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캘리포니아(9)
“으하하하!”
웃음소리가 호텔방 전체에 울렸다.
알딸딸하게 취해서는 비틀대며 제임스 황에 관한 썰을 푸는 오웬.
그는 흥분한 어조로 두 눈에 힘을 빡- 주며 말을 이었다.
“나와 같이 일하려면… 기밀을 지켜야 하는 법이지. 이러는 거 있죠?”
“오오.”
“난 무슨 공공칠인 줄.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사람이라니까요? 그만큼 돈도 많은 사람이겠지만… 어떻게 전속 비서한테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지 참.”
“그럼 지시는 어떻게 받아요?”
“와! 그것도 들어보실래요? 이거 완전 엄청난 썰인데….”
오웬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재잘대고 있었다.
시아는 이미 잔뜩 취해서 침대에 고꾸라져 있었고, 밖은 조금만 있으면 해가 뜰 기세였다.
오웬과 이렇게 된 건 대략 3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텔 방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오웬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애초에 목적이 제임스 황에서 우리 정보를 노출시키는 것이었으니까.
그 목적에 맞게 우리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흐음. 좋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거 같네요.”
“잘 부탁할게요.”
“저야말로. 너무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실적을 쌓을 수 있을 거예요.”
꼬르륵.
그때, 오웬의 배에서 들린 굶주린 자의 통곡이 들렸다.
요식업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눈앞에 주린 자를 무시할 순 없지 않은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같이 드실래요?”
시아가 살짝 눈썹을 꿈틀대며 놀라긴 했지만, 애가 식탐이 무지막지한 건 아니었다.
나눠야 할 땐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 배고픈 오웬을 위해 충분히 이해해줄 것이었다.
“예?”
“불프. 궁금하시지 않으세요? 제임스 황도 인정한 맛.”
“아. 그렇네요. 혹시… 제가 끼여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럼 술은 제가 사도록 할게요.”
“아니요. 저희가 술은 좀 그래서….”
“아. 아쉽네요.”
“딱! 한잔만 할까?”
시아가 군침을 흘렸다.
먹는 거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시아로서는 술 권유를 뿌리치진 못한 것이다.
“오오, 여자친구분께서 뭔갈 아시네. 먹잘알이시네요.”
“헤.”
“시아야, 우리 내일 장사해야지.”
“자고 일어나면 말끔해. 아직 내 간은 쓸만하다고.”
가슴을 팡팡- 치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시아.
“하아… 그럼 딱! 한잔?”
“예에!”
“그럼 술은 제가 쏘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술판.
사실 술판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처음엔 시아와 난 한 잔만 딱 받고 불고기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번에 싸 온 불고기가 약간 더 조려져서 평소 간보다 조금 세게 됐다.
그래서 짭짤한 불고기에 술이 조금 들어가니 시동이 걸려버렸다.
솔직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이 술판은 내가 먼저 시작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술판에 시아는 불고기를 먹으며 술을 먹다 잠들었고.
나와 오웬은 끝까지 남아 술판을 벌이며 대화의 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럼… 제임스 황을 실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건가요?”
“제임스 황 일때는 아무도 모르는 거 같아요.”
“흐음.”
“워낙 철저하게 숨겨서… 저희로서도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근데 왜 숨기는 거죠?”
“그야 저도 모르죠.”
“흐음.”
“그나저나 제임스 황의 사냥은 이번에도 성공했네요.”
“사냥이요?”
“아. 제 말은… 그러니까… 하하. 대어를 낚는다는 거지요. 대어. 불프 같은 잠재력이 충만한 대어.”
“아~”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이제 곧 날이 밝아올 것만 같아서 지금이라도 접어야 최소 2시간 정도는 쉴 수 있을 텐데.
워낙 재밌는 썰을 많이 들은 터라 끊지를 못했다.
“어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제가 실례했습니다.”
“아니요. 저도 재밌었어요.”
“그럼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제임스 황께는 제가 정말 잘 얘기해볼게요.”
“부탁드립니다.”
알딸딸하기만 하던 정신이 말짱하게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오웬을 보내고 시간을 보자 벌써 새벽 4시.
프랩도 해야 했기에 최소 아침 7시에는 가야 하는데.
“아. 미치겠네.”
씻고 자면 그래도 2시간은 잘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샤워실로 들어가던 도중에 정신을 잃었다.
*
“… 야.”
으음.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듯하다.
“… 라고!”
익숙한 목소리인데.
근데 왜 뺨이 이렇게 차지?
으슬으슬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왜 이렇게 몸이 뻐근하지?
“차현식!”
“으아!”
깜짝 놀라 눈을 뜨자 화장실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나… 밤새 이 바닥에서 잠들었던 건가?
“으윽.”
속이 매스꺼웠다.
머리도 어지럽고.
몸은 축 늘어져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그냥 춥고 딱딱한 바닥이라도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다.
일어나면 지옥도가 펼쳐질 것만 같은 생각에 뇌는 자꾸만 몸에게 신호를 보내지만, 몸이 내 신호를 무시하고 만다.
“늦었어! 빨리 가자!”
“어?”
“지금 8시라고!”
“앙?”
“8시! 프랩해야지!”
이제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왜 여기에 있고 나는 누구인지.
푸드트럭 축제에 참여하고 있었지 아마.
그리고 오늘은 3일 차.
어제부터 300인분이 다 팔려서 오늘은 400인분으로 늘리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사실상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준비했어도 모자랄 시간일 텐데.
“으아악!”
전기가 통한 것마냥 몸이 부르르 떨리며 일어났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방금 탈출한 사람처럼 헐떡이는 숨소리.
하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씨, 씻을 시간도 없어! 가자!”
“응? 아, 아니! 그럼 머리라도!”
하루라도 안 씻으면 찝찝하다며 짜증을 내던 시아.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일단 그냥 가!”
“잠만! 그럼 세수라도!”
“가서 해!”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는 얼른 밖으로 나갔다.
시아는 옷매무새를 챙길 여유도 없이 대충 티셔츠만 걸치고 그대로 밖으로 따라 나왔다.
“허억… 허억….”
푸드트럭까지는 아직 10분.
조금 더 걸어야 한다.
속이 뒤틀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당장에라도 깡생수라도 들이키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도 없다.
이제 곧 장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아무런 프랩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시아야. 진짜 미안해.”
“너무해.”
시아가 잔뜩 볼을 부풀린 상황에서 나를 흘겨보았다.
그녀의 투정을 받아줄 여유도 없다.
일단은 그냥 간다.
“내가 나중에 사과할게. 진짜 미안.”
장사는 약속이 생명이다.
그 약속을 어기는 순간 손님은 끊긴다.
그 약속이 맛의 퀄리티든 위생이든 영업시간이든.
무엇 하나 어그러지면 그때부터는 서로 간의 신뢰가 깨지게 마련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쓰러지더라도 푸드트럭 안에서 쓰러지리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그리 다짐했다.
“빨리!”
“응.”
“더 빨리!”
“응응.”
“더더더더!”
“아, 좀 닥쳐!”
이렇게 빨리 칼질을 했던 적이 있던가.
손가락이 베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채소를 썰었다.
시아도 저렇게 빠릿빠릿했던 적이 있었나 싶은 정도로 빨리 움직였다.
“11시까지 1시간! 시아야, 조금만 더 힘내자!”
“응!”
우리 둘은 그렇게 오픈 시작 10분 전에 프랩을 가까스로 완성할 수 있었다.
영혼까지 갈아 넣은 탓에 오픈 시작 직후 기합 넣고 파이팅 넘치게 시작하려던 우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서 있는 게 고작이었을 뿐만 아니라 오픈런으로 달려온 구름 떼 같은 손님들 덕분에(?) 더 정신이 없었다.
“부, 불고기 3개!”
“응!”
“샌드위치 4개! 샐러드 2개!”
“으, 응!”
시아도 어떻게든 기합을 넣고 잘 해보려고 하는 듯했으나, 원래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흔들리면 지휘받는 사람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잘못 만들어서 다시 만들어야 하거나 주문을 헷갈리는 등 자잘한 실수까지 이어져 손님들의 불만이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늦어요?”
“한참 기다렸는데?”
“언제 나와?”
“이러다 점심시간 다 지나가겠네?”
연신 고개 숙여 죄송함을 표현하면서도 손에서는 불고기를 볶고 있었다.
몇몇은 기다리다 그냥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주문도 하지 못한 손님 중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고는 실망했는지 다른 푸드트럭으로 가는 사람도 있었다.
“불고기덮밥 나왔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헤매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른 시아와 나는 정상적으로 주문을 쳐내기 시작했다.
주춤하는 듯하던 장사는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피곤함마저 느껴지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무아지경이라는 말이 이럴 때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피로나 숙취 따위는 잊은 채 장사에 매진했다.
그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오스틴!”
“요, 브로!”
오스틴은 제이와 함께 오늘도 어김없이 식사했다.
사람들이 붐볐고, 나는 바쁜 와중에도 제이를 찍는 스토커가 여기에 있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오스틴의 경호원이나 전문 인력들도 찾지 못하는 스토커를 내가 발견한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긴 했지만.
“오늘도 고생해.”
“너도!”
오스틴과 제이가 식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여전히 손님은 붐볐고.
혹시 이 사람들 중에서 스토커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손님 한 명 한 명을 집중해서 쳐다보았다.
사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리했던 거다.
이제 축제는 오늘이 지나면 딱 이틀이 남는다.
주말 장사기 때문에 이틀은 최소 500인분은 팔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지금보다 훨씬 정신이 없을 거다.
그렇다면 오늘이 아니라면 스토커를 찾을 여유도 더는 없다는 소리니까.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상해 보이는 사람이야 있었지만, 그 사람이 진짜 스토커일지 아닐지 구분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게 스토커인지, 아니면 관광객인지, 기자인지 도무지 분간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오늘도 허무하게 하루가 지나갔다.
다만, 불프 푸드트럭의 고공행진은 이어졌다.
400인분을 준비했지만 모자라서 못 팔았다.
이런 페이스라면 주말 장사는 500인분이 아니라 600… 아니 700인분이라도 준비해야 할 판이었다.
물론 다른 푸드트럭도 장사가 잘되겠지만,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간 불프의 맛과 가격이 더 경쟁력이 있었던 듯했다.
사실 푸드트럭이라고 한다면, 역시 맛과 가성비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할 테니까.
그런 점에 있어서는 자부심이 있었다.
어떻게든 만드는 과정과 조리 방법을 시스템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재료 또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내가 정해 놓은 수준의 맛을 낼 수 있게 연구했다.
그게 오늘에서야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준비한 인분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서 손님들이 줄을 섰다.
혹시나 해서 600인분을 준비했던 건데.
시간상 600인분 이상은 절대로 못 팔거라 생각한 내 착오였다.
이미 손에 익었지만, 하면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되다 보니까 600인분 이상도 팔 수 있는 숙련도까지 올랐다.
불프 푸드트럭의 식기와 내가 혼연일체, 혹은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아도 각성했는지 훨씬 빠르게 일을 도와주니 마지막 날은 정말 700인분에 도전해도 될 거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푸드트럭 축제 마지막 날이 밝았다.
“흐아암.”
“마지막 날이네.”
시아의 부스스한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났다.
얼마나 고생했으면 저렇게 눈이 팅팅 부었을까 싶었다.
“오늘만 힘내자. 그러면 한 며칠 푹 쉬자고.”
“예이!”
“하고 싶은 거 있어?”
“응. 진짜 하고 싶은 거 있어.”
“뭔데?”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기.”
“너 답네.”
시아의 열정에 찬 얼굴에서 푸드트럭 축제가 끝나고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겠구나 싶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고 장사를 목적으로 여행을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쉬고 싶을 때는 쉬면 되는 일이었다.
“오늘은 마의 700인분.”
“후우… 될까?”
“시아야, 신앙을 가져.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나니. 모건 아저씨가 그러시더라.”
“아주 기독교인 나셨네.”
“믿는다고 되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해보는 데까지는 해보자. 남으면 우리가 먹으면 되지 뭐.”
“응응.”
“그럼. 마지막까지 으쌰으쌰 해 보자.”
“으쌰! 으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