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0
70화 블루 (3)
만약을 대비해 오늘 경비 담당인 헌터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는데 유현이 녀석이 시간 남는다고 따라왔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러라고 대답하고 나서야 명우 일이 떠올랐다.
‘지금 시간이면 대장간에 가 있을 텐데.’
갑자기 허공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도 곤란하지만 집에 없는 걸 들키는 것도 곤란하다. 스탯 S급이 집에 사람 기척 있나 없나 눈치 못 챌 리 만무하고.
이참에 둘이 친해지라고 주선이라도 해볼까. 명우가 이왕이면 유현이한테 먼저 무기 만들어 주면 좋을 텐데. 특히 SS급 이상을.
“너, 유명우 기억하냐? 내 친구.”
“진짜 친구는 아니지 않아?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라고 했다던데 난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인걸. 확인해 보니 사는 곳도 달랐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유현이가 말했다.
“언제 확인까지 해봤냐.”
“뒷조사도 없이 외부인을 들일 리 없잖아.”
그건 그렇다만 보통 어릴 때 살던 곳까지 찾아보진 않지.
“그래도 친구긴 하지. 하루 이틀 같이 지낸 것도 아니고.”
명우에게 사실 확인할 능력 생기기 전에 우리 모르는 사이였다고 털어놓아야 하나. 사람 잘못 봤던 거 같아, 정도로. 내가 뭐 등쳐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니 친구 사이 아니었다고 말해도 별문제 없지 않을까.
“아무튼 걔한테 잘해 줘.”
“내가 왜?”
“본인 허락 없이 자세히 말하긴 그렇고, 너한테 도움 될 사람이야.”
그것도 아주 많이. 잘해 주는 정도가 아니라 떠받들어 줘야 할 수준으로.
“…그 사람이 무슨 스킬을 얻었는데?”
“눈치도 빠르다.”
“그거 말곤 딱히 이유가 없잖아.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장비 관리팀에 매일같이 칼 갈러 내려가다가 며칠 전부터 발길 끊었다던데, 그때 얻은 건가 봐. 그럼 특수 스킬일 가능성이 높을 거고… 상황상…….”
유현이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설마?”
“뭘 생각했든 그 이상일 거라고 장담하마.”
등급 제한 없는 제작 스킬이라니. 스킬명 알고 있었던 나도 예상 밖이었다.
“그러니 잘해. 명우 특정 길드에 들어가지도 않을 거다. 나랑 같이 갈 예정이거든.”
“형이랑?”
“어. 길드 소속이 편할 거라고 말은 했는데 독립하고 싶다더라. 너도 괜히 건드릴 생각 하지 마.”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못 박아 두었다.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옆을 돌아보자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이 보였다.
“안 건드릴 거지?”
“정확히 어떤 스킬인데?”
“대답 안 하냐.”
“…알았어.”
유현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장으로서는 확답 꺼릴 만하지. 내가 대답을 요구하긴 했지만 좀 더 버텨 보지 못하고, 하여간 무르다니까.
복도를 지나 드디어 집 앞에 도착했다. 내 품에 안겨 있는 블루는 아직까지는 얌전했다.
“아예 안 싸우는 건 불가능할 거 같고 심하다 싶을 때만 나서 줘.”
삐약이야 스탯 차이가 상대도 안 되니 피스가 일방적으로 봐줘야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성장하면 둘 다 비슷한 능력치를 가지는 만큼 아직 어릴 때 서열 정리를 해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피스와 블루는 던전 공략 때 외에는 내 곁에 계속 머물 테니 더더욱 정리가 필요했다. 만약 성체가 된 뒤에 싸우기라도 하면 감당이 안 될 테니까.
“피스야, 아빠 왔다.”
현관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중문 앞에서 타닥타닥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중문을 열자 그 앞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피스가 딱 멈추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니, 내가 아니라 내 품에 안긴 블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신나게 흔들리고 있을 붉은색 꼬리가 잠잠했다. 낑낑거리지도 않았다.
긴장감 도는 침묵이 피스와 블루 사이에 내려앉았다. 이거, 음.
“갑작스럽겠지만 네 동생이란다.”
– 꺄우!
블루가 대답하듯 외치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피스를 내려다보았다. 블루는 적대적인 것 같지 않은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자 굳은 듯 움직이지 않던 피스가 앞발로 내 다리를 긁었다. 안아 달라는 뜻이었다.
“잠깐만. 블루야, 넌 내려가자.”
소파에 블루를 내려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새끼 그리폰은 발톱까지 세워 가며 내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 꺄아! 꺅!
“안 돼. 놓아야지.”
블루가 고집 피우는 그때, 소파 위로 피스가 풀쩍 뛰어올라 왔다. 이어 내게 매달려 있는 블루의 날개를 덥석 물곤,
휙.
뒤로 내던져 버렸다. 전에 비슷한 광경을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 꺄꺅!
던져진 블루가 퍼덕이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사이 피스가 내 품에 안겨 들었다.
– 크흥.
복슬한 꼬리를 탁 치고는, 금색 눈이 새끼 그리폰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여긴 자기 자리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 꺄우으?
– 크르르
– 꺄! 꺄아!
소파에 내려선 블루가 머리를 낮추고 치켜든 엉덩이를 실룩실룩 흔들었다. 암만 봐도 힘껏 뛰어들기 직전의 자세인데. 이러다 애꿎은 내 등이 터지는 건 아니겠지. 유현이가 있으니 막아 주겠지만.
– 꺄욱!
힘찬 외침과 함께 블루가 피스를 향해 뛰어오르고,
퍽!
– 꺅!
피스의 앞발이 노란 부리를 후려쳤다. 공중에서 빙글 돈 새끼 그리폰이 발라당 뒤집어진 채로 소파에 풀썩 떨어졌다.
– 꺄우 뀨.
블루가 제 부리를 감싸며 끙끙댔다. 그리 세게 친 거 같진 않았는데.
– 뀨우뀨.
“블루야, 괜찮아?”
– 꺄우!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언제 앓았냐는 듯 다시 벌떡 몸을 일으킨다. 씩씩하구나, 우리 블루. 그래도 꽤 아프긴 했는지 피스에게 다시 덤벼들진 못했다.
“피스야, 너보다 어린 동생이니 귀엽게 봐줘라.”
– 끼앙?
피스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천진한 고갯짓이었지만… 아무래도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거 같은데.
“자, 너도 내려가.”
– 끄으응.
“가서 동생이랑 인사해.”
피스가 불만스러워하며 소파 위로 내려갔다. 둘만 놓아두고 뒤로 물러나 지켜보았다. 약간 긴장한 듯하던 블루가 이내 까불까불 제자리 뜀박질을 했다.
– 꺄꺄! 꺄아아!
방정맞게 폴짝이는 블루를 피스가 지그시 바라보다가, 한쪽 앞발을 들어 올린다. 동시에 블루가 딱 굳어 섰다.
– 뀨우.
– 크르릉 컁!
짧고 날카로운 짖음에 블루가 엉덩이를 소파에 붙이며 얌전히 앉는다. 둘이서 뭐라고 꺙꺙킁킁하더니 피스가 앞발로 블루의 부리를 꾹 내리눌렀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러면 되느냐고 확인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유혈사태 없이 부드럽게 잘 끝났네. 역시 우리 피스, 믿음직하다.
“잘했어! 착하기도 하지.”
– 끼앙!
으쓱해져서 뛰어온 피스를 안아 주었다. 뒤따라온 블루가 내 품에 안긴 피스를 한번 올려다보곤 발치에 풀썩 주저앉는다. 살짝 풀 죽은 게 가엽긴 하지만 피스가 우선이지.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걱정할 거 없겠어. 우리 피스 똑똑하지 않냐.”
흐뭇하게 유현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삐약이만 무사히 합류하면 되는데 잘될까 모르겠네.
“유진아.”
삐약이를 데리러 방으로 가려는 그때, 주방 쪽에서 유명우가 걸어 나왔다. 스탯 등급이 오른 덕분인지 중노동 때문인지 몸도 좋아지고 키도 조금 더 커져서 처음 만났을 때와는 딴사람이 된 것 같았다.
뭣보다 피부색이 선탠이라도 한 듯 변했다. 정령 놈 계약자한테는 안전하다더니 왜 사람이 점점 구워져 가고 있냐.
“오늘은 일찍 나왔다?”
“새로 몬스터 데리고 온댔잖아. 혹시나 싶어서 나와 봤지.”
그렇게 말하며 명우가 블루가 아닌 유현이를 바라보았다. 시스템분들이 상급 각성자들은 스탯 낮고 특수 스킬 높은 사람 좋아한다고 했는데, 살갑게 좀 대해 봐라, 유현아.
“오랜만에 뵙는군요.”
동생 놈이 미소를 짓기는 했다. 비즈니스적인 티가 팍팍 나지만.
“그간 딱히 마주칠 이유 없었잖습니까.”
명우의 대꾸가 생각보다 더 싸늘했다. 유현이한테 감정 좋은 게 더 이상하긴 하겠지만. 던전 갈 때 없는 사람 취급이었고 나 납치당했을 때도 무작정 집에 가둬만 두었다고 했고.
같이 밥 먹을 때도 분위기가 좀 그랬지. 유현이한테 진작 잘해 주라 할 걸 그랬나.
“쟤가 새로 온 애?”
“응. 황금 그리폰 블루. 나머지 둘은 유니콘이라서 단련실에 두고 왔어. 집의 우리가 좁기도 하지만 그리폰과 말을 같이 두면 안 되거든.”
“피스와는 괜찮은 건가?”
“우리 피스가 눌렀지. 둘은 별문제 없는데 삐약이가 걱정이야.”
스탯 F에 덩치도 작으니 잘못 툭 치는 걸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다. 내 말에 명우가 가죽과 금속으로 된 목걸이와 팔찌를 꺼내었다.
“자, 이걸 써 봐.”
내미는 것을 받아 들자 간단한 설명창이 뜬다.
[안전한 사육목걸이 – B급목걸이 착용자는 팔찌 착용자를 공격 불가.]
“스탯 C급 수준 공격까지 막을 수 있어. 원래는 너 쓰라고 만들어 본 건데 팔찌 크기 자동 조절되니까 삐약이한테 채워도 돼.”
“이런 것도 만들 수 있어? 진짜 대단하다, 너.”
와, 특수 효과 장비도 만들 수 있구나. 금속이 들어가면 뭐든 제작 가능하다곤 했지만 놀랍다. 너무 만능이잖아. 사기다.
“별거 아냐.”
내 감탄에 명우가 흐뭇해하며 말했다. 그런데 왜 날 안 보고 유현이를 쳐다보냐.
“특수 아이템 제작이라니 확실히 대단합니다.”
유현이가 말했다. 그래, 잘한다. 더 칭찬해라.
“이제 시작이죠. 단순한 아이템이라면 A급까지도 만들 수 있으니 S급도 머지않았습니다.”
“길드장으로서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로군요.”
“그래도 우리 유진이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
“저희 형 스킬이 여러 가지로 놀랍기는 하죠.”
아니 왜 거기서 내가 나와. 잘 나가다가 딴 길로 새네. 둘 다 웃고는 있는데 분위기가 좋냐 하면, 음… 삐약이나 데리고 와야지.
* * *
– 삐약!
– 꺄아!
발목에 새들이 하는 링처럼 줄어든 팔찌를 찬 삐약이가 뾱뾱뾱 걸어갔다. 그 뒤를 목걸이 찬 블루가 굴러가는 공을 본 강아지처럼 달라붙으며 앞발을 휘두른다.
퐁!
삐약이를 잡으려고 제법 강하게 발을 내리누르지만 비누방울 같은 막에 막혀 버렸다. 공격은 통하지 않지만 그래도 재밌는지 블루가 연신 삐약이를 퐁퐁 두들겨 댔다.
– 꺄악! 꺄!
– 삐약삐약
귀여워라. 폰을 꺼내어 동영상을 찍으려다 말고 그냥 사진만 찍었다. 뒤에서 두 놈이 아직 대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유진이가 먼저 권했죠. 여기까지 온 것도 유진이 덕분인데.”
…블루는 마수마 고기를 구해 줘야 하나. 성장에 도움될 수도 있으니 그게 좋겠지. 마수마종 나오는 던전이 어느 길드 관리하에 있더라.
“형에게 그런 면이 좀 있죠. 얼마 전의 일만 해도, 아, 아직 듣지 못 하셨겠군요.”
브레이커 길드가 가지고 있으면 편할 텐데. 문현아 씨 분명 협조 잘 해주겠지.
“괜찮습니다. 유진이 일에 관여치 못하고 겉도는 거야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인걸요. 물론 머잖아 그럴 일 없어질 겁니다. 어차피 해연 길드도 같이 나갈 거고요. 유진이가 나가게 되면 조금 섭섭하시겠습니다.”
“길드나 헌터 이전에 가족이니 상관없습니다. 잠깐 떨어져 있었지만 형과는 그 누구보다도 오래 함께 지내왔으니까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쟤들 왜 자꾸 내 등 뒤에서 날 언급해 대냐. 심지어 말에 가시가 슬쩍슬쩍 박힌 게 느껴졌다. 저러다 사이좋아지기는커녕 더 틀어지겠네.
“둘 다 할 일들 많을 텐데 슬슬 가보지 그러냐.”
이럴 거면 가라, 가.
“나야 프리랜서잖아. 유진이 널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시간 낼 수 있어.”
“나도 형을 위해서라면 시간 빼는 거야 쉬워. 내가 길드장이니까.”
“그래? 잘됐네. 그럼 둘이 같이 저녁이라도 먹지 그러냐. 난 새로 온 애들 돌보느라 바빠서 못 나가니까 사이좋게, 단둘이서.”
둘이 동시에 입을 딱 다물었다. 그리곤 다시 열었다.
“저녁에는, 대장간에 가야지.”
“나도 일정이 있어.”
방금은 시간 낼 수 있다더니만. 두 놈 다 내보낸 뒤 애들 밥을 챙겨 주었다. 다행히 블루도 아무 몬스터 고기나 잘 먹었다. 유니콘들도 밥 먹이고 키워드 말해 줘야 하는데, 한동안 열심히 오르락내리락해야겠구만.
‘이제 곧 사육 시설 완공되면 편해지겠지.’
바로 아래층, 그것도 포털이니까 오가기 쉬울 것이다. 그래도 막상 기숙사실을 떠나려니까 아쉬워졌다. 여기도 참 좋았는데.
‘여긴 그냥 나 달라고 해볼까.’
혹시 아냐, 쓸 일 있을지.
‘석하얀의 모임 친구들도 곧 입국한다고 했고. 그 사람들 와서 자료 좀 더 정리하고 나면 도깨비 불러다 이번에는 중국 쪽으로 가 달라고 해야지.’
최적화 특수 스킬 B급 이상인 사람도 벌써 열세 명째 찾아 놓았다. 리에트와도 SNS로 연락하고 있고, 사육 시설 개장하면 동생 한번 보내 달라고 말해 두었다.
‘슬슬 도하민에게도 연락해 봐야겠군. 그 외엔 없지?’
딱히 없는 거 같은데, 뭔가 잊어먹은 거 같기도 하고. 누가 더 있었던가? 모르겠다. 중요한 거면 나중에라도 생각나겠지.
* * *
“블루야! 안 돼!”
아이스크림통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새끼 그리폰을 번쩍 들어 올렸다. 검고 하얗게 얼룩진 부리가 꺄꺄 신난 소리를 내뱉는다.
“냉장고 문 여는 건 또 언제 배워선!”
– 꺄아아!
“피스와 삐약이는 사람 음식엔 발도 안 대는데 넌 왜 그래! 넌 몬스터야, 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 꺄우 꺄?
젠장, 야단쳐 봤자 내 목만 아프다. 고작 하루 지났는데 블루 이 녀석은 진짜, 정말… 피스가 가구 몇 개 해먹은 것쯤은 애교인 수준이었다.
첫날 저녁에 씻기다가 세면대와 샤워호스 박살 내고 수건 서른 장쯤 갈기갈기 찢으며 신난다고 날뛰다가 전등 깨먹었다. 저녁 식사할 때 식탁 위를 덮쳐 날개로 싹 쓸어버린 것에 이어 바닥에 떨어진 밥과 반찬 다 주워 먹으려고 바둥대다가 크림색 털이 각종 반찬 국물로 얼룩져 다시 씻겨야 했다.
물론 얌전히 씻지는 않았다. 피스와 달리 물을 좋아하는데, 좋아해서 더 난리였다.
천만다행인 건 딱 밤 아홉 시가 되자마자 잠든다는 것이었다. 밤에는 평화로웠다. 그리고 딱 아침 아홉 시가 되자마자 깨어나 우리에서 꺼내 달라고 우렁차게 울어댔다.
어제 일을 까맣게 잊기라도 한 듯 피스에게 덤비다가 또 맞고 삐약이 쫓아다니다가 테이블 부수고 발톱으로 소파 벅벅 긁어 놓고 벽이랑 천장에도 발톱이며 부리자국 길게 내놓고…….
잠깐 한눈판 사이에 냉동실을 털었다.
“가만히 있어, 부리 닦게. 자꾸 움직이면 털에 묻잖아.”
– 꺄아!
블루가 데구르 굴러 배를 드러내며 꼬리를 살랑였다. 파란색 커다란 눈도 벌어진 부리도 활짝 웃고 있었다. 앞발로 놀자는 듯 내 손을 툭툭 쳐 오는 모습이 여전히 귀엽긴 귀엽다. 에휴, 그래 사실 내가 그간 애들 쉽게 키우긴 했지.
“피스 넌 정말 점잖았어.”
옆에 다가와 붙는 피스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구 좀 부순 거 말고는 별일 없었지. 삐약이는 힘이 약해서 얌전했고. 그리고 우리 유현이야 진짜 착한 애였다.
“블루는 다른 헌터에게 맡겨 놓고 가야겠다.”
우리에 혼자 넣어 두었다간 종일 소리 질러 댈까 봐 무서웠다. 기숙사 방음이 잘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테니까.
대충 치워 놓고 블루만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점심때 각성센터 관련하여 헌터협회 측과 약속이 잡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