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383
381화 무서운 것 (3)
“왔어.”
“응?”
무슨 소리냐고 묻기 직전, 느껴졌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감각을 통해. 작고 약한 것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주춤거리고 머뭇거리면서도 뒷걸음질을 치는 일 없이.
도깨비들이었다.
“저기 있다!”
“무서워.”
“나 울 거 같은데.”
“울어도 돼?”
“얘 벌써 운다!”
한둘도 아니었다. 색색의 다양한 불빛이 어두운 호수를 가로지르며 슬렁슬렁 가까워져 왔다. 무서워, 무서워 하면서도 특유의 명랑함은 잃지 않은 채 재잘재잘 떠들고 있다. 아니, 그보다 저렇게 대책 없이 몰려오면 어떡하냐!
“멈춰! 위험해!”
스탯이 높아 봐야 C급, B급 정도에 F급짜리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S급들의 싸움터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위험하다니까!”
“응! 무서워!”
“알아, 중간 김 서방!”
알면 피해라! 윤윤을 공격하려던 송태원이 멈춰 서며 뒤로 훌쩍 뛰어 물러났다. 날뛰던 전류도 잠잠해졌다. 예림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다가오는 도깨비들을 바라보았다. 걱정되는지 눈가를 잔뜩 찌푸린 채다. 유현이도 윤윤을 경계만 할 뿐 덤벼들진 않았다.
다행히 윤윤도 굳은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오지 마! 아니 최소한 F급들은 두고 와야지! 스탯을 생각하라고, 스탯을!”
“한유진 군이 말하니 정말 설득력이 없군.”
“맞아요. 아저씨가 할 말은 아닌데.”
…아니, 나는 은혜도 있고. 없었던 적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대책 없이 굴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유현이도 이것만큼은 내 편을 들기 힘들다는 듯 시선을 피했다.
아무튼 도깨비들은 말로 해서 도망칠 거 같진 않았다. 중급 애들만 몇 명 오면 스킬 쓸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하며 보호해 주면 되는데, 왜 우르르 다 온 거야! 진짜 위험하다고! F급은 파편만 잘못 맞아도 죽어!
“우리 다 나왔는데.”
“작은 김 서방이 끌고 나왔어!”
“대왕님아, 그만 무서워지자.”
“중간 김 서방이 맛있는 거 준대.”
“맛있는 거 먹고 노래하고 춤추자.”
“같이 숨바꼭질해!”
“노래방 가 보고 싶어. 반짝반짝하고!”
“놀이공원도 가자!”
잔뜩 겁먹고 있던 도깨비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같이 놀자면서 목청을 높인다.
공간이동을 쓸 수 있는 윤윤이 붙잡혀서 저렇게 변한 것은 틀림없이 도깨비들을 인질로 잡힌 탓이다. 그러니 도깨비들이 무사한 모습을 본다면 무언가 반응을 나타내지 않을까. 아직 완전히 마왕화 되지는 않았으니까.
“…안 돼.”
윤윤이 작게 중얼거렸다.
“위험해, 인간은…….”
잠깐만, 윤윤의 눈에는 우리나 군부나 똑같은 인간─.
키이잉-
공기가 크게 떨렸다. 윤윤의 등을 따라 날개가 돋아난다. 도깨비들이 비명을 질렀다.
“무서워!”
“무서워! 엉엉!”
놀란 울음소리와 비명 소리에 윤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희고 단정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지고, 날카로워진 이빨 사이로 낮은 으르렁거림이 새어 나왔다.
역효과다. 우리 없이, 인간 없이 도깨비들만 그들의 왕을 마주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도깨비들만 두고 물러나기엔 너무 위험하다.
“조심!”
내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윤윤의 모습이 사라졌다. 전투 예지가 저릿하게 뒷목을 후려쳤다. 위험하다.
콰앙!
송태원이었다. 날카로운 마족의 손이 방패를 후려쳤다. 송태원의 두 발이 바닥으로 움푹 꺼지고, 버티기 힘든 듯 이를 으득 물며 미간을 좁힌다. 우지직, 방패가 빠르게 일그러져 갔다.
“꼬리!”
전투 예지보다 한발 빠르게 내가 소리쳤다. 지금 윤윤의 형태는 용인화와 흡사하다. 나도 몇 번 쓴 적 있는 스킬인 만큼 어떤 식으로 공격이 이어질지 눈앞에 훤했다.
유현이가 미끄러지듯 송태원의 옆으로 붙었다. 두 손으로 군림자의 검을 가로로 세워 듦과 동시에.
카가각!
가시를 세운 꼬리가 날아들었다. 유현이의 몸이 약간 밀려나나 싶더니 버티고 선다. 두 팔에 힘을 주어 터엉, 꼬리를 튕겨 내자마자 송태원이 몸을 확 낮추었다. 한쪽은 밀어내고 한쪽은 받아 물러난다.
정반대의 대응에 윤윤의 균형이 일순 흐트러졌다.
비틀거리는 윤윤의 다리를 향해 금빛 사슬이 날아들었다. 뱀처럼 다리에 휘감긴 사슬이 뿜어낸 것은…….
사아아-
전격이 아닌 냉기였다!
‘본질은 금속이 아닌 빛.’
그러니 수색자의 사슬은 예림이의 냉기 또한 담을 수 있었다.
“으으…….”
윤윤의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공간이동으로 사슬을 벗어나도 얼어붙은 다리까진 어찌할 수 없었다. 스탯 등급이 높은 만큼 오래 얼어 있진 않겠지만 잠시나마 한쪽 다리는 묶어 놓았다.
“잘했어, 예림아! 성현제 씨도요!”
어떻게 완전히 얼려서 붙잡을 순 없을까. 우리가 적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면, 도깨비들을 도와줬다고 인식하게 되면 진정시킬 수 있을 듯했다.
“윤윤은, 왕은 너희들을 보호하려고 그러는 거야! 무섭지 않아! 계속 괜찮다고 해 줘! 우린 적이 아니라고 말해 줘!”
땅에 박힌 발을 빼낸 송태원이 전투 해머를 꺼내 들었다. 그러곤 콰앙!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내리친다.
뭐 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이내 이해할 수 있었다. 무게를 실은 힘이 비스듬하게 땅을 내리치며 치솟게 만들었다. 연이어 쾅, 쾅, 여기저기 벽을 세운다.
공간이동을 방해하기 위함이었다. 공간이동이라고 해도 장애물이 있는 곳에 겹쳐서 이동하지는 못하니까. 게다가 비행 중인 적을 공격하기 위해 도약하기도 쉬울뿐더러 날개와 꼬리가 있으면 장애물이 더더욱 거치적거린다.
‘송 실장님은 정말… 맨몸으로 다양한 적을 상대해 본 티가 팍팍 나시는구만.’
공간이동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순간이동이야 희귀한 정도고. 순간이동도 장애물이 많을수록 잡기 편하지. 여기에 도깨비들이 벽에 가려져 전투 여파를 덜 받기도 할 것이다.
“예림아, 너도!”
“네!”
호수 쪽에서 까드드득,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얼음 덩어리들이 휙휙 날아들어 분지 여기저기에 내리꽂혔다. 이어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얼음벽이 도깨비들이 모인 앞으로 높게 쳐진다.
“우와, 우와!”
“작은 김 서방이 또 벽 만들어 줬다!”
방어벽이 쳐지자 도깨비들이 한결 안심한 듯 다시 목청을 키웠다.
“대왕님아, 작은 김 서방 착해!”
“중간 김 서방도 맛있는 거 준댔어!”
“보물찾기 놀이도 했어!”
“멍멍이도 귀여워! 빨개졌어!”
“큰 김 서방은 김 서방도 아니야! 달라!”
…뭐냐, 그, 유현이 말하는 건가. 저기 김 서방도 아니라는 거면 혹시 인간도 아니라는… 음. 근데 내가 제일 나이 많은데 왜 중간이야. 키순이냐. 그럼 송 실장님은 큰큰 김 서방이고, 성현제는 큰큰큰 김 서방쯤 되겠네.
“안 돼… 인간은.”
윤윤이 날개를 크게 펼쳤다. 눈을 느리게 깜박이며 얼음벽 너머에서 흔들거리는 도깨비불들을 바라본다. 숨을 헐떡이며 짐승처럼 사납게 그르렁거렸다. 그때마다 도깨비들이 움찔했다가, 벽을 믿고는 왁자지껄 소리쳤다.
“싸우지 마!”
“싸우면 안 돼!”
“도깨비는 싸우면 안 돼!”
송태원을 향해 달려들려던 윤윤이 흠칫 멈추었다. 살기는 그대로였지만 분명 머뭇거렸다.
“배고파서 더 화난 걸지도 몰라!”
“대왕님아, 나 감자 있어! 안 익었는데 먹을 만해!”
“나 만두 반 개 남았는데. 물에 불었지만!”
“싸우지 말고 같이 놀러 가자! 중간 김 서방 안 나빠. 노래도 해 줬대!”
“나도 들었어! 둥개 둥개 둥개야~ 두둥 둥개 둥개야!”
그땐 빨간 구슬만 있었던 거 같았는데. 언제 다 퍼졌냐. 내 어깨 위의 빨간 구슬도 덩실거렸다.
“물레방아 도깨비 우리 대왕 도깨비~. 빨간 구슬 도깨비 새색시 장식 도깨비!”
빨간 구슬 도깨비의 노래에 도깨비들이 저마다 자기소개를 외치기 시작했다.
“깨진 거울 도깨비! 반짝반짝 도깨비!”
“가죽 신발 도깨비 아기 신던 도깨비!”
“박 바가지 도깨비 우물 속의 도깨비!”
저 도깨비들 모두, 하나하나 윤윤이 탄생시켰을 것이다. 반짝거리던 깨진 거울도, 어린아이가 신다 작아져 버린 신발도, 오래된 우물 속에 던져진 바가지도. 모두 직접 찾아내어 도깨비로 만들어 냈겠지.
모든 도깨비가 노래했다. 하지만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대나무 피리 도깨비 맑은 소리 도깨비!”
“낡은 화분 도깨비! 국화 꽃 핀 도깨비!”
“백옥 술잔 도깨비! 제일 첫째 도깨비!”
윤윤의 눈가가 잔뜩 찌푸려졌다. 괴롭게 일그러지는 입가를 두 손으로 가리듯 감싼다.
“…백옥아.”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백옥 도깨비. 가만…….
‘모든 도깨비가 노래했어.’
하지만 끝나지 않고, 하지만 내용은 다르게.
노래를 부를 수 없는 도깨비들. 등골이 섬뜩해졌다.
“예림아, 펜던트!”
“네?”
예림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윤의 모습이 사라졌다. 성현제가 수색자의 사슬을 팔에 감았다. 전투 예지의 도움으로 예림이가 늦지 않게 순간이동하고, 금빛 사슬과 검붉은 손톱이 요란하게 맞부딪쳤다.
“펜던트 버려! 당장!”
빨간 구슬 도깨비는 나를 동족인 것처럼 위장해 스킬을 쓸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렇다면 같은 효과를 지닌 저 펜던트는. 백옥 조각 펜던트는.
젠장.
윤윤이 첫 번째로 만든 도깨비가 죽었다. 백옥 술잔은 부서져 조각조각 나, 아이템이 되었다.
예림이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창백해지며 들고 있던 펜던트를 내던졌다. 피스가 스킬을 쓰지 못하고 낙하하는 예림이를 받아 태워 주었다.
“윤윤!”
“죽였어! 인간이!”
허어엉, 커다란 울음소리를 내며 윤윤이 땅에 떨어진 펜던트 앞으로 공간이동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제가 윤윤에게 갈게요.”
“네? 위험해요!”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지금이면, 가능할 것 같았다.
“울잖아요. 우는 아이는 달래 줘야죠.”
윤윤이 펜던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날카롭던 손톱이, 혹여 백옥에 상처라도 입힐세라 평범하게 돌아간다.
“제가 갈 겁니다! 도와주세요.”
유현이가 미간을 찌푸리고, 예림이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성현제와 송태원도 내키지 않는 얼굴들이다. 노아가 다시 한번 위험하다고 말해 왔다.
“은혜가 있잖아요. 윤윤은 은혜에 대해 모르니 괜찮아요.”
바로 빼앗으려 들 리 없을 테니 내가 다치진 않을 것이다. 노아가 입을 꾹 다물며 날개를 넓게 펼쳤다. 예림이가 피스와 함께 다가왔다. 송태원이 앞으로 나서고 유현이와 성현제가 간격을 두고 양 옆으로 섰다.
“예림아, 위험할─.”
“괜찮거든요? 스킬 없어도 스탯은 S급이에요!”
윤윤이 흠뻑 젖은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상처 입은 맹수처럼 잔뜩 경계한다. 손을 뻗어 노아의 날개를 툭툭 쳐 보였다. 유현이와 성현제가 선생님 스킬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미미하게 끄덕였다.
좋아, 그럼.
“송 실장님, 정면입니다! 예림아, 송 실장님 바싹 따라가!”
송태원이 우그러진 방패를 들었다. 다행히 윤윤은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펜던트를 한 손으로 감싸 쥐고는 다른 쪽 손에 다시금 손톱을 길게 드러낸다.
쾅! 지축을 강하게 울리며 송태원이 윤윤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그 뒤를 피스를 탄 예림이가 바싹 따라붙고, 유현이와 성현제도 각각 윤윤의 측면으로 움직였다.
“저리 가!”
윤윤이 울음기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도 예전 윤윤 같은 모습이 뚜렷이 보인다. 윤윤과 송태원이 맞부딪치기 직전.
“던져요!”
내 외침과 함께 노아가 나를 예림이 위쪽으로 던졌다. 동시에 노아의 용인화 스킬이 풀리며 땅으로 착지한다. 예림이가 피스의 등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작은 손이 나를 끌어안자마자, 예림이에게 스킬을 쓸 수 있도록 마력 감각을 공유해 주었다.
“등!”
카가각! 손톱이 사납게 방패를 긁고, 예림이가 순간이동을 썼다. 하지만 윤윤의 등 뒤는 무방비하지 않았다. 날개로 쉽게 적을 쳐 낼 수 있지만.
군림자의 검이, 수색자의 사슬이 각각 왼쪽과 오른쪽 날개를 향해 치달았다. 양날개가 반사적으로 적의 공격을 막는 그 틈에 나와 예림이는 윤윤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예림이가 나를 윤윤의 등을 향해 가볍게 던졌다. 비행 스킬이 풀렸지만 안전하게 내려서서는 꼬리를 피해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나는.
“괜찮아, 윤윤.”
등 뒤에서 윤윤을 끌어안고, 토닥였다. 선생님 스킬을 거두고 윤윤에게 썼다.
“나야, 대장 김 서방.”
“나, 나도 있어! 빨간 구슬!”
“…….”
키워드는 여전히 적용되어 있다. 선생님 스킬도 썼다. 그러니 토닥토닥 스킬이 통하지 않을까.
“물레방아 도깨비, 우리 대왕 도깨비~.”
여기에 자장자장 스킬도 더했다. 방패를 긁던 손이 멈칫거렸다.
“…흐윽.”
“많이 힘들었지? 이제 괜찮아. 다른 도깨비들도 무사해. 자장 자장, 이제 쉬자.”
“으허엉, 대장 김 서방…….”
“기억났구나! 이제 집에 가자, 다 같이 가자.”
펼쳐져 있던 날개가 거두어졌다. 윤윤이 엉엉 더 크게 울었다. 빨간 구슬 도깨비가 대왕님 운다! 하고 웃었다. 훌쩍거리는 소리에 나도 미소가 머금어졌다. 다행이다. 윤윤이 무사히─.
“…어. 대, 대장 김 서방!”
윤윤이 갑자기 소리치며 나를 잡고 던졌다. 내 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무방비하게 덩실거리고 있던 빨간 구슬 도깨비도 튕겨 나갔다. 도깨비와 떨어지자마자 마력이 흐트러지고, 은혜의 보호 등급도 낮아지며.
“……!”
불타는 듯한 통증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