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4)
14 화 탈출.
탈출.
쾅!
거대한 살덩어리와 금속 덩어리가 세차게 충돌했다. 어깨로 금속 거인을 들이받은 부패의 거인이 거대한 입을 벌려 금속 거인의 팔뚝을 물어뜯었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금속 거인은 나머지 한 손을 치켜들고서 그대로 부패의 거인의 머리통을 세차게 내려쳤다. 부패의 거인의 머리통이 뭉개지며 살점들이 튀었다.
썩어가는 살점들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모조리 부스러졌다. 머리 잃은 몸뚱이가 주먹을 움켜쥐고 금속 거인의 머리통을 다시 후려갈겼다. 거친 충돌음과 함께 금속 거인의 몸이 벽에 처박혔다.
뭉그러진 살들 속에서 새로운 머리가 튀어나왔다
– 그 아 아 아 아 아!!!
그 틈에 나는 재빨리 수쿠스와 토니사의 시체를 수확했다. 수쿠스는 손가락 두 개 반, 토니사는 손가락 세 개어치 인간이었다. 1100의 신성이 내 손을 타고 몸으로 스며들었다.
모은 신성의 양을 확인한 나는 아직도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두 거인을 보며 말했다.
“이거 어느 쪽이든 한쪽이 이기려면 꽤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살해!’
“어머니 말씀대로 슬슬 그만 놀고 도와주겠습니다.”
나는 카르멘의 기절한 몸을 검은 문에 기대놓고 서리강철 검을 꺼내 들었다.
일단 내 목표는 저 새하얀 백색 금속 거인의 이마 한가운데에 박힌 푸른 보석, 저 거대한 몸에서 유일하게 돋보이는 부위니, 어떻게든 깨부숴보면 변화가 있을 거라 판단됐다.
“갑니다!”
쾅!
나는 자리를 박차고 살점 덩어리와 금속 덩어리가 맞부딪히는 충돌 속으로 뛰어들었다.
– 그 아 아 아 아 아!!!
부패의 거인의 거대한 주먹이 내 움직임에 호응해 금속 거인의 가슴 한복판을 타격했다. 기울어지는 몸통. 나는 벽을 향해 밀려나는 금속 거인을 향해 내달렸다.
다리에서부터 부패의 신성이 깃들며 ‘부패의 문(文)’이 활성화됐다. 늘어나는 각력. 속이 조금 메스꺼워졌지만, 무시하고 좀 더 속력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거친 공기의 저항이 얼굴을 세차게 때려왔다. 나는 공기의 저항을 무시하며 더욱 가속하고 가속했다. 다리 근육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가운데, 거칠게 발을 굴려 바닥을 걷어찼다.
한껏 가속된 몸이 빛살같이 허공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서서히 일어나는 금속 거인의 유리질 두 눈에 내가 비쳤다. 그 불투명한 반사광 속에서 나는 서리강철 검을 내질렀다.
까앙!
서리강철 검이 푸른 보석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갈라진 보석이 부서져 떨어져 내렸다.
금속 거인은 이마에 박힌 보석이 부서졌음에도 움직였다. 거대한 금속 손이 나를 향해 거침없이 다가왔다. 아직 허공에 부유해 있는 나는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었다.
“도와주십시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부패하는 살점 덩어리 손이 금속 거인의 얼굴을 강타했다. 나는 재빨리 부패의 거인의 팔뚝을 붙잡고 매달렸다. 보석이 부서진 금속 거인이 거칠게 반항했지만, 역시 보석이 주된 동력원이었는지, 이전보다 움직임이 확연하게 느려졌다.
나는 부패의 거인의 몸의 이곳저곳을 밟고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쾅!
그 뒤로 이어진 폭력은 일방적이었다. 속도가 느려진 금속 거인은 부패의 거인의 상대가 전혀 안 됐다. 거대한 금속 몸뚱이가 찌그러지고 또 찌그러진 끝에 무자비한 파괴를 견디지 못하고 작동을 정지했다.
승리한 부패의 거인이 거칠게 포효를 내질렀다 .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서 무어라 칭찬을 말을 꺼내려 했다.
쿵! 쿵! 쿵!
그 순간, 천장에서 세 채의 금속 거인이 또 떨어져 내렸다.
“이거 대체 언제까지 나오는 겁니까?!”
‘살해…?’
나한테 물어봐도 내가 알 리가 없지 않으냐는 어머니의 대답이 살짝 얄밉게 느껴졌다.
금속 거인 하나에게 얻어맞은 부패의 거인이 채 일어나기도 전에 새로운 금속 주먹이 부패의 거인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부패의 거인을 보며 나는 재빨리 결단을 내렸다.
“조금만 더 맞고 계십시오! 제가 도망칠 때까지만!”
– 그 아…
쾅!
부패의 거인이 무어라 포효를 내지르려 했지만, 금속 거인들은 그 포효를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미련없이 등을 돌려 검은 문으로 향했다.
아까 열렸을 때, 분명 아래에서 위로 열렸었지.
“하압!”
거대한 검은 문 밑으로 손을 집어넣고 문을 들어 올리기 위해 한껏 힘을 줬다. 당연히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아아아압!”
기합과 함께 피부 위로 부패의 신성이 깃들며 선명한 암녹빛 문신이 내 전신을 뒤덮어갔다. 한계까지 받아들인 신성이 ‘부패의 문(文)’을 거침없이 활성화했다.
근육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러댔다. 가속하는 혈류. 피부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전신의 혈관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검은 문이 천천히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내 어깨높이까지 문을 들어 올리곤, 옆에 쓰러진 카르멘을 걷어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재빨리 문안으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적당히 돌아가시면 됩니다!”
세 명의 금속 거인한테 한껏 얻어맞고 있던 부패의 거인이 내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알아서 잘 돌아가겠지. 그렇게 믿었다.
쾅!
거대한 검은 문이 떨어져 내리며 거칠게 닫혔다. 몰려오는 탈력감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부패의 문(文)의 대가로 썩은 내장을 뱉어냈다.
“퉤, 하아. 진짜 힘들었습니다. 어머니.”
‘살해!’
저 카르멘을 굳이 왜 살려서 데리고 들어왔냐는 어머니의 타박이 이어졌다. 벽에 등을 기대며 대답했다.
“마음 같아선 아까 그 둘도 살려주고 싶었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죽어버려서 구하진 못했지만요.”
‘살해!’
너무 무르다는 꾸중에 나는 카르멘을 힐긋 보고 말했다.
“게다가 저자는 특별하지 않습니까? 만약에 수확하더라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 살해살해.’
잠깐의 침묵 후, 어머니께서 내 생각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는 듯이 동의의 의사를 전해오셨다.
부패의 어머니께서 납득하신 이유, 그건 바로 저 카르멘이 손가락 세 개 반짜리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수확하면 무려 권능 한 개 어치인 일만의 신성을 주는 손가락 네 개짜리로 성장할 수 있는 인간. 그것이 바로 카르멘 발타스였다.
“거기다 저자의 쾌활한 성격이 퍽 마음에 들어서 개인적으로 살려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살해!’
쉽게 정을 주지 말라는 어머니의 충고에 나는 그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정이란 게 원래 안 주려고 한다고 해서 안 줘지는 게 아니잖습니까? 같이 밥 먹고 웃다 보면 정이 드는 거죠. 너무 그렇게 화내시지 마시길.”
잠깐 숨을 돌리자, 조금 몸을 움직일만했다. 이 통로는 금속거인들이 들어오기엔 많이 비좁았지만, 앞일이란 어찌 될 지 모르는 것이었기에 일단 움직이고 보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나는 카르멘을 들쳐메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은은한 푸른빛으로 빛나는 복도를 걸어나갔다. 조금 걸음을 옮기다 보니, 카르멘이 낮은 신음성을 내뱉으며 정신을 차렸다.
“여긴···?”
“정신이 드십니까?”
“으으··· 머리가 굉장히 어지럽군요. 속도 울렁입니다.”
“내려드리겠습니다. 잠깐 여기서 쉬도록 하죠.”
카르멘은 벽을 붙잡고 헛구역질을 몇 번 하더니, 바닥에 주저앉아서 내게 물었다.
“수쿠스하고 토니사는 정말 죽은··· 겁니까?”
“예. 안타깝게도.”
내 대답을 들은 그는 울적한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천장에서 금속 거인이 떨어지는 순간, 바로 ‘열쇠’를 발동시켜야 했습니다. 제 욕심이 둘을 죽였군요.”
“혹시 둘과 오래 알고 지낸 관계셨습니까?”
카르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둘 다 최근에 고용해서 알게된 사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는 대체 어디입니까?”
“검은 문 너머입니다.”
“대체 어떻···.”
무어라 내게 물으려다 말고 그는 말을 아꼈다.
“절 기절시켜서라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에 관해 묻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요. 게다가 마르낙 사제님은 이제 제 생명의 은인이지 않습니까? 이 은혜는 발타스의 성을 걸고 꼭 갚겠습니다.”
나는 카르멘에게 손을 뻗으며 빙그레 웃었다.
“잔뜩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카르멘은 쓰게 웃으며 내 손을 붙잡았다.
“절대 사양은 안 하시는군요.”
“주는 건 웬만해서 다 받는 성격인지라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좀 괜찮아지셨으면 슬슬 걷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금속 거인을 처리한 게 아니라 그저 도망친 것뿐이거든요.”
“예. 그러죠.”
우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복도의 끝을 향해 다가갔다. 복도의 끝에는 푸른 문양이 새겨진 문이 있었는데, 그 어떤 고대어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거 분명 보상 방이네!
나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카르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유적의 끝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얼른 들어가 보도록 하죠.”
손을 뻗어 살짝 밀자, 문이 부드럽게 열리고 방 한가운데에 솟은 제단과 그 너머에 위치한 ‘출구’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제단 위에는 두 가지 물건이 올려져 있었다.
엄지손가락 두 마디만한 구슬이 달린 목걸이와 한 자루의 검.
목걸이를 본 카르멘의 눈이 빛났다.
“서적에 적힌 내용이 정말이었어! 마르낙 사제님! 정말 면목이 없지만, 딱 하나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저 목걸이를 제발 제게 주십시오. 나가서 반드시 보상해드리겠습니다.”
너무나 간절한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 목걸이가 대체 뭔데 그러십니까?”
카르멘은 목걸이를 집어 들며 내게 설명했다.
“이 목걸이는 ‘혈육의 길잡이’라는 물건입니다. 사용자의 피를 이 구슬에 흘려 넣으면서 찾고자 하는 혈육을 떠올리면, 이 구슬이 피를 집어삼키고 찾고자 하는 혈육이 있는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 나는 카르멘의 출신이 떠올랐다. 엔시스 발타스의 서자. 그의 아버지는 분명 왕궁의 수도에 있을 게 분명했으니, 그가 찾고자 하는 인물이 대략 짐작이 갔다.
카르멘은 내 표정을 살피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생각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저는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제 어머니를 찾고 있습니다.”
그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혈육을 찾는 목걸이 따윈,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여기선 인심 좋게 목걸이를 넘기고 나중에 그가 주는 보상을 챙기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여기 이 검은 제가 가져도 괜찮겠습니까?”
“저는 이 목걸이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 없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마르낙 사제님이 없었다면 저는 이미 죽은 목숨이지 않습니까? 오히려 마르낙 사제님이 챙길 게 검밖에 없다는 점이 너무나 아쉬울 정도입니다.”
사실, 카르멘이 목걸이에 대해 무어라 설명하는 와중에도 계속 이 검에 시선이 쏠렸었다. 이 검은 굉장히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
쾅! 쾅! 쾅! 쾅!
“사제님!”
무언가 통로를 부수며 이 방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유물 검을 집어 들고 소리쳤다.
“‘출구’로 나갑시다!”
콰앙!
거대한 금속질 손이 문을 부수고 거침없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손이 우리를 움켜쥐기 직전, 간발의 차이로 ‘출구’로 뛰어드는 데 성공했다.
새하얀 눈밭이 위를 거칠게 나뒹군 나는 재빨리 일어나 카르멘을 찾았다.
“살아계십니까!”
하늘에서 새하얀 눈송이들이 떨어져 내리는 가운데,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손이 불쑥 튀어나와 바닥을 짚었다.
눈투성이가 된 카르멘이 나를 보며 웃었다.
“한동안 저보다 큰 쇳덩어리는 안 보고 싶군요.”
나는 키득거리며 대답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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