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두 배로 시켰으면 두 배로 내야지
화륵.
불길이 치솟았다.
오랜만에 들어온 주방이라 그런지 열기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불쾌한 기분은 전혀 없다.
오히려 타오르는 불길처럼 내 마음 또한 불탈 뿐이었다.
주방은 내 삶에 있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곳.
이곳에서 내 삶이 시작되었고, 결국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곳에 다시 돌아왔으니 낯선 느낌이라기보다는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상쾌하고 짜릿한 기분.
정말 오랜만이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 요리하는 게 얼마 만인지.
“오오. 대표님 진짜 잘하시네요?”
옆에서 지켜보던 김상아 대리가 감탄했다.
“내가 가르친 거 잊었어요?”
“아. 맞다.”
“왕년에 손목 좀 튕겼죠.”
“대표님 대박!”
입에 발린 소리를 들으며 ‘블랙 파스타’와 ‘지옥에서 온 파인애플 피자’ 그리고 ‘때려죽여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
“근데… 이거 비건 맞아요? 아닌 거 같은데….”
“당연히 아니죠.”
“네?”
김상아 대리가 깜짝 놀라며 완성된 풀코스 요리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녀는 분명 비건 음식을 만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나는 그럴 생각 따위가 없었다.
저런 가짜 비건에게 진짜 비건 요리를 줄 순 없지.
내가 많이 줘 봐서 안다.
비건들은 보통 저렇게 정성스럽게 음식을 내주고 저런 퀄리티로 주면 많이 고마워한다.
그리고 항상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만 섭취하다가 특제 비건 음식을 먹으면 당연히 입맛이 돌고 감칠맛이 폭발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비건을 상대해 본 나다.
누가 비건이고 누가 비건 흉내만 내는지 나는 구분할 수 있었다.
“이, 이래도 돼요?”
“안 될 건 뭐죠?”
“네?”
“비건으로 내오래서 일부러 따로 정성껏 만들어 줬어요. 그런데 돌아온 건 욕과 난동이었습니다. 손님은 손님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손님이 다른 다수의 손님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그건 더 이상 손님이 아니라 손놈이죠.”
내 철학이다.
이걸로 많은 진상 고객을 잃는대도 상관없다.
이 얘기를 듣고 갑질 사장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그 손님들을 포기할 준비도 되어 있다.
우리는 음식을 파는 장사치지 감정을 먹어 치우는 감정 쓰레기통은 아니니까.
“서빙도 제가 합니다. 홍미나는 다른 손님들 불편하지 않게 케어 좀 해 주고.”
“으, 응. 알겠어.”
“최 변호사님. 얼른 설거지 좀 해요. 어후. 쌓인 거 봐.”
“아. 예.”
풀코스를 가지고 홀로 나왔다.
여전히 난동을 부리며 욕을 내뱉고 있는 손님, 아니 손놈이 보였다.
“여기 풀코스 다시 나왔습니다.”
무어라 중얼거린다.
사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탈리아어는 내 전공이 아니니까.
그때 옆으로 다가온 김상아 대리가 통역을 시작했다.
“여기 식당은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냐고 하네요.”
“그리고요?”
“진작에 새로 가지고 왔어야지. 기분 다 잡치고 가져온다고….”
“또?”
“이건 천만 비건인들을 욕하는 짓이나 다름없다고….”
“하! 웃기지도 않네.”
손놈은 자리에 다시 앉더니 염치도 없는지 피해란 피해는 다 줘 놓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블랙 파스타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포크로 한껏 퍼 올려 입에 집어넣으려던 찰나.
“그거 비건 음식 아닙니다.”
그 순간.
주변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손놈은 버럭- 화를 내더니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그, 그게… 온갖 욕을 하고… 또… 또… 이딴 살인자나 먹는 음식을 자기한테 가져왔다고… 막 뭐라고….”
김상아 대리는 벌벌 떨면서 통역했다.
사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니 이런 일이 익숙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만 15년 넘게 일했던 내 경험으로는 이런 사람은 진상 축에도 못 낀다.
더 악랄하고 비겁하며 치졸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어쩌라고?”
“예? 그, 그거… 통역해요?”
“네. 그대로 통역하세요.”
김상아 대리는 난감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어차피 욕은 내가 먹는 거니까.
“너 진짜 비건이 맞긴 해?”
“예? 진짜 그렇게 통역해요?”
“난 네가 비건이 아니라는데 내 커리어를 걸게. 넌 뭘 걸래?”
“대, 대표님?!”
“지금 당장 네 손에 들고 있는 폰 켜서 SNS 켜 봐. 네가 먹은 음식 사진들. 전부 비건 음식이라면 인정할게. 근데 아니면… 넌 진짜 나한테 죽.는.다.”
김상아 대리의 통역이 끝나자 손놈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자기가 들고 있는 폰을 바라본다.
분명 자신 없는 눈치였다.
장사 경험만 15년이고 이런 진상, 비건 관련해서 무수히 많은 경험이 있다.
누가 비건이고 누가 비건이 아닌지는 풍기는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는 경지다.
“왜? 쫄려?”
“…….”
손놈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얼굴이 약간 붉어진 채로 자리에 멋쩍게 앉았다.
그리고 손을 더듬으며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 * *
자랑스러운 이탈리아 사람으로서 긍지 높게 살아갔다.
항상 음식에는 관대하지 않은 잣대와 깐깐한 취향으로 많은 식당의 셰프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곤 했지.
그 노고 덕분인지 나는 주로 진상 고객을 연기하는 파트타임 알바를 주선 받곤 했다.
다들 나에게 어쩜 연기가 그렇게 좋냐며 칭찬한다.
하지만 이건 연기가 아니다.
내 삶 그 자체지.
다른 사람을 난감하게 하고 괴롭게 하는 것.
그게 곧 내 기쁨이자 보람이었다.
힘들고 험난한 세상에 꽁으로 돈을 벌려는 도둑놈 심보인 사람들을 정의 구현하는 것.
그게 내 사명이자 내 직업인 셈이다.
나 안토니오는 하늘에 맹세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내 재능을 낭비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 세상이 좀 더 밝고 평등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할 뿐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숭고한 언약에도 불구하고 내 앞길을 막는 자가 나타났다.
일반적인 식당 사장이라면 이런 식으로 대범하게 나오진 않았을 거다.
내가 비건 연기한다는 걸 단박에 꿰뚫었지만 거기까지다.
좋아.
비건이 아니라는 건 인정하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음식의 맛으로 흉을 봐 주마.
온갖 풍부하고 화려한 맛으로 길들여진 혀다.
네깟 음식으로는 내 혀를 춤추게 하지 못할 것이다.
먼저 목을 축이도록 하지.
이건 고귀한 에스프레소를 간악한 얼음에 탄 구정물이구나.
고함을 질렀더니 목이 탄다.
물을 마시고 싶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무얼 시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그러니 일단 이 구정물로 목이라도 좀 축여야지.
전쟁통에는 구정물이든 똥물이든 목을 축여야 하는 법이니까.
난 지금 신성한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사악한 사교도 놈들의 음식을 벌하기 위해서.
지금 성전을 치르는 중이지.
꿀꺽.
때죽아? 뭔지 모를 구정물이 내 목을 타고 넘어간다.
시원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때죽아가 꽤 맛있… 아, 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소릴.
얼른 혀를 죽여야 해.
저런 이교도의 음료를 마시고 내가 기뻐하다니.
이건 신성 모독이야.
얼른 저 악마의 파인애플 피자를 먹어서 온갖 욕을 내뱉어 주자.
감히 과일의 상큼함을 피자라는 성스러운 음식에 첨가해?
세상에 들어 본 적이 없는 욕으로 벌을 주마.
옴뇸뇸.
부드러운 도우에 적절한 간.
기름지지만 과하지 않아.
그리고 조금 느끼하다 싶을 때 나오는 이 상큼함은 뭐지?
레몬?
싱그러운 이 느낌.
마치 내 혀를 자극해 춤추게 하고 있잖아.
이 터지는 육즙.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달콤함은… 어?
서, 설마.
내가 설마 파인애플을 먹으면서 감탄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렇담 마지막 저 타르보다 더 불결해 보이는 파스타로 정신을 차리자.
저건 누가 먹어도 맛이 없겠지.
후루릅.
비주얼과는 다르게 달콤 짭짤한데 풍미가 폭발한다.
위에 얹은 불고기?의 은은한 단맛과 불맛이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천상의… 어?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럴 리가 없는데?
내가 지금 이교도 놈들이나 만들 법한 불결한 음식을 먹고 감탄하고 있다고?
아니야.
난 지금 사탄의 유혹에 빠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영의 이름으로 외치자.
“이, 이건!”
그래.
내뱉어라.
사악한 자들에게 천벌을!
정의와 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정의의 철퇴를!
“이 음식들!”
악의 구렁텅이에서 헤매는 불쌍한 영혼을 구제하자.
내 말에서부터 구원은 시작되는 것이다.
사악한 음식으로부터 구원하소서.
“정말 맛있어!”
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그 말이 아니야.
“천상의 맛이야. 특히 이 블랙 파스타. 너무 맛있어. 포장됩니까?”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일평생 이탈리아에서 살면서 이탈리아의 요리만이 전통 있고 선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파인애플 피자가 이렇게까지 맛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굴욕적이다.
내가 인정하고 말았다.
그래, 이젠 솔직해져도 되겠지.
비건으로 나왔을 때도 너무 맛있었어.
비건 음식은 혐오해.
하지만 일이니까 꾹 참고하려고 했어.
그런데 그런 비건 음식조차 너무 맛있었다고.
솔직히 진상을 부리면서 다시 내오라는 건 더 먹고 싶어서였어.
인정할게.
“경의를 표하지. 이 음식은 대이탈리아에서 장사해도 될 정도로 가치 있는 음식이라는 걸.”
“…….”
주방에서 나온 남자가 무어라 중얼거린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아, 옆에 있던 저 여자가 통역을 해 주던데?
“이봐요. 뭐라고 하는 겁니까?”
“아. 잠시만요.”
궁금해.
그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그게….”
“뭐라도 말 좀 해봐요. 궁금하니까.”
“돈은 두 배로 내고 가랍니다. 그리고 피해 본 여기 홀에 있는 손님들에게도 서비스로 디저트 쏘고 가래요.”
“…….”
“…….”
* * *
“푸하하하.”
보조 PD는 박장대소했다.
그걸 지켜보던 레베카 초이는 그를 닦달했다.
“그래서 왜?”
“못 보셨어요?”
“그냥 멀리서 보는데 무슨 상황인지 모르잖아. 오늘 오디오 쪽이랑 연결을 안 했어. 그래서 뭔데? 왜 그렇게 난리였어?”
“진짜 대박이었어요.”
“그래?”
“진짜 맛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올 만해요.”
“내가 말했잖아. 기본기가 돼야 기교를 부릴 수 있는 거라고.”
레베카 초이는 으쓱했다.
“그리고 진상 처리도 일품이었다고요. 진짜 이거 방송 나가면 초대박 칠 거 같은데요?”
“얼씨구? 완전 팬이 돼서 돌아왔네?”
“차현식 대표요? 진짜 팬 될 거 같아요. 너튜버였다면서요? 그것도 엄청 유명한?”
“그렇다더라.”
“그럴 만해요. 진짜.”
“진짜 이게 왜 이래?”
“선배가 진짜 봤어야 한다니까요? 진상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요?”
“뭐라고 했는데?”
“돈 두 배로 내고 가래요.”
“푸하.”
“그뿐인 줄 알아요? 홀에서 깽판 쳤으니까 홀에 있던 손님들한테 전부 서비스로 디저트도 돌리고 가래요.”
“완전 골때리는 놈이잖아?”
“근데 더 재밌는 건 뭔 줄 알아요? 그 사람 꽤 유명한 진상이더라고요? 근데… 차현식 대표가 말한 대로 그대로 하고 갔어요. 군말 없이.”
“어때? 네가 볼 땐 그림 잘 나왔어?”
“선배! 진짜 지금 장난해요? 이거 1화… 아니 2화로 공개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2화 공개되면 진짜 대박이라고요.”
레베카 초이도 덩달아 흥분하기 시작했다.
보조 PD의 말이 그저 호들갑이 아니라는 걸 느낀 그녀는 차현식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배팅한 사람이 또 대박을 터트린 모양이었다.
“차현식. 진짜 물건이네.”
“물건이 아니라 금덩이. 아니… 다이아몬드? 그것도 약해요. 그냥 보물이에요.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