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71
71화 외쳐! 갓물주
“밖이 왜 이리 시끄러워.”
신경질적인 말투로 툴툴대며 밖으로 나가는 엄태홍.
안 그래도 요즘 리모델링 건으로 가게를 쉬었더니 손님이 뚝- 끊겨서 골치 아파 죽을 지경인데 밖까지 시끄러우니 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푸드트럭이야? 뭔데 저리 난리인 거야?”
그는 눈을 찡그리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푸드트럭에 시선을 고정했다.
자세히 보니 푸드트럭에 한글이 쓰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불… 고기? 프라이… 데이?”
그리고 그 글자를 읽어나가자 그는 누가 푸드트럭의 주인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엄동식이 예전부터 푸드트럭을 한다고 얘기했던 그 싸가지.
언젠가 한 번은 꼭 복수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었던 그 돈은 많으면서 차 수리비는 깎아주지 않고 고스란히 다 받았던 그 예의 없던 청년.
그리 기억하고 있던 엄태홍은 안 그래도 예민한데 푸드트럭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 것 같다는 피해망상까지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놔두다간 자기네 가게는 물론이거니와 한인 타운 전체가 저 푸드트럭 때문에 장사가 망하게 생겼다고 생각한 그는 얼른 그의 지위를 이용하기로 마음먹는다.
“반장으로서 두 눈 뜨고 보고만 있을 순 없지!”
상인회 반장으로서 한인 타운 근처에 일어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착각하는 그.
하지만 실제로는 평소 마음에 들지 않던 녀석에게 찬물을 끼얹을 기회만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생각뿐이었다.
“당장 상인회 소집!”
그는 부랴부랴 전화를 돌려 장사하느라 바쁜 한인 타운 상인들을 불러 모았다.
항상 돈보단 권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생각처럼 다른 곳은 몰라도 한인 타운만큼은 자기가 꽉 잡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겁도 없이 자기 사냥터에 발을 들인 저 순진무구한 꿈 많은 청년에게 골탕을 먹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이 난 엄태홍이었다.
“아유~ 장사하기도 바쁜데….”
“그러니까유.”
“이봐, 엄씨. 도대체 무슨 일인데?”
다들 불평은 하지만 평소에 한인 교회 장로에다가 반장이라는 타이틀로 눈 밖에라도 나면 못살게 굴기 일쑤였던 엄태홍이 무서워서라도 모인 상인회 인원들.
귀찮긴 하지만 괜히 엄태홍 반장의 눈치를 볼 바에는 지금 당장 잠깐 귀찮은 게 차라리 나은 지경이었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글쎄. 저거 푸드트럭 봤나?”
“봤지, 기럼. 저거이 좋던데? 사람들도 많고.”
“저 푸드트럭 땜시 우리 장사 다 말아먹게 생겼잖나?”
“그건 또 무슨… 억지… 아, 아니. 무슨 소린교?”
상인회는 솔직히 푸드트럭을 반기는 중이었다.
조금이지만 푸드트럭 음식을 사 먹으러 온 사람들이 궁금해서 자기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사는 일도 있었으니까.
원래는 관심도 없던 한인들이 주로 애용하던 가게들일 뿐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는 푸드트럭 덕분에 조금은 호황을 누리던 참이었다.
“내쫓읍시다.”
“예?”
“그기 무신 소린교?”
“저거 저리 놔두면 손님 다 뺐긴다카이.”
다들 어이가 없었다.
푸드트럭 하나 때문에 장사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한인 타운이 더 주목받고 좋다고 생각하는데.
난데없이 엄태홍 반장은 내쫓자면서 부추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엄태홍 반장에 반기를 드는 용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들 장사치답게 푸드트럭으로 이득 보는 것보다는 엄태홍 반장의 지랄이 더 무섭다는 결론을 빠르게 도출했기에 누구 하나 이렇다 할 반대를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자자, 다들 눈치 보여서 그랗제? 내가 앞장설테니까네. 다들 따라오이소.”
그리고 든든한 아군을 뒤에 이끌고는 당당하게 푸드트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장사를 해도 모자랄 시간에 시간을 빼앗긴 것이 너무 속상했지만, 엄태홍의 지랄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은 전부 묵비권을 행사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
정말 정신없이 바쁜 순간이었다.
줄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길게 서 있었고.
손은 모자라 어떻게든 혼자 주문받아낸다고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일하고 있던 차였다.
“어이! 이보쇼!”
그런데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그냥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 들은 목소리가 맞는다고 해도 나한테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싶었다.
파리만 날리던 한인 타운 거리에 이리 사람을 몰고 와준 은인에게 저리 상스러운 말을 하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리 생각한 내 잘못이었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개념이 없고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있다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햐~ 그때 그놈이네?”
“….”
엄동식의 아버지.
이 한인 타운 거리를 지배하는 것마냥 거들먹거리며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
한인 상인회 반장 엄태홍이었다.
설마 서로 윈윈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을 건드리진 않겠지 싶었는데.
“내가 이리 행패를 부리는 걸 봤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행패는 분명 내가 아니라 엄태홍이 부리고 있을 텐데.
안 그래도 바쁜데 이놈의 상인회 사람들 때문에 손님들이 주춤대며 물러서지 않는가.
마치 깡패 패거리처럼 몰려와서는 선량한 시민들을 위협하는 모양새였다.
“어디 여기 와서 장사하는가?”
“죄송합니다! 잠깐 장사 쉬도록 하겠습니다.”
손님들의 앓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저 패거리를 무시하고 장사하기에는 그 존재감이 너무 컸던 탓이었다.
나는 푸드트럭에서 내려와 그들과 대치했다.
“무슨 일이시죠?”
“여가 어디라꼬 장사하냐고.”
“허가도 받았고. 심지어 사전에 양해 연락까지 다 돌렸는데… 못 보셨나요?”
눈치를 보니 엄태홍도 분명 받았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겠지.
그냥 듣보잡 푸드트럭이 잠깐 장사한다니까.
근데 너무 장사가 잘될 뿐만 아니라 눈엣가시 같은 내가 운영하는 푸드트럭이니까 심기가 불편해진 거겠지.
“그건 모르겠고! 자리 빼!”
“예?”
“여서 장사하지 말라꼬!”
“누가 그걸 정하는데요?”
“우리 상인회가. 그랗지요?”
엄태홍이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둘러보자 쭈뼛거리며 못내 고개를 끄덕이는 상인회 사람들.
분명 이들은 엄태홍의 등쌀에 못 이겨 억지로 나온 듯했다.
애초에 이게 맘에 안 들었으면 양해 연락을 넣을 때 언질을 줬겠지.
“자, 봐라. 우리 한인 타운에서는 니 반기는 사람 하나또 엄따.”
“흐음. 저는 정당하게 허가증 받아서 장사하고 있는 거고요. 당신이 반장인지 두반장인지 모르겠지만 저를 이렇게 내쫓을 권리도 없으실 텐데요?”
“그래? 니는 내가 눈지 모르제? 내….”
“엄태홍. 장로에 반장에 별 지랄을 다 갖다 붙이는 놈이잖아.”
“허! 또또또! 아주 세상이 말세다 말세야. 어디 어른 앞에서 꼬박꼬박. 거기다 반말이나 찍찍 싸대고.”
“존중받으려면… 먼저 존중받을만한 행동을 해야지. 안 그래?”
참아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안하무인 행동에 참을 이유는 없지.
하지만 이 정도가 안하무인이 아니었다.
엄태홍과 상인회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신성한 업장에서 폭력이나 깽판을 부리는 건 과거에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진상 고객도 고객이라는 마인드로 최선을 다해서 장사했지만.
진상도 진상 나름이지.
미친놈처럼 영업을 방해하고 장사를 망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안 되면 칼을 들고나와서라도 위협해 내쫓았었다.
“에헤이! 여서 장사하면 안 돼!”
“훠이~ 훠이~”
한인 타운 사람들은 애써 불고기를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손님을 내쫓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깽판을 치기 시작한 거다.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다수의 무리가 으름장을 놓기에 손님들은 욕을 하면서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늘 장사를 기어코 망치고서야 만족한 듯이 나에게 거들먹거리며 다가오는 엄태홍.
“아가야. 나 엄태홍이다. 한인 타운 상인회 반장! 엄태홍이. 알긋나?”
“….”
“잘 알겠제? 니는 절대로 한인 타운에 얼씬도 못 할 끼다. 알아먹었나?”
“그렇네요. 이렇게는 도저히 장사를 못하겠네요.”
“그래. 으하하하. 이제야 정신이 좀 드나? 그라니까 진즉에 잘 좀 하지. 어데 으른 앞에서 똥고집을 부려. 부리긴.”
“어쩔 수 없네요.”
“하하하. 그래. 꼴 좋다. 인자 다 갑시다! 수고했시오.”
의기양양한 듯이 어깨를 잔뜩 치켜세우며 떠나는 엄태홍과 그 무리.
분명 엄태홍의 등쌀에 못 이겨 한 행동이겠지만.
그건 그 사람들 사정이고.
먼저 선을 넘은 건 저 사람들이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신성한 영업을 방해하는 행동은 절대로 용서 못 한다.
나도 치사하게 나오려고 한 건 아니다.
서로 각자 살길 찾아서 가면 그뿐이니까.
저런 사람들 신경 쓸 시간에 돈 벌 시간도 부족하니까.
그래서 애써 넘어가려던 거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먼저 건드린 거다.
먼저 칼춤 췄으니까.
나도 그에 걸맞게 칼춤 한 번 춰줘야지.
*
“으하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 꼴통 새끼. 어디 함부로 덤벼. 덤비길. 돈 쪼매 있다고 으스대긴.”
엄태홍은 속이 다 후련한 느낌이었다.
자기 아들뻘 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에게 굽신거리지 않던 게 항상 맘에 들지 않았다.
돈 좀 있다고 으스대는 인간은 이렇게 참교육하는 거라면서 혼자 낄낄대며 좋아하는 엄태홍.
그때.
엄 씨네 분식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사람.
“니… 니가 와 여기 또 왔노?”
순간 당황스러웠다.
분명 기가 죽어서 갔을 거로 생각했던 차현식이 그 앞에 나타난 것이다.
어린 날의 객기일 것이다.
그리 생각한 엄태홍은 당황하지 않은 척 침착하게 자리에 앉더니 눈짓으로 앞에 앉으라고 지시했다.
이미 참교육도 끝냈고, 제아무리 잘나가는 돈 좀 있는 놈이라지만 서열정리가 끝난 애송이라 생각한 엄태홍.
또 그에 걸맞게 차현식은 고분고분하게 그의 앞자리에 착석하는 게 아닌가.
이제야 이 녀석이 생각을 고쳐먹고 무릎 꿇고 빌러 왔구나 싶었다.
그래서 머릿속에서는 이미 녀석이 무릎을 꿇으면 어떤 타이밍에 멋진 어른처럼 말하면서 품어줄지 생각하고 있었다.
완전히 찍어눌렀기에 아예 쳐다도 보지 못할 정도로 격차를 느끼게 해주려는 심산이었다.
“와? 억울하나?”
“음. 조금요.”
“그기 세상 사는 기다. 세상은 말이다. 원래 돈이 최고고. 그보다 더 좋은 건 권력인기라.”
엄태홍은 마치 자식 교육하듯 차현식에게 말하고 있었다.
물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이 애송이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각인시키기 위한 아랫사람에게 대하는 듯한 태도였다.
“돈보다… 권력이 위다?”
“그래. 니 몰랐제?”
“아니요.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돈보단 권력이죠, 당연히.”
“으하하. 그래. 니는 방금 내한테 권력으로 당한기라.”
엄태홍은 다시금 통쾌함에 몸이 짜릿해지는 기분이었다.
“근데요. 그것도 권력 나름 아닌가요?”
“뭐?”
“아저씨 정도면… 돈으로 찍어누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뭐라카노 니 지금.”
“하도 지랄이셔서 여기 한인 타운 앞에서는 푸드트럭으로 장사 못하겠어요.”
“그래. 내가 두 눈 뜨고 있는 한은 절대로! 네버!”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요.”
“뭐? 뭘 어쩔 수 없어?”
“치사하게 군 건… 아저씨가 먼저였으니까요.”
“하! 뭐라카노.”
“푸드트럭으로는 안 되겠으니까 저도 목을 잡아서 장사해야죠, 뭐.”
“여기 대빵이 나다. 니가 여 들어올 수나 있을 줄 아나?”
“제가 못 들어가는 건 어디까지나 아저씨 때문이잖아요.”
“그렇지. 잘 아네.”
“그러니까 제가 들어갈 게 아니라 아저씨가 나가셔야겠네요.”
“뭐?”
차현식의 표정은 여유로우면서도 침착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엄태홍은 그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 달 안으로 가게 빼세요.”
“으이?”
“여기 목 좋네요. 제가 장사해야겠어요.”
“뭐라꼬?”
“꺼지라고요.”
“네, 네가 뭔데!”
“저요? 갓물주요. 당신이 여기 세내고 장사하는 건물.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