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슈퍼 루키
행사장에서 벗어난 어느 스위트룸.
그 안에 황제명 회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샴페인을 홀짝이고 있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젊은이들이 참 많아. 이런 젊은 인재가 많다는 건 호재지. 호재야.”
“그렇습니다, 회장님.”
“우리 장 비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물론이죠.”
“그나저나 어떤가? 이번에 새로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가 있던가?”
장 비서가 들고 있는 종이 뭉치를 바라보며 황제명 회장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장 비서에게 말했다.
그러자 장 비서는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입니다. 회장님.”
“호오. 역시. 그래. 어디 한 번 읊어 보게.”
“이번에 역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사람은 역시나 투자 회사 H의 황인욱 대표입니다.”
“그래도 잘하고 있나 보군.”
“누구 핏줄인데요. 당연히 잘하고 있죠.”
“핏줄이랑은 상관없어. 녀석이 스스로 쟁취하는 거지.”
장 비서의 칭찬에도 자기 손주를 인정하지는 않는 황제명 회장.
이게 바로 그의 무서운 점이었다.
특히 그는 자식들에게 인색하기로 유명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도 바로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권력욕이나 교만에 빠져 일을 그르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칭찬하는 걸 최대한 아끼는 편이었다.
또 그렇다고 해서 자식들을 모질게 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항상 같이 식사하고 레저를 즐기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하는 가정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황인욱 대표보다 조금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한 곳도 있군요.”
“그런가? 어떤 젊은인가?”
“흐음. 아마도 오버 페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
“전혀 못 들어 본 곳이니까요.”
“흥미롭군. 아무리 오버 페이라고는 해도 인욱이보다 더 냈다는 건 그 정도 재정은 충분히 된다는 소리지 않은가?”
“물론 그렇겠죠. 그래도 이번에 좀 무리한 듯합니다. 워낙 재계 유명한 인사들이 많이 오는 자리였으니까요.”
“물론 그렇겠지. 그래서… 얼마나 냈나?”
“500만 달러입니다.”
“호오. 이름은?”
“불… 프라는 곳이군요. 제가 찾아보니 푸드 트럭으로 불고기를 파는 식당이라고 합니다.”
“불고기?”
“네.”
황제명 회장은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그는 한식에 있어서는 꽤 애착이 깊은 사람이었다.
사실 그를 성공하게 만들어 준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만두 사업이었으니까.
물론 만두뿐만 아니라 이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초거대 기업이 되었지만.
그를 이렇게 대기업의 총수로 만들어 준 게 바로 만두였기에 한식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꽤 잘 나가는 모양이지?”
“좀 더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꽤 성과가 괜찮은 모양입니다. 그런데도 500만 달러를 기부로 낸다는 건 아직도 믿기지 않는군요.”
“허허허. 이래서 내가 이 바닥을 좋아하는 거야. 아직 은퇴하기엔 한참 멀었다니깐. 이렇게 신성들이 나와서 나를 즐겁게 해 주지 않는가?”
“그래도 우리 황인욱 대표보다는 못할 겁니다.”
“하하하. 그런가? 인욱이가 기부금에서 졌는데도?”
“그야 오버 페이를 했으니까요.”
“어떻게 확신하지?”
“예? 아. 뭐 당연히 제 추측이긴 하지만… 거의 90%는 확신합니다.”
“그래?”
황제명 회장은 촉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능력이 출중하고 머리가 비상했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가지고 사업을 대성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동물적인 감각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그의 성공을 보는 ‘촉’은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
그리고 그의 촉은 이미 말하고 있었다.
불프라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그 기업의 대표에게서 성공의 냄새가 나고 있다는 것을.
“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하하하. 내 촉이 그래, 이 사람아.”
“회장님 촉이야 한 번도 그르친 적이 없으시죠.”
“재밌는 경쟁이 되겠구만. 우리 인욱이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지?”
“예,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 다음 세대를 거머쥘 프랜차이즈 스타는 누가 될까?”
황제명 회장은 간만에 심장이 두근대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걸 이뤘다는 느낌을 받은 뒤로는 젊은 시절처럼 심장이 두근대는 기쁨을 느끼는 게 쉽지 않았다.
호화로운 호텔에서 식사를 해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소유해도.
세상 그 누구보다 돈이 많다는 평가를 받아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영건의 활약을 보니 더더욱 그랬다.
“그나저나 그 외에는 별 볼 일 없는가?”
“그, 그게… 이건 참. 사실 좀 더 알아봐야 할 일이라서요.”
“그래? 뭔데 그래?”
“기부금이 무려 1,000만 달러입니다.”
“호오!”
황제명 회장의 눈이 부릅떠졌다.
기부금이라는 게 원래 부자들의 재정과 여유를 측정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물론 있었지만, 원래의 목적은 어쨌든 남을 돕고자 하는 기부기 때문이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그런 쪽에 눈을 돌리고 투자하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아마 0을 하나 더 붙인 게 아닐까 싶은데요. 아니면… 실수가 있었거나요.”
“그래?”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일단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본인에게 사실 확인도 요구했고요.”
“그래. 괜히 좋은 일에 얼굴 붉힐 필요는 없겠지.”
“네.”
“그래서. 실수라고는 하지만 내 손주와 떠오르는 신성조차도 발끝에 미치지 못하는 그 인사는 누군가?”
“딱히 브랜드나 회사명을 기재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요즘 떠오르는 예술가의 성만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
“바네트.”
“어어? 그 시아 바네트?”
“아십니까?”
황제명 회장은 그림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재테크나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 모으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문자 그대로 그림을 좋아하기에 취미로 그림을 모으고 있었다.
그래서 유명하다거나 값어치가 높은 그림을 위주로 사지 않고 오로지 그의 눈에 멋진 그림만을 모으고 있었는데.
사실 황제명 회장의 이 고상한 취미는 재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그의 눈에 들어 채택된 예술가는 그 이후로 성공 가도를 달린다는 수식이 붙어 버렸다.
그러니 그의 눈이 든 시아 바네트는 이미 성공 가도를 달린다고 봐도 무방한 예비 스타인 셈이었다.
“그 양반 그림이 아주 기가 막혀!”
“아. 회장님께서 아실 정도라면 그래도 꽤 유명한가 봅니다?”
“나도 그림 몇 점을 가지고 있지. 자네한테도 선물로 하나 줌세.”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래. 그랬구만. 바네트가 1,000만 달러나 기부했다고?”
“아무리 차세대 스타라고는 해도 그 젊은 나이에 1,000만 달러는 말이 안 되겠죠?”
“흐음. 그건 또 다른 말이지.”
“네?”
“바네트 그 사람이 가진 재산이야 얼마 되지 않겠지.”
“그럼…?”
“그런데 로드윅 바네트라면?”
장 비서 또한 재벌계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베테랑 비서였다.
그렇기에 바네트 가문의 돌풍을 한 번쯤은 들어 봤었다.
로드윅 바네트는 막대한 양의 유물과 재산을 돈으로 환전해 단숨에 재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유물의 가치가 자그마치 1조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고 이걸 돈으로 환산했을 때도 세금과 기부한 유물을 제외하더라도 5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우스갯소리로 바네트 가문의 돈을 얻는 사람이 혼란스러운 재계를 통일할 거란 얘기도 돌았을 정도.
그런 로드윅 바네트가 연관이 되었다면 시아 바네트의 기부금은 충분히 납득이 갈 상황이었다.
“그럼 사실 확인하는 대로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아마도 맞을 걸세. 내가 아는 바네트가 맞다면 말일세. 허허허! 이거 참. 재밌구만. 재밌어. 우리 손주가 고생 꽤 하겠어, 그래.”
“황인욱 대표는 잘할 겁니다. 워낙 출중한 분이셔서요.”
“당연하지. 누구 손준가? 이번 행사는 풍작이구먼. 풍작이야.”
* * *
“불프의 차현식 대표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하게.”
“네, 알겠습니다.”
“마이클, 이번 건은 아주 중대한 사안이야. 황인욱 대표님의 왕위 승계에 걸림돌은 없어야 하니 말일세.”
“저만 믿으시지요.”
“밀착 마크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로드윅 바네트에 관해서도 조사하는 대로 보고하게.”
“그 부분은….”
“깊이 있게 할 필요도 없어. 뭘 좋아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뭐 그 정도면 돼. 자네에게 그렇게까지 바라진 않네. 거물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장 비서는 마이클에게 신신당부했다.
이 일은 황제명 회장과는 연관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 비서 본인을 통해서 이런 조사를 했다는 게 밝혀진다면 황제명 회장의 명성에 누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걸 마이클 또한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가 보게.”
“예.”
* * *
분명해.
내가 본 게 맞다면.
“허억… 허억….”
행사장은 빌어먹을 정도로 넓었다.
왜 이렇게 크게 지은 거야.
쓸데없이.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놓치고 말았을까?
화려한 조명과 반짝이는 보석과 드레스뿐이었다.
사람 자체가 반짝이는 그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실 고작 뒷모습만 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뒷모습은 내가 항상 봐 오던 그 모습이었다.
등이 완전히 파인 드레스에 가냘픈 목선.
적당한 근육으로 다져진 등은 확실히 내가 알던 그 모습이 분명했다.
정시아.
“젠장. 어딨는 거야.”
최기명 변호사와 대화하던 중에 시아를 발견했다.
뒷모습일 뿐이었지만 나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어머. 안녕하세요?”
“네. 잠시만요.”
매력적인 외모로 고혹적인 매력을 뽐내는 여인들이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나에게는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혹시… 등이 파인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못 봤습니까?”
“으음. 아까 저기로 나가는 거 같던데?”
“감사합니다. 다음에 밥이라도 한 끼 사죠.”
정보를 준 여인에게 아무렇게나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다른 커다란 복도가 나를 반겼다.
진짜 지랄 맞게 큰 행사장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길이라도 잃을 기세였다.
등이 완전히 파인 검은 드레스.
가냘픈 목선.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은발.
거기에 내가 기억하는 길이보다 조금 더 길어 묶었을 때 딱 적당한 길이로 보였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떠난 건가?
거의 포기하기 일보 직전에.
저 멀리서 내가 찾는 여인의 뒷모습을 포착했다.
그녀가 분명하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붐비는 복도를 비집으며.
“실례합니다. 잠시만요.”
누군가와 부딪히는 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에게 한시라도 빨리 닿고 싶을 뿐이었다.
이제 거의 가까이 다가왔다.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거의 다 따라잡은 그 순간에.
나는 참지 못하고 외쳤다.
“정시아.”
어깨를 움찔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분명 이 이름에 반응했다.
어깨가 틀어지고.
고개가 반쯤 돌아가고 있을 때.
“시아 바네트.”
그녀 앞에 중년의 남성이 등장했다.
중후한 멋을 자랑하는 남성은 근엄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 말에 그녀는 멈칫했다.
그리고는.
중년의 남성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사라졌다.
“대표님!”
“최 변호사님….”
“허억… 허억… 아니, 진짜 무슨 일입니까?”
“시아를 봤어요.”
“아.”
바로 코앞이었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분명 만날 수 있는 거리였던 거 같은데.
혹시 내 외침을 듣지 못한 걸까?
주변이 시끄럽긴 했다.
내 목소리가 묻혔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미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분명 들었을 거다.
하지만 ‘정시아’라고 부른 나보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로드윅 바네트의 ‘시아 바네트’에 반응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달려가면 그녀를 붙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정말 현명한 짓일까?
나는 정시아를 로드윅 바네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급이 되는 사람인가?
고작 제임스 황에게조차도 벌벌 떠는 사람이?
“최기명 변호사님.”
“네.”
“그래서 제가 낸 기부금이 얼마라고요?”
“그… 500만 달러요.”
“왜 그렇게 많이 낸 거죠?”
“그게…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아니요. 사실 설명은 필요 없어요. 최기명 변호사님이 그 금액을 적었다는 건. 빚을 내고 무리할 정도의 금액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죠?”
“믿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제임스 황의 300만 달러.”
“네?”
“우리는 500만 달러니까 제가 더 급이 높은 건가요?”
“그건….”
최기명 변호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낼 정도의 능력은 있었겠지만, 어쨌든 500만 달러는 우리에게 오버 페이는 분명했을 테니까.
“아니겠죠.”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그러니 2년 안에. 그 급에 맞는 사람이 되어 보죠, 뭐.”
“네?”
“황제명 회장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제임스 황에 걸맞은… 그 사람이 숙명의 라이벌이라고 장난처럼 말하던 그 급. 2년 안에 되어 보겠다고요.”
내가 살던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새로운 세상을 접했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그저 신생아에 불과하겠지.
많이 쳐 줘도 루키일 뿐.
“제가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대표님.”
“아니요. 오히려 제가 최선을 다하도록 하죠. 최 변호사님이 생각한 그 이상. 제가 실현해 보도록 하죠.”
그러면 어떤가.
나는 이제부터 이 새로운 세계에 슈퍼 루키가 될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