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93)
제93화. 뭐? 뱀주인좌라고? (4)
“와, 너 진짜 치사하다.”
이건은 핸드폰을 던질 기세였다.
그가 들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휴고의 핸드폰.
그리고 이건이 그의 핸드폰을 내던지려고 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게 만나게 해달라니까 고작 사진으로 때우고 앉았어?”
그랬다.
이건이 보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휴고 아내의 사진.
제 아내가 보고 싶다는 말에 휴고가 꺼낸 비장의 수였다.
하물며 알겠다며, 큰 맘 먹고 제 아내를 보여주겠다며 내놓은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니 이건으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이 새끼가 자식들도 그렇게 안 보여주려고 하더니.”
그러나 휴고는 뻔뻔했다.
“왜. 뭐. 그래도 이번엔 사진 보여줬잖아!”
이 자식 봐라?
하지만 휴고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꿋꿋하게 화면을 넘겼다.
“자, 봐. 이게 첫 데이트 기념사진. 이게 처음 손 잡은 기념사진. 이게 처음 뽀뽀했던 기념사진. 그리고 이게 처음 생얼을 봤을 때 기념사진! 예쁘지!”
“…….”
“자 됐지? 이제 너 우리 와이프 다 본거야. 끝.”
결국 이건의 험악한 째림에 휴고가 움찔해서 시선을 피했다.
이건은 도대체 이 새끼가 왜 이러나 싶었지만, 곧 휴고가 선심 쓰듯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내가 아끼는 사진까지 보여줄게.”
이건은 어처구니가 없다가도 배경에 찍힌 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때, 우리 지우는 사계절 내내 이쁘지?”
“뭐 그래 예뻐. 그런데 이것들은 전부 어디서 찍은 건데?”
“뭐?”
“시간은 달라도 데이트 장소가 전부 같은 곳 같은데. 어디야?”
“뭐? 어디긴, 네 박….”
네 박물관이라고 말하려다가 화들짝 놀란 휴고가 눈알을 굴렸다.
“박타는 거 보러 간 거야! 너 없는 동안 재밌는 전시가 많았거든!”
이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보았다.
이 새끼, 진짜 수상하네.
그러나 휴고는 조마조마한 듯 가슴을 졸였다.
그리고 왠지 더 했다간 이건에게 맞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내 딸과 아내만큼은 뺏길 수 없다.’
제 자식들이 이건을 만났다가 어떤 결과가 나왔었던가.
순간 유하의 결혼 이야기를 떠올린 휴고의 얼굴이 아수라가 되었다.
‘뭐 아직 자식들도 뺏긴 건 아니지만.’
성재도 만나는 즉시 성단을 탈퇴하게 하리라.
그리고 제 아내만큼은 믿지만, 그래도였다.
‘실물은 만나게 할 수 없어.’
안 그래도 제 성신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던 휴고였다.
왜?
[계약자여, 성단의 입단 자격을 수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20년 후. 이건과 재회하고 얼마나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갑자기 성단의 입단 기준을 고치자는 성신의 말에 누구보다 기뻐했던 자신이었다.
안 그래도 꼴찌신좌라 가입자들이 적은 판국에, 입단 기준까지 높으니 성도들이 들어오려야 들어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깊이 감사했다.
‘태양의 왕이시여, 잘 생각하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희가 연예인 팀도 아니고, 입단 기준이 준수한 외모인 건 시정에 맞지 않았습니다. 누차 말씀드렸던 대로 민첩성을 기준으로….’
[입단 기준을 네가 아닌 이건의 외모로 올리도록 하자]‘야!’
아무튼 그런 일도 있었고, 여러모로 이건의 외모는 문제 덩어리였다.
새삼 제 아내가 이건의 얼굴을 보고 반할 리도 없겠지만, 그래도였다.
‘절대 만나게 할 수 없어.’
이건에게 쳐맞는 한이 있더라도 아내와 딸은 지킨다.
그럴 때였다.
“건아, 슬슬 시간이다.”
사실 목적지인 전갈좌의 영역은 폐쇄적이었다.
물론 언론까지 탄압하는 남쪽신좌들보단 낫지만 상당히 닫힌 편.
그래서 전갈좌의 영역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바로 사자좌의 영역인 미국을 지나 캐나다 영토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그래서 미국 쪽으로 가려면 텔레포트 시간대를 맞춰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이었는데.
“건아?”
정작 장본인은 제 핸드폰이나 보면서 인상을 쓰고 있었다.
“건아, 가자니까?”
“떠나기 전에. 해결할 게 있어.”
“허, 그러니까 와이프라면 여기 사진 보여줄 테니… 컥!!”
결국 휴고는 참다못한 이건에게 걷어차였다.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하찮은 방벽 (A급)]“사진은 이제 됐어. 새끼야. 그거 말고.”
“?”
휴고는 이건이 내미는 핸드폰 기사에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이 어색해 이상한 피싱 사이트를 가져오던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세계 메이저 언론부터 듣보잡 가십지까지. 신궁좌를 욕하는 영상과 기사들이었다.
이건이 뭘 보고 있는지 파악한 휴고는 탄식했다.
“뭐야, 왜 갑자기 10년 전 기사 같은 걸 보고 그래?”
휴고는 그게 뭐가 좋냐며 최신 페이지를 열려고 했다.
“지금 네가 벨기에를 구했다고 전세계가 난리도 아니야. 탑뉴스로 뜨고 네 칭찬이 가득한데 그거나 보…”
그러나 이건은 핸드폰을 치웠다.
“네가 뭘 잘못했다고 이딴 식으로 물어뜯기고 있었는데?”
“!”
제 친구가 자신도 아니고 남한테 욕을 쳐먹는 건 불쾌한 일이었다.
그리고 물러설 기미가 없는 이건의 반응에 휴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10년 전, 아내와 아끼는 부하를 잃었지만 명예까지 실추했던 사건.
확실히 그건 신궁좌가 꼴찌신좌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휴고는 이제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중요한 건 저 사건의 피해자들이 이건 덕분에 깨어났다는 것이다.
“괜찮아. 네 공도 곧 전 세계에 알려질 거고, 욕 먹는 건 뭐. 내 실수가 맞으니까.”
이건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신궁좌가 만든 돔이 뚫렸다? 심지어 그걸 네가 인지하지 못했다?”
휴고는 쓰게 웃었다.
그래서 그 사건 직후. 신궁좌는 12신좌 중 유일하게 돔으로 도시를 지키고 있지 않다.
한때 철벽으로서 방어신좌 다음가는 돔이라 칭송 받았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돔은 신좌의 존재 이유였고, 그걸 쓰지 않는 만큼 사람들한테 무시 받는다.
“그땐 나도 너처럼 할 수 있을 거라고 자만했었나봐. 능력도 안 되는데 깝쳤었지.”
동시에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휴고는 자신이 직접 가르쳤고, 인정하는 능력자였다.
“이게 정말 네 실수라고 보냐?”
“…뭐?”
그때 이재원이 끼어들었다.
“말씀드리려 한 게 그 내용이었습니다.”
“뭐?”
“그때 저와 사모님을 잡아먹은 그 괴수요. 그건 외부에서 침입했던 괴물이 아닙니다. 내부에서 소환을 한 겁니다.”
“!”
이건이 웃었다.
“그래. 네 돔은 처음부터 잘못 된 게 없었어. 한 번도 뚫린 적도 없었던 거고. 그냥 인간이 내부에서 괴수를 소환했었던 거야.”
휴고는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줄곧 자신의 무능력을 생각했던 그였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인류의 적을!”
“이번에 처녀좌 성역에서 봤잖아? 인간이 괴수를 소환하는 광경.”
“……!”
“10년 전에도 놈들이 소환을 한 거겠지. 그리고 아마도 범인은 천칭 그 여자.”
“……!”
“뻔해. 그 여자는 날, 아니 내 존재 자체를 끔찍이 싫어했으니까.”
이건이 미간을 좁혔다.
“솔직히 말해서 난 그 여자를 범인으로 보고 있거든? 날 탑에서 죽이려 한 범인.”
“!”
“넌 내 파트너였어. 12명 중엔 이미지도 좋았고.”
좀 호구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렇지, 진심으로 사람들을 구하고 지키려던 모습은 세상 사람들의 귀감을 샀다.
솔직히 짜증은 나는데, 개차반인 자신보다 이미지는 수천만 배 좋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날 무능력자 쓰레기로 매장해야 했는데. 나에 대해서 좋게 증언하는 네가 상당히 거슬렸겠지.”
그래서 그 여자는 휴고를 매장하려 한 것이다.
10년 전 그 사건으로.
곧 이건의 눈이 번득였다.
“그리고 너, 천칭한테 발목 잡혔지?”
“뭐, 뭐?”
“아닌 척 하지 마. 그 크레이지가 서쪽 신좌 이야기를 하면서 천칭 이야기를 할 때 너 얼굴 굳었었어.”
휴고는 탄식했다.
역시 이건의 눈은 못 피한다.
“맞아. 사실 10년 전 그 사건. 범인들이 바로 천칭좌의 아들들이었거든.”
“!”
윤태우와 윤시우.
당시 그들은 미성년자.
덕분에 언론에 이름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휴고는 범인이 그들인 걸 알았다.
‘뭐, 괴수를 소환했을 줄은 몰랐지만.’
그땐 괴수가 좋아하는 체액을 가지고 놀다가 사고가 터진 걸로만 알았으니까.
그리고 그 사건이 터지고, 천칭좌는 직접 자신에게 딜을 해왔다.
[자 휴고, 골라. 양자택일이야.]자신 혼자 뒤집어쓰고 제 자식들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실수를 저지른 천칭좌의 아들을 공개하고, 다 같이 죽을 것인지.
뭐, 당시엔 아내와 아끼던 부하도 잃고 남은 자식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그럴 때 이건이 물었다.
“그럼 혹시 성재 신앙심이 낮은 것도 그 사건 탓인가?”
“뭐?”
사실 이건은 어떤 부분을 굉장히 이상해 했었다.
원수인 천칭좌의 신앙심이 –99% 였던 건 당연하다 쳐도.
-신궁좌 신앙심 0%
아빠에 대한 신앙심이 상당히 낮았다. 물론 처음에야 사춘기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뭐 니 아들이 너 싫어할만 하긴 한데. 혹시 그 사건이랑 연관 있나 해서.”
그 말에 휴고는 작게 신음했다.
그 당시의 일로 추측 가능한 거라곤 하나뿐인데.
‘아빠. 정말이에요. 제가 봤어요. 그 고등학생 형들이 괴수를 소환했어요. 실수로 뭔가를 쏟은 게 아니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장례식 때였다.
그리고 그때 아들한테 했던 말을 떠올린 휴고는 끙 미간을 짚었다.
사과도 했고, 당시 어린 아들의 말을 믿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땐 어쩔 수 없었다.
‘네가 엄마를 부르지 않았어도.’
천칭은 제 아이들을 노리고 있었고, 그런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제 아들이 계속 위험하게 그런 말을 하고 다닐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미안함은 여전하다.
“그래도 그 사건 때문은 아닐 거야. 고작 5살 때 일이었는걸. 어떻게 그걸 기억해.”
“왜? 성재 머리 좋잖아.”
“에이, 학교에서도 꼴등만 해.”
그 말에 이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꼴등? 꼴등은커녕 전국 1등이라 들었는데?
특히 이과 쪽으로는 하버드에서 데려가려고 하는 걸 봤는데?
뭐 아무래야 좋았다.
“아무튼 천칭네 아들이 니들을 건든 장본인들이란 거지?”
“!”
순식간에 험악해지는 이건의 목소리에 휴고가 흠칫 놀랐다.
“잘됐네. 천칭한테는 볼일이 있었는데.”
천칭좌는 신좌 1위.
자신이 죽은 뒤 갑자기 1위로 부상한 것 하며, 수상하기 짝이 없어 가장 먼저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제 친구와 조카 일에 이미 얽혀 있었어?
그래서일까.
“재원아. 윤태우랑 윤시우인가 그 범인들. 행방 알아내.”
이건의 눈빛이 섬뜩하게 번득였다.
이재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전갈좌를 찾아가는 것도 반쯤은 천칭 때문이 아닌가.
‘전갈좌는 성신들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특별한 물건을 가졌다 들었다.’
이건은 그것을 노리는 것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말했다.
“그리고 전갈 쪽하고 제대로 싸울 준비도 해놔. 전갈은 나만 보면 도망갈 정도로 날 싫어하거든.”
그말에 이재원은 갸우뚱했다.
전갈좌가 이건 님을 싫어해?
‘그럴 리가 없는데.’
오히려 전갈좌는….
곧 이건이 말했다.
“아무튼 너도 마음의 준비해.”
마음의 준비란 말에 휴고도 눈빛을 번득였다.
‘천칭좌.’
그녀는 다른 신좌들 위에 군림하는 1위 신좌였다.
예전에야 아이들이 어려서 맞붙을 생각을 못했지만 글쎄.
아이들도 자기 몸을 지킬 정도는 되겠다. 하물며 이건을 탑에 가둔 사건과도 연관이 있어 보이겠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군.’
아마 이건도 그걸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같이 천칭을 처리하자고.
안그래도 유하의 팔 문제도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휴고는 새삼 감동해서 마음을 다잡고 이건을 보았지만….
“아. 성재야. 삼촌인데. 엄마 연결 좀 해봐. 다시 깨어나셨다 했지? 어. 영상통화 좀 하려고.”
“야!!!”
이건은 전화기를 빼앗겼다.
* *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전갈좌의 성역.
이건의 소식을 보고 있던 미녀가 있었다.
그리고 사자좌가 추락했던 창공의 성 드라크마.
통칭 뼈다귀 경매라 불리게 된 드라크마 경매에 뼈다귀를 내보냈던 장본인.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전갈좌 성도가 급하게 달려왔다.
“성주님! 큰일입니다!”
성도의 호들갑에 미녀가 노트북을 닫으며 혀를 찼다.
엄청난 위압감이었다. 웃음이라고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절세미녀였다.
“정숙하라. 이곳이 어디라고 소란을 피우느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게, 이건이 전갈좌의 성역 쪽으로 오고 있다 하여…!”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미녀가 노트북을 떨어트렸다.
“이, 이건이라고!”
차가운 표정의 미녀가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9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