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항상 내가 하는 말은 똑같아.”
“뭔데?”
“자만추.”
“자고 만남 추구?”
“언니….”
“농담, 농담.”
김정연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하지만 홍미나는 서늘한 눈빛으로 그걸 받아쳤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고.”
“알지. 다 알아.”
“그래서 내가 현식 오빠를 좋아했던 거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완전 자연스러운 사람 아니었어?”
“그런가?”
김정연은 골똘히 생각했다.
차현식이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했다.
“그래. 뭐 그렇다 치고. 어쨌든 자연스럽게 소개받아서 만남 추구해도 되잖아.”
“그게 자연스러운 게 아니잖아.”
“아니 얼마나 자연스러워? 자연~ 스럽게 소개받는 거니까.”
“그만 좀 우길까?”
“한 번만 만나 봐.”
“누군데?”
“어? 솔깃해?”
“아니.”
“에이~ 그럼 안 알려 주지.”
“그래. 뭐.”
“아, 아니. 좀 궁금해 봐라!”
“언제는 안 알려 준다며.”
김정연은 호들갑을 떨며 홍미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홍미나 또한 고집이 센 편이라 잘 먹히지 않았다.
애당초 김정연이 남을 설득하거나 꼬드기는 걸 잘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쨌든! 만날 거지?”
“아니.”
“왜에~ 한 번만! 언니 소원이다!”
“소원이야?”
“응. 마지막 소원.”
“그거 옛날에도 그랬던 거 같은데?”
“그치. 그때는 그날의 마지막 소원이었지.”
“하아….”
“미나야~ 차현식 그 새끼는 이제 잊고! 너도 새 출발 해야지.”
“사람은 그렇게 쉽게 잊히는 거 아니야.”
“나도 알지.”
서로의 공방.
누구 하나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옆에서 한숨이나 푹푹 쉬는 홍미나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김정연.
그리고 난데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고 하는 말에 아직 마음의 정리도 다 되지 않은 홍미나.
둘의 의견은 좁혀질 생각이 없었다.
* * *
“어때요?”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죠?”
“자만추? 자고 만남 추구?”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요.”
“뭐. 그거나 이거나.”
“다르죠.”
“자연스럽게 자고 난 다음에 만남 추구하는 거니까요. 똑같죠.”
“전 그런 짐승이 아닙니다.”
“어? 지금 방금 저 디스한 겁니까?”
“대표님은 그렇게 만나셨어요?”
“그… 렇죠?”
사실 시아와 자만추를 추구했다.
본의 아니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시아와 만났던 건 자고 만남 추구였으니까.
“와아. 상남자.”
“하하. 제가 좀 그렇죠?”
“비꼬는 건데요?”
“아씨.”
“어쨌든 저는 연애할 생각도 시간도 없습니다.”
“그래요? 진짜죠?”
“그렇다니까요.”
“그럼 이번에 그냥 넘어가요?”
“네에~”
“진짜 예쁘고 착하고 마음씨도 좋고 햇살처럼 밝은 아인데… 거기다 능력도 좋아서 돈도 많은데….”
“…….”
슬쩍 눈치를 봤다.
세상 그 어떤 남자를 데려다 놔도 방금 내가 한 멘트를 듣고 솔깃하지 않은 사람은 동성연애와 유부남밖에 없을 것이다.
“예… 쁘… 크흠.”
“뭐라고요? 방금 예쁘냐고 물었어요?”
“아, 아니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
“이야~ 학창 시절에 씹어 먹고 다녔죠. 성격은 또 얼마나 천사 같은지. 진짜 미쳤다니까요?”
“크흠.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
“사진 보여 드려?”
“사, 사진이요?”
내색하진 않았지만, 최기명 변호사도 분명 외로움을 타고 있었다.
결혼 적령기라고 할 수 있는 나이에 연애 한 번 못 해 봤으니 당연하지.
“쓰읍~ 예쁘게 나온 사진이….”
폰을 열어 홍미나와 찍은 사진을 검색했다.
그런데.
왜 없지?
나 홍미나랑 친하지 않나?
그러고 보니 시아 사진도 별로 없네.
“왜요? 없어요?”
“어? 왜… 없지.”
“에이~ 뭐야.”
“어? 방금 관심 있어서…?”
“아닌데? 그런 거 아닌데요?”
“맞는 거 같은데?”
“아닌데.”
“맞는데?”
역시.
남자는 예쁜 여자에 사족을 못 쓰는 법이지.
실제로 내가 거짓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홍미나 정도면 연예인 뺨이 아니라 뒤통수 후릴 정도지.
최기명 변호사도 반듯하게 생기긴 했지만, 외모로만 본다면 차이가 많이 나지.
“어쨌든 주선합니다?”
“아니요. 저는 자만추니까. 괜찮습니다.”
* * *
“피곤한데 커피나 한잔….”
띵-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홍미나가 커피 두 잔을 들고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부사장님.”
“최 변호사님도 안녕하세요.”
최기명은 생각했다.
참 햇살 같은 사람이다.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쩜 저렇게 한결같이 예쁘고 밝게 웃을 수 있을까?
야근을 하든.
회사에 문제가 생기든.
피곤하든.
기분이 안 좋든.
그 어떤 순간에서도 저 햇살 같은 미소를 잃지 않는 홍미나.
그녀를 보며 최기명은 항상 삶의 에너지를 충전했다.
“어디 가세요?”
“아, 저요? 피곤해서 커피나 한잔 사려고….”
“어? 잘됐다. 현식 오빠 커피 샀는데… 오빠 오늘 출장 갔다더라고요.”
“아.”
“그래서 한 잔이 남는데.”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같이 회의실 가서 한잔하실래요?”
“저야 좋죠.”
둘은 커피를 들고 조용한 회의실로 향했다.
마주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을 때.
“요즘 바쁘시죠?”
“아. 대표님이 엎지른 일이 좀 많아서요.”
“현식 오빠가요?”
“완전 사고뭉칩니다.”
“풉.”
“어라? 웃은 거예요?”
“예? 아아. 그게 아니라… 표현이 너무 웃겨서요.”
“대표님한테 이릅니다?”
“이르세요. 현식 오빠 한 번 더 보고 좋죠.”
“참… 한결같으시네요.”
“저요?”
“네. 이제 곧 결혼하잖아요. 아! 제가 사회성이 좀 부족해서… 하하. 괜한 말을 했네요.”
항상 변호에 목숨을 걸고 일에만 매진하다 보니 사람 간의 관계에 소홀했던 최기명.
그래서 그런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변호사라는 직업이 사람 간에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오히려 어떤 말이든 끄집어내서 변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가끔 이런 실수를 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홍미나는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웃었다.
“괜찮아요. 우리 회사에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제가 티를 좀 많이 냈죠?”
“하하. 그렇긴 하죠.”
“이제… 저도 마음 정리해야죠.”
“아.”
“누구 좋은 사람 없어요?”
“예?”
“현식 오빠 잊으려면 더 좋은 사람이면 좋겠는데. 잘 없네요.”
“흐음. 그러게요. 제가 생각해도 없을 거 같은데요.”
“최 변호사님은요? 연애 안 하세요? 여자 친구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어 본 거 같은데.”
“제 여자 친구요? 말도 마세요. 가끔은 거짓말도 하고. 변덕도 부렸다가. 시키지도 않은 짓도 막 한다고요. 완전 종잡을 수 없어요.”
“와아! 최 변호사님 여친 얘기는 진짜 처음 들어요. 누군데요? 누가 그렇게 천방지축이에요?”
“아~ 있어요. 이름이라도 알려 드릴까?”
“네네!”
“의뢰인이요.”
“아~ 뭐야.”
최기명의 말에 폭소를 터트리는 홍미나.
오랫동안 같이 일하고 봐 왔지만, 오늘에서야 서로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느낌이었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떠들며 커피가 모두 식어 버릴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했다.
“부사장님이 이런 분인 줄 몰랐네요.”
“저도 최 변호사님이 이렇게 유머러스한 사람인 줄 몰랐는데요?”
“부사장님은 그럼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
“차 대표님 말고요.”
“아~ 현식 오빠는 제 타입은 아니에요.”
“예?”
“이상형이랑 진짜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많이 다른 거 같던데요? 그렇지 않나요?”
“아. 뭐. 예….”
최기명은 뜨끔했다.
아직 연애조차 해 본 적이 없던.
곧 전설로만 구전되어 오던 마법사가 될 수도 있는 슈퍼 모쏠이었으니까.
“제 이상형은… 안경 쓰고. 똑똑하고. 뭔가 전문직에 종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반듯하게 생기고. 깔끔한 용모? 얼굴도 잘생겼으면 더 좋고요.”
“와. 예쁜 여자들은 전부 외모 안 본다고 하던데.”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말해 놓고는 제일 잘생긴 사람이랑 결혼하더라고요.”
“어디서요?”
“연예인들이요. 전부 거짓말쟁이라고요.”
“하하. 부사장님은 아니시라는 거죠?”
“전 아니죠. 전 솔직하니까요.”
최기명은 생각했다.
홍미나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이 근처에 누가 있을까?
안경 쓰고.
똑똑하고.
전문직에 종사하며.
반듯하게 생겼으며.
깔끔한 용모를 유지하고.
얼굴도 그럭저럭 괜찮은.
‘난데?’
유리에 비친 최기명 본인의 모습을 보며 적잖이 당황했다.
물론 홍미나는 최기명을 저격해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형이었을 뿐.
‘혹시… 이거 그린 라이트?’
애석하게도 최기명은 그걸 구분할 능력은 없었다.
모쏠이었으니까.
그리고 모쏠의 특성으로 그는 혼자만의 상상을 시작했다.
‘에이. 설마. 부사장님이 날 좋아할 리가 없지. 그리고 이상형이 나라고 해도… 아까 한 말이 걸리잖아. 이상형이랑 사랑에 빠지진 않는다고. 혹시 착각하지 말라고 그런 거겠지.’
과대 해석.
너무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생기곤 한다.
모쏠이니까.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고 지나치게 겸손하고 조심스러워서.
“최 변호사님은요?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
“네. 당신이요.”
“하하. 저야… 예쁘고….”
“예쁘고?”
“음… 그리고 예쁜?”
“예쁜? 그리고요. 또?”
“그냥… 예쁜 사람이요.”
단순명료한 말이었다.
그 말에 왜인지 모르지만 홍미나는 피식- 웃었다.
“간단해서 좋네요.”
“하하.”
“그나저나 요즘 정연 언니가 자꾸 저한테 사람 소개해 주겠다면서 절 괴롭혀요.”
“어? 이런 우연이?”
또한 모쏠들은 어떻게든 공통점을 맞추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공감한다.
“예?”
“저도 그런데. 차 대표님이 저한테 사람 소개해 주겠다고 했어요.”
“진짜요?”
“네. 그렇다니까요. 이것 참. 이런 우연이. 하하하.”
최기명은 속으로 생각했다.
성공했다.
공통점을 찾았다.
“그런데 저는 거절했어요.”
“저도요!”
“그래요? 최 변호사님은 왜 거절했어요? 이제 연애도 하고 하셔야죠.”
“아. 뭐. 그럼 부사장님은요? 이번이 좋은 기회 아닐까요?”
홍미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미 차현식은 떠난 기차라는 것을.
더는 붙잡을 수도.
그 어떤 기적을 바라서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 또한 차현식을 잊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최근 불프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만남은커녕 사람 자체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전 자만추 스타일이라….”
“……!”
최기명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외로움을 느끼던 찰나.
소개를 주선해 주겠다는 차현식.
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모쏠임에도 불구하고 괘씸하게 자연스러운 만남까지 추구하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믿으실지 모르겠네요.”
“네?”
“저도 자만추 스타일이라.”
“아.”
그리고 둘은 동시에 깨달았다.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이때까지 계속 노력했지만, 그런 만남은 없었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지금 둘의 상황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금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이 상황.
‘이거 자만추 아냐?’
‘이게 자만추?’
차현식과 김정연이 노력해서 둘을 잇게 할 필요도 없었다.
둘은 이미 가랑비에 옷 젖듯 이미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가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이어 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어느새 둘에게도 마음의 싹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