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4)
제4화. 나 없는 사이에 재밌는 짓을 하셨어?
이건은 낯선 음성에 제 귀를 후려쳤다.
팡!
사람들은 깜짝 놀라 그를 보았다.
그러나 아플 것 같은데도 정작 장본인은 태연했다.
‘꿈은 아니군.’
여자의 음성이었다.
그러나 낯설었다. 하물며 13번째로 각성하고 나서도 듣지 못했던 소리.
이건은 주변을 살폈지만, 기이한 소리는 계속 되었다.
[죽음의 함정을 돌파했습니다]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의 주인 자격을 획득합니다] [탑에서의 모든 업적이 경험치로 환산, 얻은 경험치의 양이 너무 많아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정산에 성공했습니다] [신좌 스킬을 생성하셨습니다] [생성하신 새 신좌 스킬이 발동 중입니다] [소유하고 있던 고유스킬과 특성들이 전승. 진화했습니다]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이건의 왼쪽 손바닥에서 처음 보는 문양이 빛과 함께 떠올랐다.
그건 얼핏 기하학 문양으로 얽혀 있는 뱀 같았다. 그리고 그걸 빤히 보고 있으니, 문장 위로 낯선 글씨들이 떠올랐다.
[이건 (인간)]제13번째 신의 자리/사견궁 뱀주인 좌
호칭
각성명 : 만물을 두드리는 자
개인특성 : [괴짜천재], [장인], [변태적 눈썰미], [피학적], [뛰어난 감각 ▶ 신의 손재주]
– 고유 스킬
[초고도관찰력 (Lv.99) ▶ 신의 주시안] [한칸공방 (Lv.99) ▶ 창조공방] [초절감각 (Lv.99)] ▶ 제13의 감] [투우본능 (Lv.99) ▶ 투신본능]권속 : 없음
성역 : 없음
– 발동 중인 뱀주인자리 신좌스킬 (1/???)
초재생 (F랭크) (에너지 부족)
-끔찍한 상태에서 신체가 새롭게 생성되었습니다.
-망가진 조직을 기준치까지 새롭게 복구했습니다.
-노화된 세포를 기준치까지 새롭게 재생했습니다.
-몸 전체를 새롭게 재구성한 대가로 약간의 페널티를 입었습니다.
-페널티: 신체 능력 50% 감소 (남은 시간 : 1,032시간)
이건이 보는 걸 멈추자, 손에 떠올랐던 문양도 정보도 사라졌다.
그래서 잠시 이게 뭔가 싶긴 했지만, 짐작 가는 구석은 있었다.
‘혹시 이게 12명이 말한 신좌(神座)시스템인가?’
사실 인류가 미지문명에게 패배하기 직전. 아니, 어쩌면 멸망할지도 몰랐던 시점이었을까.
황도(黃道).
하늘의 12궁도에서 나타난 괴이한 생명들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12성신(星神).
그리고 그 12성신(星神) 나부랭이들은 12명의 인간에게 힘을 내려줬다. 그 힘으로 괴수들을 상대해보라고.
가증스러울 정도로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괴수 놈들하고 다를 게 없는 것들이.’
어쨌거나 사람들은 신에게 선택받은 12명의 사도들. 그들을 별의 자리인 성(星)좌라고 칭하려 했다.
하지만 글쎄.
놈들은 자신들이 신이라며, 로 칭하라 했다.
그래서 이건은 항상 웃음만 터트렸다.
신(神)좌는 개뿔이.
‘등신들이. 똘마니 신(臣)좌를 잘못 말한 거겠지.’
그도 그럴 것이 12명 영웅들은 각자의 성신에게 힘을 받아썼고, 12성신들은 제 사도에게 붙어 늘 힘의 대가를 요구했다.
덕분에 신들과 연결된 12명은 모두 특별한 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메시지까지 보인다는 말은 없었는데.’
하물며 이런 상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소리도 없었다.
12명이 들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신의 일방적인 통보.
쉽게 말해 장난치냐, 기분 엿 같다 같은 상태 통보와 배 놔라. 감 놔라, 그거 빨리 안 내놓냐 와 같은 협박 통보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렇게 모시는 신의 요구를 받들었다.
괜히 자신이 놈들을 신의 종놈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다.
‘어쨌든 몸의 변화는 이 때문이었군.’
확실한 건 놈들의 것보다 좋아 보였다. 원래 있던 스킬도 좋게 진화한 느낌이고.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달을수록 더욱 희한해졌다.
‘성신의 기척은 전혀 안 느껴지는데.’
그 열두 놈들을 볼 때 늘 느껴졌던 음험한 녀석들의 기운 말이다.
애초에 메시지에 있는 13번째 신이라는 건 들어본 적도 없었고 말이다.
‘어떻게 된 거지.’
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건 하나였다.
‘황도12궁에 포함되지 않은 숨겨진 자리.’
아무튼 자신이 신의 기척을 놓친 건가 싶어 다시 집중해봤지만 글쎄.
‘역시 느껴지는 건 12개뿐.’
자신이 놈들의 그 음흉한 기척을 눈치 못 챌 리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선 딱히 성신이 붙은 건 아니리라.
게다가 아까 들린 목소리.
제 신좌 스킬은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생성했다고 들리지 않았었나.
그래서 이상했다.
‘그럼 성신과 계약하지 않고도, 신좌스킬을 쓸 수 있던 건가.’
그러나 이건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은 성신 없이 자연적으로 각성한 케이스.
인제 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능력이나 마력도 다른 놈들처럼 신한테 받아쓴 게 아니었고.
‘확실한 건 내가 죽었었고, 그게 오히려 어떤 조건을 만족시켰다는 거겠지.’
아무래도 돌팔이 친구 놈의 모가지는 얌전히 내버려둬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되면 그 개 같은 놈들한테 빌빌거릴 이유도 사라진 거 아니야?’
이건의 입꼬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물론 웃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미소엔 살의가 있었다. 아마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함정으로 등을 밀던 그 느낌을.
‘분명 그때 근처에 있던 놈들 중 하나다.’
의심 가는 놈들은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그는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다른 놈은 몰라도 내 등에 칼을 꽂은 놈만큼은 똑같이 처리해야지.’
콱 목을 따버리든, 죽는 것보다 더한 지옥을 보여주든, 방법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러니 일단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순번.
그리고 나머지 놈들?
공범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그 결과도 달라질 것이었다.
‘오히려 고마울 지경인걸.’
이건의 눈빛이 무섭게 번득였다.
화상 자국으로 흉측하던 피부는 아기 피부처럼 보송보송해졌고, 몸은 전성기 때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반로환동은 좀 의외였지만, 당시 제 신체나이 무려 70세.
죽으면 안 될 곳까지 이미 다 죽었던 마당에 회춘이 싫을 리는 없다.
그러니 공범만 아니고 순순히 협력만 해주신다면야.
‘하는 꼴을 봐서 벼룩의 배꼽 때만큼은 용서해줄 생각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나 참, 이건 님이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
“!”
사냥꾼들이 뭔가를 보며 소리를 치고 있었다.
“거기서 생물이 나온 흔적이 있으면 당연히 괴수지, 이 등신들아!”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며 탄식하고 있었다. 뭘 보고 있는 건가 싶어 목을 쭉 빼니, 소년이 보던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이건은 처음 보는 스마트폰에 흠칫 놀랐다.
‘뭐지, 이건.’
2005년 사람은 스마트폰이 경악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이딴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야, 너도 생각해봐. 상식적으로 20년 동안 그 안에서 살아 있었다는 게 말이 되냐?”
당사자는 움찔했다.
아니나 다를까, 스마트폰의 기사에는 충격적인 기사로 가득했다.
이건은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20년 전이라고?’
그는 휙 바깥을 보았다.
김밥천국 로고 너머로 대로변이 보였다. 눈을 뜬 곳이 여기였기에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지만 밖은 여름.
물론 탑 안과 탑 밖은 시간의 흐름이 상당히 달랐다.
그래서 공략 전에도 시간의 차이를 파악하기 위한 아이템을 가지고 갔었고 말이다.
그리고 계산상, 탑 밖에서 흐른 시간은 길어야 5년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20년이라고?
‘이런 미친!’
20년이면 실종이 아니라 벌써 사망신고 들어갔겠다!
제 생각보다 괴수를 잡은 시간이 더 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건의 시선을 뭐라고 생각한 건지, 소년이 기대하듯 물었다.
“형, 혹시 몰라요? 형도 탑 쪽에서 나왔잖아요.”
사내는 그런 소년을 비웃었다.
“이건이면 인류가 그리워하는 영웅인 건 맞는데, 얜 그냥 이건의 사생팬이라니까. 저거 쓰고 있던 거 보면 모르냐?”
“어? 하지만….”
“하여간 아주 댓글 터졌네, 터졌어. 기레기 놈들만 아주 신났겠구만. 뭐 이건 정도면 그럴 만 하지만.”
이건은 핸드폰 기사의 스크롤을 내렸다.
내용을 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그냥 쳐 자느라 모른 듯
└222222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팩폭 자제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진짜 저 12명, 후원금 다 처먹고 한 게 뭐임?
└솔직히 이건만 있었어도 전 세계 땅 다 찾았던 거 아니냐?
└ㅇㅇ솔플 지렸지. 그때도 혼자서 12명 다 발랐는데.
└뭔 개소리. 그래봐야 진짜로 그 12명이랑 비교하면 개쩌리.
└누가 쩌리라고?
└ㄴㄴ 개쩌리 맞음. 아무리 병신들이 이건 빨아대도 정작 붉은 눈 잡은 건 그 12신좌들이었음
└ㅇㅇ미국 사자좌가 그 붉은 눈 모가지 딴 거
└ㅇㅇ이건은 중간에 GG 쳤다더만ㅋ
-근데 붉은 눈이 그렇게 대단한 괴수였음?
└아 급식. 그 구렁이 새끼 못 잡았으면 20년 전에 인류 다 뒤졌음
└아무튼, 악마의 탑에서 보스 잡은 12성인>>>>>>넘사벽>>>이건
-근데 그 보스 이건이 잡았다는 설도 있던데.
└그걸 믿음? ㅋㅋㅋㅋㅋ
└이건 사생들 찌라시를 진짜 믿다닠ㅋㅋㅋㅋㅋㅋ
└왜? 찌라시가 진짜일 수도 있잖음
└ㄴㄴ팩트. 12명 다 살아나왔는데 이건 혼자만 뒤짐. 이거 뭐다?
└붉은 눈 잡아주신 인류 영웅, 12명 만세 lol
순간 핸드폰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저, 저기요?”
아니 20년이 지난 건 그러려니 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당황스럽긴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오히려 갇힌 세월을 생각하면 20년쯤이야 되려 감사하다.
하지만 뭐가 어째?
‘붉은 눈을 누가 잡아?!’
이건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다.
아니, 겁먹고 꽁무니를 빼던 게 어디의 누구들이었는데!
‘이 버러지들이.’
핸드폰을 빌려준 소년은 안절부절못했다. 어쨌거나 대충 상황은 알 것 같았다.
물론 난해한 정보들에 사태를 파악하기엔 다소 짧은 시간. 그럼에도 상황을 연결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새끼들이 내 공을 훔쳐서 20년 동안 영웅 행세 중이었다 이거지?’
괘씸하다 웃는 이건의 얼굴이 참 볼만했다. 눈을 마주친 앞사람은 혀를 씹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은 같잖다는 듯 웃었다.
‘그래, 이정도면 애교 수준이지.’
충분히 귀여운 수준이었다.
오히려 자신도 놈들을 팔아서 이득을 챙긴 적이 꽤 있으니까 이정도야 쌤쌤(?)으로 쳐줄 수도 있다.
‘그러니 우선 그냥 이빨부터 분지르고, 자발적으로 정정 기사부터 띄우게 하면….’
하지만 그때였다.
– 한국은 현재 기여도 최하위 영토이며, 황도 12궁의 힘을 빌려 쓰고 있는 신좌부족 국가입니다. 그래서 성인들이 옆 나라와 흡수 합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이건의 생존설로 정세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요. 그 때문에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시청자들께서 궁금해하실 부분은 그게 아닐 것입니다.
– 그럼?
– 바로 이건의 재산에 대해서입니다. 당시 13번째가 남긴 유언장을 기억하십니까?
이건은 뜻밖의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언장?
물론 그때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이었다. 유언장 정도는 개인 법무사를 통해 만들어놨건만.
‘재산이야 전부 고아원과 장학재단에 기부….’
– “내 모든 재산과 아이템들은 인류를 위해 12영웅에게 전부 넘긴다. 각 12인의 구원 활동에 유용하게 쓰이길 바란다.”
이건은 해맑게 웃었다.
그래. 결정했다.
“그냥 전원 모가지.”
용서? 그딴 게 알게 뭐람.
물건이야 전원 처리하고 되찾아오면 그만이지.
이건은 눈을 번득이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꼬마야.”
“네? 저요?”
“그래. 일단 전화 좀 걸어줄래?”
“어, 어디로요?”
“있어. 제일 먼저 천벌 받을 놈이.”
잠시 후.
소년이 건네준 핸드폰을 귀에 대자 낯익은 컬러링이 들려왔다.
20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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