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216
어깨에 박혔던 화살은 단순한 화살이 아니었다. 포이즌 애로우. 레인저 직업이 익히는 스킬이다. 본래 레인저는 산악전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들은 빠른 이동속도와 다양한 은신 스킬, 중독을 비롯한 다양한 상태이상을 부여하는 화살.
‘사냥하는 기분이군.’
화살 한 발. 위치가 특정되었을까? 어쩌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상관없는 일이다. 잭헤드는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유적지에서 잭헤드가 미리 꼽아 둔 저격 포인트는 일곱. 라덴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전체 랭킹 10위 안에 드는 근접 딜러 둘을 상대로 싸우면서, 저격 포인트에 은신하고 있는 잭헤드의 위치를 특정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을 앎에도 잭헤드는 이동했다. 신중하게. 그는 라덴과 직접 싸워 본 적은 없었지만, 라덴이 싸우는 것은 몇 번이나 보았다. 기왕이면 알라베스 산에서 싸워보고 싶었는데. 잭헤드 자신이 가장 강력한 산 속에서.
‘상처입은 동물이라는 느낌이지만…’
그런 맹수가 더 강한 법이다. 이동을 끝낸 잭헤드는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결정타를 쏘아내기에는 아직 멀었다. 일단 상태 이상을 중첩시키면서 조금씩 압박하는 방향으로.
사냥하는 것처럼.
‘엿 됐군.’
에클레어가 강신 특성을 사용했다. 저 상태의 에클레어는 일대일로도 솔직히 상대하기 힘들다. 광란 수치를 대신해서 적혈단을 씹었지만, 에클레어 혼자만이 아니라 근접 딜러인 자카이드와의 협공을 상대해야 하고, 잭헤드의 저격과 샤오만의 마법까지 신경써야 한다.
‘이대로 몸을 빼도 손해는 아닌데 말이지.’
중독된 체력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 중독은 엘릭서나 해독제로도 해독되지 않는다. 레인저의 포이즌 애로우는 중첩형 스킬이다. 이 상태에서 포이즌 애로우에 더 맞는다면, 체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차라리 몸을 뺄까. 라덴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애초에 다섯 명의 랭커와 싸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고, 라덴에게 있어서는 이득 하나 없는 일이었다. 이기면 엄청난 영광을 얻겠지만, 그것을 바라지 않아도 라덴은 이미 충분한 영광을 누리고 있다. 반대로 패배한다고 해도, 라덴이 잃는 것은 없다. 랭킹 10위 내의 최상위 랭커 다섯과 싸워서 패배한 것이니까.
오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온 것은, 라덴 나름대로 마무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또한,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한계치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어렴풋하게 파악했다. 저쪽의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근접 딜러 둘에 원거리 딜러 하나만 있어도 싸우기 힘들다.
‘루카스 저 새끼는 아직 나서지도 않았는데.’
루카스는 여전히 전투와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서있다. 히죽거리며 웃는 얼굴을 하고서, 어깨에 검을 걸치고. 건방진 새끼. 라덴은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여유는 없었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군.]에클레어의 머릿속에서 아딤이 이죽거렸다. 아딤은 발할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신이다. 발할라에서 기사의 신을 맡고 있는 것은 ‘루곤.’ 아딤은 발할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에클레어의 고유 특성으로만 존재하는 기사의 신이다.
[언제나 느꼈던 것이지만, 네 전투는 비겁해.]그런 주제에 아딤은 참으로 기사의 신다웠다. 강신 특성을 얻고 나서, 에클레어는 긴 시간 동안 아딤과 함께 지내왔다.
‘이제와서 뭘?’
[네 특성이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만. 지금의 상황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
‘머릿수로 압박하는 것은 지난번과 똑같아. 뭐가 다르다는 거야?’
[그때와는 다르지. 지난 번, 알라베스 산에서 싸웠을 때. 네 부하들은 제법 뛰어났지만, 저 무투가를 묶어둘 수는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때로는 득실거리는 수십 명 보다 정예인 소수가 나은 법이야.]
좀, 닥쳤으면 좋겠는데. 에클레어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 세상의… 발하라의 NPC들은. 만들어진 게임 속의 NPC, AI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인간답다.
[저 정도로 뛰어난 인간을 이런 상황에서 만나고 싶지는 않은데.] ‘…하! 항상 느꼈던 것이지만, 당신은 깃들 상대를 잘못 골랐어. 그렇게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것이 좋다면, 나 말고 다른 녀석에게 깃들지 그랬어?’[흠.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선택하는 것은 내 쪽이 아니니까. 아, 그래도. 나는 딱히… 너에게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야. 나는 기사의 신이면서 전투의 신이니까.]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은 기사의 신인 아딤이다. 하지만 전투의 신인 아딤은 다르다.
[전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승리지. 승리한다면 비겁함은 그리 문제되지 않아. 다만, 내가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너는 저 인간을 쓰러트리는 것으로 무엇을 얻는가?] ‘무슨 말이야?’[그리 아름다운 구도는 아니잖나. 구경꾼도 많아 보이고. 저번의 경우처럼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야. 물론 전투에 명예와 불명예를 따질 생각은 아니다만, 이길 경우. 너는 무엇을 얻는 거지?]
예리한 질문이었다. 아딤의 말대로, 지금의 구도는 절대로 아름다운 구도는 아니다. 최상위 랭커 다섯.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고, 장소도 이쪽이 먼저 정해서 라덴을 불러들인 것이다.
명예와 불명예. 굳이, 라고 할 것도 없다. 이 일은 명예롭지 않다. 이곳에서 라덴을 죽이는 것에 성공한다고 해서, 랭커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오히려 비난과 조롱이나 받겠지.
‘얻지 않아도 돼.’
에클레어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루카스와 샤오만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알라베스 산을 공략하고 있던 에클레어와 자카이드, 잭헤드는 똑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라덴이 마음에 안 든다. 자카이드의 경우에는 알라베스 산에서 라덴과 처음으로 접촉했고, 라덴과 격돌한 탓에 큰 손해를 입었다. 최후에는 자카이드 본인이 직접 머리를 숙여 라덴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제대로 엿을 먹었다.
에클레어 역시 상황은 똑같다. 라덴이 개미들을 끌고 온 탓에 홀리데이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 덕에 공략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반년이 넘도록 수고를 들였는데, 라덴이 후다닥 알라베스 산을 넘어 버렸다. 라덴과 직접 격돌하지 않은 잭헤드라도 눈이 뒤집어질만한 일이다.
‘난 그냥 저 새끼가 내 앞에서 무릎 꿇고서 돼지 울음소리를 내는 걸 보고 싶을 뿐이야.’
[음…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나서지 말고 안으로 찌그러져 있어!’
에클레어가 아딤에게 그렇게 쏘아 붙였다. 그녀는 스태프를 꽉 쥐고서 라덴을 노려보았다. 등 뒤에 있는 루카스와 숨어 있는 샤오만이 신경 쓰인다. 에클레어와 자카이드, 젝해드는 이런 불명예를 안고도 라덴을 죽이려 들 이유가 있지만, 루카스와 샤오만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그런 주제에 이 상황을 주도한 것은 루카스다. 저 미친 새끼는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에클레어가 알 바는 아니었다. 그녀는 숨을 삼키면서 라덴에게 뛰어 들어갔다. 강신을 펼친 상태이기에 에클레어의 아바타는 가호 특성으로 강화되었을 때보다 더욱 빨랐다. 아딤에게 아바타의 지배권을 넘기지 않은 것은, 에클레어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것은 라덴에게는 그나마 나은 일이었다. 아직 중독 상태. 체력을 회복할 틈은 없다. 라덴은 육박해 오는 에클레어를 상대로 마주 뛰어 나갔다. 강신 상태의 에클레어와 맞서는 것. 아바타의 능력은 에클레어에게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승부해야 할까.
‘우선 부딪혀 보고.’
거리가 가깝다. 에클레어의 스태프가 라덴이 얼굴 바로 앞으로 다가 온다. 변칙이 없는 정직한 공격. 단순히 ‘휘두를 뿐’인 스태프라고는 해도, 변칙을 섞고자 하면 얼마든지 섞을 수 있을 텐데. 아니면 이것부터가 페이크인가? 글쎄, 일단 들어가 보고. 라덴은 코 앞까지 다가 온 스태프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면서 에클레어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시험을 건다. 사용하는 것은 양 손. 느리게, 라덴은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에클레어가 똑바로 볼 수 있도록. 페이크였다. 주먹을 피하기 위해 움직인다면 제대로 한 방 먹여주기 위해 반대쪽 주먹을 옆구리에 붙인다.
콰직.
에클레어의 머리가 뒤로 젖혀진다. 그리 힘을 싣지 않은 펀치. 에클레어는 반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의 과한 속도가 카운터를 만들어낸 꼴이 되었다. 라덴은 콰당탕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가는 에클레어를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힐긋 보았다.
‘병신 같은 년.’
자카이드는 뒤로 넘어간 에클레어를 무시했다. 이번에는 신중하게. 자카이드는 라덴의 옆으로 파고 들어왔다. 짧게 휘두른 검이 라덴의 옆구리를 노린다. 라덴은 발을 가볍게 밀치면서 자카이드의 검격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자카이드는 휘두르는 것을 멈추고서 그대로 라덴을 향해 검을 찔러냈다.
찌른 검을 향해 손바닥을 마주 뻗는다. 검끝이 손바닥을 꿰뚫기 전, 라덴의 팔이 꺾이면서 검신을 타고 올라간다. 마치 뱀이 나무를 휘감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자카이드가 놀라기도 전에, 라덴의 손은 자카이드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뿌드드득! 악력만으로 자카이드의 손목이 으스러진다.
자카이드는 당황하지 않았다. 검사라고 해서 검만 쓰는 것은 아니다. 자카이드는 급히 발을 들어 라덴의 배를 걷어 차려 들었다. 나쁘지 않은 대응이었지만, 라덴을 상대로는 나쁘게 되었다. 라덴은 자카이드의 발이 올라 간 순간,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발을 자카이드의 외발에 찔러 넣었다. 자카이드의 발뒤꿈치로 넣은 라덴의 발이 자카이드의 발을 걸어 넘긴다. 자카이드의 몸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이…!”
“좆까.”
기회다. 여기서 무리를 해서라도 자카이드를 죽여놓아야 한다. 라덴은 뒤로 넘어간 자카이드의 머리를 노리고서 주먹을 쥐었다. 양자택일이 민첩을 힘으로. 허허실실이 라덴의 주먹을 강화한다. 흑염룡의 불꽃이 라덴의 주먹을 휘감고, 용왕격까지 쓴다. 그것에 백호무술관의 권법과 회전격. 라덴의 모든 스킬은 백호류의 영향을 받아 중첩이 가능하다.
라덴이 내지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격이 자카이드의 머리로 떨어진다. 에클레어는 아직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라덴이 마음 먹고 제대로 일격을 날리는 순간. 그것이 잭헤드와 샤오만이 제대로 라덴을 노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둘은 그것을 알았기에, 지금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궁니르가 쏘아진다. 라덴의 머리를 노리고 잭헤드의 화살이 쏘아진다. 라덴의 주먹이 자카이드의 머리에 닿기 직전이었다. 포식감지가 경고를 발한 순간, 라덴은 빠르게 대응했다. 백색 거울 스킬이 펼쳐지고 라덴의 주변을 무르시엘라고의 어둠이 감싼다.
“크읍!”
몸을 숨기고 있던 샤오만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번개 속성 마법 중에 가장 강력한 궁니르의 데미지가 샤오만에게 돌아 온 것이다. 마나 실드가 데미지를 감소시키기는 했지만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던 샤오만을 당황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잭헤드의 화살이 어둠을 뚫는다. 어둠을 뚫고 들어오느라 속도가 줄었기에, 라덴이 피할 틈은 충분했다. 화살이 아슬하게 관자놀이를 스치고,
라덴의 주먹이 자카이드의 안면을 내리 찍었다.
꽈아아아앙! 유적지가 뒤흔들린다. 몇 개의 노후한 유적은 지반에 전해진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그 정도의 현상을 만들어낸 주먹을 자카이드는 맨 얼굴로 받아 냈다.
자카이드의 몸이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축 처졌다. 라덴은 숨을 몰아쉬면서 내리 꽂았던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일격. 일격에 랭킹 7위인 자카이드가 죽어 버렸다. 급소인 머리가 주먹 한 방에 박살나 버린 탓이다.
“…일단 하나.”
라덴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루카스 쪽을 보았다. 루카스는 아까보다 더 즐거워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미소였다.
“언제까지 처 쪼개고 있을래?”
라덴이 물었다.
끝
ⓒ 목마