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12
610화 고양이를 찾아서 (4)
“공항을 떠돌고 있기에 내가 데려가서 키울까 했는데.”
이름 모를 왕자 씨가 쓸데없이 친근한 척 내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 손 치워라. 어디서 고양이 취급이야. 지금은 고양이 맞지만 그래도 불쾌했다.
“그 고양이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사미르가 인벤토리에서 금속으로 된 목 보호대를 꺼내 차며 말했다. 눈에 익은 장비인데, 뭐였더라.
“몰래 차에 올라 여기까지 와버린 모양이군요. 돌려주시겠습니까?”
아직은 날 평범한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차를 뺏긴 요리사는 아무 말 하지 못했을 테지만 주방에서는 여러 사람이 나를 목격했다. 내가 세성 길드장과 고양이를 데리고 탈출했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고양이가 나라는 생각은 못 하겠지.
“두 마리 다?”
“예. 주인은 다른 듯하지만요.”
역시. 내가 성현제의 고양이, 그리고 결이가 나의, 한유진의 고양이라고 짐작한 모양이었다.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를 닮은 몬스터로 생각할 가능성도 높고. 그게 더 자연스러우니. 왕자가 부드럽게 눈을 휘며 미소 지었다.
“나도 함께 가서 전해 주도록 하지.”
“그렇다면 벨라와 함께 가십시오. 테러범은 제가 마저 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미르 또한 소리 없이 웃으며 금속 비늘 반장갑을 손에 착용했다. 왕자가 대답하려는 찰나, 초화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쓸데없이 대화가 길군.”
그가 앞으로 한 발 나섰다. 서늘한 눈매가 기다랗게 가늘어진다. 먹잇감을 눈앞에 둔 뱀과 같은 눈빛이었다.
“한유진과 정략결혼은 하겠다는 놈들을 내버려 둘 이유는 없어. 여기서 먼저 처리하면 한유현이 도착하더라도 거추장스럽지 않겠지.”
“한유현이라면, 해연 길드장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모양이로군요.”
“네놈은 만나지 못할 거다. 새파란 왕자님.”
“사촌동생의 남편의 동생이면 한 가족이니 자주 만나야죠.”
그 정도면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지 않냐. 결혼식 이후로 못 만나도 이해 가는 사이다만. 초화운이 검을 꺼내들었다. 서늘한 냉기가 검날을 타고 흐른다. 평범한 냉기는 아니었다. 뭔가 좀 더, 진득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사미르의 목과 손의 금속 장비들이 스르륵, 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이어 그의 목과 소매 아래로 살짝 드러난 손목, 손등으로 금속성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저거!’
회귀 전 랭킹전에서 본 적 있어! 아마 옷 아래 팔과 다리, 몸에도 금속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을 거다. 이어 손에 들린 창대까지 모두 금속인 창이 사미르의 손바닥 안으로 흐르듯 사라졌다.
랭킹전에서는 얼굴 인식 안 되게 하고 이름도 달라서 몰라봤는데! 왕자님이 그런데 나가는 걸 반대해서 몰래 참가한 건가? 아무튼 상위권이고.
캉! 금속 갑옷을 두른 듯한 손과 초화운의 검이 부딪쳤다. 헌터 중 속도로 1위. 무시무시한 움직임은 델로우즈의 눈으로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막은 초화운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검에 깃든 냉기가.
파스스-
사미르의 비늘을 녹인다. 사미르가 재빠르게 검을 거두며 몸을 빙글 돌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의 무언가가 초화운의 어깨를 스치고 바닥을 파헤친다. 또다시 금속이 녹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로서는 제대로 확인이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눈 크게 뜨고 살피려는데.
“이런.”
왕자 놈이 나와 결이를 반쯤 던지듯 내려놓았다. 이사벨라가 도끼를 꺼내드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이런이다.
[결아!]여기 있다간 제대로 휘말릴 판이었다. 심지어 초화운 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가 않았다. 저 금속을 녹이는 힘이 아무래도 불안했다.
[일단 피하자!]결이의 뒷덜미를 낚아채듯 물고는 가까운 건물 파편 틈새로 들어갔다. 우리 몸이 완전히 감추어지자마자 곧장 서랍을 꺼내 썼다.
첨벙! 새파랗게 물이 눈앞으로 밀려들었다. 고양이에게는 너무 거친 물살에 결이의 목덜미를 놓치고 말았다. 허둥지둥 사지를 움직이며 결이를 찾았다.
[결아! 어딨니!]– 응, 아빠! 결이가 잡아 줄게!
날개를 꺼낸 새끼고양이가 내 앞으로 리본을 늘어뜨렸다.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장식용 리본이었다. 타임스퀘어에 놀러갔을 때 챙긴 모양이었다.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크리스마스 장식이라니 사치스럽구만.
[무겁지 않아?]– 안 무거워, 솜털 같아!
힘겹게 날개를 파닥거려 나를 끌어 주며 결이가 말했다. 인간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뭍이 멀지 않아 결이에게 살짝 끌려가는 척 헤엄을 쳤다. 고양이일 때가 헤엄치기엔 더 안정적이네. 네발 동물이라서인가.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다곤 했었지.
뭍에 도착해 스킬을 풀었다. 젖은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결이는 고양이로 변한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그대로 폴폴폴 내 주위를 날아다녔다.
“비행기 도착할 때까지 다섯 시간이나 남았다니까 여기서 쉬다가 나가자.”
거기 휘말릴 필요 있냐, 편하게 쉬다 가면 그만이다. 이번에는 시간을 잘 맞춰야지.
“해도 졌고, 많이 피곤하지?”
– 괜찮아. 그래도 쪼끔 자고 싶기는 해.
“여기 침실도 있어. 가서 자자.”
– 응. 어? 아빠, 크리스마스 장식이야!
정문과 담에 크리스마스 리스와 가렌드가 달려 있었다. 뭐냐…….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71번이 나타났다.
– 삼촌!
“여기 관리 시스템이야.”
유현이의 모습을 한 71번은 파티 연미복에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가슴 포켓에 붉은 포인세티아가 꽂혀 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긴 했는데……. 아니 다른 건 못 바꾼다더니 크리스마스 장식은 가능한 거냐. 여기서 크리스마스 파티 해도 되겠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그, 그래. 삼촌이 아니라 그냥 시스템인데, 그러니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온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 우르르 데리고 들어오는 건 역시 취소다. 저놈의 주인님 소리 바꾸기 전까진 안 돼.
바로 침실로 갈까 하다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는 말에 응접실로 향했다. 너른 응접실에는 커다란 벽난로와 역시나 커다란 트리가 있었다. 나무 꼭대기에 금색별이 반짝이고 알록달록한 볼과 희고 붉은 지팡이, 루돌프와 산타 사이로 색전구가 깜박거렸다. 전구라고 해도 전깃줄 같은 것은 없었다. 조그만 빛 구슬이 트리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흰 양탄자가 눈처럼 깔리고 산타 모자를 쓴 눈사람 모형 두 개가 난로 옆에서 미소 지었다. 잘랑이는 종과 빨간 양말, 솔방울 리스, 겨우살이 나무. 문득 던전 속의 유현이가 떠올랐다. 잘 지내고 있겠지.
“아빠, 나 여기서 자도 돼?”
어린애 모습으로 변한 결이가 소파로 올라가 푹신한 쿠션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물론 되지. 자기 전에 씻고 양치하자. 먼지 많이 묻었으니.”
71번에게 부탁해 따뜻한 물에 결이를 씻겼다. 잠옷까지 갈아입은 결이가 쿠션을 베고 담요를 덮고 누웠다. 금색 눈동자가 이내 깜박깜박 눈꺼풀 아래로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한다. 분명 졸린데도 바로 자는 건 아까워서 참고 있는 모양새였다. 오늘 하루가 즐거웠기에 그런 거겠지. 가볍게 토닥여 주자 순식간에 잠에 빠져든다.
잠든 결이를 잠시 바라보다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전신이 뻐근했다. 몸 안 곳곳이 뒤틀린 듯한 기분이었다.
‘역시 상태가 영 안 좋네.’
루가 폐야가 괜한 소리한 게 확실히 아닌 모양이었다. 몸조리를 하라고 말할 거면 방법이라도 가르쳐 주지. 유현이 만나면 일단 가까운 던전에라도 들어가 봐야겠다. 어르신이 화내시겠지만 이번에는 진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살아나왔잖아요.
독 저항 끄고 인벤토리에서 진통제를 꺼내 삼켰다. 어느새 나온 은혜가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봐왔다. 명우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데.
“71번. 나도 잠깐 눈 붙일 테니까 4시간 30분 뒤에 깨워 줘. 내 세상 시간으로 말이야. 부탁할게.”
“예, 주인님.”
결이가 잠든 소파의 반대쪽 소파로 가 누웠다. 침대 못지않게 편했다. 71번이 가져다준 담요도 부드럽고, 타닥타닥 나직한 장작불 소리에 절로 눈이 감겼다. 피곤하고 잠도 밀려들었지만 금방 의식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의미 없이 사라질 거다, 라.’
채터박스의 저주가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동시에 아주 불가능한 소리는 아니다 싶었다. 그러니까, 골골거리다가 영 안 되겠다 싶어 혼자 조용히 죽을 곳을 찾아 사라진다거나 할 수는 있겠지.
예전의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까. 사실 지금도 망설여지기는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도 죽어가는 모습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겠지. 만에 하나 어떻게 할 수 없는 마지막이 온다면, 나와 함께 있어 주고 싶어 할 테니까. 나 또한 그럴 거고.
그것은 어쩌면 남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그 순간에는 괴롭겠지만, 끝까지 곁을 지키고 배웅해 주는 일이니까. 소중한 사람들과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다면, 역시 웃어야지. 웃어 줘야지.
‘…유현이도 그랬을까.’
마지막 순간에 내가 곁에 있어서, 그래서 기뻤을까. 찬찬히 동생의 웃는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우는 것보단 낫지. 괴로워하는 것보단 낫지. 그래도 웃어서, 그래서. 내가 숨 쉴 틈이나마 있었지 싶었다. 웃는 얼굴을 남겨 주어서.
왜 웃었냐고, 어떻게 웃을 수 있었냐고, 했었지만. 웃어야지, 나도.
‘동생 보고 싶다.’
체감으론 고작 하루인데 한 달은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몸을 조금 뒤척였다. 전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한 쌍의 흰 비둘기가 빙그르 돌아간다. 지금쯤이면 한국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곳이 많겠지. 사육소에도 트리를 세웠을까. 내가 없다고 그냥 보내지 말고 빌딩에도 사육소에도 장식을 가득 했으면 싶었다.
만약 제때 귀국 못 하면 서랍에라도 다들 데리고 들어와서… 하지만 71번이……. 내가 좀 쪽팔리더라도 다 같이 연말을 보내고 싶긴 한데.
“저기 말이야, 71번. 산타 모자도 썼으니까 가면 같은 것도 쓸 수 있지? 아니면 산타 분장이라거나.”
“네, 가능합니다.”
“그럼 다음번에 내가 방문할 때는 산타로 분장해 줘. 내가 산타 분장한 유현이를 아주아주 좋아하게 되었거든.”
수염으로 얼굴을 가리면 알아보기 힘들겠지. 산타가 주인님 소리하는 것도 요상하긴 하겠지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크리스마스는 오겠지만 어떻게 될진 알 수 없잖아. 챙길 수 있을 때 챙겨야지. 아, 케이크. 역시 프랑스로 슬쩍 넘어가 볼까. 제과하면 프랑스라잖아. 스위스 가서 시계 챙기고 프랑스 가서 케이크 사면 딱인데.
물론 별일 없이 한국 바로 가는 게 최고지만. 다시 뒤척거리다가, 양을 세보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잿더미 위로 팔랑, 버들잎이 내려앉는다. 땅에 닿기가 무섭게 눈이 녹듯 사라져 버리곤 또 다른 잎이 하늘하늘 새벽빛이 스미는 공기 중으로 춤을 춘다. 그 고요함 속에서.
쿵!
큼직한 바이크가 떨어졌다. 색 바랜 재가 풀썩 구름처럼 솟아오르고 바이크 안장 위로 붉은 털의 작은 마수가 토독 내려선다. 피스가 날개를 접고 이어 한유현이 버들잎을 밟으며 엉망이 된 공항에 도착했다.
“너무 막 다루는 거 아니야? 부서져도 안 태워 준다!”
또 다른 바이크 한 대가 사뿐히 내려졌다. 박예림이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진짜 우리 오는 거 막겠다고 이래 놓은 거야? 나도 공항 쫌 부수고 다니긴 했지만 너무해.”
그러곤 갑갑하다면서 머리에 쓴 베일을 만지작거린다. 박예림도 한유현도 아랍 복장을 하고 있었다. 몸은 물론 얼굴까지 가리는 덕에 따로 인식방해 아이템을 쓰지 않고서도 알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아스완 국제공항이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비행기는 카이로로 방향을 틀지 않고 아스완으로 곧장 향했다. 공식적으로 비행기에 탑승한 S급 헌터는 송태원뿐이었기에 한유현과 박예림은 아스완에서 내리기로 하였다. 마침 세성 길드의 전용기였기에 바이크도 빌릴 수 있었다. 강소영이 주문한 던전 부산물이 50%가량 들어가고 마석 에너지로 움직이는 바이크였다. 던전 부산물로 만든 차량과 바이크는 아직 미국을 포함한 극소수 국가에서만 제작되고 있기에 미국에 온 김에 산 새 바이크들이었다.
“아저씨는 안 보이는 거 같은데……. 근처 마을로 가셨나?”
박예림이 길을 찾아보겠다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그때, 피스가 바이크 안장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코끝을 움찔거리더니 건물 잔해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피스야!”
박예림이 바이크를 한 손으로 들고 피스를 쫓아갔다. 한유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건물 잔해에 코를 묻고 꼬리를 탁, 흔든 피스가 방향을 틀어 또다시 달려갔다. 공항 밖으로 나간 피스가 우뚝 멈추어 섰다.
“뭐야, 저게? 누가 한판 붙었나 봐.”
압축된 듯 납작하게 눌린 차 주위로 커다란 구덩이가 몇 개나 생겨나 있었다. 구덩이 주위로 희미하게 느껴지는 마력의 잔재에 한유현이 눈썹을 힐끗 치켜올렸다. 너무도 미미한 흔적이라 그로서도 정확하게 구분 짓기 힘들었지만, 분명 겪은 적 있는 마력이었다.
“나와 마주친 적 있는 S급 헌터, 인 듯하군.”
“아프리칸데? 한유현 너 아저씨 일 말곤 해외 나간 적 없다며.”
“없어.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면 스쳐 지나간 수준도 아니겠지. 여러 번 마주쳤거나, 싸운 적이 있거나.”
“파티에 참석한 S급 중에 아프리카 사람이 있었던 걸까?”
그사이 주위를 열심히 수색하던 피스가 우뚝 움직임을 멈추었다.
– 캬앙!
반가움 섞인 울음소리에 한유현이 곧장 피스에게 다가갔다. 피스가 코끝으로 기울어진 넓적한 건물 파편을 건드렸다. 파편 끝에 붙은 검은 털이 한유현의 눈에 들어왔다.
“…형.”
“뭐? 아저씨?”
박예림 또한 검은 털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저씨가 여기 계셨던 거야? 아저씨! 제가 간식도 사 왔어요!”
박예림이 옷자락 안에서 고양이 간식을 꺼내 치켜들며 외쳤다. 피스가 끄응 한유진의 털이 남겨진 주위를 맴돌았다. 이곳에서 흔적이 완전히 끊긴 모양이었다.
“형 혼자가 아니었어.”
“그야 이 난장판이 났으니까 다른 헌터들도 있었겠지. 설마 그 사람들이 아저씨를 데리고 간 걸까?”
“이 털은 형 것이 아니야.”
한유현이 하얀색 털을 들어 보였다. 박예림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아저씨도 하얀 털 조금은 나 있었잖아.”
“달라. 같은 하얀색이 아니야. 다른 고양이나 털짐승이 있었다는 뜻이겠지.”
“…하얀 고양이? 아저씨가 그새 고양이 친구를 사귀었다고? 혹시 여자 친구?”
“확실하진 않지만. 이 흰 고양이 흔적도 끊겼어?”
한유현이 피스를 향해 하얀 털을 내밀었다. 피스가 냄새를 맡으며 주위를 빙글 돌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두 마리가 동시에 사라졌다.
“두 마리를 함께 데리고 갔다면.”
“아저씨가 들키진 않은 모양이네. 어쩌지? 결이도 찾아봐야 하잖아. 결이는 아직 별장에 있을까?”
“나는 흔적을 따라갈 테니 박예림 너는 이사벨라에게 연락해서 요정용을 확보해. SNS 사진은 우호적인 분위기였으니.”
“알았어. 피스는?”
“네가 데리고 가. 혹 요정용 근처에 형이 있다면 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야.”
“걱정은 안 하겠지만 그래도 조심해.”
한유현이 바이크에 올라타고 이내 바닥에 난 차바퀴를 따라 멀어져갔다. 박예림은 어쩔까 고민하다가 이사벨라의 SNS에 Hi,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