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367
365화 처분(1)
우리 세계 최초의 도깨비이자 왕인 윤윤과는 다르게 도깨비 종족은 큰 능력 없이 무해했다. 대부분은 낮은 은신 스킬과 도깨비불 변신 스킬, 비행 스킬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은신과 비행만 해도 등급 대비 높게 평가받는 희귀 스킬이었지만 문제는 종족 자체의 성향이었다.
“피, 무서워!”
“죽는 거 안 돼!”
도깨비들은 남을 먼저 해치는 것을 싫어했다. 장난으로 섬을 날려 버리는 건 괜찮지만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치면 안 된다. 설사 먼저 공격당한다고 해도 적을 죽이는 건 못 한다고 했다. 몬스터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레벨을 올리는 건 불가능한 데다가 스킬과 달리 기본 스탯 자체는 몇몇을 빼곤 비각성자와 비슷하거나 더 낮기도 했다. 굳이 일을 맡긴다면 첩보 활동 정도겠지만 성격상 교육시키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저기 저 사람을 미행해서 정보를 빼와, 라고 시켜 봤자 얼마 못 가 제 눈에 더 흥미 있어 보이는 나비나 강아지나 고양이나 풍선 등등을 쫓아가 버릴 테니까.
단거리 순간 이동을 쓸 수 있는, 개중 뛰어난 능력을 지닌 도깨비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등급이 낮아서인지 윤윤과는 다르게 순간 이동의 제한도 컸다.
거리가 짧을 뿐만 아니라 옮길 수 있는 물건의 크기는 자기 몸의 절반 이하였다. 또한 자신의 스탯보다 등급이 높은 생물이나 아이템은 옮길 수 없었다. 아이템이야 인벤토리에 넣으면 그만이지만.
‘제일 강한 도깨비 스탯이 새끼 수룡과 같아서 다행이었지.’
크기야 미니미니 쿠키가 있고. 세트로 사길 정말 잘한 거 같다. 유용해. 아무튼 도깨비들은 평범하게 일을 시키기엔 꽤 까다로운 종족이었다. 그냥 평화롭게 장난이나 치며 놀고먹는 게 딱 어울린다고 할까.
“거,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수룡이 비룡이 된 후 내 침실도 옮겨졌다. 용의 덩치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의 침실은 너무 좁았다. 애 훈련도 시켜야 한다, 다른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스트레스 받는다, 하고 우겨서 원래 훈련실로 쓰던 곳을 얻어 냈다.
“특히 등급 높은 사람들, 접근하지 마세요. 위협받으면 거기에 맞게 성장해 버려서 스탯 낮아집니다.”
저리 가라고 훠이훠이 손짓을 했다. 물론 거짓말이고, 사실은 가짜 지느러미를 들켜 버릴까 봐서였다. 감쪽같이 붙이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감시병들을 방 끝으로 보내 버리곤 드래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착하지, 얌전히 있어.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진짜 괜찮아요. 여기 엎드려 있자, 아이 착해.”
S급 헌터가 셋이나 있으니 섣부르게 움직이면 안 된다. 사실 가짜를 내세우기 보단 ‘어, 새끼 수룡이 사라졌네’ 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어차피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는 나를 의심할 가능성은 없었으니까. 정황상 추궁 정도는 당했겠지만 그뿐이다.
하지만 우리 착한 드래곤 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걱정을 해서 계획을 약간 수정했다. 사라진 수룡을 찾는다고 주위를 뒤집어 대면 도깨비들이 움직이기도 불편해지니 이편이 더 낫기도 했다.
‘이제 윤윤을 찾고 박하율의 스킬만 해제하면 되는데.’
둘 다 아직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우선 후자를 해결하면 애들이 나 때문에 발목 잡힐 일이 없으니 합류해서 같이 윤윤을 찾아다닐 수 있겠지. 그런데 왜 황림은 내가 박하율의 스킬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장담한 걸까.
‘우선 외모에 호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지. 그럼 그 얼굴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스킬이 풀리나?’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평균적인 미적 감각을 지녔다면 못생겼다곤 절대 말하지 못할 얼굴이니까. 분명 쉬운 편이라고 했으니, 내게 문제가 있다는 뜻이겠지. 내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른 점.
회귀한 거야 황림은 모르고 몬스터 사육은 무슨 관련이겠어. 스탯이야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저주저항도 모르고 독저항도 관련 없을 테고… 그리고.
‘…공포저항.’
이건가. 황림도 나더러 겁 없다는 식의 소리를 몇 번이나 했었다. 공포심을 느끼면, 그러니까 박하율의 스킬에 대해 혹은 박하율 자체에 대해 두려워지면. 그럼 스킬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호감을 바탕으로 하는 스킬이니 그럴 듯했다. 확인을 해 보기 위해 박하율을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유진이 형!”
얼마 지나지 않아 박하율이 세상 해맑은 얼굴로 나타났다. …공포저항이 없어도 저놈이 무서워지진 않을 거 같은데.
-크르르.
“안 돼요, 안 돼. 착하지, 한 번만 참자. 하율아, 다가오지 말고 거기, 그쪽에 앉아.”
떨어져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드래곤에게 얌전히 있어 달라며 달래고 박하율에게 다가갔다. 박하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리 많이 아파요?”
“그럼 안 아프겠냐. 넌 잘 지내나 보다.”
좀 얄밉기는 한데. 일단 나도 의자에 앉았다. 대놓고 네 스킬 약점이 공포심 느끼면 안 통하는 거 아니냐, 하고 물으려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추측도 말 못 하는 건가. 그럼 몸으로 체험해 보지 뭐. 괜찮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지만 잠깐 확인만 해 보는 거다.
숨을 짧게 들이켜곤 공포저항 스킬을 껐다.
“S급 헌터들 중에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 찾기가 힘들다니까요. 그래도 좀 얌전히 있으시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다친 다리가 새삼스럽게 욱신거린다. 붕대를 감은 손이 눈에 들어왔다.
“형?”
박하율이 몸을 일으키며 내게 손을 뻗었다. 오전에 당한 일들이 그 위에 덮어씌워지며 내 몸이 반사적으로 도망치려 들었다.
콰당탕!
-캬륵!
“형! 괜찮아요?”
의자와 뒤엉키며 바닥에 쓰러졌다. 급히 일어서려는 움직임을 다리가 버티질 못했다. 예전에도 이렇게.
나를 향한 차가운 시선이 떠올랐다. 그 눈동자 너머로 얼마나 까맣게 속이 타고 있을지 쉽게 상상이 되었다. 얼른 공포저항 스킬을 다시 켜며 소리쳤다.
“괜찮아! 그냥 넘어진 거니까.”
오지 말라며 고개 젓고는 박하율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젠장.
“조심하세요, 형.”
“···그래.”
효과는 있었다. 박하율로부터, 이곳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졌으니까. 하지만 공포저항 스킬이 켜지자 바로 원래대로 돌아가 버렸다. 탈출하고 싶지 않았다.
‘미치겠네.’
초화운 그 새끼야 좀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익숙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다리는 멀쩡해지기 전까지는 도저히 안 되겠다. 아직 희미하게 떨리고 있는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일이 참 더럽게 꼬였다.
* * *
각성자 관리실 실장 송태원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기승수 사육소 소장 한유진의 납치에 대한 헌터 협회 및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품은 세성 길드장을 막아서다 일어난 사고였다.
세성길드 측은 공식적인 사과문을 내걸면서도 여전히 중국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짙은 유감을 표했다. 사과문에는 대한민국 제1의 길드이자 기승수 사육소와의 긴밀한 계약관계에 있으면서도 스탯 F급의 자국 헌터를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또한 들어가 있었다.
덕분에 중국의 답변을 의심스러워 하고 있던 사람들은 사고를 친 세성 길드장을 도리어 지지하고 자택에서 자숙하겠다는 말에 안타까워했다.
“한편으로는 송태원 실장의 책임감 또한 높이 평가하는 모양이더군. 비록 휴가를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지만 특실의 시설과 서비스는 특급 호텔 못지않다는 기사도 있고.”
성현제가 관련 보고서를 눈으로 읽으며 말했다.
“가해자로서 병문안 한번 가 드려야 할 텐데. 몸은 좀 어떠신가, 송태원 씨.”
송태원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한유현과 박예림이 먼저 중국으로 출발하고 남은 두 사람이 타고 갈 비행기 또한 준비되었다. 세성길드는 국내 타 길드들에 비해 해외 교류가 활발했기에 대놓고 전용기를 대기시켰다. 중국으로 향한다는 사실도 감추지 않았다. 목적도 한유진 소장의 수색 협조였다.
다만, 공식적인 탑승자는 세성 길드장이 아닌 A급 이하 길드원들이었다. 그들은 중국에 도착해 군부 측과 회담을 가진 후 다음 날 귀국할 예정이었다. 두 사람을 남기고서. 뻔뻔한 수작이었지만 중국은 거부하지 않았다. 아마도 성현제가 포함될 것까지는 그쪽에서도 예상하고 있을 터였다.
“내가 해외에서 시비에 휘말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말이야. 세성 길드장이 일을 치고 나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송태원 실장도 오게 되지 않을까, 라는 정도는 추측할 수 있겠지.”
몇 번이나 그랬듯이.
“아니면 그걸 피하기 위해 내가 일부러 송태원 실장을 입원시켰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느 쪽일 것 같나.”
“…후자일 확률이 높을 겁니다. 정부와 협회는 이미 소극적인 대응을 표했으니 세성 길드장이라면 방해받길 원하지 않겠지요.”
성현제가 비행기로 오르는 계단에 발을 디디며 말했다.
“동반 입국은 한 적 있어도 출국은 처음이로군.”
그의 뒤를 따라 비행기에 탑승한 송태원이 몇 걸음 가지 못해 흠칫 멈추었다. 응접실처럼 너르게 트인 기내가 온통 분홍빛이었다. 분홍색 벽에는 무지개와 유니콘이 그려져 있고 커다란 소파도 분홍색에 쿠션은 진분홍색이다. 연분홍 테이블 위에는 실물 사이즈 피스 인형이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샘플만 몇 개 나온 날개 버전이었다.
성현제가 그 당혹스런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흘렸다.
“한유진 군의 납치용으로 준비한 거라네.”
“…예?”
“내 파트너가 분홍색을 유독 좋아하더군. 그러니 이렇게 꾸며 주면 납치당한 분노가 덜어지지 않겠나.”
송태원의 머릿속에 당장 뛰어내릴 거라며 짜증 내는 한유진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납치 사실보다는 분홍색을 좋아한다는 오해에 대해 한참을 투덜대다가 태연하게 소파에 늘어지는 모습 또한.
객실 문이 닫히고 성현제가 소파에 앉았다. 송태원은 우뚝 선 채로 성현제를 바라보았다.
“왜 한유진 씨를 내버려 두는 겁니까.”
“목적지를 미국이나 인도 혹은 스페인이라고 말했던가.”
“충분히 보호할 수 있었을 겁니다. 세성 길드장이라면.”
비록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겠지만 안전은 보장되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한유진을 풀어 두는 것 자체가 송태원이 아는 성현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같은 S급 헌터라고 해도 자신과 동등한 취급은 절대 하지 않았던 남자다. 그 누구든 자신의 흥미를 채울 요소 이상으로는 여기지 않았다.
“어째서 손에 넣지 않고 놓아두는 겁니까.”
송태원이 재차 물었다. 그로서는 드문 행동이었다. 성현제가 목을 약간 기울이며 송태원을 올려다보았다.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가 입을 연다.
“내가 송태원 씨를 퍽 귀엽게 여기고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어리광을 부릴 줄은 몰랐는데.”
“…….”
“송태원 씨에게 있어 한유진 군이 어렵긴 어려운가 봐.”
“그건.”
“탐날 정도로 뛰어난 다른 각성자들 대하듯 한유진을 내가 데려가게 되면 송태원 씨 마음은 확실히 편해지겠군. 세성 길드장이 돌봐 주고 배려해 주며 그 관리하에 있는 F급 헌터가 될 테니.”
양이 스스로의 의지와 힘으로 늑대들과 어울리는 것은 이상하다. 하지만 가장 강한 늑대가 변덕을 부려 양을 제 보호하에 둔다면, 호가호위하듯 다른 늑대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금안이 비웃듯이, 혹은 안타깝다는 듯이 가늘어졌다.
“내 소속인 한유진이라면 고민할 이유도, 거부감을 느낄 필요도 없이 보호해 줄 수 있겠지. 어린 양이 하나 더 늘어나 버려서인가. 내게 떠넘기고 도망치고 싶다는 소리까지 할 줄이야.”
송태원은 아무 말 못 한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단순히 성현제의 태도에 대한 의문을 표한 물음이었지만, 그런 마음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앉게.”
명령에 따르듯 송태원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세성 길드원이 허락을 받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태블릿 PC를 정중하게 성현제에게 건넸다.
“중국으로부터 한유진 소장의 영상이 도착했습니다. 중국 군부의 추적 결과 한유진 소장의 납치범들은 대련 공항을 거쳐 중동 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중동이라.”
“그곳의 자유 경매장에 올라갈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해 왔습니다.”
단순히 돈을 노리고 납치했다는 뜻이었다. 이미 두 번이나 전적이 있으니 또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그 소리를 믿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지만.
송태원이 일어나 다가오고 성현제가 영상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 속에 나타난 한유진의 모습에 두 사람의 눈매가 동시에 찌푸려졌다.
[저는 무사합니다.]영상을 자연스럽게 편집하려고 애는 썼지만 뚝뚝 끊기는 흔적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경매 들어가기 전에 몸값 요구를 할 거라네요. 돈이 필요하면 그냥 나한테 달라고 하지. 이거 너무, 어쨌든 무사히 잘 있습니다.]동영상이 끝났다. 성현제는 묵묵히 태블릿 PC를 길드원에게 넘겼다. 세성 길드원이 나가고 짧은 침묵 후 성현제가 입을 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불쾌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