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9
40화〉
갱생소
빠르다.
‘아니, 빠르다기보단 보이지 않는다, 가 정확하겠지.’
하준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시간이 없었다.
시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눈앞으로 주먹이 드리웠다.
마치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순식간에 던져진 느낌.
우두둑,
콰아아앙!!
주먹에 맞은 하준태가 건물 담벼락을 부수고 날아갔다.
어지간한 파괴력이 아니다.
헌터들은 전투 시에 마나로 신체를 강화한다.
따라서 웬만해선 일반 타격에 큰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더군다나 경험과 연륜이 쌓인 A+급 같은 경우엔 더더욱.
‘준태 자식, 긴장을 아예 안 하고 있었나.’
성창원은 하준태가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얼핏 봤을 때 시우의 마나는 아주 보잘것없을 만큼만 흘러나왔기 때문.
고작해야 D급이나 많아야 C급 정도겠지. 그래서 일반적인 타격으로 생각했을 거고.
‘그런데 단순한 주먹 한 방에 저렇게 된다고?’
심지어 스킬을 쓴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경험 많은 헌터들은 기민해진 육감으로 대충 알 수 있었다. 상대가 스킬을 썼는지, 안 썼는지를.
‘확실히 주먹은 빠르다. 아이템이나 아티팩트가 있을 확률, 혹은 제3의 헌터가 버퍼를 줬을 확률도 생각해야겠지.’
성창원은 초조하게 상대의 다음 반응을 살폈다. 때에 따라서는 그도 준비해야 했으니.
“다음은 너냐?”
시우의 서슬 푸른 목소리가 귀를 찌른다.
눈빛이 말하고 있다, 곧 시작하리란 걸.
‘공격 태세에 들어가야 한다!’
성창원은 단전에서 마력을 뽑아냈다.
그리고 양팔에 마력을 집중 포화시킨 뒤 다시 한번 스킬을 발동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초.
[열화 : 20sec]조금 전 10초를 썼다.
이 20초가 오늘의 마지막.
하루 30초 이상 사용하면 리바운드가 발생한다.
‘헌터 생활 평생 해 먹고 싶으면 빌어먹을 리바운드만은 피해야지.’
두 팔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마치 증기 기관차의 그것처럼 힘차고 억세다.
‘준태가 한 방에 날아갔다. 마력을 둘렀으니 피해는 거의 없겠지. 무슨 꼼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황정구 개새끼가 뒤에서 알려 준 게 틀림없어.’
두 주먹에서 새빨간 기운이 뿜어지며 분노와 같은 열기가 타올랐다.
바바리안 엘리게이터를 공격했을 때보다 훨씬 묵직하고 맹렬한 격이다.
성창원은 피커브(Peek-a-boo) 자세를 취했다.
양손을 턱에 대고 겨드랑이는 최대한 붙인 인파이터 자세.
쉬익ㅡ쉬익ㅡ쉬익ㅡ
그는 상체를 빠르게 흔들며 시우에게 뛰어들었다.
몬스터에게 덤빌 때와는 자세와 각오부터가 달랐다.
몬스터는 바바리안 엘리게이터라는 규격과 크기가 이미 정해진 상태.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상정 외의 인물이다.
‘눈 깜짝할 새에 반병신으로 만들어 주마!’
성창원의 예기와는 반대로 상대는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
오만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미동도 하지 않고 있지 않은 것.
그 태도가 성창원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그대로 시우의 복부를 파고든다.
레프트 바디 블로우.
파츠츠츠ㅡ
성창원의 주먹이 순식간에 타오른다.
이내 복부에 가해진 충격을 기점으로 시우를 태워 죽일 듯 폭발한다.
콰과과과과!!
복부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다년간 스킬을 사용하고 주먹을 휘두른 그의 감각이 말하고 있다.
이건 백 퍼센트 제대로 들어간 펀치라고.
성창원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리에 힘을 주고 허리를 틀어 라이트 훅을 날렸다.
그의 오른 주먹에서 불꽃이 번쩍인다.
퍼버버벙!!
시우의 왼쪽 얼굴을 가격한 곳에서 마찰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엄청난 충격파가 주먹을 타고 전해진다.
주먹과 타깃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씨발, 설마 뒈진 거 아냐?”
성창원은 아차 싶었다.
아무리 HMCS 팀장이라고 해도 죄 없는 헌터를 죽이는 건 묵인될 수 없는 일.
두들겨 패는 건 감봉 정도로 끝날 수 있어도 무고한 살인은 선을 넘는 행위였다.
상대가 각성 범죄자가 아닌 한은 말이다.
성창원은 잠시 거리를 벌리고 시우의 상태를 확인했다.
‘고작해야 준태를 한 대 때린 죄밖에 없다. 그걸로 어쩔 수 없이 죽였다고 하는 건 아무도 못 믿겠지. 게다가 A+급 헌터 두 명이, 급도 낮은 헌터를 상대로 말이야.’
그는 치밀하게 머리를 굴렸다.
그때 연기가 흩날리며 상대가 드러났다.
“너······ 뭐야?”
그런데 시우의 모습은 그가 예상했던 모습과 전혀 딴판이었다.
여기저기 피는 묻어 있는데 외관이 너무 멀쩡했다.
심지어 내리는 비에 피마저 씻기자 상처 하나 없는 얼굴이 드러났다.
“이런 썅!! 황정구한테 아티팩트라도 받았냐!!”
성창원은 안도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급함이 솟구쳤다.
벌써 10초가량이 지났다.
그런데 상대는 상처 하나 없다.
그것이 아티팩트든, 버퍼든, 아이템이든 간에 공격을 무효화하거나 혹은 받은 데미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일 터.
‘분명 피가 났다. 그렇다면 상처도 받았다는 건데. 혹시 회복과 관련된 수단이 있는 건가?’
그는 주먹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콰과과과!
엄청난 폭발음이 시우의 몸 여기저기에서 폭죽처럼 터져 나온다.
성창원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데미지를 감지했다.
심지어 그의 얼굴에까지 핏물이 튀어 오를 정도였다.
팔에서 나오는 연기로 시야는 가려졌지만, 상대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우어어어어!”
그는 10초간 쉬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탄내가 물씬 풍긴다.
피 냄새가 진동한다.
분명 몸에 쌓여 가는 상처와 피해가 확실히 느껴진다.
쏟아지는 비에 튀긴 핏물이 씻겨 나간다.
스킬 시간이 다 됐다.
그는 리바운드가 생기기 전에 바로 스킬을 해제했다.
“허억, 허억, 허억··· 미친 새끼.”
마나가 흠뻑 빠져나가자 온몸에 탈력감이 들었다.
압도적인 파괴력만큼 마나 소모량도 많아서 20초를 한 번에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이론적으로 상대는 죽어야 했다.
죽이려는 의도를 가진 건 아니었으나, 형용할 수 없는 위기감이 그를 몰아붙였기에 저지른 일이었다.
A+급 전투 헌터가 자신의 최고 스킬을 사용해서 전력으로 때렸는데 죽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
그는 사람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해 본 적이 처음이었다.
성창원은 두 손에 묻은 흥건한 피를 바라봤다.
피가 비에 차분히 씻겨 간다.
피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상대가 최소한 병신이 됐으리란 결과가 바로 이 피였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씨발··· 도대체 이게 무슨··· 괴물인가.’
본능 혹은 헌터로서의 육감이라고 하자.
아직도 하준태가 일어나지 않은 점.
20초간 죽어라 때렸지만, 마치 강철을 때린 것처럼 상대가 꿈쩍도 하지 않은 점.
그리고 흩어지는 연기 속에서 상대방의 실루엣이 보이는 점이 그러했다.
“다 했냐?”
섬찟.
성창원은 상대방의 얼굴보다 먼저 들린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이건, 이건 말이 안 된다.
불가능이 아니라 그저 말이 안 된다.
그 어떤 아티팩트나 아이템이나 버퍼로 떡칠을 해도 A급 헌터의 스킬을 이렇게 받고 멀쩡히 살아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제 모습을 드러낸 시우의 외관은 상처 하나 없었다.
옷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그을리고, 피가 묻어 있긴 했다.
하지만 빗물에 씻긴 피부에는 그 어떤 생채기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그게 왜 궁금해?”
시우는 입꼬리를 슬쩍 비틀어 웃었다.
“씨발, 대체 원하는 게 뭐야!”
“딱히 원하는 건 없고.”
“뭐??”
“싸가지 없는 후배 정신 교육 좀 하려고.”
“그게 무슨 개같은ㅡ”
성창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
뻐거어억!
그의 안면으로 시우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그 펀치 하나에 성창원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
빠아악!
“으어억!”
하준태는 엄청난 격통에 몸부림치며 일어났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의 눈에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시우가 보였다.
“뭐, 뭡니까? 황정구의 개새끼 주제ㅡ”
시우의 발이 그의 옆구리에 직격했다.
뻐어어억!!
“커어억!! 그으으어!!”
하준태는 기민한 육체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발차기 한 번에 늑골이 몇 대가 나갔다.
고작 발길질 한 번에,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는 신체를 지닌 A+급 헌터의 뼈가 몇 대나 부러진 것이다.
‘나, 나가야 해!’
그는 옆구리를 잡고 바닥을 기었다.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이 상황도 이해가 안 되고, 이 고통도 이해가 안 된다.
우선, 우선 도망쳐야 한다. 살아야 한다!
“개새끼?”
시우의 목소리가 서릿발처럼 울린다.
우두둑!
“크아아아악!!”
발뒤꿈치로 짓밟아 하준태의 발목뼈를 으스러트려 버렸다.
그는 발목을 잡고 새우처럼 몸을 말았다.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크으으윽!”
“닥쳐.”
“크으읍!! 으읍!! 끅!”
하준태가 필사적으로 입을 막자 이번에는 옆을 바라봤다.
그곳엔 성창원이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기절해 있었다.
시우는 성창원의 얼굴에 손을 갖다 댔다.
원 안에 아홉 개의 문자가 금빛으로 빛나더니 상처가 순식간에 아문다.
“일어나.”
그러더니 주먹을 냅다 성창원의 얼굴에 내려찍었다.
꽈아아앙!!
시멘트 바닥에 두개골이 부딪치며 굉음이 울렸다.
“끄어어어어억!”
성창원은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더니 데굴데굴 굴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이런 고통으로 눈을 뜨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야, 시끄러.”
“으어어억!! 으으으!!”
시우는 두말하지 않았다.
좌우로 굴러다니는 성창원의 몸통을 발로 후려 차 버렸다.
뻐어어억, 소리와 함께 성창원의 몸이 시멘트벽에 꽈앙, 처박혔다.
엄청난 충격이 그의 등과 허리로 전기처럼 전해졌다.
“커허어어어어···.”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격통으로 마비가 되는 것 같았다.
“시끄럽다고 했지.”
성창원은 터져 나오는 비명을 두 손바닥으로 막으며 끅끅거렸다.
눈물과 신음을 간신히 틀어막은 것이리라.
“이리 모여.”
하준태와 성창원은 시우의 말에 허둥지둥 절뚝이며 다가왔다.
둘 다 손으로 입을 막은 채였다.
그들이 있는 곳은 폐건물.
시우가 예전에 사들이고 종종 ‘이런 일’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그의 눈빛이 바들바들 떠는 자들에게 향했다.
시베리아 호랑이가 두 마리의 토끼를 두고 바라보는 듯, 그의 시선엔 연민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프레, 잘 먹었냐.’
【먹었다! 나쁘지 않다!】
+
[열화]-등급 : A+
-내용 : 주먹과 마찰을 일으킨 대상에 작은 폭발이 연이어 터진다. 화상, 작열, 통증, 출혈 효과.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폭발의 크기 및 시간제한이 달라진다.
+
-내용 : 냉기의 구를 만들어 폭발시킨다. 동상, 통증, 속도 저하 효과.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폭탄의 크기 및 위력 따위가 달라진다.
+
“야.”
하준태와 성창원이 움찔거렸다.
“여기는 내 ‘갱생소’야.”
폐건물을 가리키며 시우가 말했다.
“여기에 들어왔다가 나가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니까 붙인 이름이거든.”
“······.”
“······.”
“너희들도 이제 달라져야 해.”
“···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대답을 쥐어짰다.
어떻게든 이 순간만 모면하면 됐다.
밖으로 나가 포션으로 회복한 뒤, 그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대비해서 싸우면 될 것이다.
황정구가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버퍼든, 아티팩트든 그 한계는 분명 있는 법.
‘개새끼, 꼼수로 이겨놓고 잘난 척은.’
‘수치입니다. 전력 회복하면 바로 대가리 깹니다.’
그들을 보며 시우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마력 파장으로 거짓된 대답인 걸 뻔히 알기 때문이다.
“그럼 시작하자.”
[열화: 120sec]시우의 양팔에서 두 개의 원이 떠올랐다.
시전자의 의지와 마력이 뒤섞이며 휘황한 술식을 구축한 뒤 붉은 섬광을 피워 올렸다.
푸쉬이이이이ㅡ
엄청난 양의 증기가 솟구친다.
“난 기본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를 좋아해서.”
“내, 내 스킬이 왜···??”
성창원은 당황해서 말도 잇지 못했다.
심지어 얼핏 보아도 자신이 운용할 때보다 더 강력해 보였다.
시우가 주먹을 휘둘렀다.
파아아아앙ㅡㅡ!!
공기를 휘갈기는 거대한 충격파.
꽈과과과과광!!!
성창원의 배에 꽂힌 주먹에서 연거푸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모든 걸 찢어발길 듯한 굉음에 폐건물 전체가 흔들거릴 정도였다.
멈칫.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던 시우는 쯧, 혀를 찼다.
성창원이 주르륵 핏물을 흘려 대더니 그대로 쓰러지고 만 것이다.
터진 배 사이로 그을린 내장이 보였다.
“씨발, 이게 몸뚱이야 스펀지야.”
시우는 발로 성창원의 머 리를 툭툭 찼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하준태를 바라봤다.
“사, 사, 살, 살려 주세···.”
그는 개처럼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금강 길드] 제3 분대장 출신인 A+급 헌터의 말로치고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살려 줄 거야. 걱정하지 마.”
시우는 활짝 웃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콰가가가가가강!!
폭발음이 건물을 뒤흔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