료타는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공터의 안쪽으로 향했다.
관리가 잘되지 않은 공터는 풀이 무성했고, 이따금 쓰레기가 발길에 차이기도 했다.
파직!
“허억!”
별안간 가로등 불빛이 꺼져 버렸다.
핸드폰 플래시를 제외한 주변이 캄캄한 어둠으로 물들었다.
“쿠, 쿠로··· 어디 있는 거야?”
이제 중학교에 입학한 료타에게 이런 어둠과 상황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들오들 떨면서 공터 안쪽, 건설 자재 따위가 쌓인 곳에 가서 플래시를 비췄다.
이곳은 평소 쿠로가 자주 쉬는 장소.
“쿠, 쿠로?”
그러나 건설 자재 그 어디에도 쿠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료타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캔을 따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1분도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1시간은 지난 것처럼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나, 나 오늘은 먼저 갈게··· 이따가 나와서 천천히 먹어.”
그리고 잽싸게 달려가려는데 찰나, 옆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허억!”
료타는 놀라서 플래시를 바로 비췄다.
그건 새까만 오물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오물과 다른 점은 부글부글 기포가 올라오고 있다는 것.
료타는 귀신이나 유령이 아니란 사실에 안도하며 발걸음을 재차 옮겼다.
– 야옹.
“쿠로??”
다시 들리는 울음소리.
그런데 울음소리의 근원은 방금 본 오물이었다.
‘설마 저기에 빠졌나?’
그는 바닥에 떨어진 막대기 하나를 주워 오물에 다가갔다.
조심스레 오물 속으로 막대기를 넣고 천천히 젓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을 쏟아 버린 건지, 오물은 엄청난 점액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거 왜 이렇게 깊지? 여기 구덩이 같은 건 없었는데.”
허벅지 길이 정도 되는 막대기가 쑤욱 들어가고도 부족하자, 료타는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쿠로··· 설마 여기에 들어간 건 아니지?”
– 부그르르.
기포가 또 올라온다.
료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오물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 야옹.
거대한 아가리를 벌린 오물이 료타의 몸을 꿀꺽 삼켰다.
오물은 그렇게 제 몸을 키우더니 상공으로 천천히 부유해 큼지막한 원형의 게이트를 만들었다.
***
〈판데모니엄〉 제4위계 회의.
고풍스러운 대리석 테이블과 그 중앙에 놓인 풍성한 화병.
크롤은 화병 너머,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여성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왜 째려보냐, 븅신아.”
“너 본 게 아니라 화병 봤거든, 그지 같은 년아.”
“응~ 매번 작전에서 도태되는 븅신 말이라 안 들리는데.”
“이번 게이트 작전 토대도 나랑 박사랑 다진 거는 아냐?”
“어쩔. 대가리도 꼭 잔디밭처럼 생겨 먹어서.”
금발을 양 갈래로 묶은 루슬라나는 초록 머리의 크롤을 향해 중지를 척 세웠다.
“잔디밭···? 죽여 버린다, 너.”
“대가리가 꼭 너네 조상님 묘지인 줄? 꽃이라도 바쳐 줄까?”
“이게 미쳤나!!”
크롤이 눈을 부릅뜨자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그의 몸을 붙잡았다.
“여기 너희만 있는 게 아니다. 자중해라, 둘 다.”
같은 4위계인 아루무가 차가운 목소리로 제지했다.
크롤은 그녀와 루슬라나를 번갈아 노려보다가 끙, 하며 자리에 앉았다.
“여자한테 쫄았대요~ 븅.”
“루슬라나, 닥쳐라.”
“내가 아루무 네 말을 왜 듣냐?”
“······.”
이번엔 루슬라나와 아루무가 서로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때 테이블 화병 위로 홀로그램 영상이 뜨며 누군가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 조용히들··· 하세요. 시···끄러워··· 요.”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내려온 초췌한 남자.
“죄송합니다, 디아칸.”
크롤과 아루무가 공손히 사과했다.
“이번 회의는··· 여러분이··· 다군요.”
본래라면 죽은 자흐날을 제외하고 6명이 더 있어야 했지만, 그들은 현재 다른 임무를 진행하느라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우리 3위계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번 작···전은 루슬라나가··· 진행합니다.”
“쿠쿠쿠! 감사합니다, 디아칸!”
“잠시만요! 디아칸 님, 지난 독일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저는 빠지는 겁니까? 이 프로젝트는 박사와 제가 진행한 겁니다만···.”
크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항변했다.
“저 마리모 대가리가 감히 디아칸 님 앞에서··· 처벌해야 하지 않을까요?”
루슬라나가 이죽거리며 크롤의 자세를 지적하자, 디아칸이 손을 들어 소란을 잠재웠다.
“크롤··· 너···는 다른 일이 있···다.”
“예? 다른 일 말입니까?”
디아칸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아루무와 루슬라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한 뒤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입니까?”
크롤의 질문에 디아칸이 검푸른 입술을 벌렸다.
“〈HMCS 국제 총본부〉··· 거기를 우리 수중에··· 넣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