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위기는 곧 기회
어느 만화책에는 주인공 일행의 실력이 부족함을 깨닫고 2년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수련에 정진하는 내용이 나온다.
비단 이 만화책에만 그런 것이 있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어느 날 벽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경우에 종종 등장하는 클리셰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에게도 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제임스 황과 바바고푸드라는 벽은 나에게 너무나 높은 벽이었다.
거기다 그런 벽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나에게는 정시아를 로드윅 바네트로부터 해방해 주는 일은 꿈도 못 꿀 일이었고.
그래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2년을 살았다.
내가 처음 K-푸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을 때 골방에 박혀서 불고기 연구에 매진했던 그때처럼.
나는 기업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먼저 공부했다.
기업인으로서 쌓아야 하는 기본 소양을 길렀다.
그다음으로 인맥이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인맥과 그렇지 못한 인맥을 골라냈다.
속물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이제 더는 비효율적으로 살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나에게는 식구가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가 있었으니.
그리고 나에게도 본진이 생겼다.
2년 안에 완공되었다.
빠듯한 일정이었음에도 모건 아저씨의 황금 인맥으로 어찌어찌 완성할 수 있었다.
일단은 여기서 출발하는 거다.
2년은 나에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다.
그사이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가장 먼저는 제임스 황과의 경쟁이었다.
내가 그에게 점점 다가갈수록 그는 점점 나에게 진심으로 응대하기 시작했다.
이건 어떤 면에서는 호재였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야말로 거대한 파도라는 방해물이 등장한 것과도 같았다.
모든 부분에서 부딪히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인수나 합병과 관련된 문제에서 항상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투자받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경쟁을 해야만 했다.
누가 더 좋은 프랜차이즈인지 증명해야 했고, 이 싸움은 대부분 제임스 황의 판정승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내가 잘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그를 2년 만에 쉽사리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상황은 점점 반전되었다.
그를 여전히 이길 순 없었지만, 나의 원대한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바로 코로나 사태.
물론 이 사태는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리는 중대사였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장 힘겨운 시기이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걸 빼앗기는 시기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이 시기는 그야말로 나에게는 황금기를 열어 줄 시기였다.
나는 이 시기를 위해 회귀 후 모든 걸 쏟았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직면한 인류가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일 뿐.
결코 인류가 멸망으로 가는 길은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이제 인류가 멸망한다며,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고들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대재앙도 결국은 인류의 힘 앞에 무릎 꿇는다는 것을.
그리고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나는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이 모든 상황에 대비된 사람이었을 것이다.
내가 투자한 주식은 거짓말처럼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사 놓은 부동산은 그야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폭등했다.
그리고 가장 내가 투자를 많이 했던 화상 프로그램 줌인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내가 반협박으로 들여놓은 줌인으로 인해서 DMU는 이렇다 할 혼란 없이 곧장 온라인 체제로 바꿀 수 있었고, 이런 혼란스러운 사태 속에서 훌륭하게 처신한 대학교로 이름을 빛냈다.
그리고 중국 서버를 기반으로 둔 보안이 취약한 화상 프로그램 대신에 철저하게 관리하고 차근차근 서버를 증축해 보안까지 완벽에 가까운 줌인은 모든 대학교와 기업, 그리고 교육 및 정부 기관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줌인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최대 주주인 나는, 물론 예상했었지만.
떼돈을 벌 수밖에 없었다.
그뿐이랴?
코로나 사태로 요식업이 주춤한 사이에 나는 다시 한번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이미 코로나 사태는 한 번 겪어 봤다.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했던 배달 앱을 인수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한국인의 풍부한 배달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불프는 식당에 박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도 아니었다.
원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바퀴가 달린 식당이었다.
그게 오히려 더 호재로 작용했다.
물론 내가 푸드 트럭을 고집했던 건 로망도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푸드 트럭으로 정했기에 배달 앱과 연동해 최고의 효율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매출은 급상승하고 코로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를 개업하겠다는 창업주들이 몰릴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현재 가장 중요한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투자계의 거물이라는 사람들이 우리 ‘불프’와 더불어 제임스 황이 이끄는 한식 프랜차이즈 ‘더 붓’ 사이에서 어떤 곳에 투자할지 결정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한들.
나 혼자만으로 거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돈을 전부 불프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내 사업들이 덩치가 커진 만큼 그만큼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굴려야 사업이 돌아갔다.
돈 대부분이 다른 사업에 붙들려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는 필수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투자자들에게 선보이는 프레젠테이션은 그야말로 기업에 사활이 걸린 일이기도 했다.
앞으로 ‘불프’가 날개를 달고 제임스 황을 꺾을 힘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 * *
“대표님.”
“어. 홍 이사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들며 고개를 들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홍미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밝은 미소와 함께 커피를 내 앞에 내려 두고 자리에 앉았다.
“뭐가 그렇게 고민이에요?”
“어? 아. 이번 투자 설명회. 진짜 중요하니까.”
“또 질까 봐요?”
“윽. 정곡을 찌르네.”
요즘 내 별명이 뭔지 아는가?
루저.
물론 대외적으로 나는 촉망받는 젊은 기업인으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간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었다.
며칠 전에는 피플지에서 연락이 와서 나와 인터뷰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와 별개로 우리 업계에서의 내 별명은 ‘루저’였다.
제임스 황에게 단 한 번도 이겨 보질 못했다.
매번 부딪혔지만, 번번이 당하기만 했다.
사실 체급 차이가 워낙 심하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건 제임스 황은 그냥 대단한 사람이었다.
역량 차이.
나는 절대로 이 사람을 앞지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천재적인 그 감각을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제임스 황의 프랜차이즈 ‘더 붓’은 나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똑같은 프랜차이즈이지만 고급화를 선포하고 나섰다.
물론 나는 처음에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고급화를 좋아하는 게 사람의 심리라지만, 저기 동방 땅에서 유행하던 음식은 좀 더 저렴하고 친숙하게 다가와야 사람들이 좋아하리라 생각했었으니까.
그리고 그 전략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만두로 요식업계의 새 역사를 쓴 황제명 바바고푸드 회장의 전략이기도 했다.
이미 역사가 검증했던 전략이었기에 나는 자신 있었다.
서민에게 어필하고 더 친숙하게 다가가자는 불프의 마인드는 고급화 전략을 쓴 ‘더 붓’에게 절대로 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급화는 하되, 가격을 교묘하게 올리며 고객들에게 만족감과 이 음식을 먹음으로써 나 또한 고급스러워진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이건 내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촉과 감.
그는 그것이 타고난 사람이었다.
트렌디 하면서도 전통적인 미를 강조한 그의 브랜드는 ‘그림을 그리듯 음식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그의 포부처럼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를 시작으로 점점 퍼져 나갔다.
그리고 식품 관련 기업 인수에서도 밀리고.
계약도 대부분 더 붓에게 빼앗기는 일이 많았다.
심지어 그는 황제명이라는 거대한 어드밴티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얻어 낸 성과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제임스 황이 황제명 회장의 손주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
이번 투자 설명회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아야 한다.
투자계의 거물이라는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번 투자 설명회에서 누가 계약을 더 많이 따내냐에 따라서 우리 둘의 승부는 아마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이번에 진다면, 나는 진정으로 제임스 황에서 백전백패의 ‘루저’로 전락하고 말 거다.
만약 이 모든 악재를 딛고 일어나 내가 판정승하게 된다면, 9회 말 2아웃 역전 만루 홈런을 친 대스타가 되는 것이겠고.
그야말로 불프 인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굳어 있으면 이길 것도 못 이길 거 같은데요?”
“그런가?”
“응. 진짜로. 오빠 머리 좀 식혀야 할 거 같아.”
“하아… 그렇긴 하네. 어제도 집에 안 갔으니까.”
“헤엑? 진짜? 오늘까지 이러고 있었던 거야?”
집에 가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반대로 여기에 남아 있는다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진 않았다.
그저 멍때리고 걱정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갔으니까.
홍미나가 제안하는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그렇지. 뭐.”
“안 되겠다. 나랑 당장 나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
“뭐?”
“뭐 먹고 싶어? 오늘 데이트는 내가 쏜다!”
“데이트는 무슨.”
“어허. 나한텐 이 모든 게 데이트야. 지금 이 순간도.”
“너도 참 징글징글하다.”
“헤. 그러면 이제 마음 좀 받아 줄 때가 안 됐나?”
“마음….”
자선 모금 행사에서 정시아의 뒷모습을 본 뒤로.
나는 더 홍미나에게 차갑게 대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홍미나는 속도 없는지 더 따뜻하게 대학교 시절 별명처럼 홍햇살로 나에게 다가왔다.
“얼른. 나 장난 아냐. 일단 나가.”
“어, 어딜?”
“일단 따라와, 오빠.”
홍미나는 억지로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노란색 오픈카를 태워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너무 드라마를 많이 본 거 아니야?”
“응. 맞아. 나 드라마광이잖아. 이런 거 꼭 해 보고 싶었거든.”
“후하! 후하!”
오픈카가 좋을 줄만 알지만 질주하면 숨쉬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바람도 얼굴에 맞아서 따갑고.
나 안구 건조증 있는데.
그렇게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조용한 공원.
이곳은 동네 공원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이었다.
조용한 곳을 거닐며 홍미나와 시답잖은 농담이나 따먹고 있을 때.
“오빠. 힘내.”
“어? 어어.”
홍미나의 모습과 정시아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녀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내 앞에 홍미나가 아닌 정시아가 저런 말을 해 줬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넌 말이야.”
“응?”
“왜 이렇게까지 절실해?”
“내가?”
“어. 나 말고도 너 좋다는 사람 많잖아. 세상에 반은 남자라고. 그중에 나보다 좋은 사람도 많을 텐데?”
“그냥. 오빠가 아니면 안 되니까.”
“참 한결같네.”
“그래서? 나 이제는 받아 줄 마음의 준비가 됐어? 허업! 혹시… 지금 고백?”
“너도 참 뻔뻔해지고.”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오빠 옆에 있지. 아니었으면 벌써 나가떨어졌다고.”
“그러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냥.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 같아서.”
“흐음.”
뭔가 홍미나의 말에 씁쓸했다.
나는 그랬는가?
자선 모금 행사에서 나는 정시아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까?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지금 당장 부족한 상태로 만나는 것보다는 그녀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어서 다가가면 좋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홍미나를 보면 내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로 하고 있다.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려고. 나중에 하자고 하면… 이미 떠나 버리더라고. 그래서 이제는 그런 후회는 하지 않으려고.”
“그런 적이 있었어?”
“응. 있었어. 내 첫사랑.”
“어어? 너도 첫사랑이 있었어?”
“당연하지! 내가 무슨 오빠만 좋아한 줄 알아?”
“아니. 그런 말은 아니었는데.”
“나도 있었지. 첫사랑.”
“누군데?”
“궁금해?”
“어.”
“궁금하면 오백 원.”
“…….”
“…….”
그냥 듣지 않기로 했다.
“아, 아냐! 농담, 농담! 옛날에 유행하던 개근데! 진짜 너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