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인연이라는 게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예? 아. 예…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계속할까요?”
친근한 미소를 날리자 박지수 PD는 오히려 고개를 숙였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그… 그러니까.”
“어? 혹시 지금 취재하러 와서 정신을 딴 데 팔고 계셨던 거예요?”
“아, 아닙니다!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아까 자신만만하게 굴던 박지수 PD는 어디 가고 굽신거리며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박지수 PD만 남아 있었다.
전형적인 강약약강.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한 사람.
“혹시 제가 강의를 뛰면 얼마를 받는지 아십니까?”
얼마 전에 대학교와 사업체에서 강의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물론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처음 제안해 왔을 때 주려고 했던 금액이 강의 2시간에 5,000달러.
한화로 약 6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300만 원을 받는 셈이다.
“그, 글쎄요.”
“시간당 300만 원을 받습니다. 지금 이렇게 시간 날리는 동안에도 제 소중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겁니다.”
“죄, 죄송합니다….”
“어서 하시죠?”
죽을 맛이겠지.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무시하고 괄시하던 상대가 짜잔- 하고 나타나서는 반드시 따내야 하는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었으니까.
나도 사실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박지수 PD가 나가자마자 김정연에게 연락이 왔다.
“현식아. 진짜 미안. 오늘 인터뷰 약속을 잡았는데 갑자기 뉴욕에서 미팅이 잡혔지 뭐야?”
“그래요?”
“어. 그래서 네가 좀 대신 인터뷰 좀 해 줄 수 있어? 한국에서 고생고생해서 왔다고 꼭 좀 해 달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는데… 여의치가 않네.”
“아~ 그래요? 박지수 PD?”
“어? 너 어떻게 알아?”
“방금 나 인터뷰하고 나갔거든요.”
“그래? 잘됐다. 그럼 네가 해 주는 거다? 너야 슝 명예 대표나 마찬가지잖아. 네가 대표로 하는 발언이 곧 내 발언이야. 그러니까 부탁 좀 할게.”
“재밌겠네요. 제가 할게요.”
“역시. 차현식. 땡큐. 내가 나중에 밥 산다.”
“비싼 거로.”
“콜.”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지수 PD가 빼꼼히 회의실을 다시금 찾았다.
속으로 어찌나 웃기던지.
상상도 못 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기가 무시하고 괄시하던 상대가 다음 인터뷰 상대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 박지수 PD와의 인터뷰를 최대한 즐기는 중이었다.
물론 인터뷰가 다 끝나면 돌변해서 다시 안하무인으로 나올 수도 있지.
뭐 그렇게까지 인생 망하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는데 그걸 또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니까.
그때는 전력을 다해서 상대해 줘야지.
하지만 그럴 확률은 낮을 것이다.
PD도 나름 좋은 대학교 나와서 힘겹게 입사했으니까.
나와의 격차를 어느 정도는 감지하고 있겠지.
“저기요? 박지수 PD님?”
“네? 네네.”
“지금 장난하세요? 도대체 몇 분째 이러고 있는 겁니까?”
“아. 죄, 죄송합니다. 그게… 다음 질문이….”
“하아….”
나는 시계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지수 PD와 함께 온 다른 사람들은 초조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한결같이 전부 박지수 PD만 응시할 뿐이었다.
“그… 슝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셨어요?”
“질문 수준이 참… 저급하네요. 공채 PD로 합격하신 거 맞으세요? 아니면 낙하산이신가?”
박지수 PD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속이야 부글부글 끓겠지.
나도 아까 그랬으니까.
남을 깔보고 무시하는 그 성격.
그대로 돌려받으니 죽을 맛이겠지.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남한테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남을 깔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무시당하든 조롱당하든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이 남도 무시하지 않고 깔보지 않지.
아, 물론 나는 쪼잔왕이니까 전자에 해당한다.
난 누구한테 무시당하는 꼴 죽어도 못 보지.
그래서 누구보다 무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박지수 PD님? 담배라도 태우고 오시죠?”
“저… 저 담배 끊었… 아, 아니 안 하거든요?”
“저희 회사 건물 흡연실이 진짜 잘돼 있는데. 이참에 수명 단축을 위해서 다시 시작하시는 거 어떠세요?”
“괘, 괜찮습니다.”
“좋아요. 그럼 좀 더 건설적인 질문을 좀 받아 보죠.”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
몇몇 좋은 질문들도 있었지만, 그런 질문에는 일부러 애매모호하게 대답해서 방송에 쓸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멘탈이 나가서 이상한 질문을 한 것에는 재치 있고 흥미로운 대답을 엮어 대답했고.
물론 PD이고 편집도 할 테니 악마의 편집이라도 하면 어쩔 수 없지만.
“편집하실 때 고생하시겠네요.”
그래도 전혀 상관없다.
혹시라도 슝의 명예에 누가 되거나 편집을 이상하게 해서 명예를 훼손하면 선처 없이 강경하게 대응할 예정이니까.
또 이 분야에서 업계 탑이라고 잘 알려진 최기명 변호사가 우리 회사 전속 변호사지 않는가.
이 싸움은 박지수 PD가 발버둥 치면 발버둥 칠수록 손해 보는 싸움이 될 것이다.
“그, 그럼… 마지막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후~ 드디어 마지막인가요? 벌써 2시간이나 흘렀네요. 600만 원은 누가 지불하죠?”
“예? 유, 육백만 원이요?”
“제 시급이요. 이렇게까지 바쁜 사람을 붙들어 놓고는 그냥 가시려고?”
“저… 애초에 출연료 협상 자체를 안 했어서….”
“와. 완전 도둑놈 심보네요?”
“그, 그게 아니라.”
“그럼 인터뷰도 없던 일로 하죠. 어차피 수준 낮은 질문에… 시간만 낭비했네.”
아쉬운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박지수 PD였다.
그녀는 먼 타국까지 비행기 타고 와서 슝의 대표와 인터뷰를 하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지금 당장에 욱하는 심정으로 아까처럼 사이가 틀어져 버린다면.
돌아갔을 때 상황은 안 봐도 비디오지.
심지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슝 대표랑 인터뷰할 생각에 신나서 원래 계획했던 다큐도 어그러졌으니까.
슝 대표와의 인터뷰라도 따야 할 말이 있을 거다.
“자, 잠시만요! 유, 육백만 원. 드, 드릴게요.”
“아~ 아니죠.”
“예?”
“출연료 협상을 시작하시죠.”
“어, 얼마를… 원하시는데요?”
“제가 그때 강의했을 때보다 물가가 훨씬 비싸졌잖아요.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든 시기 아닙니까?”
“…….”
“흐음~ 800만 원은 받아야겠네요.”
800만 원이라는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박지수 PD.
“사, 사기….”
“사기? 제가 사기라도 치고 있다는 말인가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사기 진작을 위해 800만 원은 필요하죠. 그렇죠?”
“박 PD님이 뭔갈 잘 아시네요. 돈이 오가야 정도 쌓이고 그런 거죠.”
“하, 하하.”
박지수 PD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
웃지 않고 어쩌겠는가.
“저, 저기… 200만 원만 깎아 주시면 안 될까요?”
“흐음. 그래도 박지수 PD님이 몰지각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인심 써서 200만 원 깎아 드릴게요.”
“가, 감사합니다.”
예산이 빠듯하겠지.
미국으로 오는 경비도 전부 청구해야 할 테니까.
거기다 내 출연료로 800만 원까지 썼다고 하면 상사에게 깨지는 건 당연지사일 테니까.
특히 잘 굴러가는 회사일수록 깐깐하게 회계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을 거니까.
“아차!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요. 악마의 편집… 뭐 그런 치졸한 짓은 하지 않겠죠?”
“…….”
“어라? 지금 대답 못 하는데?”
“제, 제가 언제요! 무응답은 긍정이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그런 말이 있었어요?”
“그, 그럼요! 하하. 제가 무슨 치졸한 짓을 한다고 그러세요.”
“뭐. 피차 서로 피곤해질 테니까 그러진 맙시다. 알겠죠? 저희도 법적 대응 하면 시간 날리는 거니까요.”
“버, 법적 대응이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으로 보내면 고소해야죠. 요즘 회사가 전부 이미지로 먹고사는데.”
“…예.”
이제 사람 놀리는 건 이쯤하고.
“그래서 말인데요. 다큐는 찍으실 거죠?”
“예?”
이제 처지가 달라졌으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박지수 PD는 넙죽 엎드리며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말인즉슨,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방송이 편집되고 방영될 수 있다는 뜻이지.
오히려 이렇게 되어서 더 잘됐지 뭐.
“다큐요. 우리 불프 다큐.”
“그… 저희가 급히 한국에 가 봐야….”
“어허. 이렇게 나오시겠다?”
“아, 아니요! 할게요! 다큐! 찍읍시다! 다큐.”
“그래요? 바쁘신 거 아니었어요?”
“아니요. 하나도 안 바빠요. 전혀. 네버!”
“또 박 PD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제가 거절을 못 하겠네요.”
* * *
“그래서 다큐는 또 찍기로 한 거야?”
“그렇죠.”
“너도 참 대단하다. 기분이 상했으면 나 같으면 절대로 같이 일 안 할 거 같은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옆에서 더 굴리고 갈궈 줘야 복수하는 거로 생각하니까.
그래서 엄동식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괴롭혔던 거고.
“그나저나 그 피디는 무슨 자신감으로 너한테 그렇게 했대?”
“한국에서 잘나가는 피딘가 봐요.”
“그래?”
“네. 이것저것 대박 친 게 한둘이 아니던데.”
“그냥 사람을 잘못 골랐구나.”
“뭐 겸손의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되죠. 또 이렇게 겪으면 다음에 더 중요한 순간에 저런 실수는 안 할 테니까 오히려 좋을 수도.”
“하여튼. 너도 다사다난했네.”
“누나는 미팅 잘 끝났어요?”
“아. 뭐 그럭저럭. 이제 줌인 프로그램이 안 돌아가는 대학교는 아마 없을 거야.”
미 전역에 줌인 프로그램이 깔렸다.
이걸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어림잡아 수천만 달러일 테니.
본격적으로 불프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 준비를 해야지.
“그건 잘되고 있어?”
“방송이요?”
“어. 그것도 준비 중 아냐? 그러고 보니 너 방송 여기저기 다 나오네.”
“그건 장기 프로젝트라서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어요.”
“엄청나게 공들이고 있나 보네?”
“넥플러스에 들어갈 예정이라던데요?”
“그래?”
넥플러스에서 세계적인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탄생하지.
그러니 거기서 론칭한다는 건 좋은 선택일 것이다.
물론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별개지만.
“뭐. 그 정도?”
“좋아. 그럼 결혼 준비는?”
“아.”
“시아 임신했다며?”
“…….”
“왜 세상 다 잃은 표정이야?”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죽을 뻔했거든요.”
“장인어른 앞에서 그 얘기를 꺼냈으니 당연하지.”
“제가 꺼낸 것도 아니에요. 시아가 갑자기 말한 거지.”
“하여튼 정시아. 고년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니까. 그게 또 매력이긴 하지만.”
“우리 시아가 좀 그렇죠.”
“아예~ 아주 팔불출 납셨네요.”
“그나저나 누나는 어때요?”
“뭐가?”
“종현이랑요.”
“종현이네 부모님 빚 내가 다 갚아 줬어. 간 김에 아파트랑 차도 해 드렸고.”
“와. 돈 버는 누나. 짱 멋지다.”
김정연은 얼마 전 김종현과 함께 한국에 다녀왔다.
김종현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김정연과 헤어지려고 해서 김정연이 지랄하지 말라며 누나만 믿고 따라오라면서 한국으로 향했는데.
저런 일이 있었구나.
“어차피 돈은 나한테 문제가 안 돼. 나한테는 진짜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맥이 중요해. 사람이 제일 중요한 거잖아? 이제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에요. 사람이 제일 중요하죠.”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가 없어. 특히 로열티가 있는 사람은 더더욱.”
“그래서요?”
“그래서 이제 종현이 꽉 잡고 안 놔줘야지. 지가 싫어도 어쩌겠어. 내가 꽂혔는걸.”
“누나도 곧 좋은 소식 있겠는데요?”
“글쎄. 근데… 홍미나는 좀 어때? 충격이 커?”
“아. 그때 이후로 안 만나 봤는데.”
고백할 당시에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시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소문이 난 뒤로는 회사에서도 좀처럼 홍미나를 만날 수가 없었다.
출장이랴 야근하랴 계속 엇갈렸으니까.
아니, 어쩌면 홍미나가 일부러 나를 피하는 걸지도 모르지.
“힘들어도 이겨 내야죠. 홍미나도.”
“좋은 사람 없냐?”
“지금 힘들어 죽겠는 애한테 무슨.”
“원래 사랑은 사람으로 잊는 거야.”
“그런가?”
“그렇다니까?”
“어?”
“왜?”
“좋은 사람. 저기 지나가는데?”
최기명 변호사가 서류를 잔뜩 껴안고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싱긋 웃는 저 모습.
“딱이지 않아요?”
“여친 없어?”
“없죠.”
“딱이네.”
“그쵸?”
“쓰읍~ 우리가 한 번 나서 봐?”
최기명 변호사와 홍미나.
어딘가 잘 어울리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