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남매싸움 (5)
– 유진 씨.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본 노아가 날개를 내리고 몸을 바싹 낮추어 주었다. 그의 등에 올라 하네스와 연결된 벨트를 착용했다. 이어 선생님 스킬을 노아에게 썼다. 반대편 끝에 선 리에트의 모습이 선명하게 인식된다.
예림이에게 빌린 숄을 노아의 목에 감아 주었다. 눈에 덜 띄게 하기 위해서 하네스처럼 하얀색으로 염색했다. 손을 뻗어 비늘 덮힌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처음에는 회피에만 집중하는 겁니다.”
– 네.
멀리서 예림이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방송용 헤드셋을 착용하고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안력을 향상시켜 주는 아이템도 사용한 채다.
일반인은 위험도 하거니와 동체시력이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해 A급 랭킹전에는 비행 스킬을 지닌 A급 헌터가 촬영 및 해설로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했다. 자칫했다간 휩쓸려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예림이는 S급에 순간이동도 가능하기에 안전하게 S급 전투 중계를 할 수 있었다.
나도 이어폰을 끼고 미리 예림이의 마이크와 연결해 놓은 수신기를 켰다. 이내 예림이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경기의 중계를 맡은 박예림입니다.]발랄하게 인사하며 자신을 비추는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든다.
그 세성 길드장은 방송 장비와 힐러가 있는 곳에 가 있었다. 이왕 온 김에 방송장비의 보호를 맡아 주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스킬만 보면 도리어 자기가 부숴먹을 판이지만.
유현이도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노아의 스탯 대여 유지 시간은 30분이라 필요할 때 빌리기로 부탁해 놓았다.
[세성 길드장이 손을 들어 보이네요. 곧 시작할 모양이에요.]예림이의 중계를 들으며 자세를 좀 더 안정적으로 낮추고 공격 스킬 두 배를 노아에게 공유했다. 비행 중 불가피하게 스킬 해제될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끈으로라도 연결되어 있으면 접촉 상태로 쳐주었다. 여태까지도 피부가 직접 맞닿은 게 아닌 옷이나 장갑 따위가 사이에 있었었고.
정확하게 실험해 보자 대략 대상자의 키 절반까지는 끈이나 막대 따위의 물건을 통한 연결도 유효했다. 다만 팔을 벌린 손끝이 아닌 몸통에서부터의 거리였다. 사실상 팔을 쭉 뻗어 잡은 것보다 조금 더 긴 범위였다.
하늘 위로 희미하게 빛이 파짓 튀었다. 노아의 두 날개에 힘이 들어가고 뒷다리가 땅을 박찰 준비를 한다. 리에트 또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손에 빼 들었다.
콰과광!
뇌성이 쳤다. 노아는 날듯이 펼쳤던 날개를 접고 앞으로 뛰었다. 동시에 대기가 크게 떨렸다. 만약 그가 날아올랐다면 있었을 지점에.
기이잉─
반달 같은 검격이 넓게 스치고 지나간다. 이어 등 뒤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리에트의 공격에 산 중턱이 깊게 파헤쳐졌습니다! 노아 오빠 곧장 날아오르지 않고 잘 피했어요! 이제 날아오릅니다! 리에트, 바로 쫓아가는군요.]“산 쪽으로요!”
이쪽은 비행이 가능하니 평지보단 장애물이 있는 쪽이 낫다. 노아가 빠르게 날개를 펄럭였다.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예림이가 리에트의 움직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이내 아래가 여름의 숲으로 바뀌었다.
콰과광!
[리에트가 검을 휘두르자 나무가 전부 잘려, 아니 부서졌습니다! 스킬일까요, 바람 같은 것에 휘감긴 파편들이 하늘을 향해 던져집니다.]숲의 일부가 공중에 펼쳐졌다. 가지와 잎이 그대로 달려 있는 나무가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노아는 그간 갈고 닦은 비행 실력으로 파편을 피하거나 일부는 발톱으로 부수며 다시 리에트로부터 빠르게 멀어져 갔다.
“이대로 계속 피하세요. 리에트가 전용화할 때까지.”
공격 스킬 효과가 두 배가 되었다 해도, 노아에게는 큰 효과가 없었다. 애초에 보조계와 방어계에게는 그리 쓸모없는 스킬이었다. 일단 적용할 만한 공격 스킬이 있느냐부터가 문제였으니까.
노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독은 쓸 수 없고 소리 없는 비명도 리에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랭킹전에서는 장비 외의 아이템은 사용 금지이니 진통제도 못 먹는다. 그러니 쓸 만하지 않을까 싶었건만.
‘누님에게는 효과 없을 거예요.’
작전을 짜며 리에트가 가진 스킬에 대해 알려 주던 노아가 말했다. 리에트의 전투 보조 스킬, 승리를 향한 심장. 싸움에 집중할 시 상대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을 빠르게 해 주고 부상의 통증을 크게 감소 및 빠른 지혈로 활동에 지장 없도록 도와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두 배치의 소리 없는 비명이라 해도 리에트라면 가볍게 참아낼 수준일 거라고 하였다. 결국 단 두 개 있는 공격 스킬이 모두 봉인된 셈이었다.
남은 것은 새로이 얻은 고요한 상처, 하나뿐이었다.
예림이가 정말로 걱정스럽게 말했다. 경기장 범위가 정확히 정해지진 않았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장외 패 규칙이 존재했다. 장외에 근접하면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이 신호탄을 쏘아 알려 주게 되어 있었다.
“자꾸 도망치기만 할 거니, 페블!”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노아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리에트를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공기가 떨려왔다. 금색 날개가 급격히 방향을 뒤틀며 노아의 몸체가 사선으로 하강한다.
쾅! 쾅! 쾅!
주위 전체를 베어 버리던 처음의 공격과 달리 이번에는 뚝뚝 끊긴 검격이 연속으로 꼬리를 물고 쫓아왔다. 노아가 이리저리 날개와 몸을 비틀며 유도탄처럼 따라붙는 공격을 피한다. 몇 번 아슬아슬하게 날개와 꼬리 끝이 스치기도 했으나 상처는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그때.
[앗, 리에트 자기 쪽으로 노아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있습니다!]예림이의 말이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지상에 가까워져 있었다.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이 듦과 동시에 선생님 스킬을 통해 노아에게 미리 정해 놓았던 감각을 전했다.
유도되었다면 피하긴 이미 늦었다. 그러니.
“안녕, 페블.”
숲 사이에서 리에트가 덮쳐들었다. 회피 불가능한 거리에서 칼날이 빛난다. 공격을 피하는 대신 노아의 몸이 빙그르 돌아가고.
카강!
휘둘러진 검이 내 팔에 부딪쳤다. 본래라면 후폭풍만으로 주위가 쓸려나갔을 공격이다. 하지만 타격음 외의 여파는 피해 무효화의 위력에 삼켜져 완전히 사라졌다.
나와 눈이 마주친 리에트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것도 잠시, 공격이 무효화된 틈을 놓치지 않고 노아가 꼬리를 휘둘렀다.
퍽!
기다렸다는 듯 들어 올려 진 워커 밑창이 금빛으로 휘감긴 꼬리와 맞부딪쳤다. 리에트의 몸이 튀듯이 솟아오르고 공중에 붕 떠올라 무방비한 상태인 그녀를 향해 노아가 이빨을 드러낸다. 드래곤에 비하면 가녀리게까지 보이는 몸을 두 동강 낼 듯 날아들던 노아가 웃음 짓는 금안을 보곤 황급히 날개의 방향을 꺾었다.
“어딜 도망치려고!”
리에트가 검을 허공에 세웠다. 그녀의 몸이 빙글 돌며 검날을 발로 강하게 박찬다.
텅─!
어느새 날카로운 검은 발톱을 드러낸 손아귀. 그것이 화살처럼 노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카가각
– 읏!
이미 거리를 벌렸기에 직격당하지는 않았으나 날개 죽지의 비늘이 길게 긁혀 나갔다. 옅게 핏방울이 튀고 땅으로 떨어진 리에트가 재빨리 검을 주워든다. 그사이 몸을 돌린 노아가 회복 스킬을 쓰며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정말 아슬아슬했네요! 회복 스킬이 있다는 것은 포션을 쓸 수 없는 랭킹전에서 큰 장점이죠. 그러니 보조계 헌터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모든 헌터에게는 장단점이 있어요.]저거 석시명이 시킨 거구만. 리에트가 또다시 노아를 쫓아왔다. 자꾸만 피해 다니는 것에 슬슬 열이 오르는 모양이었다. 특별한 스킬을 가지지 않는 한 두 발로 달리는 작은 인간이 날개를 지닌 드래곤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인 힘의 폭발로 인한 이동 속도야 빠르지만 그걸 계속 유지하기는 힘드니까.
“체력은 아직 괜찮아요?”
– 네, 멀쩡해요. 좀 더 누님을 약 올려 볼까요? 약간 더 다친다 해도 아직 마나도 넉넉하니까요.
“그래도 최대한 조심해야죠. 한 번 발목 잡히면 치유 스킬 쓸 틈도 안 준다면서요.”
– 네…….
과거 일이 떠올랐는지 노아의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이런. 걱정하지 말라고, 잘하고 있다고 얼른 다독여 주었다.
[노아, 장외에 근접해 가고 있습니다. 저기서 신호탄이 쏘아지네요!]피이잉, 빨간색 불꽃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그와 동시에 노아가 비행 방향을 홱 꺾었다. 쫓아오던 리에트를 놀리듯이 바로 위를 빠르게 지나가자, 단속적인 공격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거리차이 덕분에 피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쥐새끼 같구나!”
리에트의 목소리에 슬슬 짜증이 깃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 크르르르.
묵직한 목 울림소리와 함께 흑색의 거대한 드래곤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하나하나가 거대한 쇠갈고리 같은 발톱이 바닥을 긁는다.
“노아 씨, 유현이에게!”
쾅, 쾅, 쾅. 무시무시한 울림과 함께 흑룡이 뒤를 바싹 쫓아왔다. 리에트의 뒤쪽으로 지진 난 듯 엉망으로 들쑤셔진 땅이 보인다. 거대한 덩치와 힘이 자아내는 속도가 노아의 날갯짓을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 이리 온!
나비를 쫓는 고양이처럼,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훌쩍 도약한 리에트가 발톱을 휘둘렀다. 직접 맞지 않았음에도 그 여파가 노아의 날개를 거칠게 휘감았다. 위태롭게 비틀거리면서 노아가 유현이를 향해 스탯 대여 스킬을 썼다. 빌린 것은 다름 아닌 근력이었다.
그 직후, 유현이가 칼을 뽑아들었다.
카가가각!
리에트의 발 앞으로 길게 선이 그어지고 불길이 장벽처럼 솟아났다. 가늘어지는 황금색 눈을 향해 유현이가 내뱉었다.
“여기서부터 장외다.”
– 더 넓었던 거 같은데, 편드는 거 아냐?
“내가 왜.”
[번외 경기라도 벌어지나요! 근데 다른 헌터가 난입하면 어떻게 판정 나는 거죠? 경기 중단인가? 3파전도 재미있을 텐데!]예림이가 신나 하고 유현이와 리에트가 으르렁거리는 사이 노아가 준비해 둔 장비를 꺼내 착용했다. 다름 아닌 발톱에 장착하는 씌우개였다.
“이미 말했지만 1회용이에요.”
단 한 번, 발톱의 관통력을 극대화해 주는 명우 작 장비였다.
노아의 힘으로는 리에트에게 변변한 상처를 입히지 못한다. 인간일 때는 제대로 접근하지 못할 뿐더러 드래곤의 상태일 때는 두꺼운 비늘을 뚫기 힘들었다.
하지만 노아의 새로운 공격 스킬, 고요한 상처는 상대에게 부상을 입힌 뒤에나 발동되었다.
“기회를 노려 최대한 길게, 깊게 상처를 내는 겁니다.”
리에트는 회복력 또한 강하다. 포션이나 치유 스킬 없어도 바로 출혈이 멎고 심지어 전용화일 땐 가벼운 상처는 오래지 않아 아물어 버린다. 그러니 회복하지 못하고 유지될 상처를 내야만 했다.
“전용화한 리에트는 비늘을 믿고 방어 회피에 신경을 덜 쓸 겁니다. 목이 두껍고 짧은 편이라 시야도 좁아요.”
– 네, 연습 많이 했어요.
리에트보다 덩치는 작지만 비슷한 형태를 가진 지룡이 나오는 C급 던전. 노아는 하루 종일 그곳에 들어가 지룡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속도도 파워도 천지 차이겠지만 기본적인 움직임은 비슷할 터였다.
황금색 용이 흑색의 용을 향해 몸을 돌렸다. 공중에 멈춘 노아를 리에트가 만족스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 드디어 제대로 할 마음이 들었니?
대답 대신 노아가 날개를 접었다. 아래로 뚝 떨어지는 금빛 몸체를 향해 시커먼 덩어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달려든다. 카라라락, 가시들이 줄서는 소리가 귀를 때리고 파헤쳐지는 땅 위로 흙먼지가 날렸다. 리에트와 부딪치기 얼마 전, 노아가 크게 날개를 펼쳐 파닥거렸다.
휘웅, 공기가 부풀어 오르며 그렇잖아도 올라오던 흙먼지가 더욱 짙게 넓게 퍼진다. 리에트가 순간적으로 눈을 깜박였다. 휘리릭, 노아가 몸을 돌리고 무시무시하게 드러난 송곳니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검은색 갑옷 같은 비늘을 금빛 날개 끝이 부드럽게 긁는다.
콰각!
리에트의 목을, 두터운 근육을 노아의 발톱이 파고들었다. 급하강하던 속도에 힘입어 그대로 길게 어깻죽지까지 붉은 선이 이어진다. 비늘이 튀고 살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핏물이 내 옷까지 적셨다. 그 효과를 다한 발톱씌우개가 산산조각 나 흩어진다.
– 크르륵!
고통 어린 소리는 아니었다. 분노였다. 흑룡의 몸이 그 크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동성을 보이며 홱 돌아간다. 솟은 가시가 시야를 가리고 상대적으로 조그만 노아의 몸을 거대한 앞발이 후려쳤다.
– 캬악!
“노아 씨!”
노아의 오른쪽 날개와 뒷다리가 거의 찢기듯 하였다. 다행히 노아는 정신을 잃지 않고 치유 스킬을 쓰며 리에트의 등 위로 피해 절뚝이며 내달렸다. 흑룡이 몸을 뒤집어 떨어뜨리려 하기 직전, 회복된 날개가 펼쳐졌다.
“잘했어요!”
재빨리 날아오르며 헐떡이는 노아에게 칭찬을 던졌다.
“이제 시간은 우리 편입니다.”
고요한 상처가 두 배 효과로 발동되었다. 황금용이 몸을 가늘게 떨며 저만치 아래의 흑룡을 내려다보았다. 그 떨림이 서서히 멎어간다. 분노에 찬 누나의 눈을 마주하고도 노아는 차분히 날개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