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63)
제162화. 세상에 맙소사 (3)
‘녹색?’
장루이는 케빈의 몸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녹색에 기분이 불쾌해졌다.
그도 그럴 게 녹색은 이건을 상징했으니까.
그리고 은색이어야 할 처녀좌가 녹색이라니?
물론 짐작 가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신궁좌가 얼핏 이건의 성인이 되려다 말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어처구니없긴 했지만, 휴고는 대책 없는 이건의 빠돌이였으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케빈도 그런 게 아닐까 싶을 그때였다.
녹빛이 곧 사라졌다.
그래서 장루이가 미간을 좁혔다.
‘잘못 본 건가.’
뭐 아무래야 좋았다.
처녀좌를 발견한 장루이는 몹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시기는 합니까? 댁 때문에 제가 얼마나 클라이언트인 지젤에게 험한 꼴을 당했는지.”
케빈이 이건의 편이 되고, 계획을 방해한 바람에 고문이란 고문은 다 당했다.
물론 거해좌가 천칭좌보다 약해서 고문을 받고 깨진 것은 아니다.
성신의 종이라는 성인의 위치상, 자신은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줬던 것 뿐.
하지만 불쾌한 건 불쾌한 것이다.
“때문에 댁을 만나게 되면, 그 잘난 얼굴을 과거 이건처럼 만들어버릴까 생각했는데요.”
“허, 이건의 얼굴? 그래봐야 너는 자업자득이지. 이건을 죽이려는 계획을 짰을 놈들이.”
“!”
그때였다.
순간 또 터져나온 녹빛에 장루이의 표정이 볼만했다.
‘역시 이건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뭐, 그딴 이야기는 됐다.”
케빈이 어전성물을 높이 든 순간, 맹렬한 한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삭풍의 1월]그 스킬에 장루이는 깜짝 놀랐다.
드드득!
마치 용오름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하늘로 치솟는 소용돌이의 직경만 무려 킬로미터 단위.
‘!’
기둥은 하늘을 검게 물들고, 거대한 한빙의 재앙을 불러왔다.
휘오오오!
그야 말로 사막의 땅조차도 한순간에 한랭지대로 만드는 얼음폭풍이었다.
이에 장루이가 자신의 모습을 원래대로 돌렸다.
지금이야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거해좌 성단장의 모습으로 다녔던 것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공격을 S급 성도의 모습으로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 모습을 드러낸 장루이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동시에 장루이의 눈에서 흑갈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흑갈의 빛은 처녀좌의 힘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마치 블랙홀과 같은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마침내 두 성인의 힘이 맞부딪쳤다.
콰과광!
그리고 빨아들이고 있음에도 점점 더 거칠어지는 얼음폭풍에 장루이가 웃었다.
‘역시 2위 신좌.’
물론 그것 외에도 케빈이 기를 쓰고 있는 탓도 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거해좌 성인을 앞둔 케빈은 이를 갈고 있었다.
‘늘 이건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났던 놈들.’
자신도 그중 하나긴 했다만, 그건 이건이 늘 자신의 1위를 가져가서지, 죽을 만큼 미워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건은 인류를 위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다르다.
황소좌, 마갈좌, 백양좌, 물병좌, 물고기좌, 쌍아좌.
유독 이건을 눈엣가시로 보던 놈들.
뭐, 이건의 성격이 지랄 맞고 잘난 건 사실인지라 미워할 순 있어도 그래도 설마하니 치사한 수로 죽일 생각을 할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케빈은 이건을 죽인 범인을 잡으려고 이를 갈고 있던 것이다.
밉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동경했던 것은 사실이었던 만큼.
그랬기에 케빈은 가장 의심스러운 놈을 쫓은 것이었다.
물론 솔직히 말해 20년간 휴고도 의심하고, 전갈좌도 의심하긴 했었지만, 그건 어처구니없이 빗나갔으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둘의 힘이 힘겨루기를 할 때였다.
‘!’
처녀좌가 움찔했다.
힘을 쓰는 자신의 앞으로 돌연 장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10명이!
‘분열!’
마침내 10명의 장루이가 웃으면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영웅을 죽이는 별 (SS)]-어전성물
-상대를 한순간에 완전한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높은 업적을 가진 상대일수록 효과 상승
물론 장루이는 범죄 코디네이터라 전투에는 일가견이 없을 것 같지만 글쎄.
그가 괜히 범죄 성도들을 통솔할 수 있는 총수가 아니었다.
암습 같은 치사한 실력은 이미 케빈을 뛰어넘는 경지!
아니나 다를까.
“큭!”
10명의 장루이는 사방에서 케빈을 위협했다.
‘……!’
물론 케빈은 검술에 한해서는 인류 최강의 실력자.
이정도 공격쯤이야 기척을 읽고 바로 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팔 하나가 없는 게 너무 크군요.”
‘아차.’
둔탁한 것이 케빈의 오른쪽 관자놀이를 내리꽂았다.
빠각!
“크윽!”
거해좌의 팔꿈치였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머리가 흔들린 케빈이 비틀거리자 장루이가 공격을 이었다.
푸욱!!
수많은 단검이 케빈의 몸을 찔렀다.
“컥…!”
물론 보통의 검이라면 성인의 가호를 뚫을 수 없었겠지만, 거해좌의 어전성물이면 말이 다르다.
‘신의 힘을 잡아먹는 거해좌의 검…’
동시에 흩어져 있던 장루이의 10개 분열체가 하나로 합쳐졌다.
마치 꿀렁이는 기름이 움직이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것은 케빈의 배를 찌르고 있는 장루이 하나.
그리고 장루이는 케빈의 목을 조르며 웃었다.
“최강의 검사면 뭘 합니까. 주력 팔이 잘렸으면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지.”
“큭…!”
“아무튼 이건이 팔 하나는 참 잘 잘라줬네요. 평소라면 안 뚫릴 가드까지 뚫리다니.”
이건의 이름에 또 다시 녹색 빛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 목을 잡은 거해좌의 팔을 움켜쥐며 웃었다.
“내 다음에, 이건한테 팔이 잘리는 건 바로 네놈일 걸.”
그리고 그 이글거리는 눈빛에 거해좌가 묘하게 웃었다.
“제가요?”
“당연하지. 이건을 그 탑에서 썩게 만들었으면서, 이건한테 살기를 바라나?”
그 말에 장루이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뭐라는 겁니까! 이건을 찌른 건 바로 당신이면서.”
“뭐?”
케빈은 황당한 듯 보았지만, 정작 거해좌는 하하 웃어댔다.
“진짜 참기 힘들던데요. 이건을 찌른 장본인이 이건 좋다고 졸졸 따라다는 게 얼마나 코미디였는지.”
“…뭐라고?”
“모르시겠습니까? 당신이 20년 전에 이건을 찌른 겁니다.”
그 말에 케빈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손에 마력을 실었다.
“세 치 혀 놀리지 마라, 또 무슨 헛소리를…!”
하지만.
“악마의 탑에서의 기억이 없으시죠?”
힘을 준 손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그 반응에 거해좌가 날카롭게 웃었다.
“12신좌의 체제가 무너지면 곤란하니, 일부러 입 다물고 있었지만. 그날 제가 봤거든요.”
“……?”
“붉은 눈을 잡고 난 뒤, 당신이 이건의 등을 찌르는 걸요.”
“……!!”
“물론 눈에 의식이 없었으니 뭔가에 조종당한 것 같긴 했다만…”
그 말에 케빈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거해좌가 표표히 웃으며 말했다.
“무려 그 대단한 이건이 살해당한 사건입니다. 저희가 그 뒤로 조사를 안했을 것 같습니까?”
케빈의 얼굴에서는 이미 핏기가 사라져 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배후는 미지문명이나 성신일 겁니다. 그만한 자가 아니면 성인급을 조종할 수 없을 테니까요.”
“……!”
“하지만.”
거해좌는 영악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조종당했든, 아니든 간에 당신이 이건을 찔러 함정에 빠트렸다는 사실은 안 변하죠.”
그 말에 케빈의 표정이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물론 단순히 장루이의 말만 듣고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이건이 처녀좌 성역을 떠난 후였을까.
처녀좌이자 중 하나인 성도가 자신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진명이라는 SS급 감정사로, 처녀좌에 있는 두 명의 SS급 성도 중 하나였다.
천성재와 친하고 평소엔 성물거래소에서 지내긴 하지만, 이건의 극성 빠돌이라서 자신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런 그가 이렇게 말해왔었다.
‘저, 케빈 님. 혹시 악마의 탑에서 괴수의 조종 마법에 걸리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 없다. 그건 왜?’
‘아니요. 그, 혹시 환각 마법이나 조종 마법에 걸려서 아군끼리 공격하는 일은 없으셨나 하여….’
‘또 물건의 기억을 감정하면서 뭔가를 본 모양이구나.’
‘예? 아 예! 그… 조사하라고 하셨던 악마의 탑의 물건을 감정하면서….’
‘그렇다면 잘못 본 것이다. 애초에 성인들은 모두 성신의 가호를 받는 이들이야. 조종 마법에 걸리면 성신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분명 제 부하가 그런 말을 하긴 했었지만, 설마.
그 떨리는 눈에 거해좌는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
“물론 성신이 자기 성인이 조종당하는 꼴을 가만히 볼 리 없죠. 그러니 가능성 있는 건 성신도 눈치 못 챌 정도의 군주의 존재. 그것도 아니면 성신의 행위.”
“…….”
이어지는 케빈의 표정에 거해좌가 흡족스러운 듯 웃었다.
분명 충격, 자존심의 상처, 자기혐오, 온갖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는 순간일 것이다.
“뭐, 말해봐야 의미도 없고 충격도 클 것 같아서 일부러 말씀을 안 드린 것이지만, 이제 궁금한 점은 없으시겠군요.”
거해좌가 케빈에게 속삭였다.
“이걸로 이건을 찌른 장본인이 누구인지 아셨을 테니.”
결국 충격에 빠진 케빈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검사로서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검이었다.
동시에 장루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마력을 뿜어냈다.
[성신강림]흉흉한 흑갈색의 마력과 함께 장루이의 등 뒤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졌다.
동시에 스킬을 발동한 장루이는 다행이라는 듯 웃었다.
‘다행히 아까 그 녹빛은 발동하지 않았군.’
뭔지는 몰라도 그 빛은 불길했다.
그래서일까.
‘아까 그 녹빛이 다시 발동하기 전에 처리한다.’
그 생각과 함께 어둠의 별이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성인 따위, 순식간에 무로 돌려버릴 수 있는 거대한 어둠의 별이었다.
그리고.
“다음 대의 처녀좌 성인은 남자가 아니면 좋겠네요.”
마침내 어둠의 별이 처녀좌 성인의 가슴을 찔렀다.
푸욱!
하나의 거대한 별이 재로 돌아가려하는 순간이었다.
* *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외부로 나간 뱀주인좌의 힘이 발동합니다]이건은 들려오는 알람에 미간을 좁혔다.
무슨 알림인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그놈한테 붙인 게 발동했나.’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찾았다.”
이건은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 악마의 탑, 지하에 있었다.
물론 지하로 이어지는 길은 전부 박살나 있었지만 글쎄.
[탑이 뱀주인자리의 힘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탑이 재생되고 있습니다]그랬다. 자신의 힘 때문인지, 탑의 지하로 이어진 길이 재생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래서 이상하긴 했었다.
‘분명 초재생은 생물에만 먹히는 스킬이었을 텐데.’
그렇다는 건 혹시 레벨이 오르면서 자신의 초재생의 범위가 넓어진 건가?
뭐, 아무래야 좋았다.
계단을 따라 내려온 이건은 지하에 있던 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이건이 이 방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하나였다.
[문지기 의 핵의 힘만으로는 100층까지 회복시킬 수 없습니다] [의 핵 힘으로는 10층이 한계입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그랬다.
빌려온 도구를 쓰려면 100층에 가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불가능.
하지만 그 와중에 발견한 것이 이 지하 공간이었다.
‘관리자실이라면 어쩌면 그날의 기록이 남아있을 터.’
이 탑의 관리자는 자신을 실험체로 여기며 이것저것 떠벌리던 놈이었다.
‘그리고 분명 CCTV 같은 기록매체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빙고.”
에 들어온 이건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건이 보고 있는 건 바로 방 가운데 있는 거대 수정구였다.
[악마의 탑 기록 메모리]-1층부터 100층까지 기록
물론 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상관은 없었다.
[탑 관리자의 회중시계 (SS)]-중 하나가 가지고 있던 어전 토템.
자신이 이곳에서 마지막에 죽인 그 놈의 전리품 덕분일까.
[관리자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어떤 메모리를 불러올까요?]수정구가 목소리를 내며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수정구는 제 예상대로 탑의 기록을 담아둔 도구인 듯 했다.
심지어 CCTV처럼 날짜별로 세세하게 각 층의 기록을 재생할 수 있는 듯 했다.
‘이거면 번거롭게 100층까지 안 가도 되겠군.’
이건은 씨익 웃었다.
오히려 빠돌이 감정사가 빌려준 도구보다 훨씬 유용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기록을 불러올 수가 없군.”
자신은 미지문명의 언어를 전혀 모르니까 말이다.
때문에 지금은 헤일리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일단 가지고 나가자.’
이건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날, 탑에서 자신을 함정으로 떠민 그놈의 손길에서 느낀 악의를.
그리고 그 악의는 제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이걸 활용해서 내 죽음과 연관있는 놈들은 전부 잡는다.’
물론 수정구에 암호가 걸려있어 헤일리도 금방 발동하진 못하겠지만.
그런데 그때였다.
[응답이 없습니다. 마지막 메모리를 불러옵니다] [기록 2005년, 1월 7일] [인간 12명 침입 확인]“!”
뜻밖의 목소리에 이건이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해당 날짜는 자신들이 악마의 탑 공략을 갔던 날.
인간 침입자 12명이란 바로 자신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실제로 수정구가 낯익은 정보를 불러왔다.
그 낯익은 정보는 바로 20년 전, 자신들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이상한 것이었다.
‘뭐지. 악마의 탑에는 분명 13명이 들어갔었는데.’
적어도 90층까지는 전원 그 자리에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12명이라고?
하지만 의문을 표하는 것도 잠시였다.
하지만 올라온 12명의 얼굴 정보에 이건이 움찔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동정 고자 놈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메모리가 말했다.
그 말에 이건의 눈이 드물게 휘둥그레졌다.
‘만약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
케빈은 아예 탑에 들어온 적도 없다는 것이 된다.
‘즉, 범인에서는 제외라는 거지.’
게다가 이런 상황이었다는 건….
이건은 잠시 생각이 잠겼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이건의 눈빛이 살벌하게 번득였다.
“아, 이제야 누가 범인인지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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