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결혼식 준비
“배가 나오기 전에 결혼식은 해야겠지?”
“네….”
로드윅 바네트의 날카로운 눈빛에 주눅 들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내가 대역죄인이지.
“어떻게 할 건가?”
“아직 정확한 계획은 없습니다.”
“생각은?”
“그냥 소소하게.”
“소소.”
장인어른이 될 분은 통이 크신 분이다.
항상 귀족으로 살았던 삶이 몸에 밴 사람이니까.
장인어른이 생각하는 소소함과 내가 생각하는 소소함의 격차가 이리도 클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럼 내가 성을 하나 빌리도록 하지.”
“예?”
“2박 3일 정도면 되려나?”
“성이요?”
“미국에 보니 옛 성을 리모델링해서 호텔처럼 쓰고 있더군. 그 성을 통째로 빌리는 데 1박에 10만 달러 정도밖에 안 한다고 하니까.”
소소하다는 말의 이해가 나와 장인어른 간의 격차가 꽤 났다.
내가 말한 소소함이란.
지인들만 초대해서 작은 정원이나 파티장에서 함께 파티를 열고 즐기는 정도였는데.
귀족이자 항상 귀족적 품위와 그에 걸맞은 재산을 가졌던 로드윅 바네트에게는 성을 빌려서 성대하게 결혼하는 게 소소한가 보다.
“모든 귀빈들을 모시고 싶긴 하지만. 소소하다고 했으니.”
“…….”
“한… 100명 정도만 초대하면 될까?”
“…….”
“그건 또 너무 소소한가? 허허. 내가 실없는 소리를 했군.”
“…….”
“음식은 내가 아는 위대한 셰프가 있어. 그 양반에게 맡기면 될 걸세. 미쉐린 3스타 매장만 10개를 소유한 장인이지.”
“…….”
“성을 결혼식장으로 꾸미는데 500만 달러 정도면 충분할 텐가? 흐음.”
“…….”
“허허. 내가 너무 소소하게 구는 건 아닌가? 이렇게 보여도 어린 시절에 도피 생활도 했었고. 한국에서 숨어 살 때, 시아 어머니를 그때 처음 만났었지. 그래서 소소하다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걸세. 좀 놀랐겠지?”
다른 의미로 정말 놀랐다.
저 말은 나를 주눅 들게 하거나 농담을 하는 게 절대 아니었다.
장인어른은 진심으로 소소하다고 나열한 게 소소하다고 믿고 있었다.
“드레스나 옷은 전부 최고 명품으로 하고… 하객들에게 전달할 선물은… 아무래도 최고급 명품 가방과 옷 세트를 주면 되지 않겠는가? 이번에 론칭한 유명한 디자이너를 알고 있네만. 꽤 유명하다던데.”
“…….”
“보안과 안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용병단에 부탁할 생각일세. 근처에 그 어떤 위협도 없어야 하니까.”
“…….”
“왜 말이 없는가? 내가 지나치게 소소해서 혹… 실망한 겐가? 그렇게 소소하게 하고 싶다고 말을 한 건 자넬세.”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아차! 신혼여행은 우주여행 어떤가? 어떤 미친 사업가가 진짜 우주여행은 아니지만, 그 비슷하게 가능한 패키지를 냈다고 하더군.”
“우주… 여행이요?!”
“아무래도 좀 무서운가? 스릴을 즐길 줄 모르는 사내로군. 그럼… 정말 소소하게 내가 소유한 섬이 몇 군데 있는데 거기로 갈 텐가?”
더 들었다가는 곧 우주 정복도 할 기세였다.
“저… 장인어른.”
“그래. 말하게. 내 다 듣고 있네.”
“죄송하지만… 제가 말한 소소하다는 의미가 장인어른께서 이해한 소소하다는 것과 조금 차이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 어떤 점에서?”
“음. 한둘이 아니거든요.”
로드윅 바네트의 표정이 진심으로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보다 더 소소할 수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는 듯한 표정.
이 세상에서 절대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전설을 눈앞에 마주한 사람과도 같은 표정이었다.
* * *
“아. 개웃겨.”
“웃을 일이 아니야.”
“우리 아빠가 원래 그래. 자기는 진짜 소탈하고 서민이라고 생각해. 한국에서 살아 봤다면서. 거기서도 큰 저택에서 지내고 전용 집사도 있었으면서.”
시아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런데 진짜 웃을 일이 아니었다.
우리야 이런 일에 익숙하니까 그러려니 하겠지만.
한국에 있는 우리 가족은 숨이 턱턱 막혀 질식사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난 진짜 소소하게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그냥 작은 정원이나 파티장 빌려서. 친구, 가족만 초대해서 작게 하려고 했지.”
“아~ 영화에 나오는 그런 스몰 웨딩?”
“그렇지! 그걸 원하는데….”
결혼식은 허영심이 가득한 쇼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물론 시아가 결혼식을 성대하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 주고 싶다.
하지만 시아만 상관없다면 그렇게 크게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식은 부부가 될 두 남녀가 앞으로의 미래를 기약하며 가장 행복했던 추억을 새기는 일이니까.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그게 가장 호화스러운 결혼식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둘이 함께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나도 좋아.”
“그래?”
“응응.”
“근데 장인어른은 어떻게 설득하지?”
“현식 오빠.”
“오, 오빠?”
“아니. 자기야.”
“자기?”
“여보?”
“여보?!”
“베입.”
“베, 베입?”
시아가 이런 애칭으로 나를 부르는 날이 오다니.
맨날 씹덕 변태 고자 새끼라는 말만 들었었는데.
솔직히 결혼하고 아이 낳아서도 자식들에게 ‘변태 새끼, 어딨어? 변태 새끼, 밥 먹으러 나오라고 해’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더니.
“귀여워. 내가 그렇게 부르는 게 그렇~ 게 좋아?”
“조, 좋지.”
“자기. 너무 경직돼 있어.”
“어?”
“평소의 차현식이 아니라고.”
“내가?”
“응. 그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던 차현식은 어디 갔어? 다른 사람한테 휘둘리지 않는 그 모습 말이야.”
“아.”
사실 결혼은 처음이었으니까.
다른 건 두 번째 인생이라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예측할 수 있는 범위였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에게 장인어른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경직될 수밖에.
“당당하게 말해. 스몰 웨딩 할 거라고.”
“벌써 예약하고 준비하고 계실 텐데?”
“그런 걸 언제부터 네가 따졌다고.”
“야, 그건 날 너무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 아냐?”
“아. 이건 아냐?”
“아냐.”
“어쨌든 아빠는 그런 거 괜찮아.”
“그 성 빌리는데 1박에 10만 달러가 넘게 든다던데?”
“그게 뭐?”
“아.”
“오빠한테 그 돈 아무것도 아니야. 심지어 그냥 빌려서 필요하면 쓰라고 할걸?”
“와. 역시 장인어른 클라쓰.”
“내가 그런 여자야. 차현식. 넌 땡잡은 거라고.”
잘 알지.
회귀해서 시아와 엮인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라는 것도.
우연히 만나 그깟 경품 좀 더 얻겠다고 시아를 속였던 게 이렇게 스노우볼이 구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솔직히 회귀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행동이 시아를 속였던 거다.
그래서 화가 난 시아가 파티에서 나한테 욕을 퍼부었고.
그러다가 아찔한 원나잇까지.
이제는 솔직히 볼 수 없겠지만, 그 무심하면서도 해탈한 듯한 표정으로 담배를 태우던 시아의 모습은 아직도 몸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섹시했다.
“그러니까 이번 일도 잘해 봐.”
“그래. 네 말이 맞다.”
* * *
“결혼 준비로 상의할 게 있다고?”
“예, 장인어른.”
“허허. 그래. 내가 그때는 너무 도가 지나치게 소소했던 모양이지? 자네가 원하는 걸 말해 보게.”
장인어른은 아직도 이번 결혼이 소소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을 호화스러운 생활을 해 왔으니까.
그런 감각이 무뎌질 수도 있지.
“하객은 친구랑 가족만 부르려고 합니다.”
“음.”
“그리고 작은 정원이나 파티장에서 결혼식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작은 파티 같은 느낌으로.”
“흐음. 이해했네. 어떤 결혼식을 원하는지.”
장인어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그도 위치가 있는 사람이고 하나뿐인 딸의 결혼식이니까 성대하게 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나도 고집을 부리려는 게 아니라 협상을 하러 온 거다.
“하지만 말일세. 내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난 내 아내와 이렇다 할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어. 사실 정식 결혼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었어. 다른 친척들은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아….”
“그래서 항상 그게 순이에게 너무 미안했네. 그래서 내 딸만큼은 성대하게.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결혼식을 올려 주고 싶었어.”
갑자기 눈에서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본 것도 아니었지만, 로드윅 바네트라는 남자가 느꼈을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항상. 내 딸은 우리 순이가 못했던 것들을 하게 해 주고 싶었어… 그뿐일세. 허허. 뭐 그래도 결혼하는 당사자들이 싫다면 어쩔 수….”
“흐어어어~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스빈다!”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이 메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도 아니었지만, 얼마나 안타깝고 서러울지 알 것만 같았다.
나도 시아를 잃었을 때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이렇게 하면 더 좋아했을 텐데.
왜 그때는 소중한 걸 몰랐을까?
소중한 건 그걸 잃은 다음에야 진정으로 깨닫는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일까?
장인어른의 사연에 100% 공감했다.
“성대한 결혼식.”
“허허. 굳이 그럴 필요는 없네.”
“아닙니다. 시아에게 그 어떤 결혼식보다 성대하게 열어 줄 겁니다.”
그래.
시아도 성대한 결혼식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시아의 어머니가 못했던 결혼식을 어떻게든 의미 있게 할 수 있다면 시아 또한 기뻐하겠지.
“자~ 그럼 우리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볼까?”
“예?”
갑자기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바뀌는 장인어른.
이제야 느끼는 거지만….
나 당한 듯.
* * *
“그래서? 덥석 한다고 했어?”
“아니… 말 그대로 협상을 했지.”
“어떻게?”
“하객은 일단 친구랑 가족 위주로.”
“그건 잘됐네.”
“하지만 결혼식 장소랑 꾸미는 건 장인어른이 하시기로 했어.”
“아. 뭐. 어때.”
“음식도.”
“그래. 근데 왜 그렇게 말린 거야? 천하의 차현식이?”
시아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겠지.
처음엔 당당한 대장부처럼 모두 부숴 버리겠다는 표정으로 나갔었으니까.
그런데 정작 돌아와서 당했다고 말했으니.
“시아 네 어머니께서 제대로 된 결혼식도 못 하셨다고 해서….”
“……!”
“그래서 자기 딸만큼은 성대한 결혼식을 해 주고 싶다고 하셨어. 나도 방금 아이 생긴 미래의 아빠로서. 그걸 차마 묵살할 순 없었다, 시아야.”
비겁한 변명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으나, 어쩔 수 없다.
내가 진정으로 그렇게 느낀 걸 어떡하겠는가.
“좋아.”
“어?”
“좋다고.”
“그래?”
“응. 나도 성대한 결혼식 할래.”
“그래도 하객은 다들 아는 사람 위주로 초대할 거래.”
“재밌겠다.”
시아는 싱글벙글 웃었다.
드라마나 주변에서 들은 얘기로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혼식은 행복하고 아름답고 모든 게 잘되는 그런 이벤트지만, 사실 더 깊이 들어가면 온갖 눈치와 조건들을 조율하다 지치고 지쳐서 하루라도 빨리 끝내 버리고 싶은 그런 이벤트라고 했었다.
하지만 시아에게 그런 결혼식을 선물해 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나도 그런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서로 진심으로 행복해서 웃을 수 있는 그런 결혼식.
그게 내가 바라는 진정한 결혼식이었다.
“그래. 스트레스 안 받는 재밌는 결혼식으로 하자. 태교에도 그게 좋을 거고.”
“오올. 차현식. 이제 좀 아빠다운걸?”
“내가 아빠라니. 내가 아빠라니!”
약간 이른 나이에 아빠가 된다는 사명감에 숨이 조금 막히긴 하지만.
결국은 경험해야 하는 일이잖은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옛말처럼.
“행복하게 살자.”
“응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