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486)
제445화. 가능성 1%의 세계 (1)
“그것만큼은 안 된다.”
“!”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슈의 배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에 이건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게….
“헤일리?!”
아니, 왜 녀석의 목소리가 여기서 들린단 말인가.
심지어 피슈의 배 속에서?!
“아니, 네가 왜 여깄어!?”
를 붙들고 있는 이건은 드물게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황당한 일은 그뿐이 아니었다.
“며늘아가야…! 몰래 있기로 하지 않았느냐! 목소리를 내면 안 되지!”
“?!”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는 다름 아닌 아스란!
얼굴은 안 보이지만 그의 목소리까지 들리자 이건은 핏대를 세웠다.
아니, 이것들이!
“왜 둘이 여기에 있어! 그것도 저금통의 배때지에 숨어서!”
“왜긴. 네가 이럴 줄 알고 왔다!”
“뭐?”
답한 건 헤일리였다.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면죄부가 2장 남은 시점에서 건이 네가 무슨 선택을 할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 않는가.”
“……!”
당황한 이건이 둘을 바로 밖으로 쫓아내려 했지만, 아스란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봐야 소용없을 걸?! 쫓아낼 테면 쫓아내봐라! 어차피 우리는 네 권속신이 아니니까 소용없어.”
저게 진짜.
결국 열 받은 이건이 멀리 있는 돼지저금통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뱉어! 배때지 가르기 전에 뱉으라고!”
겁에 질린 피슈는 낑낑거리면서 물러났다.
뭐, 아무래야 좋았다.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은 이건은 잘됐다는 듯이 말했다.
“왔으니 잘됐네. 댁이 연우랑 준우 잘 봐주고. 태고신 힘도 잘 가지고 있어.”
이건은 바로 책을 발동해 를 사용했다.
2개 중에서 하나를 쓴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이건은 의 발밑에 펼쳐져 있는 의 공간을 보았다.
그리고 저곳은 을 거치기 전 모든 것들이 갈려나가는 공간.
안에 있는 은 찬란한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은하수와 같았다.
하지만 그 빛이 너무 눈부셔 도리어 오싹해지는 수준.
그리고 그러는 와중 를 붙잡고 있는 이건의 몸도 점점 붕괴되었다.
“큭…!”
팔 한쪽이 박살이 났다.
그 모습에 원념만 남은 는 사납게 웃었다.
[그런 몸으로 뭘 하겠다는 것인가! 그래, 이상했지! 애초에 100살도 안 먹은 수정란 놈이 그만한 힘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이건은 우주가 기억을 못할 정도로 아직 어린 햇병아리였다.
[하지만 그런 놈이 그만한 힘을 다루는 건 솔직히 대단한 일이 맞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칭찬해주마!]이건은 꺼지라는 듯이 그를 붙잡았다.
자신은 물론, 지구 전체를 길동무로 삼으려는 걸 자신이 모를 것 같은가.
때문에 그의 힘을 억누르는 이건이 외쳤다.
이대로라면 면죄부를 쓰기 전에 자신의 몸이 붕괴한다.
그 전에 전부 써버리고 자신이 이놈을 데리고 죽음 쪽으로 뛰어드는 게 좋았다.
그는 바로 면죄부를 발동했다.
‘마지막…하나….’
이건 헤일리의 몫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잠깐, 며늘아가야? 안 돼!”
“!”
피슈의 입안에서 아스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피슈의 입안에서 나오는 헤일리와, 그녀를 막는 아스란이 있었다.
“가만히 있기로 하지 않았느냐. 여기는 내가….”
그러나 아스란은 말을 잇지 못했다.
번쩍!
“!!!”
헤일리가 손을 대자 아스란의 모습이 슬라임으로 변한 것이다.
아스란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심지어 움직일 수 없다.
그리고 이건이 그런 피슈에게 명령을 내렸다. 헤일리를 삼키라는 의미였다.
동시에 헤일리를 삼킨 채로 피슈를 밖으로 내보내려는 그 순간.
번쩍!
“……!”
이건의 시야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를 붙잡고 있던 이건의 위치가 바뀐 것이다.
그리고 이건 대신 를 붙잡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강력한 화염의 힘!
이건은 깜짝 놀랐다.
‘저건 적색 군주 의….’
왜 헤일리 모친의 힘이 여기에 나타난 걸까 의아하던 그때였다.
부드러운 손가락이 이건의 얼굴을 붙잡고 돌렸다.
헤일리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 눈이 마주한 순간, 이건은 깜짝 놀랐다.
“헤일ㄹ… 읍!”
고개를 돌리자마자 헤일리가 입을 맞춰왔다.
꽤 진한 키스였다.
하지만 이건은 깨달았다.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었다.
헤일리의 몸에서 어떤 힘이 전달되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은 바로 그 힘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적색 군주의 힘.’
직접 본 적이 있으니 확실했다. 신들에게 붙잡혀 고혈을 쥐어 짜이고 있던 헤일리의 모친.
그 군주의 힘이 자신의 몸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헤일리의 모친을 구해내긴 했지만, 그때 그녀의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그 후 소멸했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대충 딸에게 힘을 넘기고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걸 왜.’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헤일리와 이건을 낚아채가려는 의 그림자가 맹렬하게 날아와 꽂혔다.
푸학!!!
‘큭!’
갈고리 촉수와 같은 그림자가 사정없이 이건의 등을 꿰뚫었다.
그리고 급소를 향한 일격인 만큼, 순간적으로 헤일리를 감싸듯 안은 이건은 괴로워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
‘아프지 않아.’
뚫리지 않았다.
충분히 피부 가죽을 뚫고 뱃속까지 들어와야 할 일격이 피부 가죽을 뚫지도 못하고 튕겨나간 것이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을 그때였다.
번쩍!
[1세대 군주의 힘이 들어와 몸이 단단해졌습니다.] [강렬한 생명 의 힘에 육체가 강화되었습니다.] [그 무엇도 신체를 뚫을 수 없습니다.]마치 생명을 일으키는 처럼, 강력한 힘이 몸을 강화하고 있었다.
얼핏 의 재생과 비슷해보였지만, 명백하게 달랐다.
[강력한 대성신의 힘도 견딜 수 있게 됩니다.]그랬다.
군주들은 신들과 싸워도 쉽게 당하지 않는 강력한 신체를 가졌다.
아니, 오히려 신들보다 육신의 강도는 훨씬 높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단단하다는 게 1세대 군주들.
즉 아직 신생아 같았던 육신이 군주의 힘에 강화되면서, 대성신의 강력한 힘도 견딜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건 자신의 이 하지 못했던 다른 부분의 .
그 어느 상황에서라도 버틸 수 있는 불꽃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내는 의 힘.
이건의 몸이 군주의 육신만큼 단단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붕괴가 멈췄습니다]“……!”
그 모습에 는 당황한 듯했다.
[…그 망할 여자가!!]곧 헤일리가 이건을 보며 말했다.
“어머님이 내게 마지막으로 남겨준 힘이다.”
“!”
소멸하던 의 군주는 본인의 힘을 딸에게 남긴 듯했다.
업보를 받아 사라질 딸의 생명을 연장해줄 도구로서 말이다.
그리고 의 성질이 의태, 의 성질이 이동이라면 의 성질은 절대 죽지 않는 생명력.
하여 신들도 그 힘을 이용했을 정도가 아닌가.
“이거면 네 몸도 스스로의 힘을 견딜 수 있겠지. 문제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차피 붕괴될 몸이기에 스스로를 희생하겠다는 생각은 안 해도 된다.
도구를 만든 를 쓰기만 하면, 이건은 앞으로도 쭈욱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지.
그뿐이 아니었다.
울컥.
헤일리가 피를 토했다. 이건은 바로 깨달았다.
자신에게 힘을 넘긴 탓에 그녀의 몸이 약해진 것을.
그리고 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몸이 파괴되고 있다.
때문에 곧 이건이 크레아토르의 힘으로 몸을 재구성하려 했지만 그때였다.
“헤일리!”
창조의 힘으로도 몸이 재생되지 않았다.
몸이 급속도로 소멸하고 있었다.
뭔가 깨달은 이건이 당황한 듯 그녀의 가슴 안에서 뭔가 꺼내려 했다.
“너 도대체 어쩌자고!”
그녀는 태고신의 힘인 을 본인에게 사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본래 태고신의 힘은 아무나 쓸 수 없었다.
그 욕심 많던 대성신들도 괜히 나누어서 쓴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성신도 아닌 자가.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건은 의 힘을 제거해보려 했지만, 헤일리는 처음부터 이러려고 했던 건지 그런 이건의 팔을 붙잡았다.
“살리지 마라. 면죄부는 널 위해 써. 그리고 휴고랑, 연우랑 행복하게 살아.”
“뭐?”
이건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나는 널 살리려 했는데, 왜 네가 사라지려 해.”
그러자 헤일리가 그것만큼은 이쪽이 거절한다는 듯 웃었다.
“네가 없는 세계는 의미가 없다.”
“!”
“너는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 느낌을 또 느끼긴 싫다.”
“……!”
20년 전.
이건이 악마의 탑에서 사라지고 난 뒤의 삶은 고독했다.
죄책감과 외로움, 더이상 이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생각이 고통스러웠다.
“…건아. 하나라도 없으면 그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이건은 숨소리가 약해지는 헤일리를 보며 탄식했다.
연우가 죽던 날.
이 데려온 에게 이런 저런 감정을 먹힌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무덤덤했던 가슴이 왠지 모르게 아파 왔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실감했을 때, 그는 비로소 뭔가를 깨달았다.
자신은 언제 늘 앞서서 떠났던 입장이니 인지하지 못했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다른 느낌이라는 걸.
본인이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자신은 20년간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괴로워했을 두 사람에게 또 같은 짓을 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아니, 다른 이들 모두 마찬가지겠지.
즉.
‘모두가 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를 깨달은 이건이 헤일리를 안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명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나던 그때였다.
쿠구궁!!
“!”
바닥이 출렁거리며 정체불명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헤일리를 데려가려 했던 것이다.
열 받은 이건이 검은 그림자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건의 손을 그냥 스쳐지나갔다.
“!”
신들의 힘도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이건의 힘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
결국 그 그림자는 헤일리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건이 쫓아가려 했지만, 그때 죽어가는 화륜주의 원념이 웃었다.
[너는 그곳으로 못 간다. 방금 그건 에서 온 거니까.]“뭐?”
[금기의 아이인가. 로 그 여자를 구하려고 했구나. 하지만 애초에 그 걸로는 구할 수 없었다.]“뭐가 어째?”
[허무계의 왕이 금기의 아이를 용서할 것 같은가]허무계.
신들조차 영원한 고통과 노동에 시달리게 되는 보다 더 깊은 죽음의 세계.
악신부터 괴물, 업보를 가진 자들이 향하는 죄인들의 세계로, 양(陽)의 세계에 있는 신계나 지구와 같은 식민지와는 다른 곳.
빛이 없는 영원한 노동의 세계.
[신과 군주가 이어지면 안 된다는 룰을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느냐.]그건 태고신이 만든 룰이 아니었다.
그 룰을 만든 건 허무계의 왕.
[아무튼 허무계에 신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일반적으로 허무계는 업보를 지닌 자들만 갈 수 있는 곳이니까.
그리고 거기에 들어간 모든 존재들은 자신의 업보에 짓눌려 허무계 왕의 노예가 될 뿐이니까.
[그러니 넌 무쓸모… 커헉!!]그 때 가 사정없이 찢겨나갔다.
그리고 그를 찢으며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아스란.
슬라임의 모습에서 겨우 모습을 되찾은 아스란이 눈살을 찌푸렸다.
“결국 이렇게 되는 군. 이게 싫어서 내가 업보를 지려 했더니.”
“뭐?”
아무래도 아스란은 가란의 힘을 쓸 생각인 모양이었다.
“네가 헤일리에게 면죄부를 쓰면, 내가 네 업보를 가져가려 했다.”
이건의 업보는 자신이 대신지려 했던 것이다.
그러면 자신은 악신이 되어 죽어도, 3명은 모두 다 살 수 있으니까.
그랬는데.
“설마 그 아이가 태고신의 힘을 쓸 줄은 몰랐다.”
자신이 순간 헤일리에게 눌려 힘을 봉인당한 건 그 탓이었다.
아마 금기의 아이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괜히 크루더와 신이 교배하면 안 된다는 룰이 생긴 게 아니지.’
하지만 이건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아무래야 좋았다.
“면죄부를 헤일리에게 써도 소용없다는 말, 무슨 말이야. 저 새끼가 한 말 맞아?”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면죄부를 쓰면 지금까지 쌓인 업보는 사라지지만… 룰 자체를 없애지 않는 이상 또 반복될 테니까.”
한마디로 헤일리가 금기의 아이로 태어난 것, 이건과 가까워진 것에 대한 업보는 깨끗하게 청산되겠지만.
“만약 그 후, 너와 손만 잡아도 다시 업보가 생기겠지. 신과 크루더니까.”
“……!”
그 룰을 만든 건 의 왕.
즉, 룰을 아예 없애지 않는 이상 또 저주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본인도 그것을 알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면죄 받는다 한들, 이건을 좋아하는 마음을 없앨 수 있겠는가.
“좋아할수록 만지고 싶고, 옆에 있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본능이거늘.”
곧 이건이 못 마땅하다는 듯 눈썹을 치켜떴다.
“도대체 그 허무계 왕이 뭔데? 태고신하고 달라?”
“너도 아는 놈이다.”
“뭐?”
“우주.”
“!”
신들의 존재를 기억하는 존재.
그게 허무계의 왕. 우주.
그래서 신들은 그곳에 가는 걸 질색하는 것이었다.
놈은 자신들을 초월한 존재니까.
그러나 정작 이건은 가증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우주라니.
“아, 내가 사고 쳐도 나 하나 제대로 기억 못하는 그 머저리 똘추 새끼?”
“어… 으응, 그래.”
이건은 뭔가 떠올린 듯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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