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35)
외전 8화. 첫사랑 (3)
스티븐은 지금 미친놈을 보고 있었다. 아니, 미쳐도 그냥 미친놈이 아니었다.
“아악!! 죽어! 죽는다고! 하지 마!”
스티븐은 팔팔 끓는 용암 연못을 보며 기겁을 했다.
다름 아닌 이건 때문이었다.
그리고 용암에 안 들어가려고 버티는 스티븐을 보며 이건이 미간을 좁혔다.
“뭐야. 설마 사도들은 용암에 들어가면 죽는 거냐?”
“사람이면 당연한 거 아니냐!?”
그랬다.
요르단의 시장에서 만났던 사도들은 모두 이건의 포로가 된 뒤였다.
그리고 첫 번째 괴롭힘 대상이 스티븐.
괴수가 쳐들어온 지역인 만큼, 곳곳에 불가사의한 용암연못이 생겨 있었다.
마치 비온 뒤 생긴 물웅덩이처럼 말이다. 물론 크기는 물웅덩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지만, 적어도 사람 둘이 빠지기에는 충분한 깊이와 넓이.
그리고 스티븐은 그 용암에 빠질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다름 아닌 이건 때문에!
“뭐야, 기껏 사도를 용암에 끓여서 마력이라도 추출하려고 했는데, 이러면 개 쓸모가 없잖아.”
“아니, 사람을 왜 끓이냐고! 왜!!”
“쟤는 멀쩡하니까?”
“!”
이건의 시선을 따라간 스티븐은 기겁을 했다.
용암 안에서 해맑게 용암욕을 즐기고 있는 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님, 따뜻해서 좋습니다. 어서 들어오시죠.”
“아니 너 얼굴이 타고 있어! 머리에 불붙고 있다고! 빨리 안 나와?!”
“안 됩니다. 스승님이 들어가 있으라 했습니다.”
“아니, 니네 스승 미친 또라이 새끼라니까?!”
“저희 스승님 말씀은 뭐든 옳습니다.”
“아니, 도대체 쟨 그 사이 뭘 보고 저리 된 거야?!”
자신들 중 제일 최약체긴 하나, 아무리 그래도 저런 얼빵… 아니, 광신도 놈은 아니었는데!
스티븐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용암에서 빛나는 성신의 빛에 만족해했다.
‘역시 지 사도한테 큰 위험이 닥치니, 성신이 이것저것을 펑펑 보내주는 군.’
용암에 둥둥 떠다니는 갖은 보호 장비에 이건은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이건은 성신이 없어 장비도 아이템도 없는 쌩 알거지.
때문에 사도들을 괴롭혀 아이템을 뜯어내려 한 듯, 재빨리 막대와 그물로 장비를 건져 올렸다.
“하하하, 월척이네! 이거면 한 달은 사냥할 수 있겠다! 역시 내 지갑새끼!”
이건의 악마 같은 웃음에 스티븐이 격분했다.
뭐 휴고 새끼야 제 딴엔 또 태양신의 사도라고. 불내성이 넘사벽인지 잘도 용암욕 따위를 하고 있지만.
“봐! 저놈 너 이용해 먹고 있는 거라니까?!”
“하하하. 스승님의 말씀은 뭐든 옳습니다.”
스티븐은 말을 말자고 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도망치려고 하자, 이건이 힐끗 제 옆을 보았다.
“사도들을 없애면 신도 죽나?”
이건의 옆에는 거대 슬라임이 있었다. 그리고 기절한 헤일리는 슬라임에게 먹히고 있었다.
결국 헤일리의 머리만 보이는 그 광경에 스티븐이 비명을 질렀다.
“아악! 어디 갔나 했더니! 야! 너 헤일리한테 손대면 죽는다!”
“뭐야. 너 이 사람 좋아하는 거냐? 우리 사도님, 완전 순정남이네에?”
“닥쳐! 이 포악한 강도놈아!”
그리고 그럴 때 휴고가 당돌하게 외쳤다.
“스승님! 스티븐 님은 후각이 약점입니다! 냄새만으로 골로 가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야씨! 야! 물총! 너 도대체 누구 편이야!”
“아! 헤일리 님이면 독까지 섞인 자극제가 있을 텐데…! 그거면 뒤지게 할 수도 있을 텐데!”
“꺼져! 헤일리가 동료를 팔 것 같냐!”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슥.
“?!”
죽은 척하던 헤일리가 슬쩍 독병을 내밀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사자 전용 독.
그리고 그걸 모를 리 없는 스티븐은 멘붕에 빠졌다.
“헤, 헤일리?!!”
결국 그쯤 되자 이건은 헤일리를 빤히 보았다.
“뭐야. 너 깨어나 있었냐?”
그러나 그럼에도 헤일리는 여전히 죽은 척했다.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 건 덤이었다.
그래서 이건이 그런 헤일리에게 다가갔다.
안 그래도 헤일리에게서 나는 향이 굉장히 낯익어 기이하던 참이었다.
어디인지 기억은 안 는데, 굉장히 안정이 되는 냄새였다.
하지만 자신이 다가가자마자 기절부터하다니.
‘몸이 안 좋았나?’
결국 이건이 헤일리의 어깨를 쳤다.
“야. 너 내말 듣고 있어?”
헤일리는 꿋꿋하게 고개를 들지 않고 죽은 척 했다.
아무래도 이건과 눈도 마주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건이 뾰로뚱하게 입을 삐죽였다.
‘또 내 얼굴 때문인가.’
아예 얼굴조차 보지 않으려 하니 말이다.
아니 뭐, 자신의 얼굴이 괴물 같은 건 사실이었다. 각성 이후 자신이 놀래킨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귀신의 집에서 탈출한 괴물인 줄 알았다며 무서워하겠는가.
뭐 지금은 아무래야 좋았다.
콰직!
이건은 스티븐을 짓밟았다.
“됐고. 질문한다.”
“컥! 이 자식, 이게 무슨… 커헉!!”
이건은 매섭게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반년 전, 서울 침공 때. 너도 그때 오기로 되어있었지?”
“……!!”
뜻밖의 단어에 스티븐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그도 그럴게 13번째는 자신들이 가기로 한 서울침공에서 탄생한 각성자.
물론 이놈이 그날 어떤 계기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우리한테 적의를 가지는 이유가…!’
스티븐은 단순해도 머리가 나쁘진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분명 니들이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린 사람들이 수만 명이었는데. 왜 안 왔어? 그래서 죽은 사람들이 있잖아.”
‘역시 이 자식, 거기에 있던 시민 중 하나였나?’
그래서 스티븐이 급히 외쳤다.
“안 간 게 아니라 못간 거야! 중간부터 괴수가 길을 틀어막고 있어서… 컥!”
“니들 텔레포트 쓰라고 사람들이 후원 많이 해줬잖아. 그건 뭐에 쓰고?”
“텔레포트가 안 먹혔어!!”
이건이 가증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가학심이 섞인 웃음이었다.
“그럼 부자 새끼는 왜 구했는데?”
“…뭐? 뭔 소리야 그건?”
“옆 나라 부자 새끼들 말이야. 급이라 처리하기 쉽고 돈도 벌기 쉽다며. 서울은 위험해서 철수하고.”
휴고가 식겁했다.
“스티븐 님! 정말 그러셨습니까?!”
“몰라! 난 계속 서울 입구에서 괴수를 잡았으니까! 그리고 옆 나라 일이라면 거해좌 일이야! 난 몰라!”
“…거해좌?”
이건이 미간을 좁혔다.
어쩌면 사도들 중에서 유독 거지같은 새끼들이 있는 건가?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스티븐이 이건에게 적의를 품으며 이를 갈았다.
“아무튼, 저 머저리가 널 스승으로 삼았다고 잘난 듯이 굴지 마! 우리는 결코 네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그치? 처녀좌 소녀야?”
“꺼져!! 닥쳐! 사도들은 전부 똑같이 고자로 만든다!”
“…아니 이 자식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죽은 척 하고 있던 헤일리가 움찔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지면이 크게 흔들리면서 도시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쿠구구궁!!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라 밖을 보았다.
* * *
지진이 일어난 진원지는 다름 아닌 정부 건물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괴수들은 거칠게 포효하며 도시를 파괴했다.
“아악! 왕궁이 습격당한다!”
“국왕께서!”
“아아악! 살려줘!”
괴수들은 정부 건물뿐만 아니라, 국왕이 있는 건물까지 박살냈다.
그야 말로 아수라장.
그래서일까, 때마침 같은 도시에 있던 성인들이 진원지에 도착했다.
물론 지진을 느낀 이건이 제일 먼저 사라지고, 나머지는 휴고가 풀어줘서 올 수 있던 것이지만.
그리고 겨우 이건을 쫓아온 스티븐과 케빈이 씩씩 거렸다.
“뭐야, 그 자식. 뭐 이리 빨라?”
“어디냐! 그 새끼도 따버린다!!”
“아니 그보다 그놈은 어디에….”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지지직!!
갑자기 하늘에서 괴수가 뚝 떨어졌다.
“?!”
그건 다름 아닌 건물만 한 괴수의 머리였다.
그래서 그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괴수의 머리가 너무 깔끔하게 잘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누, 누가 이런….”
그러나 휴고는 바로 환호했다.
“누구긴요! 저희 스승님이죠!”
“뭐? 아까 그놈이 잡은 거라고?”
케빈도 스티븐도 믿기지 않는 듯 보았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미친놈이 저만한 걸…”
“진짜라니까요? 제가 괜히 스승님으로 모시는 게 아니라니까요! 스승님한테 전투기술만 배우면 만년 꼴지도 벗어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야. 너 뭐라 했냐?”
“……!?”
얼음처럼 살벌한 목소리가 휴고의 뒤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휴고가 놀라며 뒤돌아보는 것도 잠시, 이건이 휴고의 목을 거칠게 졸랐다.
“너 사람들 구하고 싶다고 기술을 배우겠다고 한 거잖아. 그런데 뭐? 만년 꼴찌를 탈출해?”
“!!”
“이 새끼가, 나한테 구라를 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건은 그 어느 때보다 열받은 듯 했다. 실제로 그는 거칠게 휴고를 밀쳤다.
“됐으니까, 꺼져! 한 번만 더 스승님이라고 불러봐라. 그리고 내 눈에 띄는 순간 넌 죽을 테니까.”
이건이 배신감을 느낀 듯 휴고를 노려볼 때였다.
“아! 그만둬요! 이것들은 당신들 몫이 아니니까!!”
“!”
누군가가 그들에게 급히 달려왔다. 그리고 그 얼굴에 모두가 놀랐다.
달려온 건, 양복을 입은 사내들로 정부 측의 사람들. 그리고…
“요르단의 수상?”
동시에 그들은 급히 이건 일행을 쫓아냈다.
“여기는 이미 최강의 병기를 불렀습니다. 부정 타니까 괜히 손대지 마세요!”
“최강의 병기?”
눈을 찌푸리는 이건과는 달리, 스티븐은 아차 싶었다.
“설마 동방의 마녀?”
헤이지.
레벨 5에 도달한 4인 중 하나로, 사도들 중에서 최강 병기라고 불릴 만한 건, 그 여자 밖에 없었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파괴력을 가졌다는 병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뭐야, 저런 거 별것도 아니지.”
“!”
고압스러운 미소와 함께 긴 머리의 미인이 하늘에 나타났다.
하늘에 둥실 떠 있는 그녀는 세상이 인류의 최강병기라 부르는 동방의 마녀였다.
그리고 시원스럽고 절세미모의 이목구비는 마치 중국의 화려한 탑 여배우를 보는 듯한 모습.
동시에 12신좌 중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파괴의 마법사가 마법진을 펼쳤다.
“그럼 이곳의 먹이는 내가 잘 가져갈게.”
매혹적으로 웃는 헤이지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요정왕을 기반으로 한 강대한 파괴 마법이 발동했다.
쿠구궁!!
그리고 강력한 불의 운석들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동시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헤이지를 부른 정치인들이 환호했다.
“역시 최강병기! 다른 신좌의 용병들하고는 위력이 차원이 다른… 어?”
그러나 그들은 새하얗게 질렸다.
그도 그럴게 헤이지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뭐야! 왜 멀쩡해!”
그리고 당황하는 건 장본인인 헤이지 역시 마찬가지.
“내 공격이 안통하다니, 저 괴수… 어떻게 된 거야?!”
“뭐여. 왠 미친년이 나대더니 흠집 하나 못내?”
케빈은 질색하듯 보았지만, 스티븐은 놀랐다.
‘나라조차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녀석인데. 그런 공격조차 안 먹힌단 말이야?’
결국 그 뒤 헤이지가 계속 공격을 날렸지만, 거북이 같이 생긴 괴수는 더욱 거칠게 도시를 부수었다.
이에 지켜보고 있던 헤일리가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휙!
“!!”
그 순간.
케빈도, 스티븐도, 헤일리도, 휴고도. 하물며 헤이지에 그녀를 초빙했던 국가의 수상도.
모두가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날다람쥐처럼 튀어 오른 이건이 마치 깃털처럼 거북이의 머리에 내려앉고.
그대로 천공의 단죄를 휘둘러 거북이를 한 번에 두 동강 냈기 때문이었다.
콰과과광!!!
그 모든 동작이 인간이 아닌 듯 했다.
그리고 그 일이야 말로 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된 사건.
기자들은 셔터를 누르는 것도 잊었다.
그 모습을 직접 본 사도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친놈….”
이건을 부정 헀던 스티븐도 시선을 빼앗겼다.
헤일리도 처음보는 이건의 전투모습에 얼굴을 붉혔다.
물론,
“와… 저 형, 짱 멋있다. 반할 것 같아.”
“저 남자, 괜찮은데? 내 걸로 하고 싶다.”
“……!!”
하필 그에게 반한 케빈과 쌍아좌 때문에, 헤일리는 바로 경계 안테나를 펼쳐야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건에게 한눈에 반한 듯한 헤이지가 이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에게 한눈에 반한 듯한 헤이지가 이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럼 내가 먼저 찜해야지.”
헤일리는 다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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