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48
646화 연말정산 (2)
[한유현(S)중복 기록이 존재합니다. 현재 업적 기록과 과거 업적 기록 중 어느 쪽으로 정산받으시겠습니까.]
과거 업적 기록.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회귀하고 이제는 다른 사람이나 다름없어졌는데 왜 기록이─
[박예림(S)중복 기록이 존재합니다. 현재 업적 기록과 과거 업적 기록 중 어느 쪽으로 정산받으시겠습니까.]
그때 예림이와 노아 또한 업적이 중복되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거 혹시 악몽 던전에서 회귀 전, 미래이자 과거와 마주친 흔적 때문인 건가? 회귀 전의 노아 씨는 없었지만 리에트와 만났다고 했으니 기록이 조금쯤은 전해졌던 걸지도.
“왜 그래, 형?”
소파의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유현이가 물었다. 유현이 방을 뒤지고 있던 예림이도 고개를 내밀어왔다.
“무슨 일 있어요? 근데 여기 옛날 교과서랑 책 몇 권 말고는 없는 거 같아요. 한유현 교복이랑.”
“내 기억을 바탕으로 했을 테니까. 자잘한 물건까지 자세히 기억하진 못해.”
“역시 아저씨 방을─”
“안 된다고 했다.”
내 방은 나도 아직 확인 안 해봤다. 이상한 건 딱히 없지만 가계부나 일기장 같은 게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건 좀 부끄럽지.
“교과서에 낙서도 없고. 야, 한유현. 일기는 썼냐? 안 썼지?”
“유현이 어릴 때 일기 꼬박꼬박 썼어. 나야 초등학교 1학년? 그 즈음 뒤로는 본 적 없으니까 여기엔 있어도 백지일 거야.”
숙제 같은 거 알아서 잘하곤 했지. 중학생 때부터는 안 썼던 거 같은데.
“그보다 업적 기록이 중복되어서 한쪽을 선택해야 해.”
“한쪽이요?”
“응. 중국 던전이 회귀 전 시점이었잖아. 그래서 그때의 업적 정보가 영향을 준 모양이야. 업적 자체는 아마도 회귀 전이 더 많기는 하겠지.”
단순히 시간적으로도 4년 이상 차이가 난다. …노아 씨는 그보다 더 적겠지만.
“하지만 회귀 전 업적이 전부 반영될지는 알 수 없어. 미리 확인해 보는 건… 보안상 불가능하다고 하네. 동일인이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분명히 같은 사람이지만 반년이 넘는 시간을 전혀 다르게 살았다. 이대로 5년이 지난다면 지금보다 더욱더 차이가 벌어지고 말겠지.
“전 지금요.”
예림이가 망설임 없이 번쩍 손을 들며 말했다.
“저는 저고 걔는 걔니까. 회귀 전의 제가 쌓은 게 당연히 더 많긴 하겠지만 그건 제가 한 일은 아니잖아요? 제가 받아야 하는 거 받을래요.”
“아깝진 않아?”
“조오금요. 하지만 저도 잘해 왔잖아요.”
예림이가 어깨를 폈다. 그야 당연하지. 잘했지.
“저도 지금 걸 받을게요. 전 어차피 회귀 전과 별 차이 없을지도 몰라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노아 씨가 예전과 달라졌다곤 하지만요, 그렇지 않았어도 분명 많은 일을 했을 거예요. 저와 만나기 전의 노아 씨도 뛰어난 헌터였는걸요. 프랑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요?”
노아가 대답 대신 옅게 미소 지었다. 리에트를 벗어나 홀로서기 하며 자신감을 되찾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과거의 자신은 여전히 낮추어 보는 듯했다. 나도 그랬었지. 누구든 안 그러겠냐만.
“노아 씨도 회귀 전의 저 보셨잖아요. 그땐 진짜 그냥 F급이었는데. 그래서 저도 솔직히 회귀 전의 저를 무시하긴 했어요. 지금이야─”
내 입으로 이런 말 하려니 쑥스러웠지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노아 씨도 분명 그랬겠죠. 지금의 노아 씨를 만든 것도 노아 씨니까. 제가 좀 거들어 줬다고 해도 말이에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건 역시 자기 자신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걸 주고 가르치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뿐이니까. 다독이고 타일러 바꾸는 것도 어릴 때나 쉽지 다 크면 결국 스스로의 결정이 중요하다. 노아가 눈을 살짝 내리떴다.
“네. 하지만 역시 좀, 한심했단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저도 그랬는데요 뭐. 지금도 업적 기록 고르라고 하면 회귀 전은 절대 선택 못 하죠. 차이가 많이 나기는, 나니까요.”
문득 소원석이 떠올랐지만 지워냈다. 정상적으로는 받을 수 없는 아이템이라고도 했으니까.
“형은 한심하지 않아.”
내게 몸을 좀 더 붙여오며 유현이가 작게 말했다.
“내가 약하긴 했었잖냐.”
“에이, 아저씨. 진짜 약하면 회귀도 못 했을걸요? 일찌감치 헌터 관뒀겠죠.”
그건 그렇지만. 아무튼 노아 씨도 현재 업적을 선택했고.
“유현이 넌?”
“…나는.”
유현이가 머뭇거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잘 모르겠어.”
“한유현 넌 고민될 만하겠다. 아저씨, 회귀 직전엔 한유현이 헌터 중 1위나 마찬가지라고 했었죠?”
“그렇지. 유현이가 정말로 강했으니까 노려지기도 한 거였고.”
입안이 절로 씁쓸해졌다. 내가 아는 태생 S급 중 계속해서 세계를 지키고자 한 사람은 유현이뿐이었으니까. 성현제와 리에트 외의 태생 S급도 있다고 했지만 눈에 띄는 헌터는 없었다. 남은 태생 S급은 어떻게 된 걸까. 어쩌면 너무 어려서 아직 각성 전인 걸지도.
“S급 던전도 많이 공략했어. 송 실장님 사망하고 성현제가 떠난 뒤로 한국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한 상급 헌터가 유현이였으니까. 현아 씨도 길드 해산한 뒤 해외로 나갔거든.”
그 많던 스킬과 칭호의 상당수가 공략 업적으로 얻은 것일 테니 만약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다면 엄청날 터였다.
“다 받으면 스킬 한 열 개쯤 더 생기는 거 아니에요?”
“그럴걸?”
그중 일부라도 지금 업적 보상보다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뜻 회귀 전 기록을 가지고 오라고 권유할 수는 없었다. 내게 있어 동생은 이미 두 명이 되어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와서 한 명에게 덧씌우기엔 아무래도 꺼림칙했다. 유현이에게도, 둘 모두에게 못 할 짓인 것도 같았다.
유현이가 주먹을 꾹 쥐었다 폈다. 내리떠진 눈이 평소보다 어둡게 느껴졌다.
“회귀 전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확실히 강하겠지.”
“그야 그렇지만 너도 금방 그 이상으로 강해질 거야.”
“금방이라고 해도 시간이 많지는 않잖아.”
동생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깃들어 있었다. 상황이 상황이니까 더 망설여지는 모양이었다. 팔을 뻗어 유현이의 어깨를 감싸듯 토닥였다.
“너무 부담 가지지는 마, 유현아. 넌 충분히 강하고 당장은 초월자 상대를 할 필요도 없잖냐. 아니면 천천히 생각해 볼래? 시간제한이 있는 건 아니니까.”
“…응.”
유현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무슨 일 있냐고, 이상해 보인다고 물어왔었지만 그건 유현이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생일 이후로 좀 이상한 거 같은데… 유현이가 날 기다려 준다고 한 마당에 내가 재촉하기도 뭣했다.
날 잡고 서로 속 시원히 털어놓자고 해볼까. 대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럼 우선 박예림 헌터~”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활기차게 말했다. 예림이가 네! 하고 벌떡 일어났다.
“정산 내역 확인하겠습니다아.”
던전 밖에서의 업적이 주르륵 나타났다. 일본과 중국에서 없앤 자잘한 몬스터가 먼저 하나하나 목록으로 정리되었다. 일본에서 SS급 몬스터는 유현이가 다 잡았지만 자잘한 건 예림이도 많이 잡았었지. 원래 던전 브레이크로 나타난 몬스터는 공략 취급 안 한댔지만 저건 루가 폐야 때문에 출몰한 거였으니까.
중국 또한 비슷했다. 오, 좀비들 호수에 처박은 건 업적 등급이 꽤 높네. 마왕은 단체전이어선지 생각보다 낮고. 단순히 헌터들끼리 싸운 건 없었지만 채터박스 파티에서의 전투는 초월자 관련이라서인지 업적 처리되었다. 예림이도 활약 꽤 한 덕분에 파티 총합 업적 등급이 무려 SS─ 어?
“이건…….”
“왜요? 뭐 이상한 거 있어요?”
예림이가 내게 바싹 다가오며 물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업적이 하나 있었다. 가장 마지막에, 가장 높은 등급으로.
[인어여왕의 환영(SSS) – 공략 성공(L)]“그때, 호수 던전 말이야. 인어여왕이 나타났었던. 그 업적 등급이 L이야!”
“L급이요? 헐!”
분명 그때 별다른 공략 보상을 받지 못했었다. 예림이가 인어여왕의 힘을 얻게 된 걸로 보상받았거니 쳤었는데.
“너 혼자서 잡은 거나 다름없었잖아. 그래서인지 환영은 SSS급이지만 업적은 L로 나왔어!”
“우와우와우와! 뭐 준대요? L이면 설마 L급 스킬? L급 무기?”
“S급 던전 공략해도 S급 스킬은 드물고 무기도 잘 안 나오긴 하니 모를 일이지만 L급 장비라도 어디냐. 아니, SSS급만 되어도 최초야, 최초!”
“아저씨 은혜 있잖아요. 그러니까 S급 헌터 중에서 최초!”
예림이와 내가 동시에 만세를 불렀다. 샴페인이라도 터트려야 할 거 같은데 말이야. 물론 무알콜로.
“일단 등급 낮은 것부터 정산받자. 다행히 연말정산과 달리 토해낼 건 없─”
…응? 자, 잠깐만요. 초과분? 차감?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자 명우로부터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시스템 업적 정산을 하게 되면 그동안 신입이나 다른 초월자들이 재량으로 추가해 준 보상은 차감될 수도 있다고 했어.]“뭐? 아니 이게 진짜 연말정산이냐고!”
[이쪽 준비 거의 끝나간다니까 남은 한 명 삼십 분 내로 불러들여.]메시지가 뚝 끊겼다. 바빠 보이는 듯한데 아무튼.
“…예림이 너 그간 받은 거 얼마 없었지?”
“제일 큰 건 물의 지배자 보석이랑, 정령 알이요.”
“알은 포인트로 산 거니까 괜찮을 거야. 설마 L급 보상을 보석으로 차감해 버리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업적들이 하나씩 차감되기 시작했다. 헐, 두꺼비 잡은 보상은 왜! 인어여왕 귀걸이 맞춤으로 줘서인가. 보통 그렇게 맞춤으로는 잘 안 나오긴 하지만……. 정령 알도 일부 차감되었어! 그 던전 자체가 보상 내놓으라고 졸라서 만들어진 거긴 하지만. 은근 이것저것 뜯어내긴 했었지. 그렇게 조금씩 줄어들다가.
“제발제발제발 L급은…….”
[초과분 차감 종료]드디어!
“살아남았다! 예림아, L급 남았어!”
“살았다!”
S급 하나와 SS급 하나, 그리고 L급까지 당당하게 보상받을 업적으로 남았다. 인어여왕의 힘은 그때 물방울이 잠드는 걸로 대가를 치른 덕분인 걸까 차감되지 않았다. 아무튼 다행이다! 설마 뱉어내야 하게 될까 봐 떨렸네.
“S급 SS급 L급 합쳐서 받을래 따로 받을래?”
“음, 어쩔까요.”
“예림이 넌 아직 스킬 종류가 적으니까 따로 받는 것도 괜찮을 거야. L급에 S급 더해도 큰 차이는 안 날 거고.”
“그럼 따로요! 채터박스 금고 있으니 S랑 SS는 무조건 스킬이 좋겠죠?”
“당연하지. 하지만…….”
[업적 보상(S)각성자의 업적과 능력치에 따른 랜덤 보상
※등급 두 단계 하락으로 보상 지정 가능]
정산을 받자 랜덤 상자가 튀어나왔다. 그, 원래 랜덤으로 받게 되는 거긴 한데. 상자를 받아든 예림이가 미간을 좁혔다.
“이런 게임 많이 봤어요. B급 받느니 랜덤 돌리는 게 낫겠죠? 제 능력치랑 관련은 있다니까.”
“아무래도 그렇지. A도 아닌 B니까. 그래도 꽝은 없잖니.”
“네, 좋은 거 나와라!”
예림이가 상자를 사용했다. 그리고.
“심해의 환상! S급! 꺄아아악!”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심해의 환상? 스킬인 거 같은데.
“스킬이야?”
“네! 어… 어?”
“왜 그래?”
“정신계에 소환계? 그리고… 하얀 사체와 결합이 가능하대요.”
하얀 사체면 죽은 사람의 기억을 읽어내는 스킬이었다. 유용하게 쓸 수 있지만 동시에 전투와는 연관 없고 예림이가 사용하게 만드는 것도 꺼려지는 스킬인데.
“결합하면 보통 스킬 효과가 바뀔 거야.”
“하얀 사체는 음, 전 없어도 괜찮긴 한데요.”
“그럼 결합하자.”
예림이가 스킬을 결합했다. 하얀 심해의 환상(S)가 새로 생겨났다고 말해왔다.
“등급은 안 오르네요.”
“아마 S급 상위 스킬이 되었을 거야. S급 보상이니 스킬 등급은 S급 하위였을 가능성이 높거든. 조금만 성장하면 SS급이 되겠지.”
“상대의 정신력을 떨어뜨려 기억 속 환상을 보여 주고 심해의 힘을 끌어낸다, 라는데 써봐야 할 거 같아요.”
이어 SS급 상자를 열었다. 이번에는 스킬이 아닌 아이템, 팔찌였다. 검푸른색의 일렁거리는 물과 같은 테가 두 개 교차하고 교차하는 지점에 하얀 보석이 박혀 있었다.
“물결치는 밤의 바다. 어두울 때 모든 스킬 효과 강화, 이동 스킬 속도 상승, 밤부엉이 눈. 이건 시력 보조 A급 스킬이에요. 은신 같은 것도 해당된대요.”
“그거 좋네. A급 시력 보조에 넌 S급이니 내 은신 스킬도 잘 안 통하겠다.”
“그리고 하루 한 번 밤의 파도 소환. 물을 불러내는 거면 좋은 거 같은데요? 저 물 없는 지형에선 불리하잖아요.”
이것도 마음에 든다며 예림이가 좋아했다. 스킬 강화가 어두울 때만 해당이었지만 그래도 SS급답게 스탯 옵션도 좋았다. 팔찌를 찬 예림이가 마지막 남은 L급 상자를 조심스럽게 감싸들었다. 우리 둘이 동시에 마른침을 삼켰다.
“무기도 좋지만 스킬.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알라님 등등 스킬 부탁드려요!”
L급 스킬이면 진짜 좋겠지. 기도를 하며 예림이가 상자를 썼다. 예림이의 감았던 두 눈이 번쩍 뜨여지며.
“…칭호?”
“뭐? 칭호야? 뭔데?”
칭호라니! 웬만해선 스킬보다 더 좋은 게 칭호인데!
“그게, 인어여왕의 후계자, L급인데요.”
“인어여왕의 후계자? 인어여왕 환영을 잡아서 그런 건가? 칭호에 스킬 붙었지?”
무려 초월자의 후계자다. 라우치타스 잡아서 얻은 드래곤 슬레이어만 해도 L급 세 개에 SS급 하나였는데 인어여왕이면 더 대단한 거 아니냐. 하지만 예림이의 표정이 어째 묘했다.
“없어요.”
“…뭐?”
“인어여왕이 인정한 후계자, 라는 설명이 끝인데요.”
“뭐? 진짜 없어? 하나도?”
“진짜 없어요.”
…이게 뭐야. 사기다! 이름뿐인 L급 칭호라니! 어디다 항의해야 하나 이를 악무는데 예림이가 눈을 깜박였다. 메시지가 온 모양이었다.
“인어여왕이 저를 초대한다는데요?”
“…직접 뭘 주려는 건가? 당장 가야 한대?”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시간제한은 없어요.”
“그럼 명우나 신입에게 알아보고 가자. 후계자라니까 나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갑자기 후계자랍시고 불러들이려고 하다니. 후계자 자리 거절하면 스킬 붙은 다른 L급 칭호로 바꿔 주려나. 아니면 쓸 만한 단독 스킬이라도.
찝찝함을 접어두고 노아의 업적 기록을 정산했다. 노아 역시 예림이와 비슷했지만 인어여왕과 같은 L급은 없었다. 대신 차감 또한 거의 없었다. 나와 유현이, 예림이가 제일 많이 따로 챙겨 받았었으니까. 노아 씨는 두꺼비 잡을 때도 없었지.
“S급 둘에 SS급 하나예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전 합쳐서 받을게요. 생각보다 많이 나왔네요.”
노아가 조금 수줍게 웃었다.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신다니까. S급 둘과 SS급 하나를 합친 SS급 상자가 노아의 손에 쥐어졌다. 좋은 거 나와라, 좋은 거!
“장비는 명우 형이 있으니 스킬이면 좋겠네요.”
“공격 스킬 하나쯤 생겨도 괜찮죠.”
아무리 보조계라도 자기 몸 지킬 스킬은 필요하니까. 독과 저주 같은 종류 말고 직접적인 공격 스킬로. 노아가 이내 상자를 사용했다. 연회색 눈이 깜박였다.
“빛의 종족의 베일.”
사르르, 마치 금빛 오로라 같은 베일이 노아의 손 위로 흘러내렸다.
“장비예요?”
“네. 광룡종의 왕족이 물려받는 베일이라는데, 이렇게 몸에 감으면.”
노아의 몸에 휘감긴 베일이 스르르 사라졌다. 노아가 희미한 빛을 발했다. 눈부시진 않은 은은한 기운에 가까웠다.
“스며들어서 일부만 변해도 완전히 변해도 괜찮은 장비예요. 명우 형은 금속이 들어간 장비만 제작 가능하고 천은 서투르다고 했으니 잘 나온 거 같아요.”
“옵션은 어때요?”
“이것저것 붙어 있는데, 광룡종 스킬 강화에 더해 쿨타임 절반 감소가 있어요.”
헐, 사기다. 그럼 둥지 스킬 쿨타임도 줄어드는 데다가 강화까지 붙는 거잖아? 진짜 사기다.
“와, 우리 단체전 한번 했으면 좋겠네요.”
“노아 오빠 스킬 더해지면 우리가 확실하게 이길걸요! 세성 아저씨 얼마든지 덤비라 그래요!”
예림이가 힘차게 소리쳤다.
“아저씨 있으니까 벨라랑 싸울 때처럼 삐걱거리지도 않을 테고요! 물론 협공 연습은 계속할 거지만요.”
“너희들이야 걱정 없지.”
다만 리에트는… 선생님 스킬 잘 받아나 줄지 모르겠네. 일단 리에트를 불렀다. 이내 응답한 그녀가 거실 한가운데 등장했다.
“안녕, 내 동생! 스위티들!”
“신발부터 벗으세요.”
이거 이동 장소 수정 못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